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소래포구~물왕저수지

자생투어
2022-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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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한 폐염전, 쾌적한 들판, 호젓한 산중호수

소래포구는 수도권에서 가장 유명한 포구일 것이다. 어느덧 고층아파트 숲에 포위되었지만 어딘가 후줄근하고 왁자한 분위기는 변함이 없다. 소래포구 옆의 소래습지생태공원에서 시흥갯골생태공원에 이르는 길은 폐염전과 갯골이 서정적이다.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 다시 물왕저수지까지는 작은 들판을 가로지르는 한가로운 전원풍경이 기다린다

 

갯골 위를 훌쩍 넘어가는 자전거다리. 언제부턴가 '미생의 다리'라는 별칭이 붙었다


갯벌 위에는 고깃배가 기우뚱 올라 앉아 있고, 포구에는 갈매기가 오락가락 노닌다. 낭만의 풍경이 가득한 소래포구는 수도권에서 보기 드문 전통포구다. 좁은 골목마다 사람들로 흥청대고, 흐드러진 좌판과 비릿한 바다내음이 폐부를 적신다.

소래포구는 수도권 주민들에게 아련한 향수와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대명사다. ‘포구’라는 명칭 자체에 이미 노스탤지어의 짙은 향기가 묻어나고, ‘소라’와 닮은 소래(蘇萊)라는 지명에도 아득한 동경이 아른거린다.

갯골에 고깃배가 기우뚱 올라서고 선창에는 사람들로 붐비는 소래포구(2015년 사진)


협궤열차가 멈춘 대신 세련된 전철이 지나며, 포구의 낮은 건물 뒤로는 고층아파트가 하늘을 가려도 ‘소래포구’ 하면 떠오르는 그 푸근하고 후줄근한 친근감은 그대로다. 도시화된 소래포구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은, 지금도 소래포구에 가면 마음속에 꿈꾸었던 그런 풍경이 원형처럼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소래포구에서 10여㎞ 떨어진 내륙에는 물왕저수지가 산중에 숨어있다. 소래포구에서 물왕저수지 가는 길은 갯벌과 폐염전, 거대한 연못과 넓은 들판을 지나며 수도권 최고의 다채로운 경관을 보여준다.


소래습지생태공원의 무성한 갈대밭  


생태공원으로 부활한 폐염전 터

소래포구의 로맨틱하면서도 한편 처연한 이미지는 옛날 포구 일원에 있던 대규모 염전 때문이기도 하다. 총면적이 500만㎡(약 145만평)에 달해 한때 전국최대를 자랑했던 소래염전은 지금은 빛바랜 사진 속 풍경으로만 남았다. 소래염전은 일제 때인 1930년대 중반에 조성되었고, 생산된 소금은 수인선 협궤열차를 통해 인천, 부산을 거쳐 일본으로 실려 나갔다. 한때는 소래염전이 전국 소금 생산량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다. 그러다 천일염 수입자유화 이후 사양길을 걷다가 1996년 결국 문을 닫고 만다.
이제 이곳이 한때 염전이었음을 알려주는 주는 것은 기념으로 몇 개 남은 앙상한 소금창고뿐이다. 벽과 지붕이 뜯겨 나가 바람이 숭숭 지나고 햇살이 관통하는 낡은 목재 창고는 염전터를 가득 메운 갈대밭과 어울려 한없이 스산하다.

한동안 버려져 있던 폐염전은 현대적인 생태공원으로 재탄생했다. 소래포구 근처에는 ‘소래습지생태공원’이, 동쪽에는 ‘시흥갯골생태공원’이 조성되어 옛날 천일염전을 일부 재현하고, 갯벌도 보존하고 있다.


