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높구나, 포천의 진산
포천시내 서쪽에 거대한 장벽처럼 뻗은 왕방산(737m)은 높이에 비해 한층 웅장한 위용을 자랑한다. 국사봉(國師峰, 755m)은 고려말 목은 이색이 산중에 은거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하며, 왕방산의 최고봉이지만 왕방산과는 다른 별개의 산으로 본다. 국사봉을 올랐다가 왕방산 서쪽 기슭을 돌아 해룡산(661m)까지 오르는, 1일 2산의 본격 산악 코스다 (22년 9월)
국사봉 정상에서 본 남쪽 조망. 맞은편 해룡산(661m) 너머로 왼쪽으로는 불암산과 수락산이, 오른쪽으로는 도봉산과 북한산이 선명하다
수도권 동북방 변경인 포천은 갈비와 막걸리 등으로 알려져 있지만 산은 높고 물은 맑으며 들은 기름진, 산악과 전원이 어우러진 고장이다. 예로부터 서울에서 철원을 거쳐 원산으로 이어지는 주요 교통로였다.
왕방산(737m)은 포천시내 서쪽에 길게 솟은, 포천의 진산으로 높이에 비해 상당한 위용이 느껴지는 것은 포천시내가 해발 100m 정도의 저지대여서 상대적인 비고가 높기 때문이다. 왕이 방문했다고 해서 왕방산(王訪山)이라지만 한자 표기는 旺方山이다.
왕방산 줄기 서쪽으로는 동두천과의 사이에 왕방산과 소요산(587m)을 필두로 꽤 깊고 넓은 산악지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제 이 산악지대의 핵심을 일주한다. 왕방산의 최고봉인 국사봉(755m)을 올랐다가 왕방산 기슭을 거쳐 남쪽의 해룡산(661m)까지 오르는, 1일 2산 코스다.
예래원에서 바라본 왕방산 주릉(왼쪽)과 해룡산. 둘 사이에 오목한 안부는 오지재(380m)
해발 400m 전후의 예래원에서도 까마득히 올려다보이는 국사봉
동두천 왕방계곡에서 출발
출발지는 왕방산 서쪽에서 동두천 방면으로 흘러내리는 왕방계곡 샘터농원으로 동두천시 탑동에 속한다. 높이는 해발 190m.
379번 지방도를 따라 계곡 상류로 올라붙어 공원묘원인 예래원으로 향한다. 왕방계곡 상류, 해발 350~450m 경사면에 자리한 예래원은 깊은 골짜기 안이지만 남향이고 터가 넓어서 명랑한 느낌을 준다. 환한 햇살 아래에서 마주하는 거대 묘지는 그냥 공원이다. 저 숱한 봉분들 아래 영원의 부동(不動)과 침묵으로 누운 주검들의 절망은 티끌 만큼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날이 흐리거나 어두울 때, 혹은 주위에 아무도 없으면 화사하던 묘지는 음산한 단절지대로 돌변할 것이다.
새목고개(520m) 정상
가파른 첨봉 꼭대기
예래원 뒷산인 수위봉(649m)과 국사봉 사이의 안부인 새목고개(520m)에 올라선다. 고개를 살짝 넘어 오른쪽 갈림길로 진입하면 국사봉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다. 국사봉은 피라미드꼴 첨봉으로 고고하게 솟아 있다. 정상에 미군부대가 있어 진입로가 나 있지만 경사가 매우 심하고 노면이 거칠며 폭도 좁다. 숲에 시야마저 가려져 오로지 힘겨운 페달링에만 집중해야 한다. 급경사의 첨봉임을 감안하면 당연한 난관이다.
정상부에 이르면 이윽고 원경이 드러난다. 부대정문 옆으로 난 데크로를 따라 200m 가면 나오는 공터(헬기장)가 사실상의 정상이다. 표지석은 따로 없고 데크로 기둥에 정상 안내판만 붙어 있다. 부대 옆인데 이 정도 배려해준 것만도 고맙다.
