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중산간 대표 오름 3선
한라산 동부에서 대표적인 오름이 다랑쉬오름(383m)이라면 서부의 대표는 금오름(428m)이다. 다랑쉬오름이 우아한 산체와 깊은 굼부리로 어딘가 여성적이라면, 금오름은 육중한 덩치와 화구호를 인 산정이 남성적인 호쾌함을 준다. 억새 명소로 알려진 새별오름(519m)과 곶자왈 숲속에 자리한 문도지오름(260m)도 특별한 경관이다 (2021년)
글/사진 이윤기 이사
코스 : 금악초등학교 ~ 금오름 ~ 새별오름 ~ 이달봉 ~ 금악리 ~ 방림원 ~ 문도지오름 ~ 저지리 ~ 금악리 약 41km
문도지오름의 둔중한 정상부. 멀리 한라산을 필두로 가까이는 사람 뒤의 정물오름(466m), 당오름(473m), 돌오름(440m)이 삼형제로 나란하고 그 사이는 곶자왈숲이 광활하다
한라산을 중심에 두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오름의 향연은 제주가 품은 비경 중 하나다. 제주도를 ‘오름의 왕국’이라고 비유하는 것처럼 제주도에는 360여개의 오름들이 존재한다. 예로부터 제주 사람들은 오름에 기대어 살았다. 된바람을 피해 오름 기슭에 마을을 형성하고 억새를 잘라 지붕을 엮고, 오름에서 솟는 샘물을 마셨다. 또한 오름에 신당을 지어 마을과 가족의 안녕을 기원했으며, 죽어서조차 오름의 품속에 묻혔다.
이번엔 특별한 색과 테마를 가진 서부 중산간지대의 금오름과 새별오름 그리고 문도지오름을 탐방했다. 출발과 도착은 한림읍 금악리에 위치한 ‘금악건강증진센터’이다. 먼저 금오름을 답사하고 이어 새별오름과 이달봉을 거쳐 다시 금악리로 되돌아와 저지리에 위치한 문도지오름 주변을 돌아보는 코스다.
물이 고인 분화구, 금오름
금오름은 한림읍 금악리에 있다. 비교적 평탄한 지형에 오롯이 서있는 모습이 고매하게 느껴지는 오름으로 서부 중산간 지역의 대표적인 오름이다. 백록담처럼 정상 분화구에 호수가 있어 더욱 특이하다. 해발 428m, 표고차는 178m이며 오름 가장자리에 순환길이 2.6km 조성되어 있고 정상부 능선을 한바퀴 돌아 볼 수 있는 둘레길이 1Km가량 된다.
금오름은 초입의 삼나무숲과 화구호, 정상에서의 시원한 풍경이 특히 인상적이다. 금오름 초입의 삼나무숲은 그리 크진 않지만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곧게 자란 삼나무들이 시원한 풍경을 빚어내고 있으며 숲을 벗어나 고도를 더할수록 전망이 탁 트인다. 정상에 오르면 분화구가 한 눈에 조망되는데, 평상시에는 물이 없다가 비가 오면 물이 고여 작은 못을 이룬다. 금악담(今岳潭)이라 불리는 연못이다.
금오름으로 올라가는 길은 두 가지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는 길과 숲길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 있는데, 주로 시멘트길을 이용한다. 예전에는 시멘트길로 정상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었으나 지금은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그래도 기지국 차량과 관리인, 패러글라이딩 차량은 통행하고 있다.
주차장 입구에서 가파른 시멘트길을 0.7km 오르면 분화구 능선에 닿는다. 원형의 분화구 둘레길은 사방으로 탁 트여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화구호뿐 아니라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치와 외륜 능선이 아름다워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정상에서는 한라산을 비롯해 새별오름, 성이시돌목장, 한림읍과 비양도 등이 보인다. 파란 바다와 푸른 초원, 그 위로 풀을 뜯고 있는 말들의 목가적인 풍경에서 평화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억새로 가득한 들불축제의 명소, 새별오름
새별오름은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에 있으며 해발 519m, 표고차 119m이고 특히 억새로 유명하다. 오름 전체를 억새가 뒤덮고 있어서 가을이면 바람에 흔들리는 은빛 억새의 향연을 볼 수 있다.
