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이윤기의 탐사투어 / 인천 연평도

자생투어
202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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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신비, 긴장과 평화가 공존하는 섬

서해 최북단 북방한계선(NNL)에 인접한 연평도는 최전방 기지로 온통 요새화되어 있지만 때묻지 않은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다. 해안에는 기암괴석과 백사장, 절경이 즐비하고 꽃게를 비롯한 싱싱한 해산물도 풍성하다. 하지만 분단의 상흔인 연평도포격사건과 연평도해전의 현장이기도 해서 평화로운 풍경 저편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020년 12월)

글·사진 이윤기 이사 협찬 첼로스포츠

대연평도 코스

당섬선착장 ~ 안목어장 ~ 거문여/용듸 ~ 중부리마을 ~ 책섬 ~ 망향전망대(아이스크림바위) ~ 백로서식지 ~ 구리동해변 ~ 가래칠기해변 ~ 평화공원 ~ 조기역사관  약 25km

물이 빠지면 연도교에서 ‘용듸’와 ‘검은여’로 가는 바닷길 약 800m가 열린다. 사진은 검은여 가는 길로 바다 속을 달리는 듯한 묘한 기분이다


서해5도는 긴장과 평화가 상존하는 곳이다.
북방한계선(NNL)은 6·25전쟁을 치르고 휴전을 하면서 북한측과 UN군측이 합의해 해상에 그은 경계선으로 육지의 휴전선과 같은 의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서해5도인 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를 따라 그은 해상 경계선이 바로 북방한계선(Northern Limit Line)이다. 그곳에 사람의 손때 묻지 않은 자연의 신비로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섬들이 있다. 최북단에 위치한 다섯 개의 섬, 서해5도 중에 연평도를 만나러 간다.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연평도로 가는 배편은 하루 2회 정기여객선이 운항을 한다. 이른 시간부터 아침 첫배를 타기 위해 사람들로 북적인다. 인천에서 연평도는 뱃길로 약 90km로 2시간30분 정도 가야 한다.  

연평도는 대연평도와 소연평도로 나뉘어 있다. 대연평도는 면적 7.3㎢, 해안선 길이 16.6km, 최고 높이는 127m이다. 소연평도는 남쪽으로 3.8km 거리에 있다.

붐비는 ‘연평바다역’
아침 안개가 걷힐 즈음 소연평도를 경유해 대연평도 당섬선착장에 접안한다. 연평도는 국토 수호를 위해 많은 해병대 장병들이 근무하고 있어 해병대 장병과 주말을 맞은 여행객, 인천을 다녀오는 주민들로 선착장은 항상 붐빈다. 우리가 도착한 당섬선착장은 터미널 이름이 ‘연평바다역’이다. 그 앞에는 ‘눈물의 연평도’라는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1964년에 발표된 최숙자의 히트곡으로 한반도를 휩쓸며 커다란 생채기를 남겼던 태풍 사라호(1959년)에 희생된 어부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노래다. 

먼저 당섬선착장 남쪽의 안목선착장과 연도교 중간에 있는 검은여와 용듸를 신나게 달려 본다. 연평도 본섬과 당섬선착장은 약 1km의 2층 연도교가 개설되어 있다. 하단의 도로는 밀물 시 바닷물에 잠겨 통행이 불가능하지만 2층 도로는 항시 사용할 수 있다. 썰물 시 드러나는 검은여와 용듸는 자전거로 둘러 볼만하다.  

그때 그 시절, 연평도 조기파시
연평도는 예로부터 서해어업의 중심이 되었던 섬이다. 1년 중 가장 바쁜 꽃게시즌은 4~6월의 봄 꽃게철과 9~11월의 가을 꽃게철로 나눌 수 있다. 봄에 잡은 꽃게는 산란을 앞둔 암꽃게가 살과 알이 가득 차 있어 가장 맛있고, 가을 꽃게철에는 숫꽃게가 더 맛있다고 한다. 암꽃게는 간장게장, 숫꽃게는 양념게장·찜·꽃게탕이 제격이다. 우리가 방문한 10월은 연평도 포구에 꽃게 작업이 한창이다. 

