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갈라지고, 하늘은 케이블카가 가르고
‘모세의 기적’이 매일 일어나는 수도권의 이색지대 제부도가 일변했다. 21년 12월 개통한 제부도해상케이블카 때문이다. 제부도는 물때에 맞춰 ‘모세길’을 이용해야 진출입이 가능했지만 케이블카 덕분에 시간 제약 없이 언제든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 접이식 자전거는 케이블카 탑승이 가능해서 탄도항을 기점으로 제부도를 돌아보고 모세길을 달린다
서해랑 케이블카에서 육지 방면 조망. 오른쪽으로 제부도 '모세길'이 갯벌 위로 꿈결처럼 흐느적댄다
바다가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은 한반도 특히 서해안에서는 흔한 현상이다. 간만의 차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커서(최고 8m) 밀물 때는 바다에 잠겨 있다가 썰물 때 수면 위로 드러나는 곳이 흔하다. 이 지형이 길처럼 길게 이어지면 곧 ‘모세의 기적’처럼 느껴진다. 이런 지형 위에 길을 만든 것을 노두길이라 하고, 본격적인 도로로 조성한 곳도 많다. 수도권에도 이런 곳이 여럿 있지만 특히 유명한 곳은 화성 제부도다. 갯벌 위로 무려 2.2km의 바닷길이 열려 제부도는 하루에 두 번씩 육지와 연결되었다 끊어졌다를 반복한다.
이 ‘모세길’과 나란히 허공을 가르는 해상케이블카까지 생겨 제부도는 사실상 섬의 의미를 상실했다. 그래도 여전히 매력적인 것은, 더 쉽고 더 편안히, 더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케이블카는 자전거 승차도 가능하다(접이식자전거, 일반 캐빈에 한함). 이제 접이식 미니벨로를 타고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한 제부도 일원을 돌아본다.
탄도항에서 누에섬으로 이어지는 1km 노두길. 가히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SF적 풍경이다. 왼쪽 뒤가 제부도
누에섬 남단 선착장에서 가까이 마주보이는 제부도(약 1km 거리). 오른쪽으로 탑재산(67m)과 제부도 등대가 보인다
누에섬에서 바라본 제부도 서해랑 케이블카. 캐빈이 작아 콩알이 하늘을 떠다니는 듯
안산과 화성의 접점
시화방조제를 경유해서 제부도로 가면 대부도를 통과하게 된다. 포도로 유명하고 꽤 큰 섬으로 알지만 방조제가 연결된 대부도는 이미 섬이 아니고, 대부도와 제부도 사이에 줄 지어 있던 선감도, 불도, 탄도 역시 육지화되어 알아보기도 어렵다. 그래도 아직 지명만은 그럭저럭 남아 있어 옛날을 전한다. 이 섬들은 안산시에 든다.
탄도항에서 출발
출발지는 탄도항이다. 탄도(炭島)는 예전에 숲이 울창해서 숯을 굽던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숯섬’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지금은 섬 전체가 관광지다.
탄도항은 작은 어항으로 수산물직판장까지 있으나 요즘은 제부도처럼 노두길을 개방한 누에섬이 인기다. 누에섬까지 약 1km의 노두길은 거대한 풍력발전기 3기가 함께 있어 아주 극적이고 특별한 경관이다. 누에섬 정상에는 등대전망대도 있다. 누에섬은 길이 400m의 작은 섬으로 제부도와 마주보며 안산 탄도항과 화성 전곡항의 자연 방파제가 되고 있다. 물이 빠져서 드러난 누에섬 가는 길은 갯벌위에 직선으로 뻗어나고, 거대한 백색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모습은 SF적이다. 하지만 물이 빠진 지 한참 되었어도 간간이 남아 있는 바닷물과 거친 노면은 걷기가 쉽지 않고 자전거는 더 불편하다. 누에섬 외곽 산책로를 일주하고 돌아 나온다. 저 편으로 해상케이블카의 캐빈들이 콩알처럼 하늘을 떠다닌다.
