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도가 하나둘 육지화된 대역사, 갈 때마다 감탄
인천공항 남쪽의 영종해안남로에서는 비행기가 착륙하는 모습을 가까이 볼 수 있다. 비행기는 바람을 안고 이착륙하는데, 우리나라는 편서풍지대여서 대체로 이 방향으로 이착륙이 이뤄진다
영종도와 용유도의 30년 전을 아는 사람은 인천공항을 찾을 때마다 경탄을 금할 수 없다. 인천항에서 통통배를 타고 한참을 들어가야 했던 영종도, 삼목도, 용유도가 하나의 섬이 되고, 더 멀리 있던 무의도까지 육지가 된, 그야말로 믿기 어려운 상전백해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이 들어선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는 폭 4~7km의 바다였는데 이를 모두 간척해서 어마어마한 국토확장을 해냈다.
인천공항이 2001년 개항하고 20년이 더 지났지만 여전히 영종도 곳곳이 공사 중이고 공지가 많은 것은 너무나 넓은 땅을 간척해 터가 넘쳐 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과 주변은 지금도 개발 중, 공사 중 그리고 간척 중이다.
영종해안북로의 간척 제방. 북한과 인접한 해역이라 철조망을 세워놓았다
인천공항을 건설할 때 영종도~삼목도~용유도를 연결하기 위해 남북으로 방조제를 쌓고 도로를 냈는데, 현재의 영종해안북로와 남로다. 장대한 직선이면서 휴전선에서 멀지 않은 입지를 감안해 해안에는 철책선도 가설되었다. 이 남북 해안로를 중심으로 갓길을 활용해 인천공항 외곽을 크게 도는 자전거도로가 21년에 개통됐다. 개통 이후에도 꾸준히 보완을 거듭해 지금은 거의 완비된 상태다.
청라신도시와 영종도를 잇는 제3연륙교(3.5km)가 25년 말 개통 예정이고, 영종도와 신도를 연결하는 연도교(3.26km) 역시 25년 개통되는데 두 다리에도 자전거도로가 추가된다. 인천시는 두 교량이 개통되면 청라신도시-영종도-신도-무의도를 잇는 120km 자전거도로를 완비하게 된다면서 ‘300리 자전거 이음길’이라고 명명해 사전 홍보를 펼치고 있다. 관광 수요가 기대되는 기존 장대교량에 자전거도로(보행로 겸용)나 전망대가 없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으나 인천이 먼저 앞장 서 이 문제를 돌파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삼목선착장에서 해안북로 자전거길로 이어지는 자전거도로가 공사중이다(22년 3월 24일 개통 예정). 이 길을 타지 않으면 도로 진입이 복잡하고 위험하다
세계적인 인천공항 외곽을 자전거로 일주할 수 있는 코스는 아주 특별하고 귀하다. 해외에도 사례가 있지만 인천공항 규모가 워낙 크고 아름다운 해안선까지 끼고 있어 더욱 돋보인다. 게다가 교량이 연결된 무의도까지 함께 돌아볼 수 있다.
인천공항 일주 코스 출발지는 신도·시도·모도 ‘삼형제섬’ 연락선이 운행하는 삼목선착장으로 잡는다. 출발지가 같으니 오전에 삼형제섬(일주 37km), 오후에 인천공항 일주(60km) 이렇게 여행해도 된다(신도·시도·모도 코스는 별도 소개). 선착장에는 넓은 무료주차장과 화장실, 매점 등이 함께 있어 편하다.
삼목항 입구는 복잡한 인터체인지이고 광폭 도로에 고속질주하는 차량이 많아 해안북로 자전거도로 진입이 쉽지 않았다. 다행히 삼목항에서 해안북로 자전거도로 사이에 남아 있던 야적장 외곽에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있다(23년 3월 24일 완공 예정). 2월 24일 답사 당시 노면을 정리하고 있었고 포장만 남은 모습이었다. 양해를 구해 통행은 가능했지만 포장을 전후해서 일정 기간은 통행이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길이 아니면 자전거로 인터체인지를 거쳐 해안북로를 타야 해서 길이 복잡하고 위험하다.
