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주대교~창릉천~공릉천~운정호수공원 55km
교외 풍경의 별격
파주 금촌동 앞을 흐르는 공릉천. 빨간 자전거도로가 상류 방면으로 구비치고 아득히 북한산이 삼각뿔로 솟았다
‘뽈락선생’ 김태진 전 코렉스자전거 대표와 본지 차백성, 조용연, 이홍희 편집위원이 함께 행주산성을 출발해 공릉천과 운정호수공원을 돌아오는 55km 코스를 답사했다. 일본에서 3년간 자전거 유학을 하고 귀국한지 얼마 되지 않은 김태진 전 대표는 “교외까지 자전거도로가 이렇게 잘 되어 있고 환경이 깨끗한 데 놀랐다”면서 “자전거 인프라는 우리나라가 일본을 훨씬 앞선다”고 평가했다. 이번 코스의 포인트는 기존의 공릉천 자전거도로와 운정호수공원을 연계하는 운정신도시 구간. 그 중에서도 운정호수공원이 백미다 (2019년 6월)
벽제천이 합류하는 공릉천 둑길에서. 왼쪽부터 인수봉, 백운대, 만경대가 삼지창처럼 뾰족한 북한산이 잘 조망된다. 왼쪽부터 차백성 편집위원, 김태진 전 코렉스자전거 대표, 조용연, 이홍희 편집위원
“뽈락선생 팬이 많습니다. 저도 재치 있고 특이한 여행기를 보면서 팬이 됐지만 지인도 오늘 라이딩에 뽈락선생이 나오는지 궁금해 하더군요.”(조용연 편집위원)
“매일 일정을 마치고 휴대폰으로 원고를 썼다니 놀랍습니다. 여행 후 퇴고를 거듭하는 저와는 좀 다른 여행기지만 그래서 기록이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차백성 편집위원)
“3년간 개근하면서 유학을 마치고 일본열도 일주도 해내시다니 그 열정과 노력에 감탄할 뿐입니다.”(이홍희 편집위원)
‘뽈락선생’은 역시 ‘바다미’를 타고 나타났다. 편집위원진과 함께 하는 이번 근교 라이딩에 뽈락선생을 초대하면서 모두 기대가 컸다. 지면과 온라인에서는 서로 면식이 있지만 실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견례를 마치자말자 뽈락선생의 일본 유학생활과 아무런 치장 없이 황동용접 자국과 크롬몰리 튜빙이 원색 그대로 드러난 ‘바다미’가 화제다. 도쿄에서 서울까지 2000km를 무사히 완주한 바다미는 그 사이 국제파의 관록을 발산하고 있다.
바다미의 소박하면서도 인상적인 헤드뱃지. 바람 풍자를 형상화했다
구 행주대교 북단에서 출발
코스의 기점으로 잡은 곳은 구 행주대교 북단의 공터. 자전거도로와 접해 있고 무료 주차장이 있어 서북지역 투어 때 출발지로 잡기에 좋다.
일행은 기자를 포함해 총 5명. 조용연 편집위원, 김태진 대표, 기자는 일반 MTB이고 차백성, 이홍희 편집위원은 벨로스타의 eMTB를 탔다. 아침까지 내린 비가 갓 개인 후여서 대기는 한없이 깨끗하다. 구름은 여전히 두텁지만 청량한 대기를 뚫고 30~40km 먼 산도 선명하고 바람은 쾌적하다.
행주산성의 원조국수 집이 마침 쉬는 날이라 맞은편 국수집이 초만원이다. 수도권 라이더의 성지가 된 행주산성에서 국수는 이제 보편음식을 넘어 의무급식이 되었다.