산 아래와 정상까지의 표고차(비고)가 그리 높진 않지만 주위에 높은 오름이 없어 멀리서도 또렷이 보이는 특이한 형태의 오름이다. 이런 입지 때문에 새벽하늘의 샛별처럼 외롭게 서 있다 해서 새별오름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새별오름에서는 매년 정월대보름을 전후하여 제주도를 대표하는 축제인 들불축제가 열린다. 제주도에서는 오래전부터 농한기에 소를 방목하기 위해 묵은 풀과 해충을 없애는 불놓기 문화가 있었다. 새별오름 들불축제는 이러한 목축문화를 계승한 행사로, 오름 전체가 불타오르는 모습이 장관이다. 꼭 축제 때가 아니어도 사시사철 관광객이 많아 주차장이 잘 정비되어 있다.
새별오름으로 가는 길. 푸드트럭이 자리한 넓은 주차장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오름을 오르는 길이 있다. 왼쪽은 가파르고 오른쪽은 조금 완만한 편이다. 오른쪽 길을 따라 오르면 주변에 크고 작은 오름과 어우러진 한라산이 조망된다.
황금빛 오름 산책로를 따라 오르며 만나는 발아래의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봄·여름·가을·겨울 언제 올라도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지만, 특히 가을바람에 춤을 추는 은빛 억새의 향연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정상에 올라서면 사방으로 탁 트인 시원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주위로는 벌판이 넓게 펼쳐지고 여기저기 솟아 있는 오름들 그리고 멀리 풍력발전기들까지,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시원한 제주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맑은 날이면 한라산과 비양도까지 조망되며, 사방이 탁 트여 장쾌한 제주의 진면목을 파노라마로 볼 수 있다.
새별오름은 제주를 여행할 때 한 번쯤 가봐야할 만큼 아름다운 전망을 품고 있다. 특히 가을 억새철과 정월대보름 들불축제가 열릴 때 방문하면 새별오름의 깊은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겠다.
봉우리가 쌍둥이처럼 솟은 이달오름
이달오름은 이달봉과 이달이촛대봉 등 두 개의 봉우리로 되어있어 이달봉 또는 이달오름으로 불린다. 이달오름은 들불축제로 유명한 새별오름과 이웃해 있으며, 촛대봉과는 쌍둥이 화산체로 아름다운 곡선미를 자랑한다.
새별오름 주차장 왼쪽으로 이달오름 가는 길이 시작된다. 새별오름 서남쪽 기슭에 잠든 망자들의 공동묘지로 시작되는 농로를 따라가면 목장 초지길이 나타난다. 바로 왼쪽, 소나무와 삼나무로 우거진 무성한 오름이 이달오름이다.
이달오름은 새별오름 정상에서 가장 잘 보인다. 또한 새별오름은 이달오름 정상이나 목장 초지길에서 보았을 때 정말 예쁘다. 새별오름 정상에서 이미 이달오름을 보았기에 정상에는 오르지 않고 목장 초지길을 신나게 달려 보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광활한 곶자왈 한가운데, 문도지오름
문도지오름(260m)은 환경면 저지리에서 오설록 녹차밭까지 이어지는 제주올레 14-1코스 중간쯤에 있다. 한경면 방림원 사잇길을 따라 약 3km 들어가면 명성목장이 나타나고 오름길이 시작된다.
문도지오름은 명성목장의 말 방목지로도 이용되고 있다. 오름 대부분은 사유지이지만 소유주의 배려로 자유롭게 탐방할 수 있다. 오름의 들머리에서 정상을 지나 날머리까지는 0.8km로 짧지만, 정상에서 보여주는 풍경은 환상적이다. 사방을 360도 둘러보면 광활한 곶자왈 숲지대가 펼쳐지는데 온통 초록의 원시림으로 가득하다.
제주 서부 4개 읍·면에 걸친 곶자왈 지대에는 제주곶자왈도립공원을 비롯해 저지곶자왈
·서광곶자왈 · 동광곶자왈 · 청수곶자왈 · 산양곶자왈 · 무릉곶자왈 · 신평곶자왈 등이 있다.
문도지오름에 올라서면 사방은 온통 푸른 숲의 바다가 펼쳐진다. 일명 ‘곶자왈의 지붕’이다. 한림읍에서 시작한 곶자왈은 대정읍 신평리까지 무려 9.5㎞나 이어진다.
