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겹고 편안한 강변길 110리
여주의 트레킹 코스인 여강길은 여주 구간 한강을 일주하는 강변 트레킹 코스다. 여주시내 신륵사를 중심으로 하류와 상류 코스로 나눠 각각 일주한다. 하류 코스는 4, 6, 7, 9, 10코스에 해당하며, 라이딩이 어려운 산악코스인 5코스 황학산길, 8코스 파사성길, 10-1 코스 싸리산길은 제외했다. 하류 구간은 대체로 평이하고 농로와 자전거도로가 많아 라이딩에 부담이 적다. 부담 없이 여강길을 즐기고 싶다면 하류 구간을 추천한다. 일주 44km
상백리 이야기바위 가는 길목. 이정표 뒤로 용문산과 추읍산이 나란히 보인다
경기도의 기(畿)는 중국 춘추전국시대부터 도읍 주변 500리 이내의 땅을 지칭하는 말로 지금은 서울, 인천과 더불어 ‘수도권’으로 통칭된다. 따라서 여주도 수도권에 들지만 강원 원주, 충북 충주와 접하고 있는, 수도권이 뜻하는 대도시와는 거리가 먼 내륙의 소도시다. 면적(608㎢)이 서울(605㎢)과 같은데도 인구는 11만이니 인구감소를 걱정하는 한갓진 지방도시와 처지가 다를 바 없다. 그래도 경강선 전철이 뚫리고 3개의 고속도로 노선이 지나가니 교통에서는 수도권의 기본기를 갖췄다.
진정한 도시 어부. 초고층아파트가 하늘을 가르는 여주시내 여강에서 쪽배를 타고 고기잡이 하는 부부
여울져 흐르던 강물도 이젠 옛말
여주는 은비늘처럼 잔물결이 반짝이는 여울의 이미지가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여주를 지나는 남한강은 여주보와 강천보가 생겨 물이 풍부한 지금과 달리 예전 갈수기에는 무릎을 걷고 건널 수 있을 정도로 얕은 여울로 잦아들어 마냥 느긋하고 정겹게 흘렀다. 왠지 눈물겨운 소월의 ‘엄마야 누나야’에 가장 어울리는 배경으로 여주의 여울목이 시화(詩畫)처럼 각인되어 있다. 여주의 여(驪)는 여주대교 남단의 말바위에서 유래한 검은말이란 뜻이지만 내게는 여울의 ‘여’자로 느껴진다. 여주 사람들은 여주 지경의 남한강을 여강이라고도 부른다. 부여 지경의 금강이 백마강이듯이. 그래서 여강길이다.
강변으로 바짝 내려선 여강길에서 바라본 여주보
수도권 최후의 여백지대
한강 입장에서도 강원도와 충청도 산악지대를 거칠고 힘들게 흘러온 다음 처음으로 들판을 만나 철퍼덕 주저앉으면서 한 숨 고르고 쉬어가는 길목이다. 여주를 지나면 다시 양평과 남양주의 산악지대에서 협곡으로 움츠려들었다가 구리와 하남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저지대로 나와 폭이 1km를 넘나들고 물이 가득한 전형적인 한강 모습을 갖춰 서울로 흘러든다.
한때 은빛으로 여울지던 이 강물을 따라 여강길이란 걷기 코스가 나 있어서 자전거로 가본다. 라이딩이 어려운 길은 끌고 가거나 아예 우회하면서 여강길의 맛을 볼 것이다. 여주시내에 자리한 신륵사를 기점으로 대체로 평이한 하류 코스와 산길이 많은 상류 코스로 나눈다. 먼저 하류 길이다.
여강길 하류구간을 북상하면 용문산과 그 앞에서 제단처럼 동그란 추읍산이 내내 보인다
신륵사에서 출발
여주를 상징하는 강변 거찰, 신륵사가 출발점이다.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청건했다고 하며, 고려말에는 200칸의 대찰이었다고 한다. 강변 절벽에 우뚝한 심층석탑과 다층전탑, 강월헌이 빚어내는 풍광이 특히 인상적이다. 넓은 주차장과 식당, 편의점 등이 모여 있어 거점으로 좋다.
여주대교를 건너 강변으로 내려가 국토종주길을 이용한다. 원래 코스는 시내로 들어가 복잡한 한글시장과 제일시장을 거쳐 가지만 라이딩이라 생략한다. 가끔 만나게 되는 힘든 산길도 우회할 것이다. 여강길 코스를 100% 그대로 완주하는 것이 아니라, 라이딩으로 맛을 보는 느낌이랄까. 걸어서는 코스당 하루를 잡으니 완주하려면 10일이 걸리겠지만 라이딩으로는 하류와 상류 통틀어 하루에도 가능하다.
