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한 물길과 철책선 따라 한강 최북단까지
서울 근교를 중심으로 새로 조성되었거나 연장된 자전거도로 코스 중에 김포 후평리 방면은 특별하다. 한강을 따라 김포반도 최북단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서울을 훌쩍 벗어나고, 이윽고 살벌한 철책선 길까지 만나게 된다. 마지막에는 민통선이 길을 막아 돌아서야 하지만 육안으로 북녘 땅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최전방까지 북상하는 각별한 경험이다
전류리포구를 지나 철책선길을 가면 나오는 석탄리 탐조대.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 도래지다. 오른쪽 멀리 아득한 산줄기는 북녘땅이다
한강 최북단으로 가는 여정의 출발지는 서울 한강 자전거도로 서단인 방화대교 남단. 강서습지생태공원이 있어 주차장과 편의점이 갖춰져 있다.
행주대교를 거쳐 아라뱃길 방면으로 가다가 전호교를 넘어 아라마리나 초입에서 김포한강로 굴다리를 지나면 전호야구장이 나온다. 여기서 3.5km 구간은 ‘자전거우선’의 일반 도로다. 노면에 표시된 파란 선은 경기도가 조성한 ‘평화누리 자전거길’ 표시선이다.
서울 한강 남안을 지나는 올림픽대로와 연결된 김포한강로가 생기기 전에는 일명 ‘뚝방길’이라고 해서 강화도나 김포반도 방면으로 가던 주요 도로였다. 뚝방길은 풍곡리에서 김포한강로와 철책선 사이로 접어든다. 이제부터는 자동차는 거의 없어 마음 편하게 라이딩 할 수 있고 길도 널찍하다.
철책선이 나란히 이어지지만 아직은 저편으로 일산신도시가 보여서인지 전방의 살벌함보다는 근교의 여유가 앞선다.
'피사의 사탑'처럼 강쪽으로 기울어진 김포에코센터 전망대. 여기서부터 한강신도시 권역이다
홍수 때는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저류지를 공원으로 활용한 김포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 길고 복잡한 공원 이름은 좀 바꿔야겠다
‘김포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 옆을 지나는 철책선 길. 강 건너는 일산신도시
철책선 바로 옆을 따라가는 산책로는 전국적으로 드물 것이다. 왼쪽 멀리 강화도 초입의 문수산(376m)과 전류리포구를 낀 봉성산(129m)이 원근을 보인다
일산대교를 지나면 한강신도시로 접어든다. 홍수 시 물을 가두는 저류지를 활용한 ‘김포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이름이 너무 길어!)은 길이가 1.5km나 되는 엄청난 규모다. 공원 옆으로 난 자전거길에는 산책이나 운동 나온 주민들이 항상 많아서 라이딩에 주의해야 한다. 철책선 바로 옆에 난 산책로는 이곳 말고 찾기 힘든 진풍경이다. 용화사를 지나면 다시 옛 뚝방길이 나오지만 도로 옆에 자전거도로가 별도로 나 있다.
이제 한강신도시도 벗어나 완연한 전원지대다. 저 앞으로 봉성산(129m)과 파주 심학산(192m)이 한강 양안에서 마주보고 있다. 두 산 사이는 강폭이 600m 정도로 한강 하류 최후의 ‘강협(江峽)’이다.
해병대초소와 철책선에 가로막혀 있는 전류리포구. 직판상가는 코로나로 철시했고, 도로 건너 상가에 몇 집이 상설로 자리잡았다
봉성산 동쪽 하안에는 한강 최북단 포구라는 전류리포구가 해병 초소를 끼고 소박하다. 코로나 때문에 직판장은 철시하고 문을 연 가게가 없다. 대신 도로변 상가에 몇 군데 상설 횟집이 들어섰다. 고려말의 청렴한 문신 민유(閔愉)가 신돈의 난을 피해 이곳에다 전류정(顚流亭)을 짓고 은거했다고 한다. 전류리포구는 산의 동쪽 강변에 있다. 간만의 차로 인해 바닷물이 이곳까지 역류해(감조하천) ‘물이 거꾸로 흐른다’는 뜻에서 ‘전류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조선말까지 수운의 요지로 번화했던 전류리포구는 이제 유일하게 한강변에서 포구의 명맥을 이어가는 화석으로 남았다. 한강 전체를 통틀어 바다에 이르기 직전에 자리해 ‘한강 최후의 포구’로도 불린다. 철책선에 갇혀 허가받은 조각배 20여척만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구간에서만 조업할 수 있어 포구가 상징하는 자유나 떠남, 만남 같은 정서적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민물장어와 숭어, 새우, 참게, 황복 등이 많이 잡힌다고 한다.