누에섬에서 육지 방면으로 본 노두길
누에섬 외곽 데크 산책로. 뒤로 제부도가 보인다
탄도항에서 전곡항 남단에 있는 서해랑 케이블카 가는 길. 자전거도로가 잘 되어 있다
온갖 종류의 요트가 빼곡히 정박해 있는 전곡마리나. 한국 요트문화의 산실이다
서해랑 케이블카
케이블카 이름이 ‘서해랑(嶼海浪)’이다. 처음에는 해변 걷기코스인 ‘서해랑길’과 헷갈렸는데 한자가 다르다. ‘섬, 바다, 파도’를 뜻하는, 참신하면서도 품위 있는 작명이긴 한데 바로 인근을 지나는 서해랑길을 연상시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탄도항에서 서해랑 케이블까지는 자전거길이 잘 나 있다. 도중에는 국내 요트문화의 메카로 알려진 전곡항마리나가 거대한 방파제에 포근히 안겨 있다. 선체보다 긴 마스트를 높이 올린, 하얀 요트가 빼곡한 모습은 지중해의 어느 항구를 떠올린다.
평일이라 케이블카는 대기 없이 바로 탑승이다. 일반캐빈 왕복이 1만9000원인데 편도가 1만6000원이나 한다. 케이블카는 전곡항 남단의 고렴산수변공원에서 제부도까지 꼬박 해상을 지나며 길이는 2.12km로 해상구간으로는 국내최장이다. 목포, 사천 같은 장대 복합케이블카는 길이가 3km 전후지만 해상구간은 1km가 되지 않는다.
수면 위 겨우 40~50m인데 고공처럼 사방이 탁 트이고 발 아래로 보는 갯벌과 ‘모세길’이 생경하다. 탑승시간 10분이 너무 빨라 아까울 뿐이다. 그런데 이름은 해상이지만, 물이 들때만 해상이고, 물이 빠지면 ‘갯벌상’이다.
케이블카 탄 자전거. 접이식자전거로 바닥이 불투명한 일반 캐빈만 탑승 가능하다
물이 들면 해상케이블카, 물이 빠지면 갯벌케이블카
뒤돌아본 전곡항과 전곡승강장
제부도에도 대형 마리나가 생겼다
제부도 한바퀴
길이 2.2km, 폭 1km 정도의 제부도는 여의도 절반 크기다. 거꾸로 선 이등변삼각형 모양으로 제비를 닮기도 했다. 한자로는 어려운 '제부도(濟扶島)'라는 이름은 그 옛날, 어린이는 업고 노인은 부축해서 갯벌을 건너다녔다는 ‘제약부경(濟弱扶傾)’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섬을 일주해도 5.5km이니 천천히 달려도 30분이면 된다. 북쪽에는 전곡항마리나를 능가하는 제부마리나가 들어섰고 북단의 탑재산(67m) 외곽을 돌아가는 데크 산책로도 놓였다(산책로는 자전거 진입 금지).
갯벌이 광활하게 드러난 제부도해변은 시즌을 보낸 뒤라 한적하지만 주변 식당은 손님들이 제법 있다. 젊은 연인들은 4륜 바이크로 굉음을 내며 해안을 질주한다. 일상에서는 오토바이 소음이 싫다고 혐오하다가 이곳에서는 주변인들 개의치 않고 일부러 굉음을 올리며 신나 한다.
두 개의 바위섬이 부리처럼 솟은 매섬은 여전히 날카롭게 하늘을 베고 있다. 매섬에서 한 모퉁이 돌아서면 주민들이 경운기로 갯벌 깊숙이 들어가 조개류를 채취하는, 섬 일상의 무대다. 펜션과 캠핑장, 카페가 즐비하니 해안길을 지나는 것만으로도 주제 파악을 못하고 젊음의 낭만과 설렘이 북받친다.
제부도에서 바라본 서해랑 케이블카
여유와 미학이 함께하는 제부도등대 주변
탑재산 외곽 해안산책로 제비꼬리길. 제부도를 제비 모양으로 보면 제비꼬리에 해당한다
시즌이 지난 제부해수욕장의 평일 오후. 모든 풍경이 여백으로 돌아갔다
제부도해변에 새로 생겨난 아트파크
갈매기가 매 무서운 줄 모르네. 매섬이 부리를 벌려 낚아채려는 듯
제부도 아이콘 옆에 길 잃은 여행자?
모세길 지나 서해랑길
썰물이 된 지 오래되어 바닥이 거의 마른 모세길을 달린다. 차도와 분리된 공간이 있지만 노면이 들쑥날쑥이다. 하루의 절반은 지독한 염분을 품은 바다에 잠겨 있으니 길인들 견뎌낼 재간이 있을까.
