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MTB 산행 - 가평 응봉(1436m)

자생투어
202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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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제일 고도차 1200m, 중부내륙 2위봉의 위용


응봉 업힐 도중 해발 1300m 즈음에서 바라본 화악산. 가운데 보이는 작은 광장은 화악터널 남쪽 입구의 쌈지공원이다. 오른쪽 지그재그 업힐이 실운현에서 응봉 오르는 길이고, 맞은편으로는 화악산 오르는 길이 웅장한 산줄기를 따라 구불거린다. 화악산 왼쪽으로 살짝 보이는 험상궂은 쌍봉은 명지산(1267m)

해발 480m 화악5교에서 내려다본 화악산계곡. 한참을 올라왔건만 아직 고도차 900m를 더 올라야 한다. 정말 까마득한 높이다

가평과 강원도 경계의 화악산(1468m)은 경기도 최고봉이면서 중부내륙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높다. 이를 능가하는 산은 강원도 내륙 깊숙이 들어가야 나오는 계방산, 오대산, 가리왕산 등 1500m급 산들이다. 백두대간의 명산인 소백산(1440m)보다 높지만 그만한 명성이나 존재감이 없는 것은 최전방에 가깝고 정상부에 대규모 군부대가 자리 잡고 있어 상당 부분 출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근래 들어 탐방객을 위해 출입이 많이 완화되었다.

화악산은 서울 근교에서는 압도적인 높이이자 웅장한 산세를 자랑하며, 화악산과 짝을 이루는 것이 응봉이다. 두 봉우리는 3.3km 거리에 높이는 겨우 30m 차이여서 멀리서는 같은 높이의 쌍봉으로 보인다. 매 응(鷹) 자를 써서 매봉이라고도 한다. 두 봉우리 모두 정상 군부대로 이어지는 작전도로가 나 있어 접근이 쉽다(고지대는 자동차 통행 제한).

해발 500m를 넘어섰건만 전봇대 뒤로 응봉은 여전히 까마득하다 

화악터널 1km 전에서 좌회전하면 실운현으로 이어진다

실운현 업힐 도중 바라본 응봉. 이제 정상이 성큼 다가섰다 

화악산과 응봉 사이 실운현은 해발 1040m의 고지로, 그 아래를 통과하는 화악터널(880m)은 로드 동호인들의 업힐 성지로 유명하다. 화악터널 남북에서 실운현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으며, 북쪽 길은 비포장이고 노면이 매우 거칠다. 그래도 거리가 가깝고 전망대와 화장실, 약수터까지 있어 등산객은 이곳을 기점으로 화악산이나 응봉을 오르고, 로드 동호인도 이곳 곰돌이 동상을 인증 마스코트로 삼는다.

여기서의 목표는 실운현을 거쳐 응봉 정상 직전까지 오르는 것이다. 화악산 방면은 자동차는 물론 자전거 통행도 제한하고 있어 비교적 통행에 허용적인 응봉을 택했다(군부대 사정에 따라 차단기를 내려 통행을 막는 경우도 있다).

출발지는 두 봉우리 사이에 남쪽으로 패인 화악산계곡 중간쯤인 버들아치 마을이다. 출발지 고도는 해발 220m, 자전거로 오를 수 있는 응봉 최고지점은 해발 1380m여서 고도차는 무려 1160m에 달하고 거리는 13km이다. 1km 정도 더 하류로 내려가서 출발하면 고도차는 마침내 1200m를 돌파하게 된다. 실로 엄청난 산 덩치다.

화악산과 응봉 사이의 안부에 해당하는 실운현(1040m). 고개 아래로 화악터널이 뚫려 등산객과 군용차량만 다닌다. 왼쪽으로 올라왔고, 맞은편은 화악산 가는 길이다  

국내에서 도로와 임도 기준으로 고도차 1100m 이상의 업힐은 극히 드물어서 사실상 국내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로가 지나는 가장 높은 고개인 태백 만항재(1330m)를 비롯해 대형 고갯길인 한라산 1100고지, 지리산 성삼재(1090m)도 실제 고도차는 1000m를 조금 넘는다.

버들아치 마을을 출발해 계곡을 따라 오른다. 초반은 경사가 완만하고 화악산 정상부가 “정말 여기까지 오를 수 있겠냐?”는 듯 위압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계곡 가에는 캠핑장과 펜션이 즐비하다가 해발 410m 화악6교를 지나면 인가가 사라지고 본격적인 언덕길이 시작된다. 이런 길을 기어비도 작은 로드바이크로 오르는 동호인들을 보면 새삼 감탄스럽다. 젊은 한때, 나 역시 로드를 타고 고갯길을 올라 다녔지만 이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eMTB 덕분에 다시 산을 오를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고맙고 반가운지 모른다. 젊음을 되찾고 자유를 확장한 느낌이랄까.

목적지인 응봉 정상부가 저 앞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과연 저기까지 오를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들 정도로 봉우리는 하늘 깊숙이 머리를 솟구치고 있다.

