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성인대

자생투어
2024-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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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일 산악절경, 울산바위 최고 전망대

 

성인대에서 바라본 울산바위의 웅자. 2km에 달하는 거대 암릉이 정면으로 모아들어 압도적인 위용을 발한다. 정상 뒤편으로 대청봉과 중청봉이 보이고, 울산바위 왼쪽 능선 뒤는 화채봉이 봉긋하다. 맨왼쪽 뾰족한 바위산은 달마봉 


“여기가 진짜 우리나라인가?!”

지난 수십년 간 전국을 주유하고 많은 산을 다닌 입장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강력한 산악 경관을 꼽으라면 나는 설악산 울산바위를 첫 번째로 올리겠다. 다만, 울산바위도 ‘얼짱각도’가 있어서 미시령 중턱쯤에서 바라보면 단일 암봉이 곧추선 모습이 된다. 암벽만 300m에 달하는 거대하고 뾰족한 산체는 미감을 넘어 그냥 압도적이다. 흔히 보는 한국의 산이 아니다. 금강산도 설악산의 다른 봉우리와도 닮지 않았고 알프스나 히말라야의 봉우리를 보는 듯하다.

울산바위와 성인대는 미시령계곡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다  

‘울산바위’라고 하지만 ‘~산’이나 ‘~봉’을 붙여야 할 정도로 독립적인 산체를 이룬다. 높이도 해발 875m에 달한다. 전설에는 조물주가 금강산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울산을 떠난 바위가 이곳에 당도했을 때 금강산 조영이 끝났다는 소식에 그대로 주저앉아 ‘울산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이는 ‘울산’이라는 이름이 같은 데서 유래한 황당한 스토리일 뿐이고, 한편으로는 금강산의 명성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도 말해준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설악산은 금강산의 유명세에 가려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대동여지도를 보면 울산바위가 ‘천후산(天吼山)’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하늘이 우는 산’이란 뜻이다. 울산바위는 북서-동남 방향으로 2km 정도 길게 뻗어나 있으며, 산정에 드러난 암벽 높이만 200~300m에 달한다. 하늘에서 보면 활처럼 살짝 휘어져 있어 흔한 서풍이 불거나 겨울북서풍이 몰아칠 때 거대 암릉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굉장할 것이다. 이를 ‘하늘이 운다’고 본 것은 아닐까 싶다. ‘울산’ 역시 ‘우는 산’으로 이해하면 수긍이 간다.

이 울산바위를 가장 인상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고성 성인대다.

화암사 일주문에는 '금강산 화암사' 현판이 당당히 걸려 있다. 설악산은 지척이고 금강산은 50km 이상 떨어져 있는데도 금강산 소속이란다. 견강부회가 터무니없지만 그만큼 옛날에는 금강산의 위상이 대단했고 설악산의 존재감이 낮았음을 말해준다    

화암사 부도군은 내력 깊은 고찰임을 나타낸다. 하지만 사리탑은 대부분 조선 후기에 조성되었다  

화암사에서 바라본 수바위와 속초

성인대(聖人臺, 647m)는 미시령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울산바위와 마주보는 위치에 있고, 암릉을 이룬 것도 비슷하다. 지형적으로는 생성과정과 형태가 유사해 울산바위의 형제라고 볼 수 있다. 높이와 규모는 울산바위보다 훨씬 낮고 작지만 울산바위 조망대로는 최고의 입지다.

산행은 성인대 북쪽 계곡에 자리한 화암사에서 시작한다. 화암사(禾암寺)는 769년(신라 혜공왕 5) 진표율사가 창건했다는 1300년 고찰이다. 뒤로는 상봉(1244m)~신선봉(1212m) 연봉이 우람하고 바로 옆에는 높이 50m의 수바위 기세가 대단해서 범상치 않은 자리임을 직감할 수 있다. 일주문에는 '금강산 화암사' 현판이 당당히 걸려 있다. 설악산은 지척이고 금강산은 50km 이상 떨어져 있는데도 금강산 소속이란다. 견강부회가 터무니없지만 그만큼 옛날에는 금강산의 위상이 대단했고 설악산의 존재감이 낮았음을 말해준다.    

주차장에서 절까지 900m 숲길은 ‘선시(禪詩)의 길’로 조성해 우측통행을 기준으로 올라가는 길 쪽에는 고승들이 깨달음의 순간을 시로 읊은 오도송(悟道頌)을, 반대편 내려오는 길에는 입적 직전에 쓴 열반송(涅槃頌)을 배치해 차분한 심사숙고로 이끈다. 가만히 읽어보면 깨달은 순간의 환희를 표현하는 오도송과 죽음 직전의 열반송이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도송과 열반송이란 제목을 빼면 무엇이 무언지 구분하기 어렵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깨달음을 향한 처절한 구도행은 죽음이라는 한계상황을 근원적인 문제의식으로 삼기 때문이다.