완벽한 직선에 벽으로 차도와 구분된 해안북로 자전거도로
성긴 철조망 사이로 장봉도에 접근하는 여객선이 보인다
길가에 멈춰 있는 자전거는 철조망 중간중간 열린 문으로 갯벌에 나가 해루질을 즐기는 사람들이 타고 온 것이다
인천공항에서 막 이륙한 비행기가 비상하고 있다. 활주로 중간쯤부터 비상을 시작하기에 해안북로에서는 비행기가 멀리 보인다
일단 해안북로 자전거도로에 진입하면 만사 오케이다. 펜스를 설치해 도로와 완전히 분리되어 안전하고 편하게 달릴 수 있다. 펜스는 시멘트 벽이어서 도로에서 이물질이 밀려들지 않고 대형 자동차가 지날 때 생기는 횡풍도 막아준다.
해안북로가 원래 그렇지만 자전거도로도 마냥 직선이다. 해안에는 철조망이 높으나 망이 성긴데다 속도를 내면 저편 풍경이 그대로 보인다. 저 멀리 장봉도에 접근하는 여객선이 선명하다. 철조망과 제방은 차가운 북풍도 상당히 막아줘 라이딩이 한결 가뿐하다. 25년 전만 해도 바다였던 곳이 이렇게 광야로 변하다니…. 개인으로서의 나는 이런 역량이 없지만 집단으로서 ‘인간’의 야망과 능력에 감탄한다. 부분이 전체에 대해 느끼는 이런 이질감은 인간 세상만의 기이한 내적 모순이다. 그것이 토목적 위업이든, 정치적 결사든.
하얀 레이더건물이 서 있는 맞은편 야산은 옛날 용유도 북단에 해당한다. 해안북로가 끝나고 야산 아래에서 좌회전 하면 용유도에 들어선 것이다. 인도에라도 자전거도로를 만든 배려가 가상하다.
2017년 국내최대 규모로 개장한 왕산마리나는 야산 저편에 있다. 작은 고개를 넘어가면 새하얀 요트가 밀집해 있는 이국풍의 대형 마리나가 펼쳐진다. 300척을 계류할 수 있는 국내최대 규모라는데 빈 자리가 별로 없다. 아직도 이 땅에서 요트 같은 해양 스포츠는 생경하다. 일반인들에게는 그냥 산책하기 좋은 해변 공원이다.
국내최대 규모라는 왕산마리나. 왼쪽 뒤로 레이더가 서 있는 옛 용유도 최북단 야산이 보인다
왕산해수욕장의 어수선함은 변함이 없다. 해안을 따라 사유지 난간과 말뚝 따위가 뒤섞여 있어 바닷가로 나가기도 쉽지 않다. 바로 이웃한 을왕리해수욕장은 전혀 딴판으로 건물 밀집도가 지나쳐서 자동차 통행도 쉽지 않다. 해안도로는 조개구이집이 사열 대형으로 길게 이어지며 현대판 패총 공장을 이룬다. 집집마다 호객꾼이 나와 지나는 자동차와 사람을 불러 세우는 것이 불편하지만 자전거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랄까. 모두가 경쟁자여서 호객을 없애는 합의가 어려운 걸까. 추위에, 사람들 눈치 보며 종일 문 앞을 서성이는 호객꾼들이 안쓰럽다. 조개구이를 먹을 요량이 아니고 번잡한 것이 싫다면 을왕리해수욕장은 그냥 통과하는 것이 낫겠다.
을왕리해수욕장에서 작은 언덕을 넘으면 이번에는 선녀바위해수욕장이 나온다. 해변이 작고 편의시설도 없어 탁 트인 개방감을 주지만 산책객은 적지 않다. 인천공항 개장 초기만 해도 외진 해변이었는데 이제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고, 해변 끝에는 치마바위가 찰나의 바람처럼 스쳐가는 인간들을 무심히 지켜보고 섰다.