실운현을 지나 해발 1200m 지점에서 올려다본 응봉. 정상이 머지 않았다 

출발지에서 7.7km, 해발 780m 지점에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 공군부대 방면 임도로 진입한다.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지만 노면은 거칠다. 길은 화악산 동쪽 허리를 휘감으며 화악산-중봉 사이의 실운현(1040m)으로 치고 오른다. 화악터널이 뚫리기 전에는 고갯길 본선이었다. 고갯마루에는 넓은 공터가 있고 네 갈래 길이 모여든다. 화악산과 응봉, 화악터널 북단으로 각각 이어지는 길이다. 지금은 쓰이지 않는 이름이 됐지만 이 고개의 이름은 구름이 많다는 뜻의 실운현(實雲峴)으로 옛지도에도 표기되어있다.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응봉 업힐은 짧고 급한 헤어핀의 연속으로, 맞은편으로 산허리를 완만하게 가르며 오르는 화악산 길보다 더 험하다  

이제 응봉을 향해 업힐을 시작한다. 대개 매(鷹)나 독수리(鷲)를 이름으로 쓴 산은 봉우리가 부리처럼 날카롭거나 새가 날개를 펼친 형상이다. 응봉은 봉우리가 뾰족한 첨봉이면서 동서 방면에서 보면 날개를 반쯤 펴고 앉은 매 같기도 하다.

낮 기온이 30도를 넘는 무더위지만 고도 1100m를 넘어가니 갑자기 시원한 기운이 느껴진다. 고도 100m 상승마다 0.6도가 낮아지는 것을 감안하면 24~5도쯤일 것이다. 뒤를 돌아보면 화악산의 거대한 몸체가 전모를 드러낸다. 전방의 고산이니 군사기지가 들어서는 것은 전략적으로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마치 하늘을 오르는 듯 몽환적이다.


응봉 중턱에서 내려다본 화악산계곡과 도로. 산줄기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 저 아래 계곡 바닥에서 저 꼬불길을 따라 올라왔다   

이제 응봉 정상도 지척이다. 고도는 1300m를 넘어섰고 군부대 울타리도 보인다. 주능선에 올라서면 춘천분지가 저 아래로 아득하다. 춘천에서 북서쪽 멀리 가장 높게 보이는 산이 바로 이 응봉이다.

부대 입구 해발 1380m에서 방향을 돌려 발아래 펼쳐진 대자연의 맥동을 바라본다. 이런 격리감, 속리감(俗離感)은 고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별격이다. 역시 공기층이 다르다. 가만히 보면 대기 저 아래로 세속의 호흡과 진애가 떠도는 최하층 공기층이 어렴풋한 단층으로 구획된 것을 알 수 있다.

응봉 정상 직하에 있는 지뢰 경고문을 지나면 곧 부대정문이다. 저 앞으로 보이는 커브 즈음이 자전거로 오를 수 있는 최고지점이다. 높이는 해발 1380m  

응봉 정상부에서 바라본 동쪽 방면. 춘천분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오른쪽 아래 가덕산(856m)~북배산(870m) 같은 춘천 옆 고봉들이 한참 낮아 보인다

이제 어마어마한 다운힐이다. 고도차는 거의 1200m나 되고 거리는 출발지 기준으로 13km이다. 저지대의 완경사를 포함해도 평균 경사도는 11%나 된다. 그만큼 급경사가 심하다는 뜻이다.

응봉~실운현 간은 극심한 구절양장이다. 중력은 엄청난 힘으로 가속을 일으키지만(물리적으로 중력과 가속도는 같음) 채 속도가 나기 전에 브레이킹을 하며 코너를 돌아야 한다. 브레이크 패드가 닳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강한 브레이킹을 수시로 해야 한다. 그렇게 몇 번 반복하다보면 실운현이 금방이다.

이제 고도차 1200m, 길이 13km의 엄청난 다운힐이 기다린다  

실운현에서 화악터널 북쪽으로 내려가는 옛길을 따라간다. 관리를 하지 않아 노면이 매우 거칠다

왔던 길이 아니라 북쪽의 비포장 임도로 진입한다. 화악터널 북단으로 내려가는 길로 터널이 뚫리기 전에는 고갯길 본선이었다. 관리를 하지 않은데다 통행도 적어서 노면은 엉망이다. 물골은 깊고, 큼지막한 돌이 굴러다녀 160㎜ 서스펜션으로도 차체와 핸들이 요동친다. 지금껏 한번도 떨어진 적이 없는 휴대폰마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거치대에서 추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흙길은 1.5km로 짧다. 임도를 내려서면 바로 터널 북단이고, 화악산 업힐의 마스코트인 곰돌이 동상과 약수터가 나온다.

화악터널 북단의 약수터 앞 곰돌이상. 여기는 강원도 화천 땅이다    

화악터널은 해발 880m에 자리해 전국적으로도 함백산 두문동터널(1터널 1060m, 2터널 1000m) 다음으로 높다. 고도가 높은데다 길이도 꽤 긴 680m의 터널 속으로 들어서는 순간 서늘한 기운이 감싼다. 터널을 나오면 작은 쌈지공원이 있고, 이제부터는 편안한 도로 다운힐이다. 반경이 짧은 헤어핀은 2곳뿐이고 길이 넓은데다 노면이 좋아 중력의 도움을 받아 안락한 다운힐을 즐긴다. 방금 올랐던 응봉 정상은 어느새 하늘 저 높이 솟아 있고, 경사가 완만해지면 이번에는 계곡물 소리가 귀를 씻어주니, 세속은 여전히 멀다.

글/사진 김병훈 발행인 

화악터널을 통과하면 다시 가평 땅이다. 이제부터는 시원한 도로 다운힐이다 

 

화악산 응봉 업힐 2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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