방화대교 북단으로 흘러드는 창릉천은 북한산에서 발원하고 자전거도로가 잘 되어 있어 대서문 방면 북한산 입구까지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 하천 중류쯤에 있는 서오릉의 창릉(昌陵, 조선 제8대 예종과 계비 인순왕후의 무덤)에서 이름을 따왔다. 서울 근교에는 조선조 왕릉이 많아 하천 이름에 들어간 곳도 몇 개 있다. 창릉천 외에 고양~파주 일원을 흐르는 공릉천은 공릉(恭陵, 파주 삼릉에 있는 예종의 원비 장순왕후의 무덤)에서 유래했고, 남양주의 사릉천은 사릉(思陵, 비명에 간 단종의 부인 정순왕후의 무덤)에서 따온 이름이다. 왕릉을 낀 입지 때문일까, 이름 덕분일까. 조선조 특유의 문향(文香)이 드리워져 난개발된 교외임에도 차분한 격조를 유지하고 있다.
창릉천 자전거도로는 서울 시내에서 멀지 않음에도 먼 지방에 온 듯 자연생태가 잘 살아있고 한가로운 풍경이 이어진다. 그것도 잠시, 방화대교 북단에서 5km 정도 가면 왼쪽으로 고양시 원흥신도시가 나타나고 곧 훨씬 큰 삼송신도시가 시작된다. 창릉천은 이제 신도시 가운데를 흐르는 도심의 강물로 표변한다.
동산초등학교 맞은편 실개천 자전거길로 들어서면 고양중학교 옆을 지나 농협대학교와 원당목장 입구로 나오게 된다. 권율대로를 따라 우회전, 작은 고개를 살짝 넘으면 삼송신도시 북부지역으로 들어선다. 신원마을 903동 옆 실개천으로 좌회전해서 시가지를 벗어나면 벽제 초입에서 공릉천과 만난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39번 국도, 옛 교외선 철교까지 다리가 겹겹이다. 노고산 줄기 너머로는 북한산 정상부가 선명한 삼각산으로 드러난다. 이제는 공릉천을 따라 파주 방면으로 북서진 하면 된다.
공릉천 자전거길 도중의 고양시 내유동에는 하천 안에까지 만약의 경우 적 탱크의 진입을 막는 용치가 이중으로 부설되어 있다
먼 지방의 시골 같은 공릉천 풍경
송추 즈음 도봉산에서 발원하는 공릉천은 서울 근교 하천 중에서 가장 전원풍이 진하고 시가지를 훌쩍 벗어나 파주 외곽까지 이어진다. 창릉천과 공릉천을 이어달리며 조금 얄궂은 것은, 창릉에 묻힌 예종은 원비인 장순왕후가 아니라 계비인 인순왕후와 합장되어 있고, 원비 장순왕후는 공릉에 묻힌 점이다. 예종이 계비를 더 사랑해서라기보다 원비인 장순왕후가 세자빈 시절 17세의 나이로 요절한 것이 그 이유다. 장순왕후는 나중에 추존된 명칭이다.
필리핀참전기념비를 건너편으로 두고 강둑길은 하천을 따라 통일로(1번 국도)와 나란히 북상한다. 나중에는 한강변의 자유로를 따라 돌아갈 예정이니 이번 여정은 통일과 자유를 한데 묶는 원대한 ‘로망의 가도’이기도 하다. 통일이 지고지순한 목표지만 반드시 ‘자유’ 통일이어야 한다는 헌법의 명령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이 길에서도 되새긴다.
행정명칭은 조리읍이지만 ‘봉일천’으로 친숙한 소읍을 지날 때마다 입가에는 미소가 감돈다. 본지 박봉일 부사장과 이름이 같아 이곳을 스쳐갈 때는 부사장 얼굴이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봉’ 자 발음이 주는 특유의 촌스러움과 친근감도 ‘빙그레’를 유발한다.
이제는 비 온 후에만 맛볼 수 있는 대기와 바람의 청량감은 대단한 매혹이다. 마음껏 심호흡을 들이키고 아득한 원경에 눈을 맞춘다.
봉일천에서 3km여 가면 경의천 철교가 지나는 파주 금촌동이다. 파주는 문산 외에 탄현, 교하, 운정 등의 시가지가 흩어져 있지만 시청이 금촌동에 있어 파주의 행정중심지가 되었다. 이제 공릉천과 헤어져 철교옆 교량을 건너 운정신도시로 남향한다.