지금은 연평도 하면 꽃게를 떠올리지만 예전의 연평도는 조기 파시로 명성이 자자했다. 지금은 한적한 모습이지만, 과거에는 전국에서 몰려온 조기잡이 인파로 연평도 파시는 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조기파시촌이 별도의 마을로 형성되어 있었다고 한다. 1950년대까지 흥청거렸던 연평파시는 조기가 급격히 사라지면서 막을 내렸고 지금은 연평파출소 옆에서 시작되는 조기파시 탐방로를 걷다보면 수많은 벽화 속에서 지나간 흔적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임경업 장군 사당이 왜 여기에
연평도 조기잡이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곳이 하나 있다. 예전부터 연평도와 서해5도 지역에서는 풍어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풍어제를 지냈다고 한다. 그와 관련이 있는 곳이 연평도의 충민사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하고 있는 충민사는 조선 중기의 명장인 임경업 장군을 모신 사당으로 향토유적 제3호로 지정되어 있다. 1636년(인조 14년)에 임경업 장군이 연평도 어장의 조기를 맨 처음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임경업 장군이 억울한 죽임을 당한 후, 이곳에서는 그를 어업의 수호신으로 모시고 매년 봄마다 풍어제를 지내오고 있다. 

연평도포격으로 인한 주택 피해현장을 찾아보았다. 연평도 하면 떠오르는 사건, 바로 연평도포격사건이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은 아무런 경고 없이 연평도에 포격을 가해 ‘연평도안보교육장’에는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이 생생하게 보존되어 있다. 

당시 연평도 포격으로 부대로 복귀하던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이 전사하는 등 인명피해를 입은 것은 물론이고, 공공시설과 민가 주택까지도 피해가 컸다. 10년이 지났지만 그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연평도 포격사건 당시 날아드는 포탄 속에서도 신속한 대응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안보교육장 내에 포탄 전시물을 지켜보면서 새삼스레 안보의 중요성이 느껴진다. 이 땅에 다시는 없어야 할 전쟁의 상흔. 고귀한 희생으로 지켜낸 평화이기에 지금의 일상은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한 선물이다. 


북녘 땅이 지척으로 보이는 망향전망대
삼형제 바위가 있는 책섬과 빨간 등대를 둘러보고, 연평도 동북쪽 끝에 위치한 망향전망대로 향한다. 북방한계선의 푸른 바다와 북녘 땅이 바라보이는 망향공원은 황해도 고향땅을 두고 온 실향민들의 간절한 마음을 모아 조성했다. 북한이 지척인 이곳은 지형적으로 옹진반도가 눈앞에 있어 날씨가 좋은 날에는 해주 시멘트 공장의 연기까지 보인다고 한다. 

망원경으로 살펴보니 삽도와 석도, 장재도를 비롯한 북한의 섬들과 건너편 북한 땅이 손에 잡힐 듯하다. 바다 위 눈에 보이지 않는 북방한계선(NNL) 일대 경계수역에는 중국 어선들이 조업중이다. 설명에 의하면 많을 때는 수백 척의 중국 어선들이 몰려와서 어장을 싹쓸이한다고 한다. 시기적으로 꽃게철이어서 꽃게를 잡는 듯싶다.

망향전망대에서 좌측 해안을 따라 바라보이는 산이 연평도 최고봉인 대나루큰산(114m)이다. 망향전망대를 내려와 조금 가면 일명 ‘아이스크림바위’라 불리는 낭까리봉이다. 송곳바위라고도 하는데 추운 겨울철에는 눈과 바닷물이 함께 얼어붙어 아이스크림처럼 보인다고 한다.

늘 보듬어 주는 어머니 바다
백로서식지를 찾았다. 백로는 연평도에 서식하는 철새로 봄부터 여름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서식지가 있는 곳은 고래준골로 이곳에서 백로는 짝짓기를 하고 산란도 한다. 알을 낳으면 암수가 함께 품는 특징이 있다고 하며, 갈매기들도 함께 서식한다. 우리가 찾았을 즈음에는 이미 백로가 떠나고 난 뒤여서 아쉬움이 남지만, 해안에 펼쳐진 아름다운 콩돌은 모두가 수석일 정도로 다양한 모양과 빛깔을 하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후회가 없다.
사람들 발길이 닿지 않아서 깨끗하고 신비한 아름다움이 남아있는 연평도 구리동해변은 잔잔한 파도가 밀려와 마음 속 묵은 때를 지워준다. 자연은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 주기도 한다. 이렇듯 바다는 엄마의 품과 같다. 하염없이 큰 품으로 묵묵히 보듬어주는 바다가 그래서 좋다. 

