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최북단에 외로이 뜬 바다의 종착역
서해안 최북단에 자리한 백령도와 대청도는 북한땅이 훨씬 더 까까워 전략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요충지다. 인천항에서 4시간이 넘는 먼 뱃길과 긴장감이 감도는 군사지역 이미지로 가기 힘든 느낌을 줬지만 지금은 특별한 관광지로 인기가 높다. ‘심청전’의 배경이 된 인당수가 근처에 있고, 웅장하고면서도 기묘한 해안절벽 두무진도 장관이다. 백령도 남쪽 7km 지점에 있는 대청도는 ‘한국의 사하라사막’이라는 옥죽동 모래언덕을 비롯해 일주도로를 따라 볼거리가 즐비하다 (2019년 10월)
글/사진 이윤기 이사
백령도 콩돌해변을 지나 고갯길을 넘어 장촌포구로 가는 코스. 예전에는 험한 자갈길이었는데 말끔하게 포장이 됐다. 뒤편으로 콩돌해안이 활처럼 휘어진다
백령도는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섬으로 대청도, 소청도와 함께 적막감이 감돌면서도 국가 안보상 전략적 요충지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백령도 여행은 그야말로 큰마음을 먹고 가야한다. 짙은 안개나 풍랑주의보가 떨어지면 애써 기대하고 준비했던 여행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국내 섬 여행지에서 울릉도, 흑산도와 더불어 결항률이 높기로 알려진 섬 중의 하나다.
예전의 백령도는 외로운 섬으로 불릴 만큼 인적이 뜸했다. 그 이유는 워낙 파도가 높고, 잘못하면 풍랑주의보 때문에 3~4일간 붙잡히기 때문이다.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긴장감이 감도는 입지로 인해 쉽게 갈 수 없는 벽 같은 것이 있었지만 이제는 모두 옛 이야기가 되었다.
빼어난 경관, 심첨전의 배경
백령도는 우리나라에서 여덟번째로 큰 섬이다. 오염되지 않은 맑고 깨끗한 해수면과 조화된 절경을 이루고 있는 기암괴석, 사곶천연비행장 등 빼어난 경관이 수두룩하다. 국가안보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이 섬은 ‘심청전’의 배경이 된 곳으로 ‘효성의 섬’으로 불리며, 효의 원천지로 알려져 있다.
백령도 서북쪽의 두무진과 북한의 장산곶 중간에는 효녀 심청이 아버지를 위해 공양미 300석에 몸을 팔아 바다에 빠졌다는 인당수가 사나운 물결을 꿈틀거리고 있고, 남쪽에는 인당수에 빠졌던 심청이 용궁에 갔다가 타고 온 연꽃이 조류에 밀려 바위에 걸렸다는 연봉바위가 있다.
전세계에 2곳밖에 없다는 천연비행장으로 나폴리에 버금가는 사곶해변, 콩알만한 자갈이 모인 콩돌해안, ‘서해의 해금강’이라 일컫는 두무진, 심청을 기리는 심청각 등은 백령도의 자랑거리다. 특히 기기묘묘한 기암이 모여 있는 두무진에서는 잡념이 다 없어지고 감탄사만이 터져 나온다.
비행기도 이착륙 가능한 사곶해변
천연기념물 제391호로 지정된 ‘사곶해변’은 한때 군부대 비행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고운 입자의 모래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길이 3km, 폭 200m의 넓은 백사장은 비행장으로 사용될 정도로 사질이 단단해 지금도 차량과 자전거로 달릴 수 있다.
콩돌해변은 파도에 의해 마모를 거듭해 형성된 잔자갈이 정말 콩알 같다. 자갈 색상이 백색, 갈색, 회색, 적갈색, 청회색 등으로 형형색색을 이루고 있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해안경관을 만들어낸다. 콩돌해변에서 돌을 밟으며 걷는 것만으로도 신비한 경험이다.
인당수가 여기구나
진촌리에 자리한 ‘심청각’은 심청이 아버지 심봉사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300석에 몸을 던진 인당수와 심청이 환생했다는 연봉바위 등 백령도가 심청전의 무대였던 사실을 기리기 위해 인당수와 연봉바위가 동시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터잡고 있다. 전통문화를 발굴, 계승함과 아울러 ‘효’ 사상을 함양하고 망향의 아픔을 가진 실향민에게는 고향을 그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심청이 치마를 들고 물에 띄어드는 순간을 묘사한 동상과 환생장면 등이 조성되어 있고 심청전에 관련된 판소리, 영화, 고서 등을 전시하고 있다.