운정호수공원 스카이브릿지 아래를 지나는 일행. 자연구릉을 끼고 있어 공원은 입체감이 넘치고 산책로와 호수가 매우 자연스럽다
가장 아름다운 호수공원
전국의 신도시마다 호수를 낀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이제 불문율처럼 되었다. 많은 호수공원을 가보았지만 개인적으로 최고는 운정호수공원이다. 자연 구릉을 끼고 조성되어 상하 기복이 있어 한층 강렬한 입체감을 주고, 호반 산책로와 호수도 대단히 자연스러워 얼핏 보면 원래 있던 것처럼 느껴진다.
“여기 최곱니다!”
“정말 자연스럽게 잘 해놓았네요!”
“조정경기장이라도 있으면 더 좋겠어요.”
“노후에 지내기 딱 좋군요.”
운정호수공원을 지나면서 다들 찬사 일색이다. 공릉천에서 호수공원에 이르는 3km 정도의 실개천 길도 조붓하고 운치 있어 라이딩을 하며 두런두런 얘기나누기도 부담 없다. 공원을 가로지르는 길이 286m의 높직한 스카이브릿지에 서면 무성한 녹색 숲을 이룬 호수공원이 발 아래로 펼쳐진다.
운정호수공원 남서쪽에는 각종 운동시설을 갖춘 운정건강공원이 따로 있다. 건강공원 입구에는 인공폭포가 떨어지는데 여기서 왕복 8차로의 널찍한 미래로를 따라 남향하면 일산신도시 방면이다. 인도에는 자전거도로가 잘 되어 있어 편안하게 달릴 수 있다. 2.3km 내려간 덕이초교 입구 사거리에서 우회전, 200여m 지점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장어양식장 간판이 있는 동네 사잇길을 빠져나가면 수로길이 나온다. 우회전해서 수로를 따라 가면 일산신도시의 북서쪽을 외곽으로 일주하게 된다. 멀리 고양종합운동장과 킨텍스가 보인다.
수로 양편에 길이 있는데 중간교량으로 건너편으로 건너가 3.7km 가면 제2자유로 아래를 지난다. 제2자유로를 지나자말자 도로와 만나 좌회전하면 일산대교 북단의 법곳IC(제2자유로)로 나오게 된다. 이후에는 평화누리 자전거길을 따라 자유로와 나란히 달려 행주산성으로 복귀하면 된다.
스카이브릿지에서 바라본 운정호수공원. 호수공원만 72만4937㎡(약 22만평)에 달하고 주변에 이어진 공원과 둔치를 더하면 2배 이상이나 되는 대규모다
운정건강공원 입구 인공폭포에서 잠시 휴식. 여기서 미래로를 따라 계속 남하하면 일산신도시로 이어진다
'바다미'의 디테일
구 행주대교 북단 출발지점에 다시 도착해 일정을 마무리하며 또 한번 ‘바다미’를 괄목상대한다. 자세히 보니 뽈락선생만의 디테일이 대단하다.
헤드튜브에는 바람 풍(風) 자를 형상화한 바다미 헤드뱃지가 개성적이고, 시트스테이와 체인스테이 좌우를 연결하는 아치는 화살 모양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페인팅을 한다면 전혀 표가 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마무리된 황동용접 자국은 그 자체로 하나의 마에스트로급 장인정신을 보여준다.
BB 위에는 접이식 자물쇠를 수납했는데 열쇠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바로 위 시트튜브에 열쇠고리를 만든 것은 기발하다. 뽈락선생은 “내가 직접 설계하고 만드는 프레임이니 필요한 것을 추가하고 개선할 수 있었다”고.
패니어를 다는 리어랙도 그가 직접 만들었다. 아주 튼튼해서 장거리 여행도 문제없겠다. 탑튜브와 시트튜브가 만나는 모서리에는 만약을 대비해 본인의 이름과 혈액형, 비상연락처(부인 금숙님 휴대폰 번호)를 기입한 플라스틱 태그를 달았다. 혼자 여행하다 사고를 당해 의식이 없을 경우 아주 긴요한 정보다.