‘문도지’란 이름은 죽은 돼지의 형상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산등성이는 완만하고 매끈하다. 오름은 동쪽으로 열린 말굽형이며 산정은 네 방향으로 다채로운 경관을 품고 있다. 뒤편으로 한라산이 오롯이 조망되며 금오름을 시점으로 신창리 풍차와 당산봉, 좌측으로 산방산까지 이어지는 제주 서남부 권역이 드넓게 펼쳐진다. 고도는 낮지만 조망이 사방으로 탁 트여 돌오름, 당오름, 마중오름 등이 한눈에 보이고 발아래로는 저지곶자왈이 펼쳐진다.
붉은 흙과 초지로 뒤덮인 능선에서 유유히 풀을 뜯는 말들은 인기척에도 반응이 없다. 이미 사람에 익숙한 탓이다. 덜 알려져 생소한 편이지만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이곳은 손꼽히는 일몰 출사지로 알려져 있다. 간혹 웨딩스냅 촬영도 심심치 않게 이뤄진다.
문도지오름을 지나 임도를 따라 가는 길 양쪽은 모두 곶자왈 지대로 온갖 종류의 나무와 넝쿨이 어지러이 엉켜 자라고, 바닥은 흙 대신 용암이 굳어버린 바윗덩어리가 뒹구는 원시의 숲이다. 바로 저지곶자왈이다.
가을날의 제주
가을이 되면 제주의 들녘은 마치 억새의 바다와 같다. 바람은 잔잔하게 때론 거칠게 은빛 파도를 일으킨다. 능선을 따라 걷든, 굼부리의 사잇길을 횡단하든, 움직이는 모든 것이 그림이 된다. 해가 지평선에 가까워질수록 금빛으로 익어가는 바다. 시시각각 색과 빛이 조화를 일으킨다. 제주 토종 억새는 10~11월 사이 만발의 극치를 이루며 겨울까지 생명력과 정취를 유지한다.
가을 제주여행은 억새가 만발하는 낭만의 여로가 된다. 넓은 평원과 오름에는 바람에 흐드러진 하얀 억새풀로 채워지고 그 사이로 아늑한 오솔길이 놓여있다. 오솔길 따라 오름을 오르는 사이 잠시 가려졌던 시야는 산정에 도착하는 순간 경이로움으로 활짝 트인다. “와아~!!” 우리의 대응은 환성뿐이다.
서부 중산간 대표 오름 3선
한라산 동부에서 대표적인 오름이 다랑쉬오름(383m)이라면 서부의 대표는 금오름(428m)이다. 다랑쉬오름이 우아한 산체와 깊은 굼부리로 어딘가 여성적이라면, 금오름은 육중한 덩치와 화구호를 인 산정이 남성적인 호쾌함을 준다. 억새 명소로 알려진 새별오름(519m)과 곶자왈 숲속에 자리한 문도지오름(260m)도 특별한 경관이다 (2021년)
글/사진 이윤기 이사
코스 : 금악초등학교 ~ 금오름 ~ 새별오름 ~ 이달봉 ~ 금악리 ~ 방림원 ~ 문도지오름 ~ 저지리 ~ 금악리 약 41km
문도지오름의 둔중한 정상부. 멀리 한라산을 필두로 가까이는 사람 뒤의 정물오름(466m), 당오름(473m), 돌오름(440m)이 삼형제로 나란하고 그 사이는 곶자왈숲이 광활하다
한라산을 중심에 두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오름의 향연은 제주가 품은 비경 중 하나다. 제주도를 ‘오름의 왕국’이라고 비유하는 것처럼 제주도에는 360여개의 오름들이 존재한다. 예로부터 제주 사람들은 오름에 기대어 살았다. 된바람을 피해 오름 기슭에 마을을 형성하고 억새를 잘라 지붕을 엮고, 오름에서 솟는 샘물을 마셨다. 또한 오름에 신당을 지어 마을과 가족의 안녕을 기원했으며, 죽어서조차 오름의 품속에 묻혔다.
이번엔 특별한 색과 테마를 가진 서부 중산간지대의 금오름과 새별오름 그리고 문도지오름을 탐방했다. 출발과 도착은 한림읍 금악리에 위치한 ‘금악건강증진센터’이다. 먼저 금오름을 답사하고 이어 새별오름과 이달봉을 거쳐 다시 금악리로 되돌아와 저지리에 위치한 문도지오름 주변을 돌아보는 코스다.
