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제주권이윤기의 탐사투어 / 제주 오름 라이딩(상)

자생투어
202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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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과 지상이 만나는 오름으로의 여행

제주도에는 한라산뿐이라고 오해하기 쉬운데 천만의 말씀이다. 아득한 옛날 화산이 분화할 때, 한라산 백록담이 주 분화구였다면 섬 전체에는 수백 개의 작은 분화구도 동시에 불과 용암을 뿜었고, 이 후 이들 분화구는 ‘기생화산’ 오름이 되었다. 제주 오름은 360여 개를 헤아리며 억새와 초원으로 뒤덮여 오직 제주도만의 독특한 풍광을 보여준다. 한라산 동쪽, 구좌읍 일원에 특히 오름이 많은데 그 중 대표적인 오름들을 라이딩과 도보로 돌아본다 (2021년)

글/사진 이윤기 이사 

코스   다랑쉬오름 ~ 아끈다랑쉬오름 ~ 동검은이오름 ~ 아부오름

억새밭을 이룬 아끈다랑쉬오름 정상부. 뒤로 '오름의 여왕' 다랑쉬오름이 우뚝하다  

제주도에는 한라산의 기생화산인 ‘오름’이 수많이 존재한다. 오름은 산 또는 봉우리를 뜻하는 제주도 방언이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제주도 전역에 걸쳐 분포하는데, 그 수는 360개 이상으로 알려졌다. 제주도에서의 삶을 이야기할 때 오름은 돌하르방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대상으로 제주도의 상징이기도 하다.
오름은 제주도 사람들의 생활 근거지로 촌락의 모태가 되었다. 사람들은 오름 기슭에 터를 잡고 화전을 일구고 밭농사를 지었으며 목축을 했다. 제주 전통 가옥의 초가지붕을 덮었던 띠와 새를 구할 수 있었던 곳도 오름이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제주 동부지역에서 잘 알려진 오름을 둘러보았다. ‘올레’가 제주 해안마을의 옛길을 두발로 맛보는 재미를 준다면 오름에는 제주 내륙의 속살을 한발 떨어져 감상하는 묘미가 있다. 가까이 다가서야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는 것처럼 적당한 거리를 두고 보는 풍경도 있다.
제주의 가을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오름을 찾아야 한다. 가을 햇볕에 솜털처럼 보송보송한 꽃을 피워낸 억새 군락지가 여행자를 유혹한다. 좀 더 호젓하게 억새를 즐기고 싶다면 오름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오름의 여왕, 다랑쉬오름
다랑쉬오름(382m)은 분화구가 마치 달처럼 둥글게 보인다 하여 다랑쉬(도랑쉬, 달랑쉬)라 불렸다는 설과, 높다는 뜻의 ‘달’에 봉우리의 뜻을 가진 ‘수리(쉬)’가 합쳐진 이름이라는 주장이 있다. 유래의 진위 여부를 떠나, 다랑쉬의 모습은 두 가지 설을 다 만족시킬만한 매력적인 외관을 가지고 있다. 꼭대기의 분화구는 쟁반처럼 둥글게 패여 달을 떠올릴 만하며, 송당 일대 어디서나 보이는 불쑥 솟은 봉우리와 균형미는 ‘오름의 여왕’이라고 불릴만한 위엄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실제 둥근 굼부리에서 보름달이 솟아오르는 모습은 송당리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광경이며, 마을의 자랑거리로도 여겨진다.
다랑쉬오름은 오직 도보로만 탐방이 가능하다. 정상 능선부까지는 30분 정도 발품을 팔아야 그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원추형의 다랑쉬오름 밑지름은 1,013m, 전체 둘레가 3,391m로 비교적 큰 몸집을 가지고 있다. 사면은 돌아가며 어느 쪽으로나 비탈진 급경사를 이룬다.
산정부에는 크고 깊은 깔대기 모양의 원형 분화구가 움푹 패어있는데, 화구의 바깥둘레는 1,500m에 가깝고 화구의 깊이는 한라산 백록담과 똑같은 115m라고 한다.