넓은 백사장을 자랑하는 왕산해수욕장. 해변 편의시설은 정리가 되지 않아 어수선하다
해변에서는 누구나 즐겁고 행복해 보인다. 광활한 공간이 일상의 고민들을 삼켜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다로 간다
내륙구간은 보도에 자전거도로가 별도로 조성되어 있다
용유해변은 사유지가 해안선을 거의 막고 있고 딱히 시설마저 없어 가장 어수선하다. 그 다음 장장 2.3km의 마시안해변은 몇 년 사이에 정리가 되고 세련되어 진 것이, 대형 카페가 즐비하게 들어서서 몰라볼 정도다. 평일인데도 카페마다 자동차와 사람이 만원이다. 하지만 해안선 모두가 사유지로 구획되어 있어서 해변을 제대로 보려면 카페에 들리거나 조개구이를 먹지 않으면 안 된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완전히 사라져버린 오성산이다. 해발 172m로 옛 용유도에서 가장 높았고, 현 영종도 전체를 통틀어도 2위 높이였는데 산체를 완전히 깎아내 평탄한 대지가 되어버렸다. 흙은 간척에 활용하고, 남은 대지는 용지로 쓸 수 있으니 일거이득이긴 한데… 수십만년 지질학적 시간으로 변모하는 산이지만 이 땅에서는 시한부 운명일 수도 있다.
이제 저편으로 무의대교가 바다 위로 훌쩍 높다.
조개구이의 성지가 된 을왕리해수욕장
선녀바위해변에는 예쁜 조형물이 들어섰다. 뒤쪽에 부풀린 치마 같은 선녀바위가 보인다
전장 2.3km의 마시안해변에는 대규모 카페가 즐비하게 들어서서 면모를 일신했다
길이 1.1km의 무의대교에는 고맙게도 자전거나 보행자가 안전하게 지날 수 있는 갓길이 나 있다. 무의대교는 19년 개통되었지만 섬 내 도로가 좁아서 자전거는 위험했는데, 섬 남단의 광명항으로 넘어가는 사시미재 입구까지 도로가 확장되었고 별도의 자전거길도 조성되어 라이딩이 안전하고 편해졌다.
해안에는 멋진 펜션과 카페가 들어섰고, 길이 끝나는 광명항에는 평일에도 관광객으로 부산하다. 광명항 앞에 더 있는 소무의도까지는 부드럽게 만곡하는 소무의인도교가 걸려 있다. 자동차는 진입할 수 없고 자전거는 통행이 가능하다. 길이 414m의 다리를 넘어가면 10여 년 전만 해도 외진 낙도였던 소무의도로 들어선다. 길이 670m, 폭 300m 정도의 작은 섬은 관광객이 점령하면서 섬마을 뒷골목에는 민박과 카페가 들어섰다. 섬 동쪽 몽여해변에도 분위기 좋은 카페와 예쁜 전원주택이 즐비하다. 인천상륙작전 때 거점이 됐던 팔미도가 저 앞으로 다가서고, 그 위쪽으로는 장대한 인천대교가 바다를 건너고 있다.