장촌포구의 용트림바위 전망대. 대청도와 소청도 사이에 떠있는 연봉바위가 잘 보인다
백령대교를 건너면 사곶해변 끝부분에 두 개의 기암이 서 있다 용기포등대 산 아래의 해안절벽. 암벽 사이의 좁은 공간을 통과하면 긴 자연동굴도 만난다
용기원산에서 바라본 용기포 신항. 그 뒤로 사곶해변이 길게 뻗어 있다 심청각의 효녀 심청상. 인당수에 막 뛰어드는 포즈를 하고 있다
섬 안쪽 간척지 들판에는 사계절별로 유채꽃, 메밀, 코스모스 등을 식재해 관광객을 반긴다
서해에도 해금강이 있다니
두무진은 빼어난 비경과 많은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어우러져 그 자태가 신비에 가깝다. 기이한 해안절벽으로 이뤄진 두무진은 오랜 세월 동안 파도와 비바람에 깎여 만들어진 규암절벽이다. 북서계절풍의 영향을 직접 받은 곳이어서 해식작용이 극렬하게 일어나며, 높이 50m에 달하는 해식애가 장대하게 펼쳐진다.
선대암, 형제바위, 장군바위, 코끼리바위 등이 푸른 바다와 어울려 극적인 비경을 이룬다. 통통배를 타고 이 일대를 해상관광으로 둘러보다 운이 좋으면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받고 있는 물범이 물개바위 주변에서 수면에 잠길 듯 말 듯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두무진을 등진 바다 건너편에는 북녘땅 장신곶과 몸금포해안이 가깝게 보여 실향민들이 두고 온 고향을 그리며 애환을 달랜다.
섬 중심에는 너른 들판이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세워진 중화동교회, 장촌포구 해안에 홀로 서 있는 용트림바위, 백령도의 유일한 천일염전으로 소금맛이 좋아 까나리액젖과 김치를 담그는데 사용한다는 화동염전, 감람암 포획현무암이 있는 하늬해변, 용기원산 전망대 등 볼거리가 많다.
화동과 사곶 사이를 막아 매립으로 이루어진 백령호 일대에는 드넓은 농경지가 펼쳐진다. 들길을 달리다보면 형형색색의 코스모스가 바람에 한들거리며 수줍은 미소로 발길을 사로잡아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이곳엔 계절별로 튤립, 유채, 코스모스, 메밀, 해당화 등 경관작물을 심고 억새밭 둘레길 탐방로와 쉼터를 조성해 백령도를 찾는 관광객, 주민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천안함 폭침 해역이 바라보이는 산 정상에 ‘천안함46용사위령탑’이 서 있다
‘한국의 사하라사막’ 품은 대청도
백령도 여행을 마치고 바로 아래에 있는 섬, 대청도에 들렀다. 서해 최북단에 자리한 삼형제 섬 중 두 번째인 대청도는 큰형 격인 백령도와 7km, 막내인 소청도와는 4km 떨어져 있다. 다른 섬과 마찬가지로 바다 건너 북한 땅이 바라보이는, 분단을 상징하는 가슴 아픈 섬이다.
행정구역상 대청면은 대청도와 소청도로 나뉘어 있으며 주민들 대부분은 어업에 종사하고 일부 주민은 논농사와 밭농사를 겸업으로 하고 있는 전형적인 어촌지역이다.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환경은 고달픈 일상사를 잊고 피로를 풀기에 적격이라 할 만큼 영원히 간직해야할 하늘이 내린 낙원이다.
대청도는 백령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우람하고 남성적인 모습의 삼각산(343m) 을 위주로 부드러운 모래 해변과 빼어난 경관을 뽐내는 명소가 많다.
