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운봉산(285m)

자생투어
2024-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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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원추형 화산이 여기에

 

남쪽에서 바라본 운봉산. 완벽한 원추형 화산 모습이다. 왼쪽 아래로 현무암 너덜지대도 보인다 


설악산 미시령을 넘거나 케이블카로 권금성을 오르거나, 울산바위 위에 서면 북쪽 멀리 보이는 원추형 산체가 시야에 두드러진다. 통일전망대 가는 길목에서도 볼 수 있는 산체는 국내에서는 매우 드물어서 신기하게 느껴진다. 이 기이한 봉우리는 운봉산(285m)이다. 높지는 않으나 완벽한 원추꼴을 이루고 사면이 급해 주변 산들과 확연히 구별되고, ‘운봉(雲峯)’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은 것도 이채롭다.

개인적으로 이 산에 관심을 둔 것은 아주 오래 전인데 이제야 발걸음을 옮긴다.

용천사 입구의 운봉산 안내문. 지절학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산인데 황당한 전설을 소개하고 있고, 북쪽 계곡에 높이 20~30m 되는 폭포가 10여개나 된다는 엉터리 정보도 적혀 있다  

나는 낙타를 떠올렸으나 '말안장바위'란다. 운봉산 기슭에는 기이한 바위가 많다능선바위에서 바라본 운봉산. 울창한 숲이 뒤덮고 있으나 자연림은 아니고 조림의 흔적이 역력하다

가파른 계단길이 직선으로 치고 올라 힘겨운 대신 고도가 금방 높아진다 

정상 바로 아래의 이정목. 22사단 정문 쪽에 너덜지대가 많이 분포한다  

미시령 도로를 지나 속초를 벗어나면 어디 찾을 것도 없이 운봉산이 바로 눈에 띈다. 참 신통하다. 후지산을 축소해놓은 것 같은 이런 산이 있다니…. 높이가 낮다지만 해안에서 가까워 실제 비고는 상당하다. 가볍게 오를 수 있는 그런 야산은 아니다.

산 동쪽 용천사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도중에 허리가 옴폭한 말안장바위가 기이하다. 화산이라고는 하지만 저지대 능선에는 화강암이 드러나 바위산 느낌도 강하다. 능선의 바위에 오르니 조망이 트인다. 빚은 듯 뾰족한 산체는 울창한 수림이 뒤덮고 있고 멀리 설악산은 낮은 구름에 온통 감싸였다. 가까운 백두대간 신선봉(1212m)도 구름이 뒤덮었다.

신선봉 일대를 ‘북설악’이라고 하지만 산허리에 자리한 고찰 화암사(禾岩寺) 산문에는 ‘금강산 화암사’라고 선명하게 적혀 있다. 미시령 이북부터는 이미 금강산이라는 뜻이다. 이보다 훨씬 위쪽의 향로봉 자락 건봉사가 ‘금강산 건봉사’라고 산문에 새긴 것도 어색한데 화암사까지 금강산으로 견강부회한 것을 보면 그 옛날 금강산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한편으로는 설악산의 지명도가 상상 이상으로 낮았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운봉산도 금강산의 한 자락이라고 해도 될 판이다.

동해를 바라보는 운봉산 정상 

정상에는 헬기장이 조성되어 평탄하다정상에서 바라본 죽왕면 방면 동해 조망

속초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설악산은 낮은 먹구름에 온통 가렸다. 왼쪽의 달마봉(635m)만 머리를 드러내고 있고 그 오른쪽에 있는 울산바위는 암릉 전체가 구름에 잠겼다

바로 서쪽에는 죽변산(680m)이 가파르게 솟았다  북사면에는 현무암 너덜지대가 많아 화산활동을 말해준다위태로운 머리바위기이한 거북바위

머리바위에서 바라본 미륵암과 죽변산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들판이 넉넉하고 여유롭다. 운봉산 아래 죽왕면과 토성면 일대 해안평야는 꽤 넓다  

가파른 사면을 따라 나무 계단이 직선으로 치고 올라 힘들지만 대신 고도는 금방 높아져 30분만에 정상에 올라섰다. 헬기장이 조성된 정상은 평탄하게 다져져 있고 사방으로 전망이 시원하다. 헬기장 공사로 정상이 몇 미터는 깎여나가지 않았을까 싶다. 화산이라면 분화구가 있어야 할 텐데 분출한 용암이 끈적해서 가파른 종상(鐘狀) 화산을 빚은 것 같다.

발밑으로 죽왕면과 토성면 일대 해안평야가 새파랗고 그 너머로 바다는 짙푸르다. 속초시내도 한눈에 들어오고 설악산은 여전히 구름 속이다. 북쪽으로 치닫는 산줄기를 뒤덮은 먹구름은 왠지 더 짙어 보인다.

정상에서는 보이지 않으나 서쪽 사면에는 8, 9개의 너덜지대가 있다. ‘돌이 흐르는 강’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화산 활동을 말해주는 현무암과 주상절리가 분포하는 이색지대다. 비슷한 종상화산인 울릉도 성인봉 자락에도 이런 너덜이 있다. 오래 전에는 이 땅에도 간단치 않은 화산활동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북릉으로 하산하면 도중에 머리바위의 진풍경을 만날 수 있지만 출발지인 용천사까지 들길을 따라 1.9km 걸어가야 한다. 30분 남짓한 시골길은 적막하고 정겹다. 벼는 어느새 황금빛을 비치며 고개를 숙였고 운봉리 마을길에서는 시골의 일상을 살짝 엿본다. 우리 시골에서 급격히 늘고 주는 것이 있으니, 느는 것은 빈 집이고 주는 것은 아이들이다. 세상은 이렇게 새로운 세태와 시대로 변해가고 있다.

운봉리 들판의 고개 숙인 벼. 한적한 들길은 느긋하게 걷기 좋다   


고성 운봉산 산행 5.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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