8개 백사장 지나 천수만 따라 110리
태안반도와 천수만 사이에 길게 드리워진 안면도는 입지와 내용, 풍경 모두 매력적인 섬이다. 서해안에는 꿈결 같은 백사장이 즐비하고, 동쪽은 천수만의 잔잔한 바다를 면해 아늑하다. 내륙에는 높지 않은 구릉지에 우아하고 기품 있는 솔밭이 그윽하다. 예쁜 펜션과 전원주택들은 경관의 격조를 높여준다. 안면도(安眠島)에 가면, 이름 그대로 편안히 잠들 수 있다

길이 4km, 폭 200~300m의 광대한 삼봉해수욕장. 백사장이 단단해 라이딩에 무리가 없다
‘안면도’는 지명만으로 그리움과 매혹을 불러일으킨다. 바다이되 호수 같은 아늑함을 주는 천수만을 끼고 있고 아름다운 백사장과 분위기 있는 솔밭이 즐비하다. 서해안 전체에서 관광지 겸 존재감은 최고일 것이다.
안면도 서해안은 온통 백사장이다. 하나의 백사장이면 해수욕장도 하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백사장이 너무 길어 여러 개의 해수욕장으로 나뉜 곳도 있다. 간만의 차는 크지만 갯벌은 발달하지 않았고 백사장이 단단해 라이딩이 가능한 것이 큰 장점이다.
이제 즐비한 백사장을 훑고 내려갔다가 천수만을 보며 섬을 일주한다. 꽃지해수욕장 이남은 주민들의 생활공간 위주여서 다음 기회로 미룬다.

백사장항과 맞은편 드르니항을 연결하는 꽃게다리. 보행전용 사장교다
울창한 솔밭을 끼고 있는 백사장해수욕장. 곳곳에 사유지가 있어 출입이 자유롭지 않다
백사장해수욕장 남단의 어느 펜션 앞 길목. 노을이 기막힐 것 같다. 맞은편 바위산이 삼봉(32m)으로, 그 너머에 안면도 최대의 삼봉해수욕장이 펼쳐진다
출발지는 안면도 최북단의 백사장항이다. 꽃게와 대하 집산지로 유명한 포구로 평일에도 관광객이 많다. 맞은편 드르니항과 연결하는 꽃게다리는 백사장항의 명물이다. 꽃게다리 아래의 물길은 바다처럼 보이지만 실은 1638년에 뚫린 운하다. 원래 안면도는 태안반도에 연결된 반도였으나 이 운하로 인해 섬이 되었다. 고려 때부터 수운의 안전과 거리 단축을 위해 태안반도 중간에 글포운하를 뚫는 시도가 계속되었지만 결국 실패하고 이 안면도 운하로 대신하게 된다. 그래도 근 400년을 지나다보니 안면도는 원래 섬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삼봉해수욕장의 단단한 백사장. 바퀴 흔적이 별로 남지 않는다. 수분을 머금은 중간지대가 특히 단단하다
백사장항 이름처럼 포구 바로 서쪽에서부터 백사장해수욕장이 펼쳐진다. 백사장 길이는 1.3km 정도이며 방풍림을 겸한 솔밭이 울창하다. 남단은 사유지로 길을 막고 있어 도로로 잠시 우회해 삼봉해수욕장으로 넘어간다. 이번 구간에서 가장 멋진 해변이다. 높이 32m의 바위산인 삼봉 남쪽으로 펼쳐진 백사장은 장장 4km나 되고 폭도 200~300m로 넓어서 실로 광대하다. 백사장이 너무 길어 중간에 기지포, 안면, 두여해수욕장이 따로 있다. 초반에 잠시 푹푹 빠지는 모래지만 해안 가까이 가면 물을 머금고 단단해져 라이딩이 편하다.
아무도 없는 거대 백사장을 라이딩 하는 기분은 다른 어디와 비교할 수 없다. 나를 둘러싼 대자연과 1대1로 독대하는 느낌이랄까, 감당하기 힘든 공간감과 자유는 이윽고 황홀경으로 대치된다.

