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 · 본지 공동기획
땅끝이 부른다!
해남 땅끝자전거길은 총 11개 코스 480km에 달하는 대규모 자전거여행 코스다. 전체 코스 중에 가장 빼어나고 특징적인 10곳의 경관을 선정해 보았다. 이른바 ‘해남 땅끝자전거길 10경’이다. 산악코스를 제외하면 자동차로 진입이 가능해 라이딩을 않는 가족을 배려한 여행지로도 훌륭하다. 여름 시즌에 맞춰 바다와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해남의 해변도 함께 소개한다. 10경 중 우항리 공룡화석지, 울돌목, 고천암 철새도래지, 목포구등대는 해남군이 선정한 ‘해남관광 8경’에도 포함된다
1경 우수영 울돌목
정말로 바닷물이 소용돌이치고 울부짖는 급류울돌목은 한자로 명량(鳴梁, 우는 해협 이란 뜻)이며, 이순신 장군이 13척으로 왜선 133척을 무찌른 명량해전의 무대다. 해남 우수영과 진도 사이에 형성된 해협은 명량에서 폭 300m 남짓으로 크게 좁아져 간조와 만조 때는 웬만한 배는 거슬러가기 어려운 엄청난 물살이 흐른다(최고 13노트, 시속 23km). 우수영관광지와 진도대교 아래쪽에 해안 산책로가 나 있어 명량의 진면목을 곁에서 볼 수 있다. 특히 간조 때 물살이 거세며 물이 허옇게 뒤집히고 소용돌이치는 모습은 신비감과 공포감을 준다. 왜군의 대함대는 이 물살에 밀려 대열이 흐트러지고 당황하면서 이순신의 수군에 격파당했다.
우수영관광지에는 울돌목과 명량대첩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명량대첩해전사기념전시관, 우수영문화마을 등이 어우러져 인공미와 자연미의 멋진 접점을 보여준다. 8월말 우수영관광지와 진도 망금산를 연결하는 길이 960m의 명량해상케이블카가 개통하면 울돌목은 더욱 극적이고 편리한 명소가 될 것이다.
땅끝자전거길 경유 : 제3코스 우수영길
2경 목포구등대
풍경화 속에 뛰어든 듯, 비현실적 절경
화원반도 최북단에는 마치 반도의 화룡점정처럼 하얗고 늘씬한 맵시의 목포구등대가 서있다. 1908년 처음 세워졌고 지금의 등대는 2003년 새로 만든 것으로 범선의 마스트를 형상화했으며, 어떻게 보면 횃불이나 닭벼슬 같기도 한 특이한 모습이다. 높이가 36.5m에 달해 바로 아래에 서면 웅장한 느낌도 준다. 전국의 수많은 등대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특별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래의 목포구등대는 조금 위쪽에 보존되고 있다. 목포구(木浦口)라는 특이한 이름은 등대 앞쪽을 지나는 해로가 목포로 진입하는 입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등대뿐 아니라 주변 경관도 대단히 빼어나다. 목포 달리도와의 사이에 형성된 폭 700m 정도의 해협은 손에 잡힐 듯 가깝고 서쪽으로는 바다 저편으로 신안의 섬들이 아스라하다. 목포는 여객선과 화물선, 어선이 쉼 없이 드나드는 큰 항구여서 해협을 지나는 배가 끊이지 않는다. 등대 앞으로 기나긴 물살을 남기며 배가 지나쳐가는 순간, 풍경의 완성도는 그림엽서가 된다. 등대 입구에는 매월낙조전망대가 조성되어 있는데 강강술래 조형물이 운치를 더해준다.
현재는 화원반도 북단으로 곧장 가는 길이 없어 매계잔등고개를 넘어 우회해야 하지만 2023년 북안의 해안도로가 완성되면 화원반도는 해남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가장 매혹적인 해안길 코스로 각광받을 것이다.
땅끝자전거길 경유 : 제2코스 화원반도길
3경 금쇄동
신선을 꿈꾼 윤선도의 별유천지
‘어부사시사’ ‘오우가’ 등 국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고산 윤선도(1587~1671)는 해남을 대표하는 역사 인물이다. 해남윤씨 종가인 녹우당(綠雨堂)은 고산의 생가로 사당과 유물관, 전시관 등이 조성되어 있다. 만년에 은거했던 금쇄동은 녹우당에서 다소 떨어진 병풍산(313m) 깊은 골짜기 안에 숨어 있다.