백령도의 유명세에 밀려 덜 알려진 측면이 많지만 섬의 크기는 백령도의 1/3 정도로 산지가 대부분을 이루고, 면적에 비해 산이 높아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대청도 일주도로는 18km밖에 되지 않으나 산세가 험해 난공사를 통해 각 마을이 잘 연결되어 있고 볼거리가 많아서 4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검은낭 해안산책로에서 바라본 답동해변. 암벽의 색깔이 검어서 검은낭이라고 한다
옥죽동 모래언덕에는 4마리의 낙타상이 있어 마치 중동의 사막지대를 연상케 한다 이 먼 섬에 모래사막이!
대청도의 관문인 선진포에 들어서서 우측 답동해변을 달려 큰 고개를 넘어서면 옥죽동으로 가는 길이다. 옥죽동은 해변과 모래사막으로 유명한 마을이다. ‘한국의 사하라’라고 불리는 옥죽동 모래사막은 거대한 겨울 파도가 물밀듯이 옥죽동 해변으로 밀려오면서 오랜 세월동안 해변과 산자락에 모래가 날려서 쌓인 것이 지금의 모래밭으로 변한 것이라고 한다.
모래사막은 꽤나 넓고 높게 분포돼 있는데 길이 1km, 폭 200~300m 정도 된다. 예전에는 더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었다고 한다. 모래 언덕의 한편에는 네 마리의 낙타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좀 생뚱맞지만 사막의 정취를 살려주는 듯하다. 모래밭 한가운데 있노라면 중동의 어느 사막에 와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옥죽동 해안에서 나오면 오른쪽으로 오솔길이 하나 있는데, 농여해변으로 가는 길이다. 대청도에는 옥죽동, 농여, 모래울, 탑동 등 해변이 여럿 있으며 그중에서도 농여해변과 미아동해변으로 이어지는 백사장이 가장 아름답다. 이 두 해변의 모래사장은 발자국이 남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 농여해변과 미아동해변은 썰물이 되면 서로 이어져 하나가 된다. 두 해변 사이에는 고생대에서 중생대로 바뀌는 변혁기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나 지층이 엿가락처럼 휘어진 기이한 암벽을 볼 수 있다.
미아동해변을 나와 서남쪽으로 언덕길을 오르면 고개정상에 산과 산 사이를 잇는 ‘러브브릿지’가 나온다. 전망대로도 훌륭하다
해병초소와 모래울해변. 해변 뒤로 울창한 소나무숲이 인상적이다
광난두정자각에서 선진포항으로 가는 아름다운 해안도로 고개 너머, 모퉁이 저편마다 숨은 절경
미아동해변을 나와 서남쪽 고갯길을 넘다보면 고개 정상에 산과 산 사이를 잇는 러브브릿지 나온다. 세 개의 하트가 조형된 일명 ‘사랑의 다리’는 보행용 교량으로, 낮에는 삼각산으로 이어지는 산책로와 전망대의 역할을 하고 밤에는 야경을 조망할 수 있다.
러브브릿지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좌측에 매바위 전망대가 나타난다. 황해도 장산곶에서 대청도를 오가던 매를 채집해 매사냥을 했던 곳으로 유례가 깊다. 상승기류를 타고 수리봉으로 날아오르는 매의 조형물을 만들어 놓았다.
매바위 전망대에서 남쪽 해안으로 긴 내리막을 내려오면 모래울해변이다. 한때 사탄동해변으로 불렸던 곳이다. 사탄은 ‘모래여울’이라는 뜻으로 모래가 바람에 실려 아름다운 곡선을 이룬다고 한다. 모래울해변은 1km 정도 고운 모래가 깔려 있고, 주변에는 수백 그루의 적송과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매우 아름답고 한적한 절경이다.
모래울해변에서 선진포항으로 넘어가기 위해 산자락을 돌아 오르면 고갯마루에 정자 하나를 볼 수 있다. 현판에는 ‘광난두정자각’이라고 쓰여 있다. 지나는 나그네에게 휴식의 틈을 주고 주변의 좋은 풍광도 감상하라고 세워 놓은 모양이다.
이 정자에 올라 바다를 내려다보면 서남쪽으로 길게 뻗은 반도가 보이는데 절경의 해안절벽이란다. 이곳은 대청도 최고의 비경이라는 서풍받이에서 마당바위로 이어지는 트래킹 코스다.