물이 고인 분화구, 금오름
금오름은 한림읍 금악리에 있다. 비교적 평탄한 지형에 오롯이 서있는 모습이 고매하게 느껴지는 오름으로 서부 중산간 지역의 대표적인 오름이다. 백록담처럼 정상 분화구에 호수가 있어 더욱 특이하다. 해발 428m, 표고차는 178m이며 오름 가장자리에 순환길이 2.6km 조성되어 있고 정상부 능선을 한바퀴 돌아 볼 수 있는 둘레길이 1Km가량 된다.
금오름은 초입의 삼나무숲과 화구호, 정상에서의 시원한 풍경이 특히 인상적이다. 금오름 초입의 삼나무숲은 그리 크진 않지만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곧게 자란 삼나무들이 시원한 풍경을 빚어내고 있으며 숲을 벗어나 고도를 더할수록 전망이 탁 트인다. 정상에 오르면 분화구가 한 눈에 조망되는데, 평상시에는 물이 없다가 비가 오면 물이 고여 작은 못을 이룬다. 금악담(今岳潭)이라 불리는 연못이다.
금오름으로 올라가는 길은 두 가지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는 길과 숲길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 있는데, 주로 시멘트길을 이용한다. 예전에는 시멘트길로 정상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었으나 지금은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그래도 기지국 차량과 관리인, 패러글라이딩 차량은 통행하고 있다.
주차장 입구에서 가파른 시멘트길을 0.7km 오르면 분화구 능선에 닿는다. 원형의 분화구 둘레길은 사방으로 탁 트여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화구호뿐 아니라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치와 외륜 능선이 아름다워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정상에서는 한라산을 비롯해 새별오름, 성이시돌목장, 한림읍과 비양도 등이 보인다. 파란 바다와 푸른 초원, 그 위로 풀을 뜯고 있는 말들의 목가적인 풍경에서 평화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억새로 가득한 들불축제의 명소, 새별오름
새별오름은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에 있으며 해발 519m, 표고차 119m이고 특히 억새로 유명하다. 오름 전체를 억새가 뒤덮고 있어서 가을이면 바람에 흔들리는 은빛 억새의 향연을 볼 수 있다.
산 아래와 정상까지의 표고차(비고)가 그리 높진 않지만 주위에 높은 오름이 없어 멀리서도 또렷이 보이는 특이한 형태의 오름이다. 이런 입지 때문에 새벽하늘의 샛별처럼 외롭게 서 있다 해서 새별오름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새별오름에서는 매년 정월대보름을 전후하여 제주도를 대표하는 축제인 들불축제가 열린다. 제주도에서는 오래전부터 농한기에 소를 방목하기 위해 묵은 풀과 해충을 없애는 불놓기 문화가 있었다. 새별오름 들불축제는 이러한 목축문화를 계승한 행사로, 오름 전체가 불타오르는 모습이 장관이다. 꼭 축제 때가 아니어도 사시사철 관광객이 많아 주차장이 잘 정비되어 있다.
새별오름으로 가는 길. 푸드트럭이 자리한 넓은 주차장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오름을 오르는 길이 있다. 왼쪽은 가파르고 오른쪽은 조금 완만한 편이다. 오른쪽 길을 따라 오르면 주변에 크고 작은 오름과 어우러진 한라산이 조망된다.
황금빛 오름 산책로를 따라 오르며 만나는 발아래의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봄·여름·가을·겨울 언제 올라도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지만, 특히 가을바람에 춤을 추는 은빛 억새의 향연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정상에 올라서면 사방으로 탁 트인 시원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주위로는 벌판이 넓게 펼쳐지고 여기저기 솟아 있는 오름들 그리고 멀리 풍력발전기들까지,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시원한 제주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맑은 날이면 한라산과 비양도까지 조망되며, 사방이 탁 트여 장쾌한 제주의 진면목을 파노라마로 볼 수 있다.
새별오름은 제주를 여행할 때 한 번쯤 가봐야할 만큼 아름다운 전망을 품고 있다. 특히 가을 억새철과 정월대보름 들불축제가 열릴 때 방문하면 새별오름의 깊은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겠다.
봉우리가 쌍둥이처럼 솟은 이달오름
이달오름은 이달봉과 이달이촛대봉 등 두 개의 봉우리로 되어있어 이달봉 또는 이달오름으로 불린다. 이달오름은 들불축제로 유명한 새별오름과 이웃해 있으며, 촛대봉과는 쌍둥이 화산체로 아름다운 곡선미를 자랑한다.