‘금으로 막은 골짜기’라는 뜻의 금쇄동(金鎖洞)은 고산이 금쇄석궤(金鎖錫櫃, 금칠을 한 궤짝)를 얻는 꿈을 꾸고 얼마 후 꿈의 배경과 똑 같은 장소를 발견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산세가 아주 특이해서 지형만으로도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 확연하다. 산줄기에 완벽히 둘러싸인 골짜기는 마치 태극처럼 휘돌고, 물줄기 안쪽 가장 깊은 산 정상에 흔적만 남은 옛 산성터가 고산이 은거하며 노닐던 금쇄동이다. 고산이 이곳에서 9년을 머물며 산중생활을 수필로 남긴 것이 국내최초의 산중수필인 <금쇄동기(金鎖洞記)>다. 고산은 금쇄동 곳곳에 그만의 지명을 붙였는데 선풍이 감도는 하휴(下休), 중휴(中休), 상휴(上休), 쇄풍(灑風), 회심(會心) 등 22개나 된다. 여기서 사람이 빠진, 수(水)·석(石)·송(松)·죽(竹)·월(月)의 다섯 벗을 노래한 ‘오우가(五友歌)’를 지은 이유를 알만 하다. 금쇄동은 보길도 부용동과 함께 고산만의 원림이었던 것이다. 지금도 뜻을 알 수 없는 특이한 구조물과 집터, 연못 등이 남아 있어 당시에는 산중 별세계를 이뤘을 것이다. 고산의 무덤도 금쇄동 입구에 있으며, 그가 노닐던 흔적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깊은 선풍을 맛보게 된다.
땅끝자전거길 경유 : 제6코스 윤선도길
4경 고천암호 갈대밭
가을에는 갈대, 겨울에는 철새, 여름에는 바람이 우는 곳
고천암호는 고천암방조제(1988년 완공)로 인해 생겨난 인공호수다. 호수의 면적은 6.65㎢(약 202만평)로 갈대숲을 비롯한 습지가 형성되어 철새들이 즐겨 찾는 생태호수다. 12월부터 2월말까지 몰려드는 가창오리떼의 군무는 특히 장관이다. 고천암(庫千巖)이란 이름은 고천암자연생태공원 옆에 우뚝한 바위에서 유래했다. 원래는 황량한 갯벌지대였다가 방조제 이후 너른 평야가 생기자 주민들은 고천암이 ‘천 개의 창고를 채울 수 있는 곡창’을 뜻한다고 풀이한다.
호수 동쪽에는 특히 갈대숲이 많은데 내사리 일원의 갈대숲은 규모가 엄청나다. 호반을 따라 폭 130m, 길이 4km의 장대한 갈대밭이 형성되어 있고 그 안쪽에는 길이 2.7km, 최대폭 500m의 갈대밭이 거대한 섬을 이루고 있다. 갈대탐방로에 들어서면 사방을 에워싼 갈대숲에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가을에는 갈대가 키 높이로 자라 은근한 낭만풍경이 연출되고, 겨울에는 철새가 군무를 춘다. 낮이 긴 여름에는 서쪽 하늘을 빨갛게 물들이는 노을과 실바람에 흔들리는 잎새가 매혹한다.
땅끝자전거길 경유 : 제7코스 고천암호반길
5경 달마산 큰바람재
땅끝 직전의 기암괴석 산악미의 절정
달마산(489m)은 한반도를 종횡으로 누비던 지맥이 해남에 이르러 명산 두륜산(703m)을 솟구치고, 그 여세를 몰아 마치 손가락으로 대양을 가리키듯 마지막으로 기암괴석의 산악미를 이룬 산이다. 땅끝은 달마산의 최남단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원래 ‘달마고도’는 땅끝으로 치닫는 최후의 산줄기 달마산 일대를 도는 길이 17.7km의 트레킹 코스다. 달마산에 전해오는 12곳의 옛 암자를 순례하는 둘레길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선정 ‘한국관광 100선’에 포함될 정도로 아름답고 독특한 미황사도 포함하고 있다.
땅끝자전거길 제1코스 달마고도는 트레킹 코스 ‘달마고도’ 아래쪽 외곽을 반시계방향으로 순환한다. 달마산 북쪽 능선을 넘는 큰바람재는 이름 그대로 언제나 바람이 부는 ‘폭풍의 언덕’이다. 나무도 춤추고 풀도 춤추고 머리카락과 옷깃도, 자전거도 춤춘다. 해발 196m의 고갯마루는 그침 없는 폭풍과 남쪽으로 칼날처럼 솟아 창공을 찌르는 암봉이 어우러져 고산의 풍모마저 보여준다.
땅끝자전거길 경유 : 제1코스 달마고도
6경 해남공룡박물관
쥬라기공원이 바로 여기에, 국내최대 공룡왕국
전국 곳곳에서 공룡 발자국과 화석이 발견되면서 박물관이나 전시관이 여러 곳 생겨나고 있지만 규모와 내용에서 해남공룡박물관은 단연 압권이다. 금호호 호반의 황산면 우항리 박물관 주변은 세계 최초로 익룡, 공룡, 새 발자국이 같은 지층에서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이들 화석지는 천연기념물 제394호로 지정되어 있다.