세종대왕릉과 효종대왕릉을 잇는 숲속 연결로는 자전거 출입이 금지되어 입구에서 돌아선다.
국토종주길 아래의 강변길로 여주보를 통과하니 여러 번 온 곳인데도 새롭다. 국토종주길은 한강 동안(東岸)을 지나가서 여주보~이포보 간 한강 서안은 첫길이다. 모든 풍경은 곧 ‘시선(視線)’이니 새로운 길은 새로운 풍경을 뜻한다. 설렘을 안고 여주보를 지나 북상한다.
한강 서쪽의 강둑길. 국토종주길 주노선은 동쪽을 지나가서 생경한 풍경이지만 한층 조용하고 자연스럽다
덩굴이 나무를 완전히 뒤덮어 기경을 연출하는 백석리 강변. 나무의 숨가쁨이 느껴지는 듯
이포보와 용문산을 향해
둑길은 아름답고 한적한 자전거도로는 부드러운 만곡을 그리며 강줄기와 나란하다. 트레킹 코스는 둔치를 지나지만 높직한 둑길은 조망이 탁 트인다. 멀리 양평 용문산(1157m)이 일대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한강은 여주를 반분하고 있어 곳곳에 나루터가 있으나 이제는 기념비로만 남아 있다. 그림 같은 양화천교를 건너면 강둑길이 끝나고 작은 마을과 논밭을 넘는 구릉지다. 찬우물나루터에서 이야기바위까지는 지난여름 폭우 때 휩쓸려 길 상태가 좋지 않다. 강변의 작은 바위에까지 온갖 이름을 붙여 ‘스토리텔링’을 꾸민 것은 흥미롭다.
복하천 합수점의 부처울습지는 자전거 출입금지여서 바깥에서만 살펴본다. 복하천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모인 충적 지형으로 모래톱과 습지, 성긴 숲이 뒤섞여 원시적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광주원주고속도로 남한강대교 아래를 지나면 다시 둑길이다. 이제 이포보와 용문산이 가까이 겹쳐 보인다.
여강길은 안내목과 리본 표시가 잘 되어 있다. 여전히 길과 시선의 끝에는 용문산이 걸린다
비석만 남은 양화나루터. 한때 여강에는 20여곳의 나루터가 있었다
조선 광해군 시절, 서자 출신의 7인이 반서의 차별을 한탄하며 모여 살다가 정치적 희생양이 된 곳이다
억새가 하늘거리고 아늑한 야산이 마주보는 양화천교. 참으로 아름다운 시골 교량이다
한강 4대 나루터였던 이포나루
금사면소재지가 있는 이포리는 여주시내를 벗어난 지 간만에 만나는 큰 마을이다. 마을 옆 강변 강애산 꼭대기에는 고려말~조선초에 건립된 것으로 보이는 삼신당이 주민들의 소망을 품고 600년 이상 건재하다. 삼신은 산신, 성황신, 용왕신을 뜻한다. 금사파출소 맞은편으로 자전거로 오를 수 있는 가파른 진입로가 있다. 정상부에는 정자와 누각이 있지만 나무에 가려 강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한강의 4대 나루터로 1990년까지 운행되었다는 이포나루는 비석으로만 남았다. 여주의 상징 새인 백로의 알 7개가 줄지은 이포보는 여전히 이채롭다. 여강길 하류코스는 이포보가 반환점이다.
길은 강변에 나무 붙어 있어서 물이 불면 곧잘 잠긴다. 흙탕을 뒤집어 쓴 벤치가 하얗다
고목은 언제나 운치를 더해준다. 강변길이라 더욱 매혹적이다(상백리)
홍수의 잔해를 뒤집어쓰고 있는 이야기바위. 작은 바위들까지 온갖 이름을 붙이고 그럴듯한 이야기를 붙여 놓았다
간혹 만나는 계단길이 자전거에게는 최고의 난코스다
일곱개의 백로 알을 품은 이포보 뒤로 용문산이 웅장하다. 하류코스 반환점이 눈앞이다
이포마을 뒷산에 있는 삼신당. 주민과 지나는 선박의 안녕을 위해 산신, 성황신, 용왕신을 모신다
매혹의 당남리섬
이포보 동쪽 파사산(230m) 정상부에는 삼국시대의 산성인 파사성이 있으나 자전거는 라이딩 금지다. 경사가 급하긴 해도 예전에는 라이딩으로 올랐는데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취해진 조치다. 어쩔 수 없이 파사성을 돌아오는 8코스는 생략하고 국토종주길을 따라 시내를 향해 남하한다. 국토종주길에서 살짝 비켜있는 당남리섬은 강천섬에 버금 갈 정도로 코스모스 화원과 잔디밭, 산책로가 아름다워 괄목상대한다.