별도의 자전거도로가 나 있는 무의대교. 영종도에서 무의도로 넘어가는 방향에서 촬영한 모습이다
선박 통행을 위해 훌쩍 높게 만들어진 무의대교(길이 670m)
무의도 내부 도로변에도 별도 자전거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무의도와 소무의도를 연결하는 소무의인도교(길이 414m). 자전거 통행은 가능하다
이것이 낙도의 격변이다. 소무의도 동쪽 몽여해변에는 분위기 좋은 카페와 예쁜 전원주택이 즐비하다
무의도에 와서 실미도를 지나칠 수는 없다. 현대사의 비극을 간직한 작은 섬은 조석에 따라 무의도와 연결되었다 떨어지기를 연속하는, 접속과 단절의 무한 반복지대다. 1971년 8월 23일 실미도에서 훈련받던 북파공작원 24명이 혹독한 훈련과 열악한 보급, 보수 미지급에 불만을 품고 기간 군인 18명을 살해하고 탈출했다. 이들은 인천에서 버스를 탈취해 청와대로 향하다 군경에 저지되자 서울 대방동에서 수류탄을 터뜨려 자폭한다. 이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2003년 개봉되어 많이 알려졌다. 이들이 북파훈련을 받은 것은 1968년 북한 무장공비가 청와대를 기습한 1.21사태를 계기로 복수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실미해변 일대는 ‘차박’과 캠핑 텐트가 줄지어 있다. 서울 지척에서 가장 쉽게 맛보는 외딴 바닷가 분위기이니 차박과 캠핑 족들에게는 성지일 것이다. 마침 물이 빠져 섬이 연결되어 실미도까지 바퀴가 덜 빠지는 곳을 따라 섬으로 진입했다. 지금 나는 편안한 심정으로 갯바위에 걸터앉아 맑은 공기와 해안경치를 즐기고 있지만, 당시 섬에 갇혀 가혹한 혼련과 처우에 고통받던 북파공작원들은 절망의 심정으로 저 백사장과 국사봉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마침 썰물 때여서 실미도에 들어가 무의도를 바라본다
다시 무의대교를 돌아나오는 길에 밀물 파도를 만났다. 고기 비늘처럼 겹주름으로 굉음을 내며 밀려드는 파도가 장관이다
무의도를 나와 자기부상열차 용유역(휴업중) 앞 언덕에 새로 들어선 용유하늘전망대를 잠깐 들린다. 그리 높지 않아 대단한 조망은 아니지만 북으로는 해안남로와 자기부상철로가 V자로 뻗어나고 인천공항 1터미널, 인천대교도 눈에 들어온다. 카페가 즐비한 마시안해변과 방금 지나온 무의도 역시 지척이다. 코로나 이후 돌아온 일상답게 인천공항에는 비행기가 쉴 틈 없이 뜨고 내린다.
새둥지를 닮은 용유하늘전망대
용유하늘전망대에서 바라본 자기부상 모노레일 선로(왼쪽)와 해안남로. 비행기 한 대가 막 활주로에 접근하고 있다. 오른쪽 뒤로 인천대교와 송도신도시가 보인다 해안남로에서는 착륙 직전의 비행기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막상 타고 있을 때는 잘 몰라도 근접해서 보는 비행기의 이착륙 장면은 언제나 경이롭다
해안남로에서 삼목선착장으로 이어지는 공항동로에는 보도 전체가 자전거도로로 조성되어 있다
해안남로는 북로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다만 장대한 인천대교가 내내 보이고, 착륙하는 비행기를 가까이 볼 수 있다. 비행기는 바람을 안고 뜨고 내리는데, 우리나라는 편서풍지대여서 대부분 이 방향으로 이착륙한다. 주로 이륙하는 방향인 해안북로에서는 비행기가 활주로 중간부터 비상을 시작해 훨씬 멀리 보이지만, 남로에서는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는 비행기를 배까지 훤히 볼 수 있다.
해안남로 도중인 신불IC에서 공항동로를 탈 때는 IC진입로에서 200m 더 간 인천환경공단(영종지소)으로 좌회전 했다가 공항동로로 진입하면 된다. 인천공항고속도로로 진입하는 IC 구간이라 차량이 많고 길이 복잡하지만 그대로 직진만 하면 되고, 갓길이 있어 큰 무리는 없다. 일단 공항동로에 들어서면 보도에 자전거길이 있다. 왼쪽으로는 인천공항 부대시설이 쭉 나타나는데 국제우편물류센터, 화물터미널. 공항기동대, 건설안전체험교육장 등등이 광대한 부지에 자리 잡고 있다. 인천공항이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실감한다.
공항동로에 진입해 5km 가량 직진하면 출발지인 삼목선착장이다.
글/사진 김병훈 발행인
tip
삼목선착장에서 해안북로 자전거도로를 탈 때는 주차장 서쪽에서 시작되는 진입로를 잘 찾아야 한다. 자전거도로는 22년 3월말 완공 예정이고 포장 기간을 제외하면 통행이 가능하다. 소무의도는 휴일에는 관광객이 많아 라이딩으로 진입이 어려울 수 있고, 실미도에 들어갈 때는 물때를 잘 확인해야 한다.