공룡박물관은 어린이나 청소년의 교육용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적인 히트작 <쥬라기공원>을 재미있게 봤다면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공룡을 실물크기의 모형과 골격으로 만날 수 있어 성인에게도 흥미진진하다. 입구에는 길이 20m가 넘는 대형초식공룡 조바리아 실물모형부터 기선을 제압한다.
구내로 들어서면 야외에 실물 크기의 공룡 모형 36점이 곳곳에 포진해 진짜 ‘쥬라기공원’에 들어선 것 같다. 박물관 실내에는 티라노사우루스를 비롯해 몸길이 25m의 대왕고래까지 진품화석 447점이 전시되어 있다. 작동하고 울부짖는 티라노사우루 모형도 실감 난다. 공룡발자국을 보존하는 야외전시관도 종류별로 조각류공룡관, 익룡·조류관, 대형공룡관까지 세 군데나 있어 전체규모가 엄청나다. 호반을 따라 길게 조성된 부지는 길이가 1km나 되고 볼거리가 많아 입구 주차장에서 코끼리열차가 운행할 정도다. 제대로 보려면 반나절은 잡아야 하며, 해남여행을 간다면 반드시 봐야할 필수 명소다.
관람시간 09:00~18:00(7~8월은 1시간 연장 운영), 월요일 휴관, 입장료 5000원(어린이 3000원).
061-530-5949땅끝자전거길 경유 : 제5코스 지평선길
7경 토도 노두길
곳곳에 물이 갈라지는 기적의 바닷길
해남의 척추라고 할 수 있는 두륜산~달마산 줄기 동쪽, 북평면과 북일면 일대는 주변 산세가 수려하고 난대림이 빽빽해 지형적으로 대단히 독특하다. 게다가 국내최대의 전방후원분을 비롯해 고대 한일관계의 미스터리를 간직한 고분들도 분포해 역사적으로도 신비롭다. 해안선은 더욱 기이해서 갯벌이 잘 발달해 있으면서도 섬들이 흩어져 있어 육지와 섬을 잇는 노두길이 여러 군데 있다. 밀물 때는 감쪽같이 잠기고 썰물 때는 어엿한 길이 되어 드러나는 노두길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모세의 기적’처럼 느껴지는 신비경이다.
숱하게 열리는 노두길 중 백미는 엉뚱하게도 완도군에 속한 토도(兎島, 토끼섬)와 이어지며 길이는 700m에 달한다. 밀물 때는 완전히 물에 잠기지만 꼭대기만 남은 전봇대의 도열이 길을 말해준다. 물이 빠지고 길이 드러나면 바닷물에 촉촉이 젖은 노면이 미끄럽고 바퀴에는 흙탕이 튀어 오르지만 수면 위를 지나는 것 같은 이색체험이다.
토도에 도착하면 얼결에 완도군에 들어선다. 섬은 길이 500m 남짓의 초미니지만 20가구 남짓한 작은 어촌이 있고, 다리 없이도 자동차로 육지를 오갈 수 있으니 진짜 섬인지는 애매하다. 토도가 완도 소속이 된 것은 노두길이 없을 때는 오직 배만 이용할 수 있는데 포구가 갯벌이 없는 남쪽 완도방향으로 열려 있기 때문이다. 물론 거리는 해남이 훨씬 더 가깝다. 이렇게 노두길이 군데군데 있는 조붓한 해안길은 그 자체로 한없이 정겹고 아름다워 갈길을 잊게 만든다.
땅끝자전거길 경유 : 제10코스 노두길
8경 지평선길
완전한 평면 위의 완벽한 직선
산지가 70%나 되고 넓다는 들판도 저 멀리 산이 막아서는 이 땅에서 광야는 참으로 귀한 존재다. 외국영화에서 흔히 보는 지평선으로 둘러싸인 광야와 소실점으로 모아드는 아득한 직선로가 우리에게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현실에서 그런 광경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뜻밖에 해남에 지평선이 가물거리는 들판과 그 한가운데를 꿰뚫듯이 지나는 아득한 직선로가 있다. 이 길은 현대문명의 산물이기도 하다. 영암과 화원반도 사이에 영암방조제와 금호방조제를 막아 거대한 담수호인 영암호, 금호호를 조성하고, 그 다음에는 주변의 갯벌을 간척해 바둑판 형태의 곡창지대를 일궈냈다. 이 곡창지대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길은 자연스럽게 직선이 되었고,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길이로 까마득히 뻗어난다. 황산면 연호리에서 시작된 직선로는 산이면 예정리, 초송리를 거쳐 진산리까지 이어져 4개 리(里)를 관통하며 장장 6.6km에 이른다. 저 멀리 화원반도의 산들이 아른거리지만 시선을 낮추면 지평선도 어른거린다. 왕복 2차로 도로가 잘 나 있으나 언제 가도 길이든 들이든 인적이 드물다. 직선로 바로 옆에는 길이 1km의 경비행기 활주로(초당대 콘도르비행교육원 산이비행장)까지 있지만 너무나 광대한 공간감과 장대한 직선들의 격자에 파묻혀 존재감이 없다. 거칠 것 없는 광야가, 끝 모를 직선로가 그립다면 해남으로 가보자.
