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한 광양만 산업단지가 한눈에
여수반도와 남해도 사이, 광양만은 아마도 국내최대의 공업단지일 것이다. 순천 율촌공단의 일반 산업단지, 여수 국가산단의 석유화학단지,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컨테이너부두 광양항까지, 만을 둘러싼 산업단지는 길이만 30km를 넘는다.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을 이 광대한 산단은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기반산업의 토대를 이룬다. 고층 굴뚝이 하늘을 향해 포문을 열고 기계음이 웅웅대는 이 내만은 일견 살풍경하지만 우리의 생계를 뒷받침하고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아무리 삭막한 경관도 원경으로 바라보면 특별한 의미와 위용으로 다가올 수 있는데, 광양 구봉산(473m)은 바로 이 광양만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구봉산 정상에는 메탈 아트로 봉수대 조형물이 서 있다. 밤에는 점등이 되어 광양만 전역을 비추는 등대가 된다
정상에서 바라본 동남쪽 조망. 바다를 가르는 이순신대교 왼쪽에 광양제철소가 광활하다. 맨 뒤에 희미하게 보이는 산은 남해도 망운산(786m)
출발지는 구봉산 동쪽의 성황스포츠센터. 넓은 주차장이 있고 주변은 신도시로 개발 중이어서 도로가 널찍하고 인도에는 별도의 자전거길이 잘 나 있다. 여기서 광양읍~순천시로 이어지는 865번 도로를 따라간다. 이 도로 변에도 난간으로 분리된 자전거길이 있어 안전하고 편하다.
먼저 지명으로서의 ‘광양’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광양제철소를 비롯해 거대한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확장된 광양시는 원래 광양읍으로 출발했다. 원래의 광양읍은 순천 동쪽에 있고, 현재의 광양시 중심은 구봉산 동쪽에 신도시로 들어섰다. 따라서 광양시 안에 광양읍이 그대로 존속하는 이상한 중복 형태가 되었다. 광양읍은 광양시에 속하는 구시가지 정도로 생각하면 되지만, ‘광양에 간다’고 할 때는 잘 구분해야 한다. 구봉산은 광양읍과 광양시내 중간에 자리하는 셈이다. 광양(15만), 순천(28만), 여수(27만) 등 세 도시는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으로 총인구가 70만에 달해 대도시의 면모를 보여준다.
구봉산 남쪽 허리를 감아도는 임도. 전구간이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다. 주능선 골짜기에 잔설이 조금 보인다
임도에서는 수풀에 가려 조망이 잘 트이지 않는다. 나뭇가지 사이로 광양항 컨테이너부두와 이순신대교가 겹쳐 보인다. 이순신대교 주탑은 세계최고의 270m 높이로, 200m 정도인 시선 위치보다 훨씬 더 높다
865번 지방도에서 곧장 구봉산으로 오르는 임도가 시작된다. 전구간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어 타이어에 흙 묻힐 일이 없고 접지력도 잘 살려준다. 산 높이는 해발 473m 밖에 되지 않으나 해안에서 곧장 솟아서 비고는 큰 편이다. 차단기가 없어 자동차도 다닐 수 있으므로 블라인드 코너에서는 주의해야 한다.
임도는 해발 200m 등고선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남사면을 돌아나간다. 숲 때문에 조망이 잘 트이지 않지만 간간이 저 아래로 장대한 광양항 부두와 이순신대교가 보인다.
6km 정도 가면 정상 갈림길이 나오는데, 여기서 정상 주차장까지 1km는 그야말로 극한의 업힐이다. 경사도 20%를 넘나드는 강파른 오르막이 라이딩의 한계를 시험한다. 대신 고도는 팍팍 올라가서 정상 바로 아래 해발 400m 주능선에 금방 올라선다. 주능선 고개 한켠에는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자동차는 북쪽의 도로로 진입하며, 방금 올라온 극한의 업힐은 상행 일방통행이고 경사가 너무 심해 자동차는 다니지 않는다.