전류리포구를 지나면 시작되는 본격 철책선길. '평화누리 자전거길'을 알리는 파란 실선을 따라가면 된다
인간이 물러난 겨울 들판은 철새들 차지다
살풍경한 철책선 옆이지만 간간이 쉼터도 마련되어 있어서 마음은 푸근하다
전류리포구를 지나면 다시 철책선길이 시작되면서 너른 들판이 펼쳐진 석탄리로 접어든다. 해병 초소가 군데군데 보이는, 진짜 전방 분위기의 철책선이다. ‘한강하류재두루미도래지’ 답게 다양한 철새가 들판에 앉았거나 하늘을 선회한다. 석탄배수펌프장 옆으로 국은천을 지나면 본격적인 철새도래지인 후평리다. 둑길 한켠에 탐조대가 있고, 철책선길은 철문이 굳게 잠겨 더 이상 갈 수 없다.
파란 실선을 따라 들판 가운데를 흐르는 수로를 따라 북상한다. 좁은 수로지만 낚시꾼들이 장사진이다. 역시 새들은 무한 자유롭다. 철책선도, 더 멀리 휴전선도 아무 거리낌 없이 오간다. 북녘 땅이 훤히 보이는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강 건너 지척이고, 개성 뒤쪽 천마산 능선도 아스라이 모습을 드러낸다. 북으로 많이 왔구나 싶다. 이윽고 애기봉 방면 갈림길에서 민통선 표지판이 나오면서 북상은 저지된다. 돌아오는 길은 산쪽에 붙은 마을길을 택한다. 농가와 전원주택이 적절히 섞여 있어 여유와 풍요가 감도는 전원지대다.
최북단이 가까워지면 철책선을 벗어나 농수로를 따라간다. 오른쪽 뒤 먼산은 북녘 개성 땅이다 자유로 옆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마주보일 정도로 북쪽 멀리 왔다
애기봉 갈림길인 이곳이 자전거로 갈 수 있는 최북단이다. 전류리포구에서 7.6km 더 북상했다
석탄리 탐조대와 배수펌프장부터는 왔던 길을 그대로 되짚는다. 다만, 전류리포구를 지나 봉성산을 끼고 합수하는 하동천 생태탐방로를 경유한다. 하동천을 따라 1.8km 이어지는 천변 길은 습지와 데크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다. 찾는 이도 거의 없어 언제나 한가롭다. 생태탐방로가 끝나면 잠시 도로를 따라 가다 다락교를 건너 봉성포천 둑길을 따라 다시 한강변으로 나오면 된다. 시간이 부족하거나 관심이 없다면 하동천 생태탐방로는 생략해도 된다.
행주대교를 지나 서울로 접어들면 북한 땅이 보이는 최북단까지 아주 먼 길을 다녀온, 아련하 고 뿌듯한 성취감이 찾아든다.
귀로는 산 아래 마을길을 이용한다. 왼쪽으로 봉성산이 보인다
들판 저편으로 일산신도시가 드러나고 그 뒤로 북한산의 하얀 암봉이 아득하다
하동천 생태탐방로. 아기자기한 구성과 한적한 분위기가 매력 있다
tip
방화대교 남단(개화나들목 앞)의 강서1주차장은 유료이며, 최초 30분 1000원, 10분당 200원이다(1일주차 1만원). 전류리포구 이북은 평화누리자전거길을 안내하는 파란 실선을 따라가면 된다. 하동천 생태탐방로는 보행자가 있을 경우 자전거를 끌고 지나는 것이 서로를 배려하는 매너다. 전류리포구 근처에 식당과 편의점이 여럿 있다.