땅끝자전거길 경유 : 제5코스 지평선길
9경 관두산 해안임도
망망대해 바라보는, 무인지경 산길
땅끝은 육지의 끝이기도 하면서 서해와 남해를 가르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땅끝자전거길 11개 코스 중 장장 72.5km로 가장 긴 바다백리길은 땅끝 직전의 서해안 최남단을 돌아오는 코스다. 전체 길이는 근 200리지만 해안길만 100리(40km)란 뜻이다.
화산면과 송지면에 걸친 코스는 워낙 길고 지형이 다채로워 해안임도, 백사장, 방조제, 농로, 염전, 포구 등등 한국적 해안에서 마주칠 수 있는 모든 경관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곳이 서해안에서는 극히 드문, 바다를 바라보는 산길―해안임도 구간이다. 코스의 최북단인 대월산과 관두산 두 곳에 해안임도가 있으며, 그 중에서도 관두산(177m) 임도가 경관이 탁 트이고 원시적인 분위기를 간직한 길 자체도 흥미진진하다. 임도는 숲길을 이루지만 중간 중간 조망이 트인 곳에서는 놀라운 장관을 볼 수 있다. 맞은편으로 진도가 길게 드리워져 있고, 그 남쪽으로는 수평선 아득한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해남과 진도 사이에는 점점이 뜬 섬들이 호기심과 그리움을 자아낸다.
인적이 드물고 관리가 되지 않아 여름에는 수풀이 자라 대단한 오지 느낌을 주지만 해안임도는 4km가 채 되지 않는다. 관두산 남쪽 해변은 조선시대에 제주도를 오가는 배가 출항했던 관두량 터다. 부임하는 제주 목사나 귀양 가는 사람들도 여기서 배에 올랐다니 관두산은 작별의 등대이기도 했던 것이다.
땅끝자전거길 경유 : 제4코스 바다백리길
10경 은적사
소음과 인적 끊긴 원초적 적막강산
해남의 진산(鎭山)은 두륜산이나 흑석산 같은 높고 유명한 산이 아니라 읍내 뒤편에 솟은 금강산(488m)이다. 전국에는 좋은 경치를 강조하기 위해 금강산의 이름을 가져다쓰는 경우가 있지만 한자까지 똑 같은 금강산은 드물다. 해남 금강산은 금강산 줄기가 이곳에서 멈췄다는 지명의 유래가 전한다. 해안에서 멀지 않은 평지에서 솟아 488m의 높이로도 당당한 위용을 발산한다. 금강산은 인근의 만대산(493m)과 산줄기를 이으면서 일대에 상당히 넓은 산악지대를 이루고 있다.
이 금강산 북쪽 골짜기 깊은 곳 해발 170m 지점에 은적사(隱寂寺)가 있다. 숨을 은, 적막할 적… 이름 그대로다. 명찰 미황사를 두고 이곳을 10경에 꼽은 것은 이 시대에 드문 고요와 차분함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찾는 이가 드물어 자동차든, 사람이든 현실과 현대의 소음은 모두 사라지고 새소리, 바람소리만 감돌 뿐이다. 경내는 항상 열려 있고 스님마저 없이 비어 있을 때가 많을 정도로 완전한 개방 겸 무심이기에 경내에 들어서는 순간 금욕과 묵언이 저절로 되는 것만 같다. 절을 오르는 길가에는 삼나무와 동백, 비자나무 같은 상록수가 울창하고 가파른 경사는 속세와의 단절을 극대화시켜주는 진입 장벽으로 느껴진다.
백제의 고찰 다보사라는 절터에 19세기 중엽 지금의 당우가 들어서고 이름도 은적사로 바꾸었다고 한다. 건축미는 고졸하지 않으나 신라말~고려초로 추정되는 철조 비로자나불좌상과 아담한 3층 석탑이 천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말해준다.