인천공항~무의도 일주 60km
낙도가 하나둘 육지화된 대역사, 갈 때마다 감탄
인천공항 남쪽의 영종해안남로에서는 비행기가 착륙하는 모습을 가까이 볼 수 있다. 비행기는 바람을 안고 이착륙하는데, 우리나라는 편서풍지대여서 대체로 이 방향으로 이착륙이 이뤄진다
영종도와 용유도의 30년 전을 아는 사람은 인천공항을 찾을 때마다 경탄을 금할 수 없다. 인천항에서 통통배를 타고 한참을 들어가야 했던 영종도, 삼목도, 용유도가 하나의 섬이 되고, 더 멀리 있던 무의도까지 육지가 된, 그야말로 믿기 어려운 상전백해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이 들어선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는 폭 4~7km의 바다였는데 이를 모두 간척해서 어마어마한 국토확장을 해냈다.
인천공항이 2001년 개항하고 20년이 더 지났지만 여전히 영종도 곳곳이 공사 중이고 공지가 많은 것은 너무나 넓은 땅을 간척해 터가 넘쳐 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과 주변은 지금도 개발 중, 공사 중 그리고 간척 중이다.
영종해안북로의 간척 제방. 북한과 인접한 해역이라 철조망을 세워놓았다
인천공항을 건설할 때 영종도~삼목도~용유도를 연결하기 위해 남북으로 방조제를 쌓고 도로를 냈는데, 현재의 영종해안북로와 남로다. 장대한 직선이면서 휴전선에서 멀지 않은 입지를 감안해 해안에는 철책선도 가설되었다. 이 남북 해안로를 중심으로 갓길을 활용해 인천공항 외곽을 크게 도는 자전거도로가 21년에 개통됐다. 개통 이후에도 꾸준히 보완을 거듭해 지금은 거의 완비된 상태다.
청라신도시와 영종도를 잇는 제3연륙교(3.5km)가 25년 말 개통 예정이고, 영종도와 신도를 연결하는 연도교(3.26km) 역시 25년 개통되는데 두 다리에도 자전거도로가 추가된다. 인천시는 두 교량이 개통되면 청라신도시-영종도-신도-무의도를 잇는 120km 자전거도로를 완비하게 된다면서 ‘300리 자전거 이음길’이라고 명명해 사전 홍보를 펼치고 있다. 관광 수요가 기대되는 기존 장대교량에 자전거도로(보행로 겸용)나 전망대가 없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으나 인천이 먼저 앞장 서 이 문제를 돌파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삼목선착장에서 해안북로 자전거길로 이어지는 자전거도로가 공사중이다(22년 3월 24일 개통 예정). 이 길을 타지 않으면 도로 진입이 복잡하고 위험하다
세계적인 인천공항 외곽을 자전거로 일주할 수 있는 코스는 아주 특별하고 귀하다. 해외에도 사례가 있지만 인천공항 규모가 워낙 크고 아름다운 해안선까지 끼고 있어 더욱 돋보인다. 게다가 교량이 연결된 무의도까지 함께 돌아볼 수 있다.
인천공항 일주 코스 출발지는 신도·시도·모도 ‘삼형제섬’ 연락선이 운행하는 삼목선착장으로 잡는다. 출발지가 같으니 오전에 삼형제섬(일주 37km), 오후에 인천공항 일주(60km) 이렇게 여행해도 된다(신도·시도·모도 코스는 별도 소개). 선착장에는 넓은 무료주차장과 화장실, 매점 등이 함께 있어 편하다.
삼목항 입구는 복잡한 인터체인지이고 광폭 도로에 고속질주하는 차량이 많아 해안북로 자전거도로 진입이 쉽지 않았다. 다행히 삼목항에서 해안북로 자전거도로 사이에 남아 있던 야적장 외곽에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있다(23년 3월 24일 완공 예정). 2월 24일 답사 당시 노면을 정리하고 있었고 포장만 남은 모습이었다. 양해를 구해 통행은 가능했지만 포장을 전후해서 일정 기간은 통행이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길이 아니면 자전거로 인터체인지를 거쳐 해안북로를 타야 해서 길이 복잡하고 위험하다.