한복 치마를 벌려놓은 듯 가지런한 외형도 아름답지만, 갖가지 들풀과 눈을 마주치며 정상으로 오르는 가리마 같은 정다운 길,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분화구는 다랑쉬오름만의 자랑이다.
다랑쉬오름 정상에 서면 동남쪽으로는 잔디를 입힌 축구경기장 크기의 아끈다랑쉬오름과 성산일출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변에는 용눈이오름, 높은오름, 돛오름, 둔지오름 등 멋진 오름들이 많다. 이들 오름의 품안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와 말 떼는 한없이 목가적이다.
오름의 품안에 깃들어 편안해 보이는 것은 살아있는 소나 말뿐만이 아니다. 죽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제주사람들은 죽으면 오름에 묻힌다. 봉분 주위를 낮고 네모난 돌담으로 둘러싼 제주 특유의 무덤이 나지막한 오름 능선을 타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퍽 따스하게 느껴진다.
다랑쉬오름 주위에는 도보로만 가능한 둘레길(3.4km) 코스와 자전거트레일(4.6km)이 있다. 오름을 오르고 나서 자전거트레일을 따라 아기자기한 풍경을 느낄 수 있는 라이딩을 추천한다.

급사면을 이룬 분화구(굼부리)는 깊이가 115m로 백록담과 맞먹는다. 뒤편으로 오름들이 즐비하다


다랑쉬오름 외륜봉에서 남서쪽 조망. 사람 사이로 보이는 길 같은 직선은 오래 전의 도로 계획선이다. 오른쪽 사람 옆의 높은 봉우리는 높은오름(404m)


다랑쉬오름 동쪽 조망. 사람 머리 뒤로 보이는 낮은 산이 아끈다랑쉬오름이다. 멀리 바다 위로 사각형을 이룬 성산일출봉과 그 왼쪽으로 우도가 보인다


다랑쉬오름 안내판 앞에서. 거의 완벽한 원추형 산체에 깊은 굼부리가 패여 있다. 외곽으로 자전거트레일도 나 있다
다랑쉬오름 외곽을 도는 자전거트레일. 제주도 특유의 황야와 경작지를 지난다

하늘 아래 억새밭, 아끈다랑쉬오름
아끈다랑쉬오름(198m)은 생김새뿐 아니라 둥그렇게 패인 분화구까지 다랑쉬오름의 축소판이라 할 만큼 닮았다. 제주 말로 ‘아끈’이란 ‘작은’을 뜻하니 곧 작은 다랑쉬오름이란 의미다. 다랑쉬오름은 구좌읍에 있는 오름 중에서 가장 당당한 자태를 가지고 있으며, 마치 행성에 딸린 위성인 양 바로 옆에 자그마한 분석구를 끼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아끈다랑쉬오름이다. 아끈다랑쉬오름의 비고는 58m에 불과해서, 다른 오름에 비해 쉽게 오를 수 있다. 분화구 가장자리에 오르면 가운데가 낮아 분화구가 있었음을 알 수 있으나, 가장자리와 가운데의 기복 차가 거의 없어 정상은 밋밋한 편이다.
아끈다랑쉬오름은 ‘작다’기보다는 ‘귀엽다’는 느낌이 앞선다. 드문드문 관목류가 오름의 비탈면을 덮고 있지만 분화구 주변은 풀로 뒤덮여 있고, 서쪽 비탈에 난 오름 길과 분화구 주변에 나 있는 길 역시 ‘아끈’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앙증맞다.
아끈다랑쉬오름은 아직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아 한결 여유로운 느낌이며, 반전의 매력이 있다. 아래서 볼 때는 뭐 볼 게 있을까 싶지만, 막상 올라서면 생각지도 못했던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평원처럼 드넓은 굼부리 안에 억새가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하게 자라나 있다. 하늘 아래 온통 억새뿐이다. 굼부리 둘레를 따라 난 오솔길을 걷는 내내 키높이까지 자란 억새가 귓가에 바람의 노래를 들려준다. 오름을 한 바퀴 돌아보는 데는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억새와 나, 둘만의 비밀스런 추억을 쌓기에 부족함이 없다.
억새꽃 흐드러진 아끈다랑쉬오름에서 맞은편 다랑쉬오름을 바라보는 것도 무척 좋다. 물결치는 억새들과 함께 다랑쉬오름을 한 프레임에 담으면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반대편으로는 성산일출봉이 아스라이 다가온다.
아끈다랑쉬오름 위에 올라서면 다랑쉬오름의 우아하면서도 웅장한 모습이 내내 보인다