땅끝자전거길 경유 : 제8코스 금강산일주
글/사진 김병훈 발행인
해남군 · 본지 공동기획
땅끝이 부른다!
해남 땅끝자전거길은 총 11개 코스 480km에 달하는 대규모 자전거여행 코스다. 전체 코스 중에 가장 빼어나고 특징적인 10곳의 경관을 선정해 보았다. 이른바 ‘해남 땅끝자전거길 10경’이다. 산악코스를 제외하면 자동차로 진입이 가능해 라이딩을 않는 가족을 배려한 여행지로도 훌륭하다. 여름 시즌에 맞춰 바다와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해남의 해변도 함께 소개한다. 10경 중 우항리 공룡화석지, 울돌목, 고천암 철새도래지, 목포구등대는 해남군이 선정한 ‘해남관광 8경’에도 포함된다
정말로 바닷물이 소용돌이치고 울부짖는 급류
울돌목은 한자로 명량(鳴梁, 우는 해협 이란 뜻)이며, 이순신 장군이 13척으로 왜선 133척을 무찌른 명량해전의 무대다. 해남 우수영과 진도 사이에 형성된 해협은 명량에서 폭 300m 남짓으로 크게 좁아져 간조와 만조 때는 웬만한 배는 거슬러가기 어려운 엄청난 물살이 흐른다(최고 13노트, 시속 23km). 우수영관광지와 진도대교 아래쪽에 해안 산책로가 나 있어 명량의 진면목을 곁에서 볼 수 있다. 특히 간조 때 물살이 거세며 물이 허옇게 뒤집히고 소용돌이치는 모습은 신비감과 공포감을 준다. 왜군의 대함대는 이 물살에 밀려 대열이 흐트러지고 당황하면서 이순신의 수군에 격파당했다.
우수영관광지에는 울돌목과 명량대첩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명량대첩해전사기념전시관, 우수영문화마을 등이 어우러져 인공미와 자연미의 멋진 접점을 보여준다. 8월말 우수영관광지와 진도 망금산를 연결하는 길이 960m의 명량해상케이블카가 개통하면 울돌목은 더욱 극적이고 편리한 명소가 될 것이다.땅끝자전거길 경유 : 제3코스 우수영길
2경 목포구등대
풍경화 속에 뛰어든 듯, 비현실적 절경
화원반도 최북단에는 마치 반도의 화룡점정처럼 하얗고 늘씬한 맵시의 목포구등대가 서있다. 1908년 처음 세워졌고 지금의 등대는 2003년 새로 만든 것으로 범선의 마스트를 형상화했으며, 어떻게 보면 횃불이나 닭벼슬 같기도 한 특이한 모습이다. 높이가 36.5m에 달해 바로 아래에 서면 웅장한 느낌도 준다. 전국의 수많은 등대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특별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래의 목포구등대는 조금 위쪽에 보존되고 있다. 목포구(木浦口)라는 특이한 이름은 등대 앞쪽을 지나는 해로가 목포로 진입하는 입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등대뿐 아니라 주변 경관도 대단히 빼어나다. 목포 달리도와의 사이에 형성된 폭 700m 정도의 해협은 손에 잡힐 듯 가깝고 서쪽으로는 바다 저편으로 신안의 섬들이 아스라하다. 목포는 여객선과 화물선, 어선이 쉼 없이 드나드는 큰 항구여서 해협을 지나는 배가 끊이지 않는다. 등대 앞으로 기나긴 물살을 남기며 배가 지나쳐가는 순간, 풍경의 완성도는 그림엽서가 된다. 등대 입구에는 매월낙조전망대가 조성되어 있는데 강강술래 조형물이 운치를 더해준다.현재는 화원반도 북단으로 곧장 가는 길이 없어 매계잔등고개를 넘어 우회해야 하지만 2023년 북안의 해안도로가 완성되면 화원반도는 해남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가장 매혹적인 해안길 코스로 각광받을 것이다.
땅끝자전거길 경유 : 제2코스 화원반도길
3경 금쇄동
신선을 꿈꾼 윤선도의 별유천지
‘어부사시사’ ‘오우가’ 등 국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고산 윤선도(1587~1671)는 해남을 대표하는 역사 인물이다. 해남윤씨 종가인 녹우당(綠雨堂)은 고산의 생가로 사당과 유물관, 전시관 등이 조성되어 있다. 만년에 은거했던 금쇄동은 녹우당에서 다소 떨어진 병풍산(313m) 깊은 골짜기 안에 숨어 있다.