순환도로를 따라 조금 더 내려가면 낙조전망대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한 폭의 그림이란다. 독바위 해안을 지나면 다시 오르막길로 변하면서 마지막 고개를 넘어 출발지인 선진동 포구가 나온다.
능여해변과 미아동해변은 사질이 단단해 라이딩이 가능하다
매바위 쉼터의 매 동상
서해 최북단에 외로이 뜬 바다의 종착역
서해안 최북단에 자리한 백령도와 대청도는 북한땅이 훨씬 더 까까워 전략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요충지다. 인천항에서 4시간이 넘는 먼 뱃길과 긴장감이 감도는 군사지역 이미지로 가기 힘든 느낌을 줬지만 지금은 특별한 관광지로 인기가 높다. ‘심청전’의 배경이 된 인당수가 근처에 있고, 웅장하고면서도 기묘한 해안절벽 두무진도 장관이다. 백령도 남쪽 7km 지점에 있는 대청도는 ‘한국의 사하라사막’이라는 옥죽동 모래언덕을 비롯해 일주도로를 따라 볼거리가 즐비하다 (2019년 10월)
글/사진 이윤기 이사
백령도는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섬으로 대청도, 소청도와 함께 적막감이 감돌면서도 국가 안보상 전략적 요충지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백령도 여행은 그야말로 큰마음을 먹고 가야한다. 짙은 안개나 풍랑주의보가 떨어지면 애써 기대하고 준비했던 여행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국내 섬 여행지에서 울릉도, 흑산도와 더불어 결항률이 높기로 알려진 섬 중의 하나다.
예전의 백령도는 외로운 섬으로 불릴 만큼 인적이 뜸했다. 그 이유는 워낙 파도가 높고, 잘못하면 풍랑주의보 때문에 3~4일간 붙잡히기 때문이다.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긴장감이 감도는 입지로 인해 쉽게 갈 수 없는 벽 같은 것이 있었지만 이제는 모두 옛 이야기가 되었다.
빼어난 경관, 심첨전의 배경
백령도는 우리나라에서 여덟번째로 큰 섬이다. 오염되지 않은 맑고 깨끗한 해수면과 조화된 절경을 이루고 있는 기암괴석, 사곶천연비행장 등 빼어난 경관이 수두룩하다. 국가안보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이 섬은 ‘심청전’의 배경이 된 곳으로 ‘효성의 섬’으로 불리며, 효의 원천지로 알려져 있다.
백령도 서북쪽의 두무진과 북한의 장산곶 중간에는 효녀 심청이 아버지를 위해 공양미 300석에 몸을 팔아 바다에 빠졌다는 인당수가 사나운 물결을 꿈틀거리고 있고, 남쪽에는 인당수에 빠졌던 심청이 용궁에 갔다가 타고 온 연꽃이 조류에 밀려 바위에 걸렸다는 연봉바위가 있다.
전세계에 2곳밖에 없다는 천연비행장으로 나폴리에 버금가는 사곶해변, 콩알만한 자갈이 모인 콩돌해안, ‘서해의 해금강’이라 일컫는 두무진, 심청을 기리는 심청각 등은 백령도의 자랑거리다. 특히 기기묘묘한 기암이 모여 있는 두무진에서는 잡념이 다 없어지고 감탄사만이 터져 나온다.
비행기도 이착륙 가능한 사곶해변
천연기념물 제391호로 지정된 ‘사곶해변’은 한때 군부대 비행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고운 입자의 모래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길이 3km, 폭 200m의 넓은 백사장은 비행장으로 사용될 정도로 사질이 단단해 지금도 차량과 자전거로 달릴 수 있다.
콩돌해변은 파도에 의해 마모를 거듭해 형성된 잔자갈이 정말 콩알 같다. 자갈 색상이 백색, 갈색, 회색, 적갈색, 청회색 등으로 형형색색을 이루고 있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해안경관을 만들어낸다. 콩돌해변에서 돌을 밟으며 걷는 것만으로도 신비한 경험이다.