“여행할 때는 이거 정말 도움되겠습니다.”
“저는 자물쇠를 잠가놓고 열쇠를 못 찾아 매번 곤욕을 치르는데 열쇠고리가 부럽네요.”
“아내 몰래 탈 때도 있어서 집사람 전화번호는 곤란해요. 그러고 보니 태그는 뽈락선생 금슬이 좋다는 자랑이군요!”
“금숙님이 대단한 미인이던데 3년을 어떻게 떨어져 지내셨어요?”
뽈락선생 왈, “불안했지요. 그래도 잘 기다려주더군요. 허허~”
출발지인 구 행주대교 북단으로 돌아와 바다미를 자세히 살펴보는 일행
tip
코스 일주거리는 약 55km이고 언덕이 거의 없어 편안하게 라이딩과 풍경을 즐기기 좋다. 창릉천에서 공릉천으로 넘어갈 때 삼송신도시를 관통해야 하는데 이 때 길을 잘 찾아야 한다. 고양중~삼송초교~신원중을 포인트로 삼으면 찾기 편하다. 신원중 옆 벽제교에서 공릉천을 만나고 왼쪽의 강둑길을 따라 하류로 가면 된다. 금촌에서 운정호수공원 방면으로 갈 때는 철교 옆 다리를 건너 좌회전하면 호수공원 방면 실개천길이 시작된다. 운정건강공원 입구 인공폭포에서는 넓은 미래를 따라 계속 남하하면 일산신도시로 이어진다. 수로길은 덕이초교 앞 사거리에서 우회전, 맞은편 장어양식장 골목으로 들어서면 된다. 식사는 삼송초교 뒤편의 장가계(031-968-8866, 권율대로 753-1)를 추천한다. 수타면 짬뽕과 짜장면이 맛나다.
글/사진 김병훈 발행인
행주대교~창릉천~공릉천~운정호수공원 코스 55km
행주대교~창릉천~공릉천~운정호수공원 55km
교외 풍경의 별격
파주 금촌동 앞을 흐르는 공릉천. 빨간 자전거도로가 상류 방면으로 구비치고 아득히 북한산이 삼각뿔로 솟았다
‘뽈락선생’ 김태진 전 코렉스자전거 대표와 본지 차백성, 조용연, 이홍희 편집위원이 함께 행주산성을 출발해 공릉천과 운정호수공원을 돌아오는 55km 코스를 답사했다. 일본에서 3년간 자전거 유학을 하고 귀국한지 얼마 되지 않은 김태진 전 대표는 “교외까지 자전거도로가 이렇게 잘 되어 있고 환경이 깨끗한 데 놀랐다”면서 “자전거 인프라는 우리나라가 일본을 훨씬 앞선다”고 평가했다. 이번 코스의 포인트는 기존의 공릉천 자전거도로와 운정호수공원을 연계하는 운정신도시 구간. 그 중에서도 운정호수공원이 백미다 (2019년 6월)
벽제천이 합류하는 공릉천 둑길에서. 왼쪽부터 인수봉, 백운대, 만경대가 삼지창처럼 뾰족한 북한산이 잘 조망된다. 왼쪽부터 차백성 편집위원, 김태진 전 코렉스자전거 대표, 조용연, 이홍희 편집위원
“뽈락선생 팬이 많습니다. 저도 재치 있고 특이한 여행기를 보면서 팬이 됐지만 지인도 오늘 라이딩에 뽈락선생이 나오는지 궁금해 하더군요.”(조용연 편집위원)
“매일 일정을 마치고 휴대폰으로 원고를 썼다니 놀랍습니다. 여행 후 퇴고를 거듭하는 저와는 좀 다른 여행기지만 그래서 기록이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차백성 편집위원)
“3년간 개근하면서 유학을 마치고 일본열도 일주도 해내시다니 그 열정과 노력에 감탄할 뿐입니다.”(이홍희 편집위원)
‘뽈락선생’은 역시 ‘바다미’를 타고 나타났다. 편집위원진과 함께 하는 이번 근교 라이딩에 뽈락선생을 초대하면서 모두 기대가 컸다. 지면과 온라인에서는 서로 면식이 있지만 실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견례를 마치자말자 뽈락선생의 일본 유학생활과 아무런 치장 없이 황동용접 자국과 크롬몰리 튜빙이 원색 그대로 드러난 ‘바다미’가 화제다. 도쿄에서 서울까지 2000km를 무사히 완주한 바다미는 그 사이 국제파의 관록을 발산하고 있다.