연평도 구리동 해변에서 보니, 저 멀리 옹진반도가 눈에 들어온다. 오랜 시간 사람의 발길이 제한된 덕분에 연평도는 속세를 초월한 신비로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저 멀리 보이는 북녘 땅도 자연이 어루만지는 손길에 하나로 보듬어지는 느낌이다. 

구리동해변에서 우측 임도를 따라가면 해안절벽을 따라 철책선이 이어진다. 도보코스로 개설된 싱글길이라 자전거로 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힘들고 번거롭더라도 다닐 만하다. 이 해안절벽의 철책선을 따라가면 병풍바위가 있는 가래칠기해변이 나온다. 해안의 기암괴석은 바닷가를 따라 병풍을 쳐 놓은 것과 흡사해 병풍바위라고 하는데, 참으로 아름답고 기묘하다.

그때를 보여주는 조기역사관
연평도 최남단에는 평화공원, 조기역사관, 등대공원이 있다. 평화공원은 연평해전을 승리로 이끌고 조국을 위해 산화한 영령들을 추모하고 든든한 안보와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조성한 공원이다. 공원 중심에 있는 조형추모비는 용치(龍齒, 용의 이빨 모양을 한 해상 방어시설)를 형상화한 추모비로 연평해전 당시 전사한 25인의 영령을 기리고 있다. 또한 공원 뜰에는 군에서 사용했던 탱크와 장갑차, 헬기를 전시해 안보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조기파시의 풍요로움을 떠올리기 위해서는 조기역사관을 가봐야 한다. 조기 철이면 전국에서 3천여척의 배들이 모여 장관을 이뤘다는 연평도 앞바다. 지금은 조기가 사라져 과거 일이 되었지만 조기는 당시 연평도의 부의 상징이었다. 전시관 2층으로 올라가면 사방이 탁 트인 전망대다. 이곳에서는 1·2차 연평해전이 벌어졌던 장소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조기역사관으로 가는 길에는 병풍바위와 가래칠기해변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으며, 조기역사관 아래 해안절벽에는 군작전 시설물인 터널이 개방되어 있다. 터널 안은 어둡지만 LED 조명아래 터널 양옆으로 옹진군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서해 최북단 NNL에 위치한 연평도는 섬 전체가 군사적 요충지로 요새화되어 있다. 또한 많은 도로망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어 복잡하기도 하다. 그러나 인적이 드문 곳인 만큼 청정바다와 때 묻지 않은 자연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한가롭게 숲길을 달리다 보면, 바람이 말을 걸어온다. 바람이 일면 나뭇잎들과 바다는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파도소리와 나뭇잎 소리의 환상적인 합주는 도시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자연의 소리다. 눈이 시릴 만큼 아름다운 해안절경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없는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소연평도 코스 

선착장 ~ 갈매기섬 ~ 연평도등대 ~ 연화봉 송전탑 ~ 선착장 약 6.5km

연평도 남쪽으로 바라보이는 원뿔 형태의 작은 섬이 소연평도다. 대연평도에서 3.8km 거리로 지척에 있는 형제 섬이다. 일주도로가 개설되어 있어 섬을 한 바퀴 둘러 볼 수 있다. 

대연평도 쪽에서 바라보면 섬 모양이 삼각형으로 최고봉인 연화봉 정상에는 송전탑이 우뚝 솟아 있다. 선착장에 들어서면 아담한 동네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형적인 어촌마을로 주민들은 모두 선착장에 모여 거주하고 있으며, 마을 골목은 새로 단장한 벽화로 섬을 찾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자연이 빚어낸 최고의 조형물은 바로 소연평도의 ‘얼굴바위’다. 마치 사람의 옆모습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이 절벽은 소연평도를 대표하는 명물이다. 

예로부터 한결 같이 풍요로운 황금어장을 지켜온 소연평도의 등대는 현재 소등되어 제 역할은 못 하지만 언제나 묵묵히 바다를 향해 서있다. 등대 좌측의 해안으로 내려가는 등산로를 이용하면 얼굴바위가 잘 조망된다. 

소연평도 동쪽 일주도로를 따라가면 바닷가에 작고 아담한 시루섬이 앙증맞게 떠 있다. 섬 정상부는 갈매기의 서식지인지 갈매기의 분비물로 인해 온통 하얀색을 띄고 있고, 섬 주변으로 모래톱(풀등)이 드러나 시루섬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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