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플레이스 - 함양 대봉산 모노레일

자생투어
2022-08-10
조회수 549

해발 1221m 산꼭대기까지! 국내최고의 스케일과 산악조망

 

대봉산 천왕봉까지 올라오는 모노레일. 내려가는 레일이 능선 따라 흘러내리고 웬만한 산들은 저 아래로 가라앉아 있다


함양 대봉산(1228m) 정상까지 오르는 모노레일이 생겼다. 산 중턱인 해발 744m 지점에서 출발해 정상 바로 아래 1221m까지 올라가는 모노레일은 길이(3.9km)와 높이에서 단연 국내최고다. 대봉상 정상에 서면 남으로는 지리산 주능선, 북으로는 덕유산과 가야산이, 서쪽으로는 백운산~장안산~팔공산에 이르는 고봉의 중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2021년 9월)

 


상부정거장에서 바라본 소원바위와 모노레일. 골짜기 중간이 하부정거장, 소원바위 뒤편의 타워는 짚라인이다. 멀리 평지의 함양읍내가 보이고 그 뒤로 지리산 천왕봉이 하늘금을 그린다


그냥 입이 딱 벌어지고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새만금방조제와 창녕 화왕산 억새 태우기를 보고 그런 느낌을 받은 이후 참 오랜만이다. 이런 스케일의, 이런 발상을 현실에서 구현하다니…. 전국 226개 지자체는 관광객 유치에 중점을 두고 여러 가지 사업을 펼치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모험적인’ 프로젝트는 꺼린다. 그런데 함양군은 대봉산휴양밸리를 조성하면서 대봉산(1228m)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모노레일을 21년 4월에 개통했다.

그동안은 문경 단산(956m) 정상 밑 866m까지 올라가는 단산 모노레일이 고도와 길이(3.6km)에서 국내최고였다(20년 4월 개통).

대봉산 모노레일의 상부정거장 높이는 해발 1221m. 해발 1000m를 넘으면 높은 산으로 치는 우리 환경에서 1221m는 영남알프스 최고봉 가지산(1241m)과 맞먹고 강원도의 명산 원주 치악산(1288m)에 버금간다. 일반 등산으로 오르자면 하루 종일을 잡아야 하는 고지를 모노레일로 편하고 안전하게 오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정상에는 엄청난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으니….


해발 1221m의 상부정거장. 대봉산 천왕봉 바로 옆으로 실로 까마득한 허공 위다  


‘도대체 산이 얼마나 높은 거야!’

대봉산(大鳳山)원 2009년에 개명한 이름이고 원래는 괘관산(掛冠山)이었다. 지리산과 덕유산 사이에 솟은 1200m급의 세 봉우리, 즉 괘관산(1253m)~백운산(1279m)~장안산(1237m) 줄기에서 가장 동쪽의 산이었다. 갓걸이처럼 생겨 벼슬을 그만두고 함양으로 낙향하는 이를 맞아준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이름이 부정적이라 큰 인물이 나는 것을 막는다고 해서 개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암릉을 이룬 원래의 정상부는 북쪽에서 보면 날카롭게 솟아 갓걸이처럼 보인다. 하여튼 지금은 산 전체명은 대봉산, 정상은 괘관봉도 아니고 계관봉(鷄冠蜂, 1253m)으로 바뀌었고, 모노레일 정상에는 지리산과 같은 천왕봉(天王峯, 1228m) 호칭이 붙었다. ‘괘관’은 발음부터 힘들어 아예 계관봉으로 바꾼 것 같다. 조선 중기의 지리서인 <동국여지승람>에는 취암산(鷲巖山)으로 나오는데, 정상부의 바위를 독수리 모양으로 본 것이다.