바로 앞으로 왕방산이 보이고 그 너머로 서울 북단을 이루는 불암산~수락산~도봉산~북한산이 마지막 스카이라인을 그린다. 서쪽으로 선명한 파주 감악산 너머로 북녘의 산줄기도 아득하다.
가파른 국사봉 업힐. 경사가 심해 자전거가 누울 공간도 쉽지 않다
정상에 자리한 군부대 옆으로 데크로가 나 있다. 저 아래로 가라앉은 연천 종현산(585m) 왼쪽으로 전곡읍이 보인다
군부대 헬기장 옆 데크로 난간에 기댄 작은 표지판만이 국사봉 정상임을 말해준다
이제 다운힐이다. 북쪽 멀리, 서로 동떨어진 연천 보개산(지장산, 877m)과 철원 금학산(947m)이 연봉처럼 붙어 보인다
MTB 최적의 왕방산 임도
국사봉을 내려와 새목고개를 반대로 넘으면 왼쪽으로 왕방산 임도가 시작된다. 일찍부터 MTB 대회가 열렸고 동두천시도 MTB 코스로 소개하는 구간이다. 길이는 8.2km, ‘왕방산 여유길’이라는 이름도 붙여놓았다. 새목고개 직하에서 왕방산-해룡산 사이의 오지재(380m)로 이어지니 큰 틀에서는 다운힐이지만 업힐도 적지 않다.
숲이 짙어 조망은 트이지 않으나 작은 골짜기를 가로지르면서 길가로 작은 폭포와 계곡을 수시로 만난다. 숲이 주는 상큼한 호흡, 무인지경의 정적은 차분한 내성(內省)에 좋아서, 스릴 넘치는 질주와 양단의 자극이 된다. 가끔 우측통행을 지키지 않는 보행자도 있어서 코너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국사봉을 오르고 난 다음의 8.2km 숲길은 짧지도 길지도 않고 딱 적당하다.
평온한 숲길인 왕방산 임도(왕방산 여유길)
임도 중간에 있는 정자(왕방정) 쉼터
정자 옆에는 수령 450년의 소나무 고목이 비탈에 기우뚱하다. 골짜기 저편으로 파주 감악산(675m)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망한 해룡산 업힐
오지재는 왕방산과 해룡산의 접점이면서 포천과 동두천의 경계다. 아래쪽으로 왕방터널이 시원하게 뚫렸는데 굳이 이 고개를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대부분 등산객이다.
해룡산 정상에도 군부대가 있어 도로가 나 있으나 경사가 극심하고 조망은 애매하다. 부대 입구에서 길은 갑자기 끝나고 정상석은 부대를 피해 전혀 엉뚱한 곳에 있다. 포천시내 방면에서 보면 정상부가 널찍해 장쾌한 조망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지만 국사봉과 달리 부대영역이 넓어 돌아설 수밖에 없다.
왕방산과 해룡산 사이를 넘는 오지재(380m)
오지재에서 시작되는 해룡산 업힐. 거리는 1.7km에 불과해 경사가 엄청나다
왕방계곡 쾌속 다운힐
해룡산 정상에서 출발지인 왕방계곡까지는 고도차 470m, 길이 5km의 도로 다운힐이다. 차량 통행이 드문 곳이라 쾌속의 다운힐을 즐기기 좋다.
두 산을 오르고 왕방산 숲길을 달려도 거리는 23km에 지나지 않는다. 대신 도시와 번잡한 도로를 경유하지 않아 강렬한 여운으로 남는다.