새별오름 주차장 왼쪽으로 이달오름 가는 길이 시작된다. 새별오름 서남쪽 기슭에 잠든 망자들의 공동묘지로 시작되는 농로를 따라가면 목장 초지길이 나타난다. 바로 왼쪽, 소나무와 삼나무로 우거진 무성한 오름이 이달오름이다.
이달오름은 새별오름 정상에서 가장 잘 보인다. 또한 새별오름은 이달오름 정상이나 목장 초지길에서 보았을 때 정말 예쁘다. 새별오름 정상에서 이미 이달오름을 보았기에 정상에는 오르지 않고 목장 초지길을 신나게 달려 보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광활한 곶자왈 한가운데, 문도지오름
문도지오름(260m)은 환경면 저지리에서 오설록 녹차밭까지 이어지는 제주올레 14-1코스 중간쯤에 있다. 한경면 방림원 사잇길을 따라 약 3km 들어가면 명성목장이 나타나고 오름길이 시작된다.
문도지오름은 명성목장의 말 방목지로도 이용되고 있다. 오름 대부분은 사유지이지만 소유주의 배려로 자유롭게 탐방할 수 있다. 오름의 들머리에서 정상을 지나 날머리까지는 0.8km로 짧지만, 정상에서 보여주는 풍경은 환상적이다. 사방을 360도 둘러보면 광활한 곶자왈 숲지대가 펼쳐지는데 온통 초록의 원시림으로 가득하다.
제주 서부 4개 읍·면에 걸친 곶자왈 지대에는 제주곶자왈도립공원을 비롯해 저지곶자왈
·서광곶자왈 · 동광곶자왈 · 청수곶자왈 · 산양곶자왈 · 무릉곶자왈 · 신평곶자왈 등이 있다.
문도지오름에 올라서면 사방은 온통 푸른 숲의 바다가 펼쳐진다. 일명 ‘곶자왈의 지붕’이다. 한림읍에서 시작한 곶자왈은 대정읍 신평리까지 무려 9.5㎞나 이어진다.
‘문도지’란 이름은 죽은 돼지의 형상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산등성이는 완만하고 매끈하다. 오름은 동쪽으로 열린 말굽형이며 산정은 네 방향으로 다채로운 경관을 품고 있다. 뒤편으로 한라산이 오롯이 조망되며 금오름을 시점으로 신창리 풍차와 당산봉, 좌측으로 산방산까지 이어지는 제주 서남부 권역이 드넓게 펼쳐진다. 고도는 낮지만 조망이 사방으로 탁 트여 돌오름, 당오름, 마중오름 등이 한눈에 보이고 발아래로는 저지곶자왈이 펼쳐진다.
붉은 흙과 초지로 뒤덮인 능선에서 유유히 풀을 뜯는 말들은 인기척에도 반응이 없다. 이미 사람에 익숙한 탓이다. 덜 알려져 생소한 편이지만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이곳은 손꼽히는 일몰 출사지로 알려져 있다. 간혹 웨딩스냅 촬영도 심심치 않게 이뤄진다.
문도지오름을 지나 임도를 따라 가는 길 양쪽은 모두 곶자왈 지대로 온갖 종류의 나무와 넝쿨이 어지러이 엉켜 자라고, 바닥은 흙 대신 용암이 굳어버린 바윗덩어리가 뒹구는 원시의 숲이다. 바로 저지곶자왈이다.
가을날의 제주
가을이 되면 제주의 들녘은 마치 억새의 바다와 같다. 바람은 잔잔하게 때론 거칠게 은빛 파도를 일으킨다. 능선을 따라 걷든, 굼부리의 사잇길을 횡단하든, 움직이는 모든 것이 그림이 된다. 해가 지평선에 가까워질수록 금빛으로 익어가는 바다. 시시각각 색과 빛이 조화를 일으킨다. 제주 토종 억새는 10~11월 사이 만발의 극치를 이루며 겨울까지 생명력과 정취를 유지한다.
가을 제주여행은 억새가 만발하는 낭만의 여로가 된다. 넓은 평원과 오름에는 바람에 흐드러진 하얀 억새풀로 채워지고 그 사이로 아늑한 오솔길이 놓여있다. 오솔길 따라 오름을 오르는 사이 잠시 가려졌던 시야는 산정에 도착하는 순간 경이로움으로 활짝 트인다. “와아~!!” 우리의 대응은 환성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