대봉산 가는 길은 몇 단계를 거치는 고도상승의 과정을 겪는다. 대봉산 남쪽 함양읍내는 해발 150m 정도. 함양의 진산이라는 백암산(623m) 서편 골짜기가 대봉산 진입로다. 한동안 산간마을을 거쳐 올라가면 대봉산휴양밸리 주차장에 도착한다. 이곳도 해발 450m의 산중턱인데 여기서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급경사 좁은 길을 2km 가면 모노레일 하부승강장이다. 승강장의 고도는 정확히 744m. 도봉산(740m)보다 더 높지만 상부정거장까지는 고도차 477m를 더 올라야 한다. 저 멀리 보이는 정상부는 하늘 깊숙이 머리를 들이밀고 있다. 정말 높은 산을 오르는구나 싶다.


 대봉산 천왕봉에서 서쪽 조망. 바로 앞 오른쪽 암봉이 대봉산 최고봉인 계관봉(1253m)이다. 뒤로 함양 백운산(1279m), 장수 장안산(1237m)과 팔공산(1151m)이 농담의 차이를 두고 겹쳐 있다  


아찔한 경사, 숨 막히는 고산풍경

모노레일은 8인승으로 7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정상을 거쳐 3.9km 전체 코스를 돌아오는 데 65분이나 걸린다. 시속 4km가 안되니 거의 걷는 속도다. 정상까지는 32분이 걸린다.

평일이라 자리가 있었지만 주말이나 휴일에는 상당히 붐빈다고 한다. 출발하자마자 상체가 뒤로 훅 누우면서 급경사로 진입한다. 이거, 갑자기 멈춰 뒤로 흘러내리면 큰일 나겠다 싶어 오금이 저린다. 그나마 알프스에서 기술을 쌓은 독일제라고 하니 안심이 된다.

실감으로는 거의 45도 경사를 올라간다. 아예 경사도는 감안하지 않은 듯 레일은 지형 그대로 능선 위를 따라갈 뿐이다. 사람 손이 닿지 않았을 원시림을 뚫고 주능선에 훌쩍 올라서니 조금씩 조망이 트인다. 그러고 보니 짚라인이 동서 두 능선을 바느질 하듯 지그재그로 연결하고 있다. 워낙 스케일이 크고 고도차가 커서 짚라인은 정상부터 하부정거장까지 5번에 나눠 총 3270m를 비행한다. 높이와 길이가 놀이용이 아니라 거의 하늘을 나는 것이어서 패러글라이딩과 별 다름 없는 스릴이 아닐까 싶다. 짚라인 역시 전국 최장, 최고 고도를 자랑한다. 상당수의 관광객은 모노레일로 올라가 짚라인을 타고 내려오는데 언젠가는 한번 경험하고픈 엄청난 스릴이다.

정상부가 저 앞으로 다가서고, 하부정거장은 저 아래로 보인다. 시선을 드니 남쪽 멀리 천왕봉(1915m)에서 시작해 반야봉(1732m)까지 지리산 주릉이 하늘에 걸려 있다. 우와~!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장관이다.


천왕봉 북쪽 조망. 쌍봉을 이룬 남덕유산(1507m)에서 맨뒤 향적봉(1617m)까지 덕유산 줄기가 구비친다  


계관봉에서 바라본 천왕봉. 계관봉의 실제 정상은 비석 북쪽의 암릉 위에 있다


놀라운 산악 조망, 계관봉은 바로 옆

해발 1221m, 상부정거장에 내려 계단만 조금 오르면 바로 대봉산 천왕봉(1228m)이다. 지리산 천왕봉을 마주본다고 해서 같은 이름을 붙였다는데, 사방으로 탁 트인 전망은 그냥 감탄이다. 남부지방의 핵심 고산준령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남쪽으로는 지리산 주능선이 아득한 스카이라인을 그리고, 그 사이에 솟은 삼봉산(1187m)은 눈 아래로 푹 잠겼다.

동쪽으로는 오똑한 거창 오도산(1120m)을 필두로 가야산(1433m)까지 명료하다. 북쪽은 황석산(1190m) 너머로 기백산(1331m)이 둔중하고, 더 멀리는 남덕유산(1507m)이 하늘을 찌른다. 서쪽은 백운산~장안산 너머 장수 팔공산(1151m)까지 봉우리와 능선이 첩첩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웅장한 산악미다.