길이 닫히기까지 아직 1시간 정도 남아서 바닷물은 저 아래로 있지만 조금씩 다가서는 것이 느껴진다. 사람들은 마음이 급한지 빠져나가는 차들이 꼬리를 문다. 길가 갯벌에는 걷거나 점프를 하는 망둥어가 지천이고 크고 작은 게도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 망둥어는 까마득한 옛날,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온 동물의 조상을 보는 것 같아 볼 때마다 신기하다. 바다도 아니고 땅도 아닌 갯벌은 저들에게야 생존의 터전이지만 사람이나 바퀴는 가장 싫어하는 것이 진흙탕이니 한발 물러나 바라보는 것으로 족하다.
육지에 닿으면 탄도항까지는 트레킹코스인 ‘서해랑길’ 표지기를 따라가면 편하다. 도로변에는 그럭저럭 자전거도로가 있어 안전하다.
전곡해양산업단지를 돌아나가는 해안길은 무인지경에 갯골이 그려내는 갯벌의 일렁임이 인상적이다. 앞서 지나온 탄도방파제를 건너면 다시 탄도항이다. 좁은 만에 닻을 내린 수많은 배들은 은빛 물결에 여린 춤을 추고 있다.
글/사진 김병훈 발행인
물이 빠지면 주민들은 경운기를 타고 갯벌 깊숙이 들어가 조개류를 채취한다
기적의 현장 '모세길'. 보행자와 자전거를 위한 공간이 따로 있지만 노면이 들쑥날쑥이다
전곡해양산업단지 외곽을 지나는 서해랑길. 철망 너머 갯골이 장관이다
탄도방파제에서 본 서해량 케이블카와 제부도. 은빛으로 반짝이는 물비늘에 배들은 낮잠을 잔다. 더없이 평화롭고 안온한 풍경
tip
제부도 모세길을 라이딩 하려면 물때를 잘 살펴야한다. ‘제부도 물때 시간’을 검색하면 미리 알 수 있다. 케이블카는 접이식 자전거만 탑승 가능하며, 일반 자전거라면 먼저 케이블카로 왕복한 다음 자전거로 다시 제부도로 가야 한다. 케이블카는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이 가능하며, 휴일에는 붐비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야간 조명이 된 케이블카도 멋지다. 운영시간은 평일 10~20시, 휴일 9~21시. 누에섬 전망대, 제부도 일원을 찬찬히 보려면 시간을 넉넉히 잡는 것이 좋다. 위의 기사처럼 일주하면 거리는 22km.
안산 탄도항~화성 제부도 일주 22km
바다는 갈라지고, 하늘은 케이블카가 가르고
‘모세의 기적’이 매일 일어나는 수도권의 이색지대 제부도가 일변했다. 21년 12월 개통한 제부도해상케이블카 때문이다. 제부도는 물때에 맞춰 ‘모세길’을 이용해야 진출입이 가능했지만 케이블카 덕분에 시간 제약 없이 언제든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 접이식 자전거는 케이블카 탑승이 가능해서 탄도항을 기점으로 제부도를 돌아보고 모세길을 달린다
서해랑 케이블카에서 육지 방면 조망. 오른쪽으로 제부도 '모세길'이 갯벌 위로 꿈결처럼 흐느적댄다
바다가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은 한반도 특히 서해안에서는 흔한 현상이다. 간만의 차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커서(최고 8m) 밀물 때는 바다에 잠겨 있다가 썰물 때 수면 위로 드러나는 곳이 흔하다. 이 지형이 길처럼 길게 이어지면 곧 ‘모세의 기적’처럼 느껴진다. 이런 지형 위에 길을 만든 것을 노두길이라 하고, 본격적인 도로로 조성한 곳도 많다. 수도권에도 이런 곳이 여럿 있지만 특히 유명한 곳은 화성 제부도다. 갯벌 위로 무려 2.2km의 바닷길이 열려 제부도는 하루에 두 번씩 육지와 연결되었다 끊어졌다를 반복한다.
이 ‘모세길’과 나란히 허공을 가르는 해상케이블카까지 생겨 제부도는 사실상 섬의 의미를 상실했다. 그래도 여전히 매력적인 것은, 더 쉽고 더 편안히, 더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케이블카는 자전거 승차도 가능하다(접이식자전거, 일반 캐빈에 한함). 이제 접이식 미니벨로를 타고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한 제부도 일원을 돌아본다.