삼봉해수욕장 남단(두여해변)에서 두여전망대 가는 길. 걷기 코스인 태안해변길이 나 있지만 계단 구간이라 밧개해수욕장까지는 도로를 따라 우회해야 한다

철지난 밧개해수욕장의 한가. 연인들을 방해할까봐 라이딩은 생략한다
울창한 해변 솔밭은 안면도의 특징이다. 내륙 마을에는 완벽한 방풍림이 되어준다(밧개해수욕장)
다음은 밧개해수욕장이다. 한때 사람들로 붐비고 떠들썩하던 곳의 쓸쓸한 뒷모습이 그대로 남아 정말 아무도 없다. 숱한 건물과 시설은 내년 여름을 기다리는, 처연한 망부석의 도열이다. 초미니 두에기해수욕장은 그냥 지나치고 방포해수욕장으로 나선다. 역시 적막강산이지만 안면도에서 가장 유명한 꽃지해수욕장 바로 옆이라 그나마 일말의 생기가 감돈다. 그래도 바다를 향한 벤치는 누군가를 기약 없이 기다린다. 방포방파제로 나서면 꽃지해수욕장의 상징인 할미할아비 바위가 평범한 바위섬으로 다가온다.
방포항에서 작은 인도교(꽃다리)를 넘으면 꽃지해수욕장이다. 안면도 최고의 명소답게 많은 관광객이 모여 있다. 꽃지해수욕장에에서 바라보는 할미할아비 바위는 가까운 듯 살짝 떨어져 있고 원통 형태가 아주 독특하며 지는 해가 걸리면 특히 아름답다. 삼봉해수욕장에 이어 백사장으로 들어가 한동안 라이딩을 즐긴다. 파도의 끝자락을 살며시 건드리며 장난기를 발동하다 보니 기나긴 백사장도 금방이다.
방포해수욕장의 공허와 적막. 가을의 해변 벤치는 망부석이다

꽃다리에서 바라본 꽃지해수욕장의 할미할아비 바위. 물이 빠지면 걸어들어갈 수 있다

3.2km로 장대한 꽃지해수욕장 백사장을 달리다 잠시 파도 앞에 누웠다

유명한 꽃지해수욕장도 외곽지대는 적막만이 감돈다. 저렇게 겨울을 나야할 벤치마저 안스럽다
이제 섬을 가로질러 천수만 해안으로 나아간다. 안면읍 남단에 자리한 안면고등학교를 지나 작은 고개를 넘으면 마치 갈대밭 같은 승언1저수지가 나오면서 서해안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으로 돌변한다. 넓은 들판이 있고 낮은 산골마다 들어선 마을이 정겹다. 박무에 대안이 보이지 않는 천수만은 작은 파도마저 일지 않는, 무한 평면 무한 정적이다.
승언3저수지를 지나 해안 둑길을 북상하면 이윽고 기묘한 탑과 건물이 우뚝한 안면암에 이른다. 전통사찰의 고즈넉한 기품과 격조는 없고, 동남아 사찰 같은 요란한 화려함으로 다가오는 안면암은 앞바다에 떠 있는 부상탑이 명물이다. 천수만까지 경내로 끌어들인 기막힌 발상은 높이 사고 싶다.

갈대가 너무 빽빽히 들어차서 들판처럼 느껴지는 승언1저수지. 안쪽에는 소나무 몇 그루가 선 자라섬까지 있다
천수만을 면한 해변 둑길. 천수만은 건너편이 보이지 않고 만조로 물까지 꽉 차서 대해처럼 느껴진다(안면읍 정당리)

경지정리가 잘 된 들판이 반갑더니 역시 1977년 갯벌을 매립해서 생겨난 간척평야였다(왼편은 간척 후, 오른쪽은 간척 전 사진). 왼쪽 '현위치'를 보면 예전에는 완전한 섬이었으니 '상전벽해'가 아니라 '벽해전답'이다(안면읍 정당리)

남쪽에서 본 안면암. 입지와 건축미 모두 전통을 벗어난, 기이한 사찰이다

여우섬 사이에 선 부상탑은 천수만마저 경내로 끌어들인, 기발한 발상이다
안면암에서 조금 더 북상해 주민들의 일상적인 삶 속으로 들어선다. 기이하게도 안면도는 강원도 내륙과 비슷하게 집이 띄엄띄엄 있는 산촌(散村)이 흔하다. 산이랄 것도 없는 낮은 구릉이지만 송림이 울창해 심심산골의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마지막으로 창기리에서 임도를 질주한다. 안면도에서 임도라니… 4km에 달하는 임도는 적당한 업다운에 숲이 빽빽해 높이 100m도 되지 않는 야산이라는 것을 믿기 어렵다.
임도를 벗어나면 출발지인 백사장항은 금방이다. 백사장과 들판, 해안 둑길에 이어 임도까지… 안면도의 다채로움에 정서적 현기증이 인다. 개인적으로도 근간에 가장 만족스럽고 풍성한 시간이었다.
글/사진 김병훈 발행인
파도는커녕 유리면처럼 잔잔한 천수만. 쪽배도 걱정 없이 편안히 낮잠을 즐긴다
집이 홀로 떨어져 있는 산촌(散村)이 흔하다. 갓 파종한 마늘밭과 숲에 에워싸여 깊은 산속 느낌마저 준다
구릉지 솔밭에 나 있는 길이 4km의 창기리 임도. 안면도에서 임도 라이딩이라니... 더욱 이채롭다
tip
백사장해수욕장 남단은 사유지여서 중간쯤인 라벤다펜션에서 삼봉해수욕장까지는 도로로 우회해야 한다. 모든 백사장은 라이딩이 가능하며, 바다와 가까운 쪽에 물기를 머금은 곳이 특히 단단해서 라이딩하기 좋다. 안면읍에서 백사장까지 천수만과 내륙 구간에는 편의점이나 식당이 없다.
안면도 일주 44km