여기서 돌아설 수는 없는 법. 바로 서편에는 진짜 정상인 계관봉이 긴 암릉을 이루고 있다. 거리는 1.3km 정도. 도보로 30분이면 갈 수 있으나 일반 관광객은 다시 모노레일로 하산하거나 짚라인을 탄다.

통행이 드물어서인지 계관봉 가는 길은 잡초가 넘나들고 거미줄이 쳐 있다. 다소 위태로운 암봉인 계관봉 정상부에 올라서면 특히 북쪽으로 엄청난 장관이 기다린다. 황석산~거망산(1184m)~월봉산(1279m)을 거쳐 남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금원산(1353m)~기백산 능선, 수도산(1317m)~단지봉(1324m)~가야산 줄기가 엄청난 위용과 산악미를 보여준다.


하산길의 모노레일. 능선 저편으로 지리산 천왕봉이 아득하다  


더 아찔하고 장쾌한 하산길

천왕봉 바로 아래에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소원바위가 있어 온갖 소망을 적은 리본이 가득 매여 있다. 관리인은 소원바위에 빌어서 로또 2등에 당첨된 사람도 있다고 자랑한다. 이왕이면 1등이 아니고 2등인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지만 나도 작은 소망을 적은 리본을 걸었다.

짚라인 장비를 다 착용하고 여기까지 왔다가 엄청난 고도차와 길이에 놀라 포기하고 되돌아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 흔히 있는 놀이공원 수준의 짚라인으로 생각하고 올라왔다면 큰 오산이다.

하산 모노레일은 일부러 맨 앞자리에 앉으니 영락없는 롤러코스터다. 속도만 느릴 뿐, 급경사에서는 몸이 앞으로 쏟아질 듯 기우뚱해져 무릎을 벽에 대고 단단히 힘을 줘야 한다. 능선을 따라 가는 동안 조망은 시원하게 트여서 마치 하늘을 나는 것만 같다. 지리산 주능선이 내내 마주보이고, 마을과 들판은 까마득히 먼 저 아래에 있다.

등산으로 왔다면 하루 종일을 걸려 지친 몸으로 보는 둥 마는 둥 지났을 장관을 편안하게 앉아서 즐기는 이 쾌감을 어디에 비할까. 30분이 순식간에 가버렸다.

그나마 쾌청한 날씨까지 운이 좋았다. 한 달 중 이런 날은 며칠 되지 않는다고 한다. 대봉산 모노레일을 타려면 반드시 맑은 날, 대기가 깨끗한 날을 추천한다. 정말이지 1시간 동안 안락하게 1200고지를 올라 남부지방 최고의 산악조망을 즐길 수 있다.

산악라이딩을 즐긴다면, 대봉산 중턱과 백암산 일원의 임도 라이딩도 겸할 수 있다. 이번호 ‘디스커버리’에서 소개하는 기백산 주능선 업힐 코스도 가깝다.

글/사진 김병훈 발행인 

 


대봉스카이랜드(모노레일, 짚라인)

* 운영시간 09:30~16:30

* 휴장 매주 월, 매월 마지막주 월·화, 1월 1일, 설·추석 연휴

* 요금 : 모노레일(순환) 1만2000원, 짚라인 (4만6000원, 모노레일 편도 포함)

* 경남 함양군 병곡면 원산지소길 192, 055-963-2025, 인터파크 ‘대봉스카이랜드’ 검색

* 주차장이 있는 대봉휴양밸리관에 식당이 있고, 대봉산자연휴양림에 숙박시설과 캠핑장을 갖추고 있다

 






0 0


서울 강서구 마곡중앙6로 21, 508호

고객센터 : 010-7667-6726(문자전용)

EMAIL : bicycle_life@naver.com

업무시간 : 10:00 ~ 16:00| 점심시간 : 12:30 ~ 13:30 

(토/일/공휴일 휴무)

사업자등록번호 : 851-41-00134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제2017-서울강서-0690호

대표자 : 김병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