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제주권여수 돌산도 일주 51km

자생투어
202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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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인데, 봄처녀의 불시착?

남쪽으로 가야한다. 무조건 가장 남쪽, 육지의 끝으로 가야한다. 까짓 추위쯤이야 실내에 머물면 되지만 천생 라이더는 장기간 ‘방콕’을 견딜 수 없다. 위도상 최남단은 해남 땅끝이나 완도 즈음이지만 등온선은 부산을 접점으로 비스듬히 그려지기 때문에 여수~남해~거제 일원이 가장 따뜻한 편이다. 일단 제주도와 배로 들어가야 하는 진짜 섬은 제외하자. 그래서 가장 먼저 도착한 남단은 여수 돌산도. 동백꽃은 피었는지, 야자수는 싱그러운지, 바람에 냉기는 없는지 희망과 설렘을 안고 남으로 향한다

한겨울의 꽃길. 남해안 일부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구례까지만 해도 산에는 잔설이 많았는데 순천으로 접어들자 갑자기 하늘이 환해지고 온기가 돌면서 눈이 보이지 않고 기온도 훌쩍 올라간다. 혹독한 서울의 1월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여수를 지나면 산은 상록수의 푸름이요, 바다는 코발트 블루의 청정 심연이다. 여수시내를 지나 돌산도로 접어들자 야자수가 보이기 시작한다. 여전히 푸르고 싱싱하다. 이곳에 과연 겨울이 오긴 온 것인가. 시기를 착각한 봄처녀가 잠시 불시착한 것인지, 아예 발끝을 걸치고 떠나지 않은 것인지.

정녕 이곳에 겨울이 온 적 있던가. 무슬목에 도열한 야자수 가로수

돌산도 일주도로 이정표. 총 56km이지만 무슬목 기준으로는 51km이다  

여수 남단에 딸린 돌산도는 일찍이 교량이 연결되어 외진 섬 분위기는 없지만, 간당간당한 지협(地峽)인 무슬목부터는 풍광이 일변해 왠지 진짜 섬 같기도 하다. 면적 68.9㎢로 울릉도(72.9㎢)와 맞먹으니 꽤 큰 섬이다. 이제 무슬목을 기점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섬을 일주할 것이다. 내륙에는 봉황산(460m)이 솟아 있고 임도도 있지만 추위를 피해 남국을 찾아온 이번에는 오로지 해변만 달릴 것이다. 여기서 얻은 온기를 잘 보존해서 남은 겨울을 나야 한다.

무슬목은 폭 200m 남짓한 좁은 땅으로 해수욕장과 전남해양수산과학관, 유원지가 조성되어 넓은 주차장이 있다. 17번 국도를 따라 수문장처럼 초입에 우뚝한 대미산(358m)~천마산(271m) 사이를 지나면 곧 바다가 펼쳐지고 길은 해안으로 바짝 붙는다. 해변은 굴양식장이 지천이고, 굴 양식에 필요한 가리비 껍질도 곳곳에 산적해 있다. 관광지가 아니라 주민들이 생계를 꾸리는 일상 속이다. 출발할 때는 아침이라 살짝 추웠지만 해가 훌쩍 오르자 바람 속에 냉기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페달링은 더없이 가볍다.

해안길 펜션의 이름이 '다시, 봄'이지만, '언제나, 봄' 같다

서해안쪽에는 자전거도로가 따로 구분되어 있지만 나머지 구간은 없다  

파릇한 시금치밭에서 봄내음이 물씬 나는 듯 

해안에 즐비한 굴양식장. 바다 저편에는 여수반도 최남단의 고봉산(362m)이 우뚝하다  

돌산도의 중심인 돌산읍은 면소재지 정도다. 조선시대에 배를 수리, 건조하던 방답진 선소(船所)는 안내문도 제대로 없다.