완벽한 직선에 벽으로 차도와 구분된 해안북로 자전거도로
성긴 철조망 사이로 장봉도에 접근하는 여객선이 보인다
길가에 멈춰 있는 자전거는 철조망 중간중간 열린 문으로 갯벌에 나가 해루질을 즐기는 사람들이 타고 온 것이다
인천공항에서 막 이륙한 비행기가 비상하고 있다. 활주로 중간쯤부터 비상을 시작하기에 해안북로에서는 비행기가 멀리 보인다
일단 해안북로 자전거도로에 진입하면 만사 오케이다. 펜스를 설치해 도로와 완전히 분리되어 안전하고 편하게 달릴 수 있다. 펜스는 시멘트 벽이어서 도로에서 이물질이 밀려들지 않고 대형 자동차가 지날 때 생기는 횡풍도 막아준다.
해안북로가 원래 그렇지만 자전거도로도 마냥 직선이다. 해안에는 철조망이 높으나 망이 성긴데다 속도를 내면 저편 풍경이 그대로 보인다. 저 멀리 장봉도에 접근하는 여객선이 선명하다. 철조망과 제방은 차가운 북풍도 상당히 막아줘 라이딩이 한결 가뿐하다. 25년 전만 해도 바다였던 곳이 이렇게 광야로 변하다니…. 개인으로서의 나는 이런 역량이 없지만 집단으로서 ‘인간’의 야망과 능력에 감탄한다. 부분이 전체에 대해 느끼는 이런 이질감은 인간 세상만의 기이한 내적 모순이다. 그것이 토목적 위업이든, 정치적 결사든.
하얀 레이더건물이 서 있는 맞은편 야산은 옛날 용유도 북단에 해당한다. 해안북로가 끝나고 야산 아래에서 좌회전 하면 용유도에 들어선 것이다. 인도에라도 자전거도로를 만든 배려가 가상하다.
2017년 국내최대 규모로 개장한 왕산마리나는 야산 저편에 있다. 작은 고개를 넘어가면 새하얀 요트가 밀집해 있는 이국풍의 대형 마리나가 펼쳐진다. 300척을 계류할 수 있는 국내최대 규모라는데 빈 자리가 별로 없다. 아직도 이 땅에서 요트 같은 해양 스포츠는 생경하다. 일반인들에게는 그냥 산책하기 좋은 해변 공원이다.
국내최대 규모라는 왕산마리나. 왼쪽 뒤로 레이더가 서 있는 옛 용유도 최북단 야산이 보인다
왕산해수욕장의 어수선함은 변함이 없다. 해안을 따라 사유지 난간과 말뚝 따위가 뒤섞여 있어 바닷가로 나가기도 쉽지 않다. 바로 이웃한 을왕리해수욕장은 전혀 딴판으로 건물 밀집도가 지나쳐서 자동차 통행도 쉽지 않다. 해안도로는 조개구이집이 사열 대형으로 길게 이어지며 현대판 패총 공장을 이룬다. 집집마다 호객꾼이 나와 지나는 자동차와 사람을 불러 세우는 것이 불편하지만 자전거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랄까. 모두가 경쟁자여서 호객을 없애는 합의가 어려운 걸까. 추위에, 사람들 눈치 보며 종일 문 앞을 서성이는 호객꾼들이 안쓰럽다. 조개구이를 먹을 요량이 아니고 번잡한 것이 싫다면 을왕리해수욕장은 그냥 통과하는 것이 낫겠다.
을왕리해수욕장에서 작은 언덕을 넘으면 이번에는 선녀바위해수욕장이 나온다. 해변이 작고 편의시설도 없어 탁 트인 개방감을 주지만 산책객은 적지 않다. 인천공항 개장 초기만 해도 외진 해변이었는데 이제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고, 해변 끝에는 치마바위가 찰나의 바람처럼 스쳐가는 인간들을 무심히 지켜보고 섰다.