바다미의 소박하면서도 인상적인 헤드뱃지. 바람 풍자를 형상화했다
구 행주대교 북단에서 출발
코스의 기점으로 잡은 곳은 구 행주대교 북단의 공터. 자전거도로와 접해 있고 무료 주차장이 있어 서북지역 투어 때 출발지로 잡기에 좋다.
일행은 기자를 포함해 총 5명. 조용연 편집위원, 김태진 대표, 기자는 일반 MTB이고 차백성, 이홍희 편집위원은 벨로스타의 eMTB를 탔다. 아침까지 내린 비가 갓 개인 후여서 대기는 한없이 깨끗하다. 구름은 여전히 두텁지만 청량한 대기를 뚫고 30~40km 먼 산도 선명하고 바람은 쾌적하다.
행주산성의 원조국수 집이 마침 쉬는 날이라 맞은편 국수집이 초만원이다. 수도권 라이더의 성지가 된 행주산성에서 국수는 이제 보편음식을 넘어 의무급식이 되었다.
방화대교 북단으로 흘러드는 창릉천은 북한산에서 발원하고 자전거도로가 잘 되어 있어 대서문 방면 북한산 입구까지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 하천 중류쯤에 있는 서오릉의 창릉(昌陵, 조선 제8대 예종과 계비 인순왕후의 무덤)에서 이름을 따왔다. 서울 근교에는 조선조 왕릉이 많아 하천 이름에 들어간 곳도 몇 개 있다. 창릉천 외에 고양~파주 일원을 흐르는 공릉천은 공릉(恭陵, 파주 삼릉에 있는 예종의 원비 장순왕후의 무덤)에서 유래했고, 남양주의 사릉천은 사릉(思陵, 비명에 간 단종의 부인 정순왕후의 무덤)에서 따온 이름이다. 왕릉을 낀 입지 때문일까, 이름 덕분일까. 조선조 특유의 문향(文香)이 드리워져 난개발된 교외임에도 차분한 격조를 유지하고 있다.
창릉천 자전거도로는 서울 시내에서 멀지 않음에도 먼 지방에 온 듯 자연생태가 잘 살아있고 한가로운 풍경이 이어진다. 그것도 잠시, 방화대교 북단에서 5km 정도 가면 왼쪽으로 고양시 원흥신도시가 나타나고 곧 훨씬 큰 삼송신도시가 시작된다. 창릉천은 이제 신도시 가운데를 흐르는 도심의 강물로 표변한다.
동산초등학교 맞은편 실개천 자전거길로 들어서면 고양중학교 옆을 지나 농협대학교와 원당목장 입구로 나오게 된다. 권율대로를 따라 우회전, 작은 고개를 살짝 넘으면 삼송신도시 북부지역으로 들어선다. 신원마을 903동 옆 실개천으로 좌회전해서 시가지를 벗어나면 벽제 초입에서 공릉천과 만난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39번 국도, 옛 교외선 철교까지 다리가 겹겹이다. 노고산 줄기 너머로는 북한산 정상부가 선명한 삼각산으로 드러난다. 이제는 공릉천을 따라 파주 방면으로 북서진 하면 된다.