‘금으로 막은 골짜기’라는 뜻의 금쇄동(金鎖洞)은 고산이 금쇄석궤(金鎖錫櫃, 금칠을 한 궤짝)를 얻는 꿈을 꾸고 얼마 후 꿈의 배경과 똑 같은 장소를 발견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산세가 아주 특이해서 지형만으로도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 확연하다. 산줄기에 완벽히 둘러싸인 골짜기는 마치 태극처럼 휘돌고, 물줄기 안쪽 가장 깊은 산 정상에 흔적만 남은 옛 산성터가 고산이 은거하며 노닐던 금쇄동이다. 고산이 이곳에서 9년을 머물며 산중생활을 수필로 남긴 것이 국내최초의 산중수필인 <금쇄동기(金鎖洞記)>다. 고산은 금쇄동 곳곳에 그만의 지명을 붙였는데 선풍이 감도는 하휴(下休), 중휴(中休), 상휴(上休), 쇄풍(灑風), 회심(會心) 등 22개나 된다. 여기서 사람이 빠진, 수(水)·석(石)·송(松)·죽(竹)·월(月)의 다섯 벗을 노래한 ‘오우가(五友歌)’를 지은 이유를 알만 하다. 금쇄동은 보길도 부용동과 함께 고산만의 원림이었던 것이다. 지금도 뜻을 알 수 없는 특이한 구조물과 집터, 연못 등이 남아 있어 당시에는 산중 별세계를 이뤘을 것이다. 고산의 무덤도 금쇄동 입구에 있으며, 그가 노닐던 흔적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깊은 선풍을 맛보게 된다.땅끝자전거길 경유 : 제6코스 윤선도길
4경 고천암호 갈대밭
가을에는 갈대, 겨울에는 철새, 여름에는 바람이 우는 곳
고천암호는 고천암방조제(1988년 완공)로 인해 생겨난 인공호수다. 호수의 면적은 6.65㎢(약 202만평)로 갈대숲을 비롯한 습지가 형성되어 철새들이 즐겨 찾는 생태호수다. 12월부터 2월말까지 몰려드는 가창오리떼의 군무는 특히 장관이다. 고천암(庫千巖)이란 이름은 고천암자연생태공원 옆에 우뚝한 바위에서 유래했다. 원래는 황량한 갯벌지대였다가 방조제 이후 너른 평야가 생기자 주민들은 고천암이 ‘천 개의 창고를 채울 수 있는 곡창’을 뜻한다고 풀이한다.
호수 동쪽에는 특히 갈대숲이 많은데 내사리 일원의 갈대숲은 규모가 엄청나다. 호반을 따라 폭 130m, 길이 4km의 장대한 갈대밭이 형성되어 있고 그 안쪽에는 길이 2.7km, 최대폭 500m의 갈대밭이 거대한 섬을 이루고 있다. 갈대탐방로에 들어서면 사방을 에워싼 갈대숲에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가을에는 갈대가 키 높이로 자라 은근한 낭만풍경이 연출되고, 겨울에는 철새가 군무를 춘다. 낮이 긴 여름에는 서쪽 하늘을 빨갛게 물들이는 노을과 실바람에 흔들리는 잎새가 매혹한다.땅끝자전거길 경유 : 제7코스 고천암호반길
5경 달마산 큰바람재
땅끝 직전의 기암괴석 산악미의 절정
달마산(489m)은 한반도를 종횡으로 누비던 지맥이 해남에 이르러 명산 두륜산(703m)을 솟구치고, 그 여세를 몰아 마치 손가락으로 대양을 가리키듯 마지막으로 기암괴석의 산악미를 이룬 산이다. 땅끝은 달마산의 최남단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원래 ‘달마고도’는 땅끝으로 치닫는 최후의 산줄기 달마산 일대를 도는 길이 17.7km의 트레킹 코스다. 달마산에 전해오는 12곳의 옛 암자를 순례하는 둘레길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선정 ‘한국관광 100선’에 포함될 정도로 아름답고 독특한 미황사도 포함하고 있다.땅끝자전거길 제1코스 달마고도는 트레킹 코스 ‘달마고도’ 아래쪽 외곽을 반시계방향으로 순환한다. 달마산 북쪽 능선을 넘는 큰바람재는 이름 그대로 언제나 바람이 부는 ‘폭풍의 언덕’이다. 나무도 춤추고 풀도 춤추고 머리카락과 옷깃도, 자전거도 춤춘다. 해발 196m의 고갯마루는 그침 없는 폭풍과 남쪽으로 칼날처럼 솟아 창공을 찌르는 암봉이 어우러져 고산의 풍모마저 보여준다.
땅끝자전거길 경유 : 제1코스 달마고도
6경 해남공룡박물관
쥬라기공원이 바로 여기에, 국내최대 공룡왕국
전국 곳곳에서 공룡 발자국과 화석이 발견되면서 박물관이나 전시관이 여러 곳 생겨나고 있지만 규모와 내용에서 해남공룡박물관은 단연 압권이다. 금호호 호반의 황산면 우항리 박물관 주변은 세계 최초로 익룡, 공룡, 새 발자국이 같은 지층에서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이들 화석지는 천연기념물 제394호로 지정되어 있다.