넓은 백사장을 자랑하는 왕산해수욕장. 해변 편의시설은 정리가 되지 않아 어수선하다
해변에서는 누구나 즐겁고 행복해 보인다. 광활한 공간이 일상의 고민들을 삼켜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다로 간다
내륙구간은 보도에 자전거도로가 별도로 조성되어 있다
용유해변은 사유지가 해안선을 거의 막고 있고 딱히 시설마저 없어 가장 어수선하다. 그 다음 장장 2.3km의 마시안해변은 몇 년 사이에 정리가 되고 세련되어 진 것이, 대형 카페가 즐비하게 들어서서 몰라볼 정도다. 평일인데도 카페마다 자동차와 사람이 만원이다. 하지만 해안선 모두가 사유지로 구획되어 있어서 해변을 제대로 보려면 카페에 들리거나 조개구이를 먹지 않으면 안 된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완전히 사라져버린 오성산이다. 해발 172m로 옛 용유도에서 가장 높았고, 현 영종도 전체를 통틀어도 2위 높이였는데 산체를 완전히 깎아내 평탄한 대지가 되어버렸다. 흙은 간척에 활용하고, 남은 대지는 용지로 쓸 수 있으니 일거이득이긴 한데… 수십만년 지질학적 시간으로 변모하는 산이지만 이 땅에서는 시한부 운명일 수도 있다.
이제 저편으로 무의대교가 바다 위로 훌쩍 높다.
조개구이의 성지가 된 을왕리해수욕장
선녀바위해변에는 예쁜 조형물이 들어섰다. 뒤쪽에 부풀린 치마 같은 선녀바위가 보인다
전장 2.3km의 마시안해변에는 대규모 카페가 즐비하게 들어서서 면모를 일신했다
길이 1.1km의 무의대교에는 고맙게도 자전거나 보행자가 안전하게 지날 수 있는 갓길이 나 있다. 무의대교는 19년 개통되었지만 섬 내 도로가 좁아서 자전거는 위험했는데, 섬 남단의 광명항으로 넘어가는 사시미재 입구까지 도로가 확장되었고 별도의 자전거길도 조성되어 라이딩이 안전하고 편해졌다.
해안에는 멋진 펜션과 카페가 들어섰고, 길이 끝나는 광명항에는 평일에도 관광객으로 부산하다. 광명항 앞에 더 있는 소무의도까지는 부드럽게 만곡하는 소무의인도교가 걸려 있다. 자동차는 진입할 수 없고 자전거는 통행이 가능하다. 길이 414m의 다리를 넘어가면 10여 년 전만 해도 외진 낙도였던 소무의도로 들어선다. 길이 670m, 폭 300m 정도의 작은 섬은 관광객이 점령하면서 섬마을 뒷골목에는 민박과 카페가 들어섰다. 섬 동쪽 몽여해변에도 분위기 좋은 카페와 예쁜 전원주택이 즐비하다. 인천상륙작전 때 거점이 됐던 팔미도가 저 앞으로 다가서고, 그 위쪽으로는 장대한 인천대교가 바다를 건너고 있다.