광대한 여주저류지는 자연습지로 변모해 연밭과 수초가 가득 하다. 여강길은 저류지를 따라 가는 국토종주길과 다르게, 강변길로 양촌리를 통과해서 여주보로 이어진다. 여주보까지는 국토종주길과 같다.
비석만 남은 이포나루터. 한때는 한강을 통틀어 4대 나루에 들었다. 오른쪽 산 위에 파사성이 있다
초원과 꽃밭으로 꾸며진 당남리섬. 강천섬 못지않게 매혹적이다
당남리섬 주변의 낚시꾼. 강산에는 여유가, 잔잔한 수면 아래 물고기에는 생존의 위험이 공존하는 모습
홍수 때 물을 가둬 수량을 조절하는 여주저류지는 광대한 저습지로 변했다. 교량은 광주원주고속도로 남한강대교
풍요와 여유가 흐르는 강
여주보에서 길은 내륙으로 들어가 싸리산(196m)을 종주하는 싸리산길이 시작되어 도로로 우회해 여주시내로 진입한다. 시내 구간 둔치에는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나 있어서 출발지인 신륵사까지 편안하게 갈 수 있다. 강변에는 수상레저 업체가 군데군데 있어서 가을인데도 수상스키와 보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강과 바다가 지천인데도 물을 별로 즐기지 않는 국민성에는 바람직한 대안이다.
그러고 보면 여주는 서울 못지않게 한강이 빚어낸 산물이다. 이포보, 여주보, 강천보 등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보가 있어 수량이 풍부하고, 전 구간 자전거길이 잘 갖춰져 있으며, 둔치는 거대한 공원으로 꾸며졌다. 얕은 물살이 흔들리며 아롱대는 햇살을 반사하던 여울은 사라진 대신, 강변에는 풍요와 여유가 흐른다.
여강길 전구간(124.5km) - 여강길 홈페이지. 하류 코스는 산악구간인 5, 8, 10-1 코스를 제외한 평이 구간만 라이딩함
여강길 하류구간 44km
정겹고 편안한 강변길 110리
여주의 트레킹 코스인 여강길은 여주 구간 한강을 일주하는 강변 트레킹 코스다. 여주시내 신륵사를 중심으로 하류와 상류 코스로 나눠 각각 일주한다. 하류 코스는 4, 6, 7, 9, 10코스에 해당하며, 라이딩이 어려운 산악코스인 5코스 황학산길, 8코스 파사성길, 10-1 코스 싸리산길은 제외했다. 하류 구간은 대체로 평이하고 농로와 자전거도로가 많아 라이딩에 부담이 적다. 부담 없이 여강길을 즐기고 싶다면 하류 구간을 추천한다. 일주 44km
상백리 이야기바위 가는 길목. 이정표 뒤로 용문산과 추읍산이 나란히 보인다
경기도의 기(畿)는 중국 춘추전국시대부터 도읍 주변 500리 이내의 땅을 지칭하는 말로 지금은 서울, 인천과 더불어 ‘수도권’으로 통칭된다. 따라서 여주도 수도권에 들지만 강원 원주, 충북 충주와 접하고 있는, 수도권이 뜻하는 대도시와는 거리가 먼 내륙의 소도시다. 면적(608㎢)이 서울(605㎢)과 같은데도 인구는 11만이니 인구감소를 걱정하는 한갓진 지방도시와 처지가 다를 바 없다. 그래도 경강선 전철이 뚫리고 3개의 고속도로 노선이 지나가니 교통에서는 수도권의 기본기를 갖췄다.
진정한 도시 어부. 초고층아파트가 하늘을 가르는 여주시내 여강에서 쪽배를 타고 고기잡이 하는 부부
여울져 흐르던 강물도 이젠 옛말
여주는 은비늘처럼 잔물결이 반짝이는 여울의 이미지가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여주를 지나는 남한강은 여주보와 강천보가 생겨 물이 풍부한 지금과 달리 예전 갈수기에는 무릎을 걷고 건널 수 있을 정도로 얕은 여울로 잦아들어 마냥 느긋하고 정겹게 흘렀다. 왠지 눈물겨운 소월의 ‘엄마야 누나야’에 가장 어울리는 배경으로 여주의 여울목이 시화(詩畫)처럼 각인되어 있다. 여주의 여(驪)는 여주대교 남단의 말바위에서 유래한 검은말이란 뜻이지만 내게는 여울의 ‘여’자로 느껴진다. 여주 사람들은 여주 지경의 남한강을 여강이라고도 부른다. 부여 지경의 금강이 백마강이듯이. 그래서 여강길이다.