공룡박물관은 어린이나 청소년의 교육용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적인 히트작 <쥬라기공원>을 재미있게 봤다면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공룡을 실물크기의 모형과 골격으로 만날 수 있어 성인에게도 흥미진진하다. 입구에는 길이 20m가 넘는 대형초식공룡 조바리아 실물모형부터 기선을 제압한다.구내로 들어서면 야외에 실물 크기의 공룡 모형 36점이 곳곳에 포진해 진짜 ‘쥬라기공원’에 들어선 것 같다. 박물관 실내에는 티라노사우루스를 비롯해 몸길이 25m의 대왕고래까지 진품화석 447점이 전시되어 있다. 작동하고 울부짖는 티라노사우루 모형도 실감 난다. 공룡발자국을 보존하는 야외전시관도 종류별로 조각류공룡관, 익룡·조류관, 대형공룡관까지 세 군데나 있어 전체규모가 엄청나다. 호반을 따라 길게 조성된 부지는 길이가 1km나 되고 볼거리가 많아 입구 주차장에서 코끼리열차가 운행할 정도다. 제대로 보려면 반나절은 잡아야 하며, 해남여행을 간다면 반드시 봐야할 필수 명소다.
관람시간 09:00~18:00(7~8월은 1시간 연장 운영), 월요일 휴관, 입장료 5000원(어린이 3000원). 061-530-5949
땅끝자전거길 경유 : 제5코스 지평선길
7경 토도 노두길
곳곳에 물이 갈라지는 기적의 바닷길
해남의 척추라고 할 수 있는 두륜산~달마산 줄기 동쪽, 북평면과 북일면 일대는 주변 산세가 수려하고 난대림이 빽빽해 지형적으로 대단히 독특하다. 게다가 국내최대의 전방후원분을 비롯해 고대 한일관계의 미스터리를 간직한 고분들도 분포해 역사적으로도 신비롭다. 해안선은 더욱 기이해서 갯벌이 잘 발달해 있으면서도 섬들이 흩어져 있어 육지와 섬을 잇는 노두길이 여러 군데 있다. 밀물 때는 감쪽같이 잠기고 썰물 때는 어엿한 길이 되어 드러나는 노두길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모세의 기적’처럼 느껴지는 신비경이다.
숱하게 열리는 노두길 중 백미는 엉뚱하게도 완도군에 속한 토도(兎島, 토끼섬)와 이어지며 길이는 700m에 달한다. 밀물 때는 완전히 물에 잠기지만 꼭대기만 남은 전봇대의 도열이 길을 말해준다. 물이 빠지고 길이 드러나면 바닷물에 촉촉이 젖은 노면이 미끄럽고 바퀴에는 흙탕이 튀어 오르지만 수면 위를 지나는 것 같은 이색체험이다.토도에 도착하면 얼결에 완도군에 들어선다. 섬은 길이 500m 남짓의 초미니지만 20가구 남짓한 작은 어촌이 있고, 다리 없이도 자동차로 육지를 오갈 수 있으니 진짜 섬인지는 애매하다. 토도가 완도 소속이 된 것은 노두길이 없을 때는 오직 배만 이용할 수 있는데 포구가 갯벌이 없는 남쪽 완도방향으로 열려 있기 때문이다. 물론 거리는 해남이 훨씬 더 가깝다. 이렇게 노두길이 군데군데 있는 조붓한 해안길은 그 자체로 한없이 정겹고 아름다워 갈길을 잊게 만든다.