탄도항에서 누에섬으로 이어지는 1km 노두길. 가히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SF적 풍경이다. 왼쪽 뒤가 제부도
누에섬 남단 선착장에서 가까이 마주보이는 제부도(약 1km 거리). 오른쪽으로 탑재산(67m)과 제부도 등대가 보인다
누에섬에서 바라본 제부도 서해랑 케이블카. 캐빈이 작아 콩알이 하늘을 떠다니는 듯
안산과 화성의 접점
시화방조제를 경유해서 제부도로 가면 대부도를 통과하게 된다. 포도로 유명하고 꽤 큰 섬으로 알지만 방조제가 연결된 대부도는 이미 섬이 아니고, 대부도와 제부도 사이에 줄 지어 있던 선감도, 불도, 탄도 역시 육지화되어 알아보기도 어렵다. 그래도 아직 지명만은 그럭저럭 남아 있어 옛날을 전한다. 이 섬들은 안산시에 든다.
탄도항에서 출발
출발지는 탄도항이다. 탄도(炭島)는 예전에 숲이 울창해서 숯을 굽던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숯섬’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지금은 섬 전체가 관광지다.
탄도항은 작은 어항으로 수산물직판장까지 있으나 요즘은 제부도처럼 노두길을 개방한 누에섬이 인기다. 누에섬까지 약 1km의 노두길은 거대한 풍력발전기 3기가 함께 있어 아주 극적이고 특별한 경관이다. 누에섬 정상에는 등대전망대도 있다. 누에섬은 길이 400m의 작은 섬으로 제부도와 마주보며 안산 탄도항과 화성 전곡항의 자연 방파제가 되고 있다. 물이 빠져서 드러난 누에섬 가는 길은 갯벌위에 직선으로 뻗어나고, 거대한 백색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모습은 SF적이다. 하지만 물이 빠진 지 한참 되었어도 간간이 남아 있는 바닷물과 거친 노면은 걷기가 쉽지 않고 자전거는 더 불편하다. 누에섬 외곽 산책로를 일주하고 돌아 나온다. 저 편으로 해상케이블카의 캐빈들이 콩알처럼 하늘을 떠다닌다.
누에섬에서 육지 방면으로 본 노두길
누에섬 외곽 데크 산책로. 뒤로 제부도가 보인다
탄도항에서 전곡항 남단에 있는 서해랑 케이블카 가는 길. 자전거도로가 잘 되어 있다
온갖 종류의 요트가 빼곡히 정박해 있는 전곡마리나. 한국 요트문화의 산실이다
서해랑 케이블카
케이블카 이름이 ‘서해랑(嶼海浪)’이다. 처음에는 해변 걷기코스인 ‘서해랑길’과 헷갈렸는데 한자가 다르다. ‘섬, 바다, 파도’를 뜻하는, 참신하면서도 품위 있는 작명이긴 한데 바로 인근을 지나는 서해랑길을 연상시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탄도항에서 서해랑 케이블까지는 자전거길이 잘 나 있다. 도중에는 국내 요트문화의 메카로 알려진 전곡항마리나가 거대한 방파제에 포근히 안겨 있다. 선체보다 긴 마스트를 높이 올린, 하얀 요트가 빼곡한 모습은 지중해의 어느 항구를 떠올린다.
평일이라 케이블카는 대기 없이 바로 탑승이다. 일반캐빈 왕복이 1만9000원인데 편도가 1만6000원이나 한다. 케이블카는 전곡항 남단의 고렴산수변공원에서 제부도까지 꼬박 해상을 지나며 길이는 2.12km로 해상구간으로는 국내최장이다. 목포, 사천 같은 장대 복합케이블카는 길이가 3km 전후지만 해상구간은 1km가 되지 않는다.
수면 위 겨우 40~50m인데 고공처럼 사방이 탁 트이고 발 아래로 보는 갯벌과 ‘모세길’이 생경하다. 탑승시간 10분이 너무 빨라 아까울 뿐이다. 그런데 이름은 해상이지만, 물이 들때만 해상이고, 물이 빠지면 ‘갯벌상’이다.
케이블카 탄 자전거. 접이식자전거로 바닥이 불투명한 일반 캐빈만 탑승 가능하다
물이 들면 해상케이블카, 물이 빠지면 갯벌케이블카
뒤돌아본 전곡항과 전곡승강장
제부도에도 대형 마리나가 생겼다
제부도 한바퀴
길이 2.2km, 폭 1km 정도의 제부도는 여의도 절반 크기다. 거꾸로 선 이등변삼각형 모양으로 제비를 닮기도 했다. 한자로는 어려운 '제부도(濟扶島)'라는 이름은 그 옛날, 어린이는 업고 노인은 부축해서 갯벌을 건너다녔다는 ‘제약부경(濟弱扶傾)’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섬을 일주해도 5.5km이니 천천히 달려도 30분이면 된다. 북쪽에는 전곡항마리나를 능가하는 제부마리나가 들어섰고 북단의 탑재산(67m) 외곽을 돌아가는 데크 산책로도 놓였다(산책로는 자전거 진입 금지).