서쪽 멀리 여수반도가 줄달음치고 있다
정상부 갈림길. 오른쪽으로 시작되는 1km 정도 구간은 경사도 20%의 극한의 업힐이다
주능선 직전의 20% 업힐 구간. 사진으로는 잘 표현되지 않지만 엄청난 급경사다
이제 정상이 코앞이다. 정상부에는 카페를 겸한 전망대가 조성되어 있고, 꼭대기에는 봉화대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서 있다. 금속제로 제작한 ‘메탈 아트 봉수대’는 밤에는 점등이 되어 광양의 빛과 생명력을 표현한다. 원래 구봉산은 봉수대가 있어서 ‘봉화산’으로 불리었으나 서쪽의 399m봉(현 봉화산)으로 봉화대가 이전되면서 ‘구봉화산’으로 불리던 것이 축약되어 구봉산(舊熢山)으로 변했다고 한다.
발아래 펼쳐진 조망은 경이롭다. 국내최대의 해양 산업단지라고 할 수 있는 여수~순천~광양 일대의 내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길이 8.5km, 면적 21㎢에 달하는 광대한 인공섬에 자리한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웬만한 도시를 능가하고 본사인 포항제철소보다 더 넓다. 그 옆에는 6km가 넘는 광양항 컨테이너부두가 장대하게 펼쳐진다. 서쪽으로는 순천 율촌산업단지가, 남쪽으로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석유화학단지가 광양만 내만을 꽉 메우고 있다. 내만을 가로지르는 이순신대교는 살풍경 일색의 경관에 미감을 더해주는 화룡점정이다. 길이 2260m, 주탑 간 거리(주경간장) 1545m는 국내 최장, 세계 네 번째다. 특히 놀라운 것은 270m에 달하는 까마득한 높이의 주탑. 현수교 콘크리트 주탑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니, 구봉산 정상에서도 거의 눈높이로 보인다. 감격에 겨울 정도로 엄청난 산업단지 규모에 세계적인 강국으로 우뚝 선 조국의 위상을 실감한다.
이런 과업을 이뤄낸 선배 세대와 지금도 땀 흘리고 있을 사람들에게 저절로 감사의 마음이 북받친다. 대한민국의 산업역량이 궁금하다면 구봉산에 오르는 순간, 바로 실감하게 될 것이다.
잔설이 남은 정상전망대. 조망 안내도가 있어 주변을 알아보기 편하다
구봉산과 광양만의 산업단지 분포. 구봉산이 최적의 위치에 있어서 광양만 전역을 볼 수 있다
광양항 컨테이너부두 뒤로 여수 석유화학기지가 보인다. 실로 광양만 전체가 거대한 산업단지다
동쪽으로는 살짝 더 높은 가야산(497m)이 우뚝하고, 광양시가지가 펼쳐진다. 왼쪽 골짜기는 하산길에 지나게 될 용장골
광양만 전역을 파노라마 사진으로 찍어 보았다
미세먼지가 없다면 북으로는 구봉산의 모산이, 광양의 진산인 백운산(1222m) 너머로 지리산 주능선까지 보이겠지만 백운산만 희미하다. 동쪽으로는 섬진강 하구를 낀 가야산(497m)이 가깝고, 서쪽에는 봉화대가 옮겨간 봉화산이 지척이다.
이제 도로를 따라 북쪽 용장골로 하산한다. 초반은 대단한 급경사다. 아스팔트 도로인데 경사도 19% 표지판이 붙은 것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대신 순식간에 용장골을 내려와 성황동 입구에서 간선도로인 백운로에 합류한다. 여기서 출발지인 성황스포츠센터는 1.4km로 가깝다. 일주거리는 16.3km에 불과하지만 눈에 담은 정보의 양과 감성의 충족이 너무 많아 큰 여정을 완주한 듯 심신이 충만하다.
글/사진 김병훈 발행인
tip
처음 출발 후 임도 진입할 때까지, 구봉산 정상에서 다운힐 할 때 등 도로구간이 있으므로 차량 통행에 조심한다. 눈에 잘 띄는 밝은 의류와 헬멧을 착용하고, 후미등을 켜고 라이딩 하기를 권한다.