강변으로 바짝 내려선 여강길에서 바라본 여주보
수도권 최후의 여백지대
한강 입장에서도 강원도와 충청도 산악지대를 거칠고 힘들게 흘러온 다음 처음으로 들판을 만나 철퍼덕 주저앉으면서 한 숨 고르고 쉬어가는 길목이다. 여주를 지나면 다시 양평과 남양주의 산악지대에서 협곡으로 움츠려들었다가 구리와 하남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저지대로 나와 폭이 1km를 넘나들고 물이 가득한 전형적인 한강 모습을 갖춰 서울로 흘러든다.
한때 은빛으로 여울지던 이 강물을 따라 여강길이란 걷기 코스가 나 있어서 자전거로 가본다. 라이딩이 어려운 길은 끌고 가거나 아예 우회하면서 여강길의 맛을 볼 것이다. 여주시내에 자리한 신륵사를 기점으로 대체로 평이한 하류 코스와 산길이 많은 상류 코스로 나눈다. 먼저 하류 길이다.
여강길 하류구간을 북상하면 용문산과 그 앞에서 제단처럼 동그란 추읍산이 내내 보인다
신륵사에서 출발
여주를 상징하는 강변 거찰, 신륵사가 출발점이다.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청건했다고 하며, 고려말에는 200칸의 대찰이었다고 한다. 강변 절벽에 우뚝한 심층석탑과 다층전탑, 강월헌이 빚어내는 풍광이 특히 인상적이다. 넓은 주차장과 식당, 편의점 등이 모여 있어 거점으로 좋다.
여주대교를 건너 강변으로 내려가 국토종주길을 이용한다. 원래 코스는 시내로 들어가 복잡한 한글시장과 제일시장을 거쳐 가지만 라이딩이라 생략한다. 가끔 만나게 되는 힘든 산길도 우회할 것이다. 여강길 코스를 100% 그대로 완주하는 것이 아니라, 라이딩으로 맛을 보는 느낌이랄까. 걸어서는 코스당 하루를 잡으니 완주하려면 10일이 걸리겠지만 라이딩으로는 하류와 상류 통틀어 하루에도 가능하다.
세종대왕릉과 효종대왕릉을 잇는 숲속 연결로는 자전거 출입이 금지되어 입구에서 돌아선다.
국토종주길 아래의 강변길로 여주보를 통과하니 여러 번 온 곳인데도 새롭다. 국토종주길은 한강 동안(東岸)을 지나가서 여주보~이포보 간 한강 서안은 첫길이다. 모든 풍경은 곧 ‘시선(視線)’이니 새로운 길은 새로운 풍경을 뜻한다. 설렘을 안고 여주보를 지나 북상한다.
한강 서쪽의 강둑길. 국토종주길 주노선은 동쪽을 지나가서 생경한 풍경이지만 한층 조용하고 자연스럽다
덩굴이 나무를 완전히 뒤덮어 기경을 연출하는 백석리 강변. 나무의 숨가쁨이 느껴지는 듯
이포보와 용문산을 향해
둑길은 아름답고 한적한 자전거도로는 부드러운 만곡을 그리며 강줄기와 나란하다. 트레킹 코스는 둔치를 지나지만 높직한 둑길은 조망이 탁 트인다. 멀리 양평 용문산(1157m)이 일대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한강은 여주를 반분하고 있어 곳곳에 나루터가 있으나 이제는 기념비로만 남아 있다. 그림 같은 양화천교를 건너면 강둑길이 끝나고 작은 마을과 논밭을 넘는 구릉지다. 찬우물나루터에서 이야기바위까지는 지난여름 폭우 때 휩쓸려 길 상태가 좋지 않다. 강변의 작은 바위에까지 온갖 이름을 붙여 ‘스토리텔링’을 꾸민 것은 흥미롭다.
복하천 합수점의 부처울습지는 자전거 출입금지여서 바깥에서만 살펴본다. 복하천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모인 충적 지형으로 모래톱과 습지, 성긴 숲이 뒤섞여 원시적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광주원주고속도로 남한강대교 아래를 지나면 다시 둑길이다. 이제 이포보와 용문산이 가까이 겹쳐 보인다.