방화대교~김포 후평리 철새도래지 62.5km
도도한 물길과 철책선 따라 한강 최북단까지
서울 근교를 중심으로 새로 조성되었거나 연장된 자전거도로 코스 중에 김포 후평리 방면은 특별하다. 한강을 따라 김포반도 최북단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서울을 훌쩍 벗어나고, 이윽고 살벌한 철책선 길까지 만나게 된다. 마지막에는 민통선이 길을 막아 돌아서야 하지만 육안으로 북녘 땅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최전방까지 북상하는 각별한 경험이다
전류리포구를 지나 철책선길을 가면 나오는 석탄리 탐조대.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 도래지다. 오른쪽 멀리 아득한 산줄기는 북녘땅이다
한강 최북단으로 가는 여정의 출발지는 서울 한강 자전거도로 서단인 방화대교 남단. 강서습지생태공원이 있어 주차장과 편의점이 갖춰져 있다.
행주대교를 거쳐 아라뱃길 방면으로 가다가 전호교를 넘어 아라마리나 초입에서 김포한강로 굴다리를 지나면 전호야구장이 나온다. 여기서 3.5km 구간은 ‘자전거우선’의 일반 도로다. 노면에 표시된 파란 선은 경기도가 조성한 ‘평화누리 자전거길’ 표시선이다.
서울 한강 남안을 지나는 올림픽대로와 연결된 김포한강로가 생기기 전에는 일명 ‘뚝방길’이라고 해서 강화도나 김포반도 방면으로 가던 주요 도로였다. 뚝방길은 풍곡리에서 김포한강로와 철책선 사이로 접어든다. 이제부터는 자동차는 거의 없어 마음 편하게 라이딩 할 수 있고 길도 널찍하다.
철책선이 나란히 이어지지만 아직은 저편으로 일산신도시가 보여서인지 전방의 살벌함보다는 근교의 여유가 앞선다.
'피사의 사탑'처럼 강쪽으로 기울어진 김포에코센터 전망대. 여기서부터 한강신도시 권역이다
홍수 때는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저류지를 공원으로 활용한 김포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 길고 복잡한 공원 이름은 좀 바꿔야겠다
‘김포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 옆을 지나는 철책선 길. 강 건너는 일산신도시
철책선 바로 옆을 따라가는 산책로는 전국적으로 드물 것이다. 왼쪽 멀리 강화도 초입의 문수산(376m)과 전류리포구를 낀 봉성산(129m)이 원근을 보인다
일산대교를 지나면 한강신도시로 접어든다. 홍수 시 물을 가두는 저류지를 활용한 ‘김포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이름이 너무 길어!)은 길이가 1.5km나 되는 엄청난 규모다. 공원 옆으로 난 자전거길에는 산책이나 운동 나온 주민들이 항상 많아서 라이딩에 주의해야 한다. 철책선 바로 옆에 난 산책로는 이곳 말고 찾기 힘든 진풍경이다. 용화사를 지나면 다시 옛 뚝방길이 나오지만 도로 옆에 자전거도로가 별도로 나 있다.
이제 한강신도시도 벗어나 완연한 전원지대다. 저 앞으로 봉성산(129m)과 파주 심학산(192m)이 한강 양안에서 마주보고 있다. 두 산 사이는 강폭이 600m 정도로 한강 하류 최후의 ‘강협(江峽)’이다.
해병대초소와 철책선에 가로막혀 있는 전류리포구. 직판상가는 코로나로 철시했고, 도로 건너 상가에 몇 집이 상설로 자리잡았다
봉성산 동쪽 하안에는 한강 최북단 포구라는 전류리포구가 해병 초소를 끼고 소박하다. 코로나 때문에 직판장은 철시하고 문을 연 가게가 없다. 대신 도로변 상가에 몇 군데 상설 횟집이 들어섰다. 고려말의 청렴한 문신 민유(閔愉)가 신돈의 난을 피해 이곳에다 전류정(顚流亭)을 짓고 은거했다고 한다. 전류리포구는 산의 동쪽 강변에 있다. 간만의 차로 인해 바닷물이 이곳까지 역류해(감조하천) ‘물이 거꾸로 흐른다’는 뜻에서 ‘전류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조선말까지 수운의 요지로 번화했던 전류리포구는 이제 유일하게 한강변에서 포구의 명맥을 이어가는 화석으로 남았다. 한강 전체를 통틀어 바다에 이르기 직전에 자리해 ‘한강 최후의 포구’로도 불린다. 철책선에 갇혀 허가받은 조각배 20여척만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구간에서만 조업할 수 있어 포구가 상징하는 자유나 떠남, 만남 같은 정서적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민물장어와 숭어, 새우, 참게, 황복 등이 많이 잡힌다고 한다.