8개 백사장 지나 천수만 따라 110리
태안반도와 천수만 사이에 길게 드리워진 안면도는 입지와 내용, 풍경 모두 매력적인 섬이다. 서해안에는 꿈결 같은 백사장이 즐비하고, 동쪽은 천수만의 잔잔한 바다를 면해 아늑하다. 내륙에는 높지 않은 구릉지에 우아하고 기품 있는 솔밭이 그윽하다. 예쁜 펜션과 전원주택들은 경관의 격조를 높여준다. 안면도(安眠島)에 가면, 이름 그대로 편안히 잠들 수 있다
길이 4km, 폭 200~300m의 광대한 삼봉해수욕장. 백사장이 단단해 라이딩에 무리가 없다
‘안면도’는 지명만으로 그리움과 매혹을 불러일으킨다. 바다이되 호수 같은 아늑함을 주는 천수만을 끼고 있고 아름다운 백사장과 분위기 있는 솔밭이 즐비하다. 서해안 전체에서 관광지 겸 존재감은 최고일 것이다.
안면도 서해안은 온통 백사장이다. 하나의 백사장이면 해수욕장도 하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백사장이 너무 길어 여러 개의 해수욕장으로 나뉜 곳도 있다. 간만의 차는 크지만 갯벌은 발달하지 않았고 백사장이 단단해 라이딩이 가능한 것이 큰 장점이다.
이제 즐비한 백사장을 훑고 내려갔다가 천수만을 보며 섬을 일주한다. 꽃지해수욕장 이남은 주민들의 생활공간 위주여서 다음 기회로 미룬다.
백사장항과 맞은편 드르니항을 연결하는 꽃게다리. 보행전용 사장교다
출발지는 안면도 최북단의 백사장항이다. 꽃게와 대하 집산지로 유명한 포구로 평일에도 관광객이 많다. 맞은편 드르니항과 연결하는 꽃게다리는 백사장항의 명물이다. 꽃게다리 아래의 물길은 바다처럼 보이지만 실은 1638년에 뚫린 운하다. 원래 안면도는 태안반도에 연결된 반도였으나 이 운하로 인해 섬이 되었다. 고려 때부터 수운의 안전과 거리 단축을 위해 태안반도 중간에 글포운하를 뚫는 시도가 계속되었지만 결국 실패하고 이 안면도 운하로 대신하게 된다. 그래도 근 400년을 지나다보니 안면도는 원래 섬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백사장항 이름처럼 포구 바로 서쪽에서부터 백사장해수욕장이 펼쳐진다. 백사장 길이는 1.3km 정도이며 방풍림을 겸한 솔밭이 울창하다. 남단은 사유지로 길을 막고 있어 도로로 잠시 우회해 삼봉해수욕장으로 넘어간다. 이번 구간에서 가장 멋진 해변이다. 높이 32m의 바위산인 삼봉 남쪽으로 펼쳐진 백사장은 장장 4km나 되고 폭도 200~300m로 넓어서 실로 광대하다. 백사장이 너무 길어 중간에 기지포, 안면, 두여해수욕장이 따로 있다. 초반에 잠시 푹푹 빠지는 모래지만 해안 가까이 가면 물을 머금고 단단해져 라이딩이 편하다.
아무도 없는 거대 백사장을 라이딩 하는 기분은 다른 어디와 비교할 수 없다. 나를 둘러싼 대자연과 1대1로 독대하는 느낌이랄까, 감당하기 힘든 공간감과 자유는 이윽고 황홀경으로 대치된다.
삼봉해수욕장 남단(두여해변)에서 두여전망대 가는 길. 걷기 코스인 태안해변길이 나 있지만 계단 구간이라 밧개해수욕장까지는 도로를 따라 우회해야 한다
철지난 밧개해수욕장의 한가. 연인들을 방해할까봐 라이딩은 생략한다
다음은 밧개해수욕장이다. 한때 사람들로 붐비고 떠들썩하던 곳의 쓸쓸한 뒷모습이 그대로 남아 정말 아무도 없다. 숱한 건물과 시설은 내년 여름을 기다리는, 처연한 망부석의 도열이다. 초미니 두에기해수욕장은 그냥 지나치고 방포해수욕장으로 나선다. 역시 적막강산이지만 안면도에서 가장 유명한 꽃지해수욕장 바로 옆이라 그나마 일말의 생기가 감돈다. 그래도 바다를 향한 벤치는 누군가를 기약 없이 기다린다. 방포방파제로 나서면 꽃지해수욕장의 상징인 할미할아비 바위가 평범한 바위섬으로 다가온다.