갯벌이 광활하게 드러난 제부도해변은 시즌을 보낸 뒤라 한적하지만 주변 식당은 손님들이 제법 있다. 젊은 연인들은 4륜 바이크로 굉음을 내며 해안을 질주한다. 일상에서는 오토바이 소음이 싫다고 혐오하다가 이곳에서는 주변인들 개의치 않고 일부러 굉음을 올리며 신나 한다.
두 개의 바위섬이 부리처럼 솟은 매섬은 여전히 날카롭게 하늘을 베고 있다. 매섬에서 한 모퉁이 돌아서면 주민들이 경운기로 갯벌 깊숙이 들어가 조개류를 채취하는, 섬 일상의 무대다. 펜션과 캠핑장, 카페가 즐비하니 해안길을 지나는 것만으로도 주제 파악을 못하고 젊음의 낭만과 설렘이 북받친다.
제부도에서 바라본 서해랑 케이블카
여유와 미학이 함께하는 제부도등대 주변
탑재산 외곽 해안산책로 제비꼬리길. 제부도를 제비 모양으로 보면 제비꼬리에 해당한다
시즌이 지난 제부해수욕장의 평일 오후. 모든 풍경이 여백으로 돌아갔다
제부도해변에 새로 생겨난 아트파크
갈매기가 매 무서운 줄 모르네. 매섬이 부리를 벌려 낚아채려는 듯
제부도 아이콘 옆에 길 잃은 여행자?
모세길 지나 서해랑길
썰물이 된 지 오래되어 바닥이 거의 마른 모세길을 달린다. 차도와 분리된 공간이 있지만 노면이 들쑥날쑥이다. 하루의 절반은 지독한 염분을 품은 바다에 잠겨 있으니 길인들 견뎌낼 재간이 있을까.
길이 닫히기까지 아직 1시간 정도 남아서 바닷물은 저 아래로 있지만 조금씩 다가서는 것이 느껴진다. 사람들은 마음이 급한지 빠져나가는 차들이 꼬리를 문다. 길가 갯벌에는 걷거나 점프를 하는 망둥어가 지천이고 크고 작은 게도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 망둥어는 까마득한 옛날,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온 동물의 조상을 보는 것 같아 볼 때마다 신기하다. 바다도 아니고 땅도 아닌 갯벌은 저들에게야 생존의 터전이지만 사람이나 바퀴는 가장 싫어하는 것이 진흙탕이니 한발 물러나 바라보는 것으로 족하다.
육지에 닿으면 탄도항까지는 트레킹코스인 ‘서해랑길’ 표지기를 따라가면 편하다. 도로변에는 그럭저럭 자전거도로가 있어 안전하다.
전곡해양산업단지를 돌아나가는 해안길은 무인지경에 갯골이 그려내는 갯벌의 일렁임이 인상적이다. 앞서 지나온 탄도방파제를 건너면 다시 탄도항이다. 좁은 만에 닻을 내린 수많은 배들은 은빛 물결에 여린 춤을 추고 있다.
글/사진 김병훈 발행인
물이 빠지면 주민들은 경운기를 타고 갯벌 깊숙이 들어가 조개류를 채취한다
기적의 현장 '모세길'. 보행자와 자전거를 위한 공간이 따로 있지만 노면이 들쑥날쑥이다
전곡해양산업단지 외곽을 지나는 서해랑길. 철망 너머 갯골이 장관이다
탄도방파제에서 본 서해량 케이블카와 제부도. 은빛으로 반짝이는 물비늘에 배들은 낮잠을 잔다. 더없이 평화롭고 안온한 풍경
tip
제부도 모세길을 라이딩 하려면 물때를 잘 살펴야한다. ‘제부도 물때 시간’을 검색하면 미리 알 수 있다. 케이블카는 접이식 자전거만 탑승 가능하며, 일반 자전거라면 먼저 케이블카로 왕복한 다음 자전거로 다시 제부도로 가야 한다. 케이블카는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이 가능하며, 휴일에는 붐비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야간 조명이 된 케이블카도 멋지다. 운영시간은 평일 10~20시, 휴일 9~21시. 누에섬 전망대, 제부도 일원을 찬찬히 보려면 시간을 넉넉히 잡는 것이 좋다. 위의 기사처럼 일주하면 거리는 22km.
안산 탄도항~화성 제부도 일주 22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