공릉천 자전거길 도중의 고양시 내유동에는 하천 안에까지 만약의 경우 적 탱크의 진입을 막는 용치가 이중으로 부설되어 있다
먼 지방의 시골 같은 공릉천 풍경
송추 즈음 도봉산에서 발원하는 공릉천은 서울 근교 하천 중에서 가장 전원풍이 진하고 시가지를 훌쩍 벗어나 파주 외곽까지 이어진다. 창릉천과 공릉천을 이어달리며 조금 얄궂은 것은, 창릉에 묻힌 예종은 원비인 장순왕후가 아니라 계비인 인순왕후와 합장되어 있고, 원비 장순왕후는 공릉에 묻힌 점이다. 예종이 계비를 더 사랑해서라기보다 원비인 장순왕후가 세자빈 시절 17세의 나이로 요절한 것이 그 이유다. 장순왕후는 나중에 추존된 명칭이다.
필리핀참전기념비를 건너편으로 두고 강둑길은 하천을 따라 통일로(1번 국도)와 나란히 북상한다. 나중에는 한강변의 자유로를 따라 돌아갈 예정이니 이번 여정은 통일과 자유를 한데 묶는 원대한 ‘로망의 가도’이기도 하다. 통일이 지고지순한 목표지만 반드시 ‘자유’ 통일이어야 한다는 헌법의 명령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이 길에서도 되새긴다.
행정명칭은 조리읍이지만 ‘봉일천’으로 친숙한 소읍을 지날 때마다 입가에는 미소가 감돈다. 본지 박봉일 부사장과 이름이 같아 이곳을 스쳐갈 때는 부사장 얼굴이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봉’ 자 발음이 주는 특유의 촌스러움과 친근감도 ‘빙그레’를 유발한다.
이제는 비 온 후에만 맛볼 수 있는 대기와 바람의 청량감은 대단한 매혹이다. 마음껏 심호흡을 들이키고 아득한 원경에 눈을 맞춘다.
봉일천에서 3km여 가면 경의천 철교가 지나는 파주 금촌동이다. 파주는 문산 외에 탄현, 교하, 운정 등의 시가지가 흩어져 있지만 시청이 금촌동에 있어 파주의 행정중심지가 되었다. 이제 공릉천과 헤어져 철교옆 교량을 건너 운정신도시로 남향한다.
운정호수공원 스카이브릿지 아래를 지나는 일행. 자연구릉을 끼고 있어 공원은 입체감이 넘치고 산책로와 호수가 매우 자연스럽다
가장 아름다운 호수공원
전국의 신도시마다 호수를 낀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이제 불문율처럼 되었다. 많은 호수공원을 가보았지만 개인적으로 최고는 운정호수공원이다. 자연 구릉을 끼고 조성되어 상하 기복이 있어 한층 강렬한 입체감을 주고, 호반 산책로와 호수도 대단히 자연스러워 얼핏 보면 원래 있던 것처럼 느껴진다.
“여기 최곱니다!”
“정말 자연스럽게 잘 해놓았네요!”
“조정경기장이라도 있으면 더 좋겠어요.”
“노후에 지내기 딱 좋군요.”
운정호수공원을 지나면서 다들 찬사 일색이다. 공릉천에서 호수공원에 이르는 3km 정도의 실개천 길도 조붓하고 운치 있어 라이딩을 하며 두런두런 얘기나누기도 부담 없다. 공원을 가로지르는 길이 286m의 높직한 스카이브릿지에 서면 무성한 녹색 숲을 이룬 호수공원이 발 아래로 펼쳐진다.
운정호수공원 남서쪽에는 각종 운동시설을 갖춘 운정건강공원이 따로 있다. 건강공원 입구에는 인공폭포가 떨어지는데 여기서 왕복 8차로의 널찍한 미래로를 따라 남향하면 일산신도시 방면이다. 인도에는 자전거도로가 잘 되어 있어 편안하게 달릴 수 있다. 2.3km 내려간 덕이초교 입구 사거리에서 우회전, 200여m 지점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장어양식장 간판이 있는 동네 사잇길을 빠져나가면 수로길이 나온다. 우회전해서 수로를 따라 가면 일산신도시의 북서쪽을 외곽으로 일주하게 된다. 멀리 고양종합운동장과 킨텍스가 보인다.