광양 구봉산 16km
광대한 광양만 산업단지가 한눈에
여수반도와 남해도 사이, 광양만은 아마도 국내최대의 공업단지일 것이다. 순천 율촌공단의 일반 산업단지, 여수 국가산단의 석유화학단지,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컨테이너부두 광양항까지, 만을 둘러싼 산업단지는 길이만 30km를 넘는다.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을 이 광대한 산단은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기반산업의 토대를 이룬다. 고층 굴뚝이 하늘을 향해 포문을 열고 기계음이 웅웅대는 이 내만은 일견 살풍경하지만 우리의 생계를 뒷받침하고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아무리 삭막한 경관도 원경으로 바라보면 특별한 의미와 위용으로 다가올 수 있는데, 광양 구봉산(473m)은 바로 이 광양만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구봉산 정상에는 메탈 아트로 봉수대 조형물이 서 있다. 밤에는 점등이 되어 광양만 전역을 비추는 등대가 된다
정상에서 바라본 동남쪽 조망. 바다를 가르는 이순신대교 왼쪽에 광양제철소가 광활하다. 맨 뒤에 희미하게 보이는 산은 남해도 망운산(786m)
출발지는 구봉산 동쪽의 성황스포츠센터. 넓은 주차장이 있고 주변은 신도시로 개발 중이어서 도로가 널찍하고 인도에는 별도의 자전거길이 잘 나 있다. 여기서 광양읍~순천시로 이어지는 865번 도로를 따라간다. 이 도로 변에도 난간으로 분리된 자전거길이 있어 안전하고 편하다.
먼저 지명으로서의 ‘광양’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광양제철소를 비롯해 거대한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확장된 광양시는 원래 광양읍으로 출발했다. 원래의 광양읍은 순천 동쪽에 있고, 현재의 광양시 중심은 구봉산 동쪽에 신도시로 들어섰다. 따라서 광양시 안에 광양읍이 그대로 존속하는 이상한 중복 형태가 되었다. 광양읍은 광양시에 속하는 구시가지 정도로 생각하면 되지만, ‘광양에 간다’고 할 때는 잘 구분해야 한다. 구봉산은 광양읍과 광양시내 중간에 자리하는 셈이다. 광양(15만), 순천(28만), 여수(27만) 등 세 도시는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으로 총인구가 70만에 달해 대도시의 면모를 보여준다.
구봉산 남쪽 허리를 감아도는 임도. 전구간이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다. 주능선 골짜기에 잔설이 조금 보인다
임도에서는 수풀에 가려 조망이 잘 트이지 않는다. 나뭇가지 사이로 광양항 컨테이너부두와 이순신대교가 겹쳐 보인다. 이순신대교 주탑은 세계최고의 270m 높이로, 200m 정도인 시선 위치보다 훨씬 더 높다
865번 지방도에서 곧장 구봉산으로 오르는 임도가 시작된다. 전구간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어 타이어에 흙 묻힐 일이 없고 접지력도 잘 살려준다. 산 높이는 해발 473m 밖에 되지 않으나 해안에서 곧장 솟아서 비고는 큰 편이다. 차단기가 없어 자동차도 다닐 수 있으므로 블라인드 코너에서는 주의해야 한다.
임도는 해발 200m 등고선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남사면을 돌아나간다. 숲 때문에 조망이 잘 트이지 않지만 간간이 저 아래로 장대한 광양항 부두와 이순신대교가 보인다.
6km 정도 가면 정상 갈림길이 나오는데, 여기서 정상 주차장까지 1km는 그야말로 극한의 업힐이다. 경사도 20%를 넘나드는 강파른 오르막이 라이딩의 한계를 시험한다. 대신 고도는 팍팍 올라가서 정상 바로 아래 해발 400m 주능선에 금방 올라선다. 주능선 고개 한켠에는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자동차는 북쪽의 도로로 진입하며, 방금 올라온 극한의 업힐은 상행 일방통행이고 경사가 너무 심해 자동차는 다니지 않는다.