전류리포구를 지나면 시작되는 본격 철책선길. '평화누리 자전거길'을 알리는 파란 실선을 따라가면 된다
인간이 물러난 겨울 들판은 철새들 차지다
살풍경한 철책선 옆이지만 간간이 쉼터도 마련되어 있어서 마음은 푸근하다
전류리포구를 지나면 다시 철책선길이 시작되면서 너른 들판이 펼쳐진 석탄리로 접어든다. 해병 초소가 군데군데 보이는, 진짜 전방 분위기의 철책선이다. ‘한강하류재두루미도래지’ 답게 다양한 철새가 들판에 앉았거나 하늘을 선회한다. 석탄배수펌프장 옆으로 국은천을 지나면 본격적인 철새도래지인 후평리다. 둑길 한켠에 탐조대가 있고, 철책선길은 철문이 굳게 잠겨 더 이상 갈 수 없다.
파란 실선을 따라 들판 가운데를 흐르는 수로를 따라 북상한다. 좁은 수로지만 낚시꾼들이 장사진이다. 역시 새들은 무한 자유롭다. 철책선도, 더 멀리 휴전선도 아무 거리낌 없이 오간다. 북녘 땅이 훤히 보이는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강 건너 지척이고, 개성 뒤쪽 천마산 능선도 아스라이 모습을 드러낸다. 북으로 많이 왔구나 싶다. 이윽고 애기봉 방면 갈림길에서 민통선 표지판이 나오면서 북상은 저지된다. 돌아오는 길은 산쪽에 붙은 마을길을 택한다. 농가와 전원주택이 적절히 섞여 있어 여유와 풍요가 감도는 전원지대다.
최북단이 가까워지면 철책선을 벗어나 농수로를 따라간다. 오른쪽 뒤 먼산은 북녘 개성 땅이다 자유로 옆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마주보일 정도로 북쪽 멀리 왔다
애기봉 갈림길인 이곳이 자전거로 갈 수 있는 최북단이다. 전류리포구에서 7.6km 더 북상했다
석탄리 탐조대와 배수펌프장부터는 왔던 길을 그대로 되짚는다. 다만, 전류리포구를 지나 봉성산을 끼고 합수하는 하동천 생태탐방로를 경유한다. 하동천을 따라 1.8km 이어지는 천변 길은 습지와 데크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다. 찾는 이도 거의 없어 언제나 한가롭다. 생태탐방로가 끝나면 잠시 도로를 따라 가다 다락교를 건너 봉성포천 둑길을 따라 다시 한강변으로 나오면 된다. 시간이 부족하거나 관심이 없다면 하동천 생태탐방로는 생략해도 된다.
행주대교를 지나 서울로 접어들면 북한 땅이 보이는 최북단까지 아주 먼 길을 다녀온, 아련하 고 뿌듯한 성취감이 찾아든다.
귀로는 산 아래 마을길을 이용한다. 왼쪽으로 봉성산이 보인다
들판 저편으로 일산신도시가 드러나고 그 뒤로 북한산의 하얀 암봉이 아득하다
하동천 생태탐방로. 아기자기한 구성과 한적한 분위기가 매력 있다
tip
방화대교 남단(개화나들목 앞)의 강서1주차장은 유료이며, 최초 30분 1000원, 10분당 200원이다(1일주차 1만원). 전류리포구 이북은 평화누리자전거길을 안내하는 파란 실선을 따라가면 된다. 하동천 생태탐방로는 보행자가 있을 경우 자전거를 끌고 지나는 것이 서로를 배려하는 매너다. 전류리포구 근처에 식당과 편의점이 여럿 있다.
방화대교~김포 후평리 철새도래지 62.5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