인당수가 여기구나
진촌리에 자리한 ‘심청각’은 심청이 아버지 심봉사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300석에 몸을 던진 인당수와 심청이 환생했다는 연봉바위 등 백령도가 심청전의 무대였던 사실을 기리기 위해 인당수와 연봉바위가 동시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터잡고 있다. 전통문화를 발굴, 계승함과 아울러 ‘효’ 사상을 함양하고 망향의 아픔을 가진 실향민에게는 고향을 그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심청이 치마를 들고 물에 띄어드는 순간을 묘사한 동상과 환생장면 등이 조성되어 있고 심청전에 관련된 판소리, 영화, 고서 등을 전시하고 있다.
장촌포구의 용트림바위 전망대. 대청도와 소청도 사이에 떠있는 연봉바위가 잘 보인다
용기포등대 산 아래의 해안절벽. 암벽 사이의 좁은 공간을 통과하면 긴 자연동굴도 만난다
심청각의 효녀 심청상. 인당수에 막 뛰어드는 포즈를 하고 있다
섬 안쪽 간척지 들판에는 사계절별로 유채꽃, 메밀, 코스모스 등을 식재해 관광객을 반긴다
서해에도 해금강이 있다니
두무진은 빼어난 비경과 많은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어우러져 그 자태가 신비에 가깝다. 기이한 해안절벽으로 이뤄진 두무진은 오랜 세월 동안 파도와 비바람에 깎여 만들어진 규암절벽이다. 북서계절풍의 영향을 직접 받은 곳이어서 해식작용이 극렬하게 일어나며, 높이 50m에 달하는 해식애가 장대하게 펼쳐진다.
선대암, 형제바위, 장군바위, 코끼리바위 등이 푸른 바다와 어울려 극적인 비경을 이룬다. 통통배를 타고 이 일대를 해상관광으로 둘러보다 운이 좋으면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받고 있는 물범이 물개바위 주변에서 수면에 잠길 듯 말 듯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두무진을 등진 바다 건너편에는 북녘땅 장신곶과 몸금포해안이 가깝게 보여 실향민들이 두고 온 고향을 그리며 애환을 달랜다.
섬 중심에는 너른 들판이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세워진 중화동교회, 장촌포구 해안에 홀로 서 있는 용트림바위, 백령도의 유일한 천일염전으로 소금맛이 좋아 까나리액젖과 김치를 담그는데 사용한다는 화동염전, 감람암 포획현무암이 있는 하늬해변, 용기원산 전망대 등 볼거리가 많다.
화동과 사곶 사이를 막아 매립으로 이루어진 백령호 일대에는 드넓은 농경지가 펼쳐진다. 들길을 달리다보면 형형색색의 코스모스가 바람에 한들거리며 수줍은 미소로 발길을 사로잡아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이곳엔 계절별로 튤립, 유채, 코스모스, 메밀, 해당화 등 경관작물을 심고 억새밭 둘레길 탐방로와 쉼터를 조성해 백령도를 찾는 관광객, 주민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용기원산에서 북한땅을 바라보며
천안함 폭침 해역이 바라보이는 산 정상에 ‘천안함46용사위령탑’이 서 있다
‘한국의 사하라사막’ 품은 대청도
백령도 여행을 마치고 바로 아래에 있는 섬, 대청도에 들렀다. 서해 최북단에 자리한 삼형제 섬 중 두 번째인 대청도는 큰형 격인 백령도와 7km, 막내인 소청도와는 4km 떨어져 있다. 다른 섬과 마찬가지로 바다 건너 북한 땅이 바라보이는, 분단을 상징하는 가슴 아픈 섬이다.
행정구역상 대청면은 대청도와 소청도로 나뉘어 있으며 주민들 대부분은 어업에 종사하고 일부 주민은 논농사와 밭농사를 겸업으로 하고 있는 전형적인 어촌지역이다.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환경은 고달픈 일상사를 잊고 피로를 풀기에 적격이라 할 만큼 영원히 간직해야할 하늘이 내린 낙원이다.
대청도는 백령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우람하고 남성적인 모습의 삼각산(343m) 을 위주로 부드러운 모래 해변과 빼어난 경관을 뽐내는 명소가 많다.
백령도의 유명세에 밀려 덜 알려진 측면이 많지만 섬의 크기는 백령도의 1/3 정도로 산지가 대부분을 이루고, 면적에 비해 산이 높아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대청도 일주도로는 18km밖에 되지 않으나 산세가 험해 난공사를 통해 각 마을이 잘 연결되어 있고 볼거리가 많아서 4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검은낭 해안산책로에서 바라본 답동해변. 암벽의 색깔이 검어서 검은낭이라고 한다
이 먼 섬에 모래사막이!