방포항에서 작은 인도교(꽃다리)를 넘으면 꽃지해수욕장이다. 안면도 최고의 명소답게 많은 관광객이 모여 있다. 꽃지해수욕장에에서 바라보는 할미할아비 바위는 가까운 듯 살짝 떨어져 있고 원통 형태가 아주 독특하며 지는 해가 걸리면 특히 아름답다. 삼봉해수욕장에 이어 백사장으로 들어가 한동안 라이딩을 즐긴다. 파도의 끝자락을 살며시 건드리며 장난기를 발동하다 보니 기나긴 백사장도 금방이다.
꽃다리에서 바라본 꽃지해수욕장의 할미할아비 바위. 물이 빠지면 걸어들어갈 수 있다
3.2km로 장대한 꽃지해수욕장 백사장을 달리다 잠시 파도 앞에 누웠다
유명한 꽃지해수욕장도 외곽지대는 적막만이 감돈다. 저렇게 겨울을 나야할 벤치마저 안스럽다
이제 섬을 가로질러 천수만 해안으로 나아간다. 안면읍 남단에 자리한 안면고등학교를 지나 작은 고개를 넘으면 마치 갈대밭 같은 승언1저수지가 나오면서 서해안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으로 돌변한다. 넓은 들판이 있고 낮은 산골마다 들어선 마을이 정겹다. 박무에 대안이 보이지 않는 천수만은 작은 파도마저 일지 않는, 무한 평면 무한 정적이다.
승언3저수지를 지나 해안 둑길을 북상하면 이윽고 기묘한 탑과 건물이 우뚝한 안면암에 이른다. 전통사찰의 고즈넉한 기품과 격조는 없고, 동남아 사찰 같은 요란한 화려함으로 다가오는 안면암은 앞바다에 떠 있는 부상탑이 명물이다. 천수만까지 경내로 끌어들인 기막힌 발상은 높이 사고 싶다.
갈대가 너무 빽빽히 들어차서 들판처럼 느껴지는 승언1저수지. 안쪽에는 소나무 몇 그루가 선 자라섬까지 있다
경지정리가 잘 된 들판이 반갑더니 역시 1977년 갯벌을 매립해서 생겨난 간척평야였다(왼편은 간척 후, 오른쪽은 간척 전 사진). 왼쪽 '현위치'를 보면 예전에는 완전한 섬이었으니 '상전벽해'가 아니라 '벽해전답'이다(안면읍 정당리)
남쪽에서 본 안면암. 입지와 건축미 모두 전통을 벗어난, 기이한 사찰이다
여우섬 사이에 선 부상탑은 천수만마저 경내로 끌어들인, 기발한 발상이다
안면암에서 조금 더 북상해 주민들의 일상적인 삶 속으로 들어선다. 기이하게도 안면도는 강원도 내륙과 비슷하게 집이 띄엄띄엄 있는 산촌(散村)이 흔하다. 산이랄 것도 없는 낮은 구릉이지만 송림이 울창해 심심산골의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마지막으로 창기리에서 임도를 질주한다. 안면도에서 임도라니… 4km에 달하는 임도는 적당한 업다운에 숲이 빽빽해 높이 100m도 되지 않는 야산이라는 것을 믿기 어렵다.
임도를 벗어나면 출발지인 백사장항은 금방이다. 백사장과 들판, 해안 둑길에 이어 임도까지… 안면도의 다채로움에 정서적 현기증이 인다. 개인적으로도 근간에 가장 만족스럽고 풍성한 시간이었다.
글/사진 김병훈 발행인
tip
백사장해수욕장 남단은 사유지여서 중간쯤인 라벤다펜션에서 삼봉해수욕장까지는 도로로 우회해야 한다. 모든 백사장은 라이딩이 가능하며, 바다와 가까운 쪽에 물기를 머금은 곳이 특히 단단해서 라이딩하기 좋다. 안면읍에서 백사장까지 천수만과 내륙 구간에는 편의점이나 식당이 없다.
안면도 일주 44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