별도의 자전거도로가 나 있는 무의대교. 영종도에서 무의도로 넘어가는 방향에서 촬영한 모습이다
선박 통행을 위해 훌쩍 높게 만들어진 무의대교(길이 670m)
무의도 내부 도로변에도 별도 자전거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무의도와 소무의도를 연결하는 소무의인도교(길이 414m). 자전거 통행은 가능하다
이것이 낙도의 격변이다. 소무의도 동쪽 몽여해변에는 분위기 좋은 카페와 예쁜 전원주택이 즐비하다
무의도에 와서 실미도를 지나칠 수는 없다. 현대사의 비극을 간직한 작은 섬은 조석에 따라 무의도와 연결되었다 떨어지기를 연속하는, 접속과 단절의 무한 반복지대다. 1971년 8월 23일 실미도에서 훈련받던 북파공작원 24명이 혹독한 훈련과 열악한 보급, 보수 미지급에 불만을 품고 기간 군인 18명을 살해하고 탈출했다. 이들은 인천에서 버스를 탈취해 청와대로 향하다 군경에 저지되자 서울 대방동에서 수류탄을 터뜨려 자폭한다. 이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2003년 개봉되어 많이 알려졌다. 이들이 북파훈련을 받은 것은 1968년 북한 무장공비가 청와대를 기습한 1.21사태를 계기로 복수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실미해변 일대는 ‘차박’과 캠핑 텐트가 줄지어 있다. 서울 지척에서 가장 쉽게 맛보는 외딴 바닷가 분위기이니 차박과 캠핑 족들에게는 성지일 것이다. 마침 물이 빠져 섬이 연결되어 실미도까지 바퀴가 덜 빠지는 곳을 따라 섬으로 진입했다. 지금 나는 편안한 심정으로 갯바위에 걸터앉아 맑은 공기와 해안경치를 즐기고 있지만, 당시 섬에 갇혀 가혹한 혼련과 처우에 고통받던 북파공작원들은 절망의 심정으로 저 백사장과 국사봉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마침 썰물 때여서 실미도에 들어가 무의도를 바라본다
다시 무의대교를 돌아나오는 길에 밀물 파도를 만났다. 고기 비늘처럼 겹주름으로 굉음을 내며 밀려드는 파도가 장관이다
무의도를 나와 자기부상열차 용유역(휴업중) 앞 언덕에 새로 들어선 용유하늘전망대를 잠깐 들린다. 그리 높지 않아 대단한 조망은 아니지만 북으로는 해안남로와 자기부상철로가 V자로 뻗어나고 인천공항 1터미널, 인천대교도 눈에 들어온다. 카페가 즐비한 마시안해변과 방금 지나온 무의도 역시 지척이다. 코로나 이후 돌아온 일상답게 인천공항에는 비행기가 쉴 틈 없이 뜨고 내린다.
새둥지를 닮은 용유하늘전망대
용유하늘전망대에서 바라본 자기부상 모노레일 선로(왼쪽)와 해안남로. 비행기 한 대가 막 활주로에 접근하고 있다. 오른쪽 뒤로 인천대교와 송도신도시가 보인다 해안남로에서는 착륙 직전의 비행기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막상 타고 있을 때는 잘 몰라도 근접해서 보는 비행기의 이착륙 장면은 언제나 경이롭다
해안남로에서 삼목선착장으로 이어지는 공항동로에는 보도 전체가 자전거도로로 조성되어 있다
해안남로는 북로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다만 장대한 인천대교가 내내 보이고, 착륙하는 비행기를 가까이 볼 수 있다. 비행기는 바람을 안고 뜨고 내리는데, 우리나라는 편서풍지대여서 대부분 이 방향으로 이착륙한다. 주로 이륙하는 방향인 해안북로에서는 비행기가 활주로 중간부터 비상을 시작해 훨씬 멀리 보이지만, 남로에서는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는 비행기를 배까지 훤히 볼 수 있다.
해안남로 도중인 신불IC에서 공항동로를 탈 때는 IC진입로에서 200m 더 간 인천환경공단(영종지소)으로 좌회전 했다가 공항동로로 진입하면 된다. 인천공항고속도로로 진입하는 IC 구간이라 차량이 많고 길이 복잡하지만 그대로 직진만 하면 되고, 갓길이 있어 큰 무리는 없다. 일단 공항동로에 들어서면 보도에 자전거길이 있다. 왼쪽으로는 인천공항 부대시설이 쭉 나타나는데 국제우편물류센터, 화물터미널. 공항기동대, 건설안전체험교육장 등등이 광대한 부지에 자리 잡고 있다. 인천공항이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실감한다.
공항동로에 진입해 5km 가량 직진하면 출발지인 삼목선착장이다.
글/사진 김병훈 발행인
tip
삼목선착장에서 해안북로 자전거도로를 탈 때는 주차장 서쪽에서 시작되는 진입로를 잘 찾아야 한다. 자전거도로는 22년 3월말 완공 예정이고 포장 기간을 제외하면 통행이 가능하다. 소무의도는 휴일에는 관광객이 많아 라이딩으로 진입이 어려울 수 있고, 실미도에 들어갈 때는 물때를 잘 확인해야 한다.
인천공항~무의도 일주 60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