땅끝자전거길 경유 : 제10코스 노두길
8경 지평선길
완전한 평면 위의 완벽한 직선
산지가 70%나 되고 넓다는 들판도 저 멀리 산이 막아서는 이 땅에서 광야는 참으로 귀한 존재다. 외국영화에서 흔히 보는 지평선으로 둘러싸인 광야와 소실점으로 모아드는 아득한 직선로가 우리에게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현실에서 그런 광경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뜻밖에 해남에 지평선이 가물거리는 들판과 그 한가운데를 꿰뚫듯이 지나는 아득한 직선로가 있다. 이 길은 현대문명의 산물이기도 하다. 영암과 화원반도 사이에 영암방조제와 금호방조제를 막아 거대한 담수호인 영암호, 금호호를 조성하고, 그 다음에는 주변의 갯벌을 간척해 바둑판 형태의 곡창지대를 일궈냈다. 이 곡창지대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길은 자연스럽게 직선이 되었고,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길이로 까마득히 뻗어난다. 황산면 연호리에서 시작된 직선로는 산이면 예정리, 초송리를 거쳐 진산리까지 이어져 4개 리(里)를 관통하며 장장 6.6km에 이른다. 저 멀리 화원반도의 산들이 아른거리지만 시선을 낮추면 지평선도 어른거린다. 왕복 2차로 도로가 잘 나 있으나 언제 가도 길이든 들이든 인적이 드물다. 직선로 바로 옆에는 길이 1km의 경비행기 활주로(초당대 콘도르비행교육원 산이비행장)까지 있지만 너무나 광대한 공간감과 장대한 직선들의 격자에 파묻혀 존재감이 없다. 거칠 것 없는 광야가, 끝 모를 직선로가 그립다면 해남으로 가보자.땅끝자전거길 경유 : 제5코스 지평선길
9경 관두산 해안임도
망망대해 바라보는, 무인지경 산길
땅끝은 육지의 끝이기도 하면서 서해와 남해를 가르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땅끝자전거길 11개 코스 중 장장 72.5km로 가장 긴 바다백리길은 땅끝 직전의 서해안 최남단을 돌아오는 코스다. 전체 길이는 근 200리지만 해안길만 100리(40km)란 뜻이다.
화산면과 송지면에 걸친 코스는 워낙 길고 지형이 다채로워 해안임도, 백사장, 방조제, 농로, 염전, 포구 등등 한국적 해안에서 마주칠 수 있는 모든 경관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곳이 서해안에서는 극히 드문, 바다를 바라보는 산길―해안임도 구간이다. 코스의 최북단인 대월산과 관두산 두 곳에 해안임도가 있으며, 그 중에서도 관두산(177m) 임도가 경관이 탁 트이고 원시적인 분위기를 간직한 길 자체도 흥미진진하다. 임도는 숲길을 이루지만 중간 중간 조망이 트인 곳에서는 놀라운 장관을 볼 수 있다. 맞은편으로 진도가 길게 드리워져 있고, 그 남쪽으로는 수평선 아득한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해남과 진도 사이에는 점점이 뜬 섬들이 호기심과 그리움을 자아낸다.인적이 드물고 관리가 되지 않아 여름에는 수풀이 자라 대단한 오지 느낌을 주지만 해안임도는 4km가 채 되지 않는다. 관두산 남쪽 해변은 조선시대에 제주도를 오가는 배가 출항했던 관두량 터다. 부임하는 제주 목사나 귀양 가는 사람들도 여기서 배에 올랐다니 관두산은 작별의 등대이기도 했던 것이다.
땅끝자전거길 경유 : 제4코스 바다백리길
10경 은적사
소음과 인적 끊긴 원초적 적막강산
해남의 진산(鎭山)은 두륜산이나 흑석산 같은 높고 유명한 산이 아니라 읍내 뒤편에 솟은 금강산(488m)이다. 전국에는 좋은 경치를 강조하기 위해 금강산의 이름을 가져다쓰는 경우가 있지만 한자까지 똑 같은 금강산은 드물다. 해남 금강산은 금강산 줄기가 이곳에서 멈췄다는 지명의 유래가 전한다. 해안에서 멀지 않은 평지에서 솟아 488m의 높이로도 당당한 위용을 발산한다. 금강산은 인근의 만대산(493m)과 산줄기를 이으면서 일대에 상당히 넓은 산악지대를 이루고 있다.
이 금강산 북쪽 골짜기 깊은 곳 해발 170m 지점에 은적사(隱寂寺)가 있다. 숨을 은, 적막할 적… 이름 그대로다. 명찰 미황사를 두고 이곳을 10경에 꼽은 것은 이 시대에 드문 고요와 차분함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찾는 이가 드물어 자동차든, 사람이든 현실과 현대의 소음은 모두 사라지고 새소리, 바람소리만 감돌 뿐이다. 경내는 항상 열려 있고 스님마저 없이 비어 있을 때가 많을 정도로 완전한 개방 겸 무심이기에 경내에 들어서는 순간 금욕과 묵언이 저절로 되는 것만 같다. 절을 오르는 길가에는 삼나무와 동백, 비자나무 같은 상록수가 울창하고 가파른 경사는 속세와의 단절을 극대화시켜주는 진입 장벽으로 느껴진다.백제의 고찰 다보사라는 절터에 19세기 중엽 지금의 당우가 들어서고 이름도 은적사로 바꾸었다고 한다. 건축미는 고졸하지 않으나 신라말~고려초로 추정되는 철조 비로자나불좌상과 아담한 3층 석탑이 천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말해준다.
땅끝자전거길 경유 : 제8코스 금강산일주
글/사진 김병훈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