수로 양편에 길이 있는데 중간교량으로 건너편으로 건너가 3.7km 가면 제2자유로 아래를 지난다. 제2자유로를 지나자말자 도로와 만나 좌회전하면 일산대교 북단의 법곳IC(제2자유로)로 나오게 된다. 이후에는 평화누리 자전거길을 따라 자유로와 나란히 달려 행주산성으로 복귀하면 된다.
스카이브릿지에서 바라본 운정호수공원. 호수공원만 72만4937㎡(약 22만평)에 달하고 주변에 이어진 공원과 둔치를 더하면 2배 이상이나 되는 대규모다
운정건강공원 입구 인공폭포에서 잠시 휴식. 여기서 미래로를 따라 계속 남하하면 일산신도시로 이어진다
'바다미'의 디테일
구 행주대교 북단 출발지점에 다시 도착해 일정을 마무리하며 또 한번 ‘바다미’를 괄목상대한다. 자세히 보니 뽈락선생만의 디테일이 대단하다.
헤드튜브에는 바람 풍(風) 자를 형상화한 바다미 헤드뱃지가 개성적이고, 시트스테이와 체인스테이 좌우를 연결하는 아치는 화살 모양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페인팅을 한다면 전혀 표가 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마무리된 황동용접 자국은 그 자체로 하나의 마에스트로급 장인정신을 보여준다.
BB 위에는 접이식 자물쇠를 수납했는데 열쇠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바로 위 시트튜브에 열쇠고리를 만든 것은 기발하다. 뽈락선생은 “내가 직접 설계하고 만드는 프레임이니 필요한 것을 추가하고 개선할 수 있었다”고.
패니어를 다는 리어랙도 그가 직접 만들었다. 아주 튼튼해서 장거리 여행도 문제없겠다. 탑튜브와 시트튜브가 만나는 모서리에는 만약을 대비해 본인의 이름과 혈액형, 비상연락처(부인 금숙님 휴대폰 번호)를 기입한 플라스틱 태그를 달았다. 혼자 여행하다 사고를 당해 의식이 없을 경우 아주 긴요한 정보다.
“여행할 때는 이거 정말 도움되겠습니다.”
“저는 자물쇠를 잠가놓고 열쇠를 못 찾아 매번 곤욕을 치르는데 열쇠고리가 부럽네요.”
“아내 몰래 탈 때도 있어서 집사람 전화번호는 곤란해요. 그러고 보니 태그는 뽈락선생 금슬이 좋다는 자랑이군요!”
“금숙님이 대단한 미인이던데 3년을 어떻게 떨어져 지내셨어요?”
뽈락선생 왈, “불안했지요. 그래도 잘 기다려주더군요. 허허~”
출발지인 구 행주대교 북단으로 돌아와 바다미를 자세히 살펴보는 일행
tip
코스 일주거리는 약 55km이고 언덕이 거의 없어 편안하게 라이딩과 풍경을 즐기기 좋다. 창릉천에서 공릉천으로 넘어갈 때 삼송신도시를 관통해야 하는데 이 때 길을 잘 찾아야 한다. 고양중~삼송초교~신원중을 포인트로 삼으면 찾기 편하다. 신원중 옆 벽제교에서 공릉천을 만나고 왼쪽의 강둑길을 따라 하류로 가면 된다. 금촌에서 운정호수공원 방면으로 갈 때는 철교 옆 다리를 건너 좌회전하면 호수공원 방면 실개천길이 시작된다. 운정건강공원 입구 인공폭포에서는 넓은 미래를 따라 계속 남하하면 일산신도시로 이어진다. 수로길은 덕이초교 앞 사거리에서 우회전, 맞은편 장어양식장 골목으로 들어서면 된다. 식사는 삼송초교 뒤편의 장가계(031-968-8866, 권율대로 753-1)를 추천한다. 수타면 짬뽕과 짜장면이 맛나다.
글/사진 김병훈 발행인
행주대교~창릉천~공릉천~운정호수공원 코스 55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