대청도의 관문인 선진포에 들어서서 우측 답동해변을 달려 큰 고개를 넘어서면 옥죽동으로 가는 길이다. 옥죽동은 해변과 모래사막으로 유명한 마을이다. ‘한국의 사하라’라고 불리는 옥죽동 모래사막은 거대한 겨울 파도가 물밀듯이 옥죽동 해변으로 밀려오면서 오랜 세월동안 해변과 산자락에 모래가 날려서 쌓인 것이 지금의 모래밭으로 변한 것이라고 한다.
모래사막은 꽤나 넓고 높게 분포돼 있는데 길이 1km, 폭 200~300m 정도 된다. 예전에는 더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었다고 한다. 모래 언덕의 한편에는 네 마리의 낙타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좀 생뚱맞지만 사막의 정취를 살려주는 듯하다. 모래밭 한가운데 있노라면 중동의 어느 사막에 와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옥죽동 해안에서 나오면 오른쪽으로 오솔길이 하나 있는데, 농여해변으로 가는 길이다. 대청도에는 옥죽동, 농여, 모래울, 탑동 등 해변이 여럿 있으며 그중에서도 농여해변과 미아동해변으로 이어지는 백사장이 가장 아름답다. 이 두 해변의 모래사장은 발자국이 남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 농여해변과 미아동해변은 썰물이 되면 서로 이어져 하나가 된다. 두 해변 사이에는 고생대에서 중생대로 바뀌는 변혁기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나 지층이 엿가락처럼 휘어진 기이한 암벽을 볼 수 있다.
미아동해변을 나와 서남쪽으로 언덕길을 오르면 고개정상에 산과 산 사이를 잇는 ‘러브브릿지’가 나온다. 전망대로도 훌륭하다
해병초소와 모래울해변. 해변 뒤로 울창한 소나무숲이 인상적이다
고개 너머, 모퉁이 저편마다 숨은 절경
미아동해변을 나와 서남쪽 고갯길을 넘다보면 고개 정상에 산과 산 사이를 잇는 러브브릿지 나온다. 세 개의 하트가 조형된 일명 ‘사랑의 다리’는 보행용 교량으로, 낮에는 삼각산으로 이어지는 산책로와 전망대의 역할을 하고 밤에는 야경을 조망할 수 있다.
러브브릿지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좌측에 매바위 전망대가 나타난다. 황해도 장산곶에서 대청도를 오가던 매를 채집해 매사냥을 했던 곳으로 유례가 깊다. 상승기류를 타고 수리봉으로 날아오르는 매의 조형물을 만들어 놓았다.
매바위 전망대에서 남쪽 해안으로 긴 내리막을 내려오면 모래울해변이다. 한때 사탄동해변으로 불렸던 곳이다. 사탄은 ‘모래여울’이라는 뜻으로 모래가 바람에 실려 아름다운 곡선을 이룬다고 한다. 모래울해변은 1km 정도 고운 모래가 깔려 있고, 주변에는 수백 그루의 적송과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매우 아름답고 한적한 절경이다.
모래울해변에서 선진포항으로 넘어가기 위해 산자락을 돌아 오르면 고갯마루에 정자 하나를 볼 수 있다. 현판에는 ‘광난두정자각’이라고 쓰여 있다. 지나는 나그네에게 휴식의 틈을 주고 주변의 좋은 풍광도 감상하라고 세워 놓은 모양이다.
이 정자에 올라 바다를 내려다보면 서남쪽으로 길게 뻗은 반도가 보이는데 절경의 해안절벽이란다. 이곳은 대청도 최고의 비경이라는 서풍받이에서 마당바위로 이어지는 트래킹 코스다.
순환도로를 따라 조금 더 내려가면 낙조전망대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한 폭의 그림이란다. 독바위 해안을 지나면 다시 오르막길로 변하면서 마지막 고개를 넘어 출발지인 선진동 포구가 나온다.
능여해변과 미아동해변은 사질이 단단해 라이딩이 가능하다
매바위 쉼터의 매 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