체험용 염전은 창공을 반사하고, 초원에는 풍차가 돌아가는 소래습지생태공원

엉성한 판자로 벽을 세운 폐염전의 소금창고. 인부들의 노역이 어려있어 쓸쓸하면서도 어딘가 목가적이다   

소래습지생태공원 동쪽 외곽은 좁은 흙길이다. 길을 넘어들어 팔다리를 스치는 잡초의 감촉마저 부드럽다   


풍성한 잎사귀의 가로수, 타이어가 밟으면 은근하게 사각거리는 하얀 마사토 노면이 두바퀴를 매혹한다  


갯골과 폐염전 사이 

소래습지생태공원에서 시흥갯골생태공원까지 4㎞ 구간은 황량한 폐염전을 가로지르는 특별한 풍경이 펼쳐진다. 무성하게 자란 갈대밭과 구불대는 갯골을 따라 따사로운 흙길이 흐느적거린다. 폐염전이 끝날 즈음에는 시흥갯골생태공원의 세련된 풍경이 반겨준다. 갯골 남북으로 부드럽고 호젓한 흙길이 나 있어 오갈 때 따로 들리면 좋다. 초입에는 자전거를 형상화한 '미생의 다리'가 우아하게 걸려 있다. 

시흥갯골생태공원은 소래습지생태공원보다 먼저 생겼고 더 많이 알려져 주말에는 매우 붐빈다. 높이 22m의 갯골전망대가 마치 바벨탑 처럼 훌쩍 높아보이는 것은 그만큼 주위가 저지대이기 때문이다.  

세상과 단절하는 키큰 갈대밭은 문득 동심을 소환하고, 두바퀴의 속도는 무한히 느려진다    

못 보던 목교가 또 생겼다. 갯골생태공원으로 이어지는 바라지다리 

서울 지척에 이런 길이 있다니! 

나선형 계단이 인상적인 시흥갯골생태공원의 갯골전망대

갯골생태공원에도 체험형 염전이 유지되고 있다


푸른 들판 속으로 

시흥갯골생태공원을 지나면 논으로 그득한 초록의 들판이 펼쳐진다. 이 들판 사이로 시흥시가 자랑하는 그린웨이 자전거길이 물왕저수지까지 7.5㎞ 이어진다. 갯골생태공원에서 3.5㎞ 가면 3만평이나 되는 연밭이 모여 있는 연꽃테마파크도 만날 수 있다. 여름에는 커다란 연잎과 연꽃이 장관을 이룬다.

자전거도로 바로 옆에 연밭과 논이 펼쳐져 있다

 활짝 피어나기 직전의 갈대가 두바퀴 행렬에 손을 흔들어준다  

여름의 연꽃테마파크


물왕저수지 호반길  

자전거길은 들판을 거쳐 물왕저수지에서 끝난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 낚시를 즐겼다는 물왕저수지는 수면이 들판보다 높아서 외진 격리감을 주고, 주변에는 카페와 식당들이 즐비해 분위기 있는 호반 풍경을 완성한다. 호반을 따라 한 바퀴 돌 수 있지만 자전거 전용도로는 따로 없다. 데크로 위주의 둘레길은 자전거 출입금지다. 

소래습지생태공원에서 물왕저수지까지는 편도 14.5㎞밖에 되지 않지만 바다와 포구, 갯벌, 폐염전, 들판, 연밭 등 다양한 풍경을 만날 수 있는 풍성한 길이다. 소래습지생태공원 외곽을 일주하고 왕복하면 32km다. 코스에 있는 소래습지생태공원과 시흥갯골생태공원, 연꽃테마파크, 물왕저수지 등을 찬찬히 돌아보려면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

글/사진 김병훈 발행인


물왕저수지 둘레길은 보행전용이고, 자전거는 바로 옆 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호수를 건너는 멋진 현수교도 곧 개통된다

물왕저수지 동단은 습지공원으로 잘 꾸며져 있다


<tip>

소래습지생태공원 입구에 저렴한 공영주차장이 있다.  부인교를 건너 소래습지생태공원을 벗어나면 왕복 8차로의 '서해안로' 옆에 마련된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를 600m 정도 이용해야 한다. 소래포구와 물왕저수지 일대에 식당과 카페, 편의점이 많이 있다.       


소래습지생태공원~물왕저수지 3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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