여수해양과학고 뒤로 돌아가면 언덕 길로 올라서고 조망이 확 트인다. 저 아래 바다는 잔잔하고, 장대한 화태대교도 모습을 드러낸다. 2015년 개통된 화태대교는 길이 1345m, 주탑높이 130m의 웅장한 사장교로 돌산도와 화태도를 잇고 있다. 추후에는 화태도 서쪽의 월호도~개도~제도를 거쳐 백야도까지 연도교가 이어진다. 이 길은 고흥까지 연결되어 일본 최고의 자전거길이라는 ‘시마나미해도’를 능가하는 ‘백리섬섬길’로 완성된다. 화태대교는 백리섬섬길의 동쪽 끝이 되는 셈이다. 대교를 건너 끝까지 가보니 ‘도로끝’ 간판이 길을 막는다. 월호도 이후 연결 교량은 아직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어서 원래 계획한 2028년 백리섬섬길 전 구간 개통은 어려울 것 같다.

안내문 하나 없는 방답진 선소. 옛날 석축이 드문드문 보인다  

오른쪽으로 화태대교 주탑이 보이는 군내리 언덕길. 자전거길 표시가 반갑다  

돌산도와 화태도를 연결하는 화태대교. 길이 1345m, 주탑높이 130m의 웅장한 사장교다. 섬섬백리길이 완성되면 동쪽 끝이 된다  

화태대교 위에서 바라본 신기항 

화태도에서 막힌 섬섬백리길. 이후 구간은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어서 2028년 개통은 어려워 보인다 

화태대교를 돌아 나와 해안을 따라 동진한다. 돌산도 중에서도 최남단이라 더욱 온화한 느낌이다. 남으로 돌출한 끝등전망대에 오르면 돌산도 절반 크기의 금오도가 저쪽으로 가깝다. 금오도 뒤편에는 연도(소리도)가 ‘돌산열도’의 최남단을 장식한다. 두 섬 모두 오래 전에 답사한 적이 있어서 지형을 보고 이름을 상기하는 것만으로도 반갑다. 벤치에 앉아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한동안을 쉬어간다.

이제 향일암으로 가려면 성두치(율림치, 190m)를 넘어야 한다. 해수면 가까이서 곧장 오르는 190m 고개는 엄청난 장벽이다. 그래도 고개를 넘으면 향일암이 멀지 않다. 겨울 평일이라 한산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역시 유명 관광지는 다르다. 암자로 향하는 좁은 골목길은 사람들 행렬이 끊이지 않아 라이딩으로 오르려던 계획을 포기한다. 이름처럼 향일암(向日庵)은 바다가 아니라 태양을 향한 곳. 전망대의 태양 조형물은 바닷바람에 퇴색이 심하다. 태양 아래 모든 존재는, 심지어 강철까지도 조금씩 늙어간다.

돌산도 남단의 끝등전망대. 정면에는 망망대해가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금오도가 보인다 


향일암 입구 전망대의 태양 조형물 뒤로 푸른 수평선이 아득하다  

여기 어디에 겨울이 발붙일 곳이 있는가. 이미 여름이 어른거리는 듯한 야자수와 상록수 뒤로 고깃배도 한가롭다   

단아한 백사장과 옥빛 바다가 어우러진 방죽포해변 

몽돌로 이뤄진 무슬목해변. 전망 좋은 언덕바지에는 리조트와 펜션 등이 계속 들어서고 있다

향일암에서 방죽포까지 섬 동해안은 이미 해가 들지 않는 음지이고 차량 통행이 적지 않아 심신에 여유가 별로 없다. 방죽포를 지나면 죽포에서 계동항까지 한적한 해변길이 나온다. 5km 남짓한 이 구간은 돌산도 일주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조용하고 아늑하면서 큰끝등대 반도 구간은 남향의 포근한 풍광이 따사롭다. 길가에는 동백꽃마저 흐드러져 겨울을 완전히 망각한다. 미세먼지 때문에 희미하긴 하지만 바다 멀리 남해도가 아련하다.

계동항을 지나 대미산 동안을 휘감으면 이윽고 무슬목해변이 보이면서 일주가 끝난다. 51km나 되는 만만치 않은 거리를 달렸건만 봄바람을 맞아서인지 피로와 추위는 감각 저편에서 허둥댈 뿐이다.

글/사진 김병훈 발행인  


tip

일반 도로구간이 많으므로 눈에 잘 띄는 복장을 하고 후미등을 켜고 다니는 것이 안전하다. 백미러도 부착하는 것이 좋다. 무슬목, 돌산항, 향일암 입구에 식당과 편의점이 있다.


여수 돌산도 일주 5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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