글/사진 김병훈 발행인
이제 해룡산 정상에서 왕방계곡까지 고도차 470m, 길이 5km의 다운힐만이 남았다. 멀리 경기 최고봉인 가평 화악산(1468m)과 명지산(1267m)이 창공을 배경으로 선명하다
포천 왕방산~국사봉 23km
깊고 높구나, 포천의 진산
포천시내 서쪽에 거대한 장벽처럼 뻗은 왕방산(737m)은 높이에 비해 한층 웅장한 위용을 자랑한다. 국사봉(國師峰, 755m)은 고려말 목은 이색이 산중에 은거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하며, 왕방산의 최고봉이지만 왕방산과는 다른 별개의 산으로 본다. 국사봉을 올랐다가 왕방산 서쪽 기슭을 돌아 해룡산(661m)까지 오르는, 1일 2산의 본격 산악 코스다 (22년 9월)
국사봉 정상에서 본 남쪽 조망. 맞은편 해룡산(661m) 너머로 왼쪽으로는 불암산과 수락산이, 오른쪽으로는 도봉산과 북한산이 선명하다
수도권 동북방 변경인 포천은 갈비와 막걸리 등으로 알려져 있지만 산은 높고 물은 맑으며 들은 기름진, 산악과 전원이 어우러진 고장이다. 예로부터 서울에서 철원을 거쳐 원산으로 이어지는 주요 교통로였다.
왕방산(737m)은 포천시내 서쪽에 길게 솟은, 포천의 진산으로 높이에 비해 상당한 위용이 느껴지는 것은 포천시내가 해발 100m 정도의 저지대여서 상대적인 비고가 높기 때문이다. 왕이 방문했다고 해서 왕방산(王訪山)이라지만 한자 표기는 旺方山이다.
왕방산 줄기 서쪽으로는 동두천과의 사이에 왕방산과 소요산(587m)을 필두로 꽤 깊고 넓은 산악지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제 이 산악지대의 핵심을 일주한다. 왕방산의 최고봉인 국사봉(755m)을 올랐다가 왕방산 기슭을 거쳐 남쪽의 해룡산(661m)까지 오르는, 1일 2산 코스다.
예래원에서 바라본 왕방산 주릉(왼쪽)과 해룡산. 둘 사이에 오목한 안부는 오지재(380m)
해발 400m 전후의 예래원에서도 까마득히 올려다보이는 국사봉
동두천 왕방계곡에서 출발
출발지는 왕방산 서쪽에서 동두천 방면으로 흘러내리는 왕방계곡 샘터농원으로 동두천시 탑동에 속한다. 높이는 해발 190m.
379번 지방도를 따라 계곡 상류로 올라붙어 공원묘원인 예래원으로 향한다. 왕방계곡 상류, 해발 350~450m 경사면에 자리한 예래원은 깊은 골짜기 안이지만 남향이고 터가 넓어서 명랑한 느낌을 준다. 환한 햇살 아래에서 마주하는 거대 묘지는 그냥 공원이다. 저 숱한 봉분들 아래 영원의 부동(不動)과 침묵으로 누운 주검들의 절망은 티끌 만큼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날이 흐리거나 어두울 때, 혹은 주위에 아무도 없으면 화사하던 묘지는 음산한 단절지대로 돌변할 것이다.
새목고개(520m) 정상
가파른 첨봉 꼭대기
예래원 뒷산인 수위봉(649m)과 국사봉 사이의 안부인 새목고개(520m)에 올라선다. 고개를 살짝 넘어 오른쪽 갈림길로 진입하면 국사봉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다. 국사봉은 피라미드꼴 첨봉으로 고고하게 솟아 있다. 정상에 미군부대가 있어 진입로가 나 있지만 경사가 매우 심하고 노면이 거칠며 폭도 좁다. 숲에 시야마저 가려져 오로지 힘겨운 페달링에만 집중해야 한다. 급경사의 첨봉임을 감안하면 당연한 난관이다.
정상부에 이르면 이윽고 원경이 드러난다. 부대정문 옆으로 난 데크로를 따라 200m 가면 나오는 공터(헬기장)가 사실상의 정상이다. 표지석은 따로 없고 데크로 기둥에 정상 안내판만 붙어 있다. 부대 옆인데 이 정도 배려해준 것만도 고맙다.