서쪽 멀리 여수반도가 줄달음치고 있다
정상부 갈림길. 오른쪽으로 시작되는 1km 정도 구간은 경사도 20%의 극한의 업힐이다
주능선 직전의 20% 업힐 구간. 사진으로는 잘 표현되지 않지만 엄청난 급경사다
이제 정상이 코앞이다. 정상부에는 카페를 겸한 전망대가 조성되어 있고, 꼭대기에는 봉화대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서 있다. 금속제로 제작한 ‘메탈 아트 봉수대’는 밤에는 점등이 되어 광양의 빛과 생명력을 표현한다. 원래 구봉산은 봉수대가 있어서 ‘봉화산’으로 불리었으나 서쪽의 399m봉(현 봉화산)으로 봉화대가 이전되면서 ‘구봉화산’으로 불리던 것이 축약되어 구봉산(舊熢山)으로 변했다고 한다.
발아래 펼쳐진 조망은 경이롭다. 국내최대의 해양 산업단지라고 할 수 있는 여수~순천~광양 일대의 내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길이 8.5km, 면적 21㎢에 달하는 광대한 인공섬에 자리한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웬만한 도시를 능가하고 본사인 포항제철소보다 더 넓다. 그 옆에는 6km가 넘는 광양항 컨테이너부두가 장대하게 펼쳐진다. 서쪽으로는 순천 율촌산업단지가, 남쪽으로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석유화학단지가 광양만 내만을 꽉 메우고 있다. 내만을 가로지르는 이순신대교는 살풍경 일색의 경관에 미감을 더해주는 화룡점정이다. 길이 2260m, 주탑 간 거리(주경간장) 1545m는 국내 최장, 세계 네 번째다. 특히 놀라운 것은 270m에 달하는 까마득한 높이의 주탑. 현수교 콘크리트 주탑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니, 구봉산 정상에서도 거의 눈높이로 보인다. 감격에 겨울 정도로 엄청난 산업단지 규모에 세계적인 강국으로 우뚝 선 조국의 위상을 실감한다.
이런 과업을 이뤄낸 선배 세대와 지금도 땀 흘리고 있을 사람들에게 저절로 감사의 마음이 북받친다. 대한민국의 산업역량이 궁금하다면 구봉산에 오르는 순간, 바로 실감하게 될 것이다.
잔설이 남은 정상전망대. 조망 안내도가 있어 주변을 알아보기 편하다
구봉산과 광양만의 산업단지 분포. 구봉산이 최적의 위치에 있어서 광양만 전역을 볼 수 있다
광양항 컨테이너부두 뒤로 여수 석유화학기지가 보인다. 실로 광양만 전체가 거대한 산업단지다
동쪽으로는 살짝 더 높은 가야산(497m)이 우뚝하고, 광양시가지가 펼쳐진다. 왼쪽 골짜기는 하산길에 지나게 될 용장골
광양만 전역을 파노라마 사진으로 찍어 보았다
미세먼지가 없다면 북으로는 구봉산의 모산이, 광양의 진산인 백운산(1222m) 너머로 지리산 주능선까지 보이겠지만 백운산만 희미하다. 동쪽으로는 섬진강 하구를 낀 가야산(497m)이 가깝고, 서쪽에는 봉화대가 옮겨간 봉화산이 지척이다.
이제 도로를 따라 북쪽 용장골로 하산한다. 초반은 대단한 급경사다. 아스팔트 도로인데 경사도 19% 표지판이 붙은 것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대신 순식간에 용장골을 내려와 성황동 입구에서 간선도로인 백운로에 합류한다. 여기서 출발지인 성황스포츠센터는 1.4km로 가깝다. 일주거리는 16.3km에 불과하지만 눈에 담은 정보의 양과 감성의 충족이 너무 많아 큰 여정을 완주한 듯 심신이 충만하다.
글/사진 김병훈 발행인
tip
처음 출발 후 임도 진입할 때까지, 구봉산 정상에서 다운힐 할 때 등 도로구간이 있으므로 차량 통행에 조심한다. 눈에 잘 띄는 밝은 의류와 헬멧을 착용하고, 후미등을 켜고 라이딩 하기를 권한다.
광양 구봉산 16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