억새밭 속에 지다...

목가풍 물씬한 동검은이오름
동검은이오름은 부근에 있는 다른 오름들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번 오르면 그 매력을 잊지 못한다. 높은오름 서남단에 위치한 구좌공설공동묘지에서 왼편으로 난 좁은 농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동검은이오름 표지석이 보인다.
주변은 온통 무성하게 자라난 억새풀로 가득하다. 사람 손을 타지 않아서일까, 이곳의 억새는 유난히도 풍성해 보인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 아래 반짝반짝 빛나는 솜털이 한들한들 바람결을 따라 이리저리 흩날린다.
오름이 검은 색을 띠고 있다고 해서 ‘검은이오름’이라 했고, 서쪽 조천읍 선흘리의 ‘거문오름’과 구분하기 위해 ‘동거문이오름’이라 한다.
억새밭을 지나 오름길로 접어들면 또 다른 풍경이 기다린다. 푸른 초원 너머 제주의 속살 같은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새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하늘엔 양털처럼 흰 구름이 둥실 떠 있고, 너른 들판 위에는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이 정지 화면처럼 박혀 있다.
능선을 따라 주변 풍경을 천천히 음미하며 걷는다. 이곳에서는 시간도 천천히 흘러간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여유와 평화로움이 온몸 가득 스며든다. 주능선에 올라서면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주기엔 안성맞춤인 오름이다.

완만한 초원언덕을 이룬 동검은이오름 기슭. 뒤편으로 높은오름이 우뚝하다


동검은이오름은 형태가 매우 복잡하고 사면이 부드러워 매단히 매혹적이다. 뒤편은 삼나무가 담장처럼 흘러내리는 손지봉, 오른쪽 멀리 사각형 암벽은 성산일출봉

동검은이오름 정상의 동쪽 조망. 작은 분화구 뒤편으로 부드러운 능선이 흐르고 그 너머로 수산리 풍력발전소와 성산일출봉이 먼 배경을 이룬다

봄이 오면 동검은이오름 기슭은 천상의 화원으로 바뀐다

영화 <이재수의 난> 촬영지, 아부오름
아부오름(301m)은 완만하고 단순한 형태로 원형 분화구의 대표적인 오름이다. 사면이 대부분 초지이며, 화구 안에는 띠를 두른 것처럼 삼나무 외에 상수리, 보리수 나무가 조림되어 있다. 1901년 일어난 제주민란을 소재로 한 영화 <이재수의 난>을 촬영한 곳으로 알려지면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완만한 언덕을 이룬 능선에서 소와 말이 자유롭게 풀을 뜯는 모습과 그 안에 펼쳐진 삼나무 숲 풍경은 너무도 멋지게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오름 둘레까지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어 제주 오름의 모습을 가장 쉽고 가깝게 느낄 수 있어 최근 각광받고 있다.
오름 정상에 함지박과 같은 둥그런 굼부리가 패여 있다. 특히 굼부리 안 원형 삼나무숲의 특징적인 모습이 주목받는다. 오름의 바깥 둘레 약 1,400m, 바닥 둘레 500m, 화구 깊이 78m이며 전 사면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아부오름 외륜봉은 트랙처럼 널찍하고 평탄하게 원을 그린다. 멀리 한라산이 구름에 살짝 숨었다


* 일부 오름은 휴식년제를 적용하고 있어 자세한 코스 지도는 소개하지 않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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