바로 앞으로 왕방산이 보이고 그 너머로 서울 북단을 이루는 불암산~수락산~도봉산~북한산이 마지막 스카이라인을 그린다. 서쪽으로 선명한 파주 감악산 너머로 북녘의 산줄기도 아득하다.
가파른 국사봉 업힐. 경사가 심해 자전거가 누울 공간도 쉽지 않다
정상에 자리한 군부대 옆으로 데크로가 나 있다. 저 아래로 가라앉은 연천 종현산(585m) 왼쪽으로 전곡읍이 보인다
군부대 헬기장 옆 데크로 난간에 기댄 작은 표지판만이 국사봉 정상임을 말해준다
이제 다운힐이다. 북쪽 멀리, 서로 동떨어진 연천 보개산(지장산, 877m)과 철원 금학산(947m)이 연봉처럼 붙어 보인다
MTB 최적의 왕방산 임도
국사봉을 내려와 새목고개를 반대로 넘으면 왼쪽으로 왕방산 임도가 시작된다. 일찍부터 MTB 대회가 열렸고 동두천시도 MTB 코스로 소개하는 구간이다. 길이는 8.2km, ‘왕방산 여유길’이라는 이름도 붙여놓았다. 새목고개 직하에서 왕방산-해룡산 사이의 오지재(380m)로 이어지니 큰 틀에서는 다운힐이지만 업힐도 적지 않다.
숲이 짙어 조망은 트이지 않으나 작은 골짜기를 가로지르면서 길가로 작은 폭포와 계곡을 수시로 만난다. 숲이 주는 상큼한 호흡, 무인지경의 정적은 차분한 내성(內省)에 좋아서, 스릴 넘치는 질주와 양단의 자극이 된다. 가끔 우측통행을 지키지 않는 보행자도 있어서 코너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국사봉을 오르고 난 다음의 8.2km 숲길은 짧지도 길지도 않고 딱 적당하다.
평온한 숲길인 왕방산 임도(왕방산 여유길)
임도 중간에 있는 정자(왕방정) 쉼터
정자 옆에는 수령 450년의 소나무 고목이 비탈에 기우뚱하다. 골짜기 저편으로 파주 감악산(675m)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망한 해룡산 업힐
오지재는 왕방산과 해룡산의 접점이면서 포천과 동두천의 경계다. 아래쪽으로 왕방터널이 시원하게 뚫렸는데 굳이 이 고개를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대부분 등산객이다.
해룡산 정상에도 군부대가 있어 도로가 나 있으나 경사가 극심하고 조망은 애매하다. 부대 입구에서 길은 갑자기 끝나고 정상석은 부대를 피해 전혀 엉뚱한 곳에 있다. 포천시내 방면에서 보면 정상부가 널찍해 장쾌한 조망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지만 국사봉과 달리 부대영역이 넓어 돌아설 수밖에 없다.
왕방산과 해룡산 사이를 넘는 오지재(380m)
오지재에서 시작되는 해룡산 업힐. 거리는 1.7km에 불과해 경사가 엄청나다
왕방계곡 쾌속 다운힐
해룡산 정상에서 출발지인 왕방계곡까지는 고도차 470m, 길이 5km의 도로 다운힐이다. 차량 통행이 드문 곳이라 쾌속의 다운힐을 즐기기 좋다.
두 산을 오르고 왕방산 숲길을 달려도 거리는 23km에 지나지 않는다. 대신 도시와 번잡한 도로를 경유하지 않아 강렬한 여운으로 남는다.
글/사진 김병훈 발행인
이제 해룡산 정상에서 왕방계곡까지 고도차 470m, 길이 5km의 다운힐만이 남았다. 멀리 경기 최고봉인 가평 화악산(1468m)과 명지산(1267m)이 창공을 배경으로 선명하다
포천 왕방산~국사봉 23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