여강길은 안내목과 리본 표시가 잘 되어 있다. 여전히 길과 시선의 끝에는 용문산이 걸린다
비석만 남은 양화나루터. 한때 여강에는 20여곳의 나루터가 있었다
조선 광해군 시절, 서자 출신의 7인이 반서의 차별을 한탄하며 모여 살다가 정치적 희생양이 된 곳이다
억새가 하늘거리고 아늑한 야산이 마주보는 양화천교. 참으로 아름다운 시골 교량이다
한강 4대 나루터였던 이포나루
금사면소재지가 있는 이포리는 여주시내를 벗어난 지 간만에 만나는 큰 마을이다. 마을 옆 강변 강애산 꼭대기에는 고려말~조선초에 건립된 것으로 보이는 삼신당이 주민들의 소망을 품고 600년 이상 건재하다. 삼신은 산신, 성황신, 용왕신을 뜻한다. 금사파출소 맞은편으로 자전거로 오를 수 있는 가파른 진입로가 있다. 정상부에는 정자와 누각이 있지만 나무에 가려 강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한강의 4대 나루터로 1990년까지 운행되었다는 이포나루는 비석으로만 남았다. 여주의 상징 새인 백로의 알 7개가 줄지은 이포보는 여전히 이채롭다. 여강길 하류코스는 이포보가 반환점이다.
길은 강변에 나무 붙어 있어서 물이 불면 곧잘 잠긴다. 흙탕을 뒤집어 쓴 벤치가 하얗다
고목은 언제나 운치를 더해준다. 강변길이라 더욱 매혹적이다(상백리)
홍수의 잔해를 뒤집어쓰고 있는 이야기바위. 작은 바위들까지 온갖 이름을 붙이고 그럴듯한 이야기를 붙여 놓았다
간혹 만나는 계단길이 자전거에게는 최고의 난코스다
일곱개의 백로 알을 품은 이포보 뒤로 용문산이 웅장하다. 하류코스 반환점이 눈앞이다
이포마을 뒷산에 있는 삼신당. 주민과 지나는 선박의 안녕을 위해 산신, 성황신, 용왕신을 모신다
매혹의 당남리섬
이포보 동쪽 파사산(230m) 정상부에는 삼국시대의 산성인 파사성이 있으나 자전거는 라이딩 금지다. 경사가 급하긴 해도 예전에는 라이딩으로 올랐는데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취해진 조치다. 어쩔 수 없이 파사성을 돌아오는 8코스는 생략하고 국토종주길을 따라 시내를 향해 남하한다. 국토종주길에서 살짝 비켜있는 당남리섬은 강천섬에 버금 갈 정도로 코스모스 화원과 잔디밭, 산책로가 아름다워 괄목상대한다.
광대한 여주저류지는 자연습지로 변모해 연밭과 수초가 가득 하다. 여강길은 저류지를 따라 가는 국토종주길과 다르게, 강변길로 양촌리를 통과해서 여주보로 이어진다. 여주보까지는 국토종주길과 같다.
비석만 남은 이포나루터. 한때는 한강을 통틀어 4대 나루에 들었다. 오른쪽 산 위에 파사성이 있다
초원과 꽃밭으로 꾸며진 당남리섬. 강천섬 못지않게 매혹적이다
당남리섬 주변의 낚시꾼. 강산에는 여유가, 잔잔한 수면 아래 물고기에는 생존의 위험이 공존하는 모습
홍수 때 물을 가둬 수량을 조절하는 여주저류지는 광대한 저습지로 변했다. 교량은 광주원주고속도로 남한강대교
풍요와 여유가 흐르는 강
여주보에서 길은 내륙으로 들어가 싸리산(196m)을 종주하는 싸리산길이 시작되어 도로로 우회해 여주시내로 진입한다. 시내 구간 둔치에는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나 있어서 출발지인 신륵사까지 편안하게 갈 수 있다. 강변에는 수상레저 업체가 군데군데 있어서 가을인데도 수상스키와 보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강과 바다가 지천인데도 물을 별로 즐기지 않는 국민성에는 바람직한 대안이다.
그러고 보면 여주는 서울 못지않게 한강이 빚어낸 산물이다. 이포보, 여주보, 강천보 등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보가 있어 수량이 풍부하고, 전 구간 자전거길이 잘 갖춰져 있으며, 둔치는 거대한 공원으로 꾸며졌다. 얕은 물살이 흔들리며 아롱대는 햇살을 반사하던 여울은 사라진 대신, 강변에는 풍요와 여유가 흐른다.
여강길 전구간(124.5km) - 여강길 홈페이지. 하류 코스는 산악구간인 5, 8, 10-1 코스를 제외한 평이 구간만 라이딩함
여강길 하류구간 44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