화암사 입구의 '풍악제일루'. 풍악 역시 가을 금강산을 뜻하는 별칭이다  

수바위에서 바라본 화암사 

죽음(끝)이 없다면, ‘왜 태어나는가, 왜 사는가, 나는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같은 근본의문이 의미를 상실한다. 의식과 존재를 규정하는 언어를 이미 떠나 있는 선승들이지만 오도와 죽음이라는 극한의 순간에 대해서는 뭔가를 말하지 않을 수 없었나 보다. 우리 범인(凡人)도 열락이든 공포든 한계상황에서는 혼잣말이라도 내뱉기 마련이다. 문자가 갖는 제한적인 지향성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선승들은 비유가 넘치는 시(5언 또는 7언 한시)로 이를 발설했으니 독자와 청자(聽者)를 내색하지 않는다.

선시에 공통적으로 깔린 생각은, 생전이든 사후든 나와 삼라만상은 구분 없는 하나(梵我一如)이고 일생은 육체를 갖는 바람에 온갖 물리적 조건에 흔들리는 방황기라는 것이다.

조계종을 중흥시켜 한국불교의 종조로 추앙받는 태고 보우(太古 普愚, 1301~1382)는 열반송에서 “인생은 물거품 같아 80여년이 봄날 꿈속이네 / 최후를 앞두고 가죽부대를 버리니 수레바퀴 같은 붉은 해가 서산으로 넘어 가네”라고 읊었다. 몸을 ‘가죽부대(皮袋)’라고 비유한 것이 충격적이다.

화암사 진입로는 ‘선시(禪詩)의 길’로 조성해 우측통행을 기준으로 올라가는 길 쪽에는 고승들이 깨달음의 순간을 시로 읊은 오도송(悟道頌)을, 반대편 내려오는 길에는 입적 직전에 쓴 열반송(涅槃頌)을 배치했다. 구한말 고승인 경허의 오도송에서는 범아일여의 각득이 엿보인다 

조계종의 종조인 태고 보우의 열반송. '가죽 부대'를 버리고 해가 진다는 표현에서 담담한 관조가 느껴진다

성인대에서 바라본 화암사와 수바위. 수바위는 높이 50m에 달하는 거대한 암봉이다. 왼쪽 뒤로 화산 폭발로 이뤄진 운봉산(285m)이 뾰족하다 

화암사에서 수바위를 거쳐 성인대까지는 1.2km이나 주차장에서 출발하면 2.1km이고 1시간 정도 걸린다. 화암사가 해발 320m이니 고도차는 300여m에 불과하지만 오르막 경사가 만만치 않고 계단이 많아 체력 소모가 크다. 하지만 대기가 깨끗하고 맑은 날이라면, 성인대에 서는 순간 환호와 웃음을 금할 수 없을 것이다.

“와, 멋져! 근데 저게 울산바위라고!?”

평일인데도 성인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다들 이구동성으로 바로 눈앞에서 하늘을 찌르는 거대 첨봉에 놀란다. 길고 넓적한 모양이라고 생각한 울산바위가 저처럼 날카롭고 거대한 것을 몰랐다는 반응이다. 울산바위 하나로, 옛이름인 천후산 하나로 웬만한 명산을 압도할 것이다. 울산바위 뒤로 보이는 대청봉과 중청봉, 화채봉 등 설악의 준봉들도 울산바위를 장식하는 배경화면 정도로 느껴진다.

발밑으로는 방금 지나온 수바위와 화암사가 가깝고 그 아래로는 넓은 구릉지 끝에 파란 해안선과 속초 시가가 펼쳐진다. 서쪽으로는 미시령(767m) 고갯길이 구불거리고 미시령터널 입구도 훤하다. 미시령 뒤편으로는 황철봉(1381m)이 실로 거대하고 높다.

울산바위를 중심으로 설악과 동해안을 함께 볼 수 있으니 조망지로서는 실로 발군이다. 사람들이 많아 시끄럽고 번다하지만 나는 이 암봉을 떠날 수가 없다. 이 바위에 오래 있거나 자주 오르다 보면 성인(聖人)이나 신선(神仙) 둘 중 하나는 될 것 같다.

위압감이 느껴지는 울산바위 북면. 뒤쪽으로 보이는 설악의 준봉인 화채봉~대청봉~중청봉은 배경화면으로 물러나 앉았다  

성인대 암릉 뒤로 연봉을 이룬 상봉(1244m. 가운데)~신선봉(1212m, 오른쪽) 연봉. 요즘은 이 일원을 '북설악'이라 부르지만 화암사 일주문에서 보듯 옛사람들은 금강산의 남단으로 여겼다     

미시령(767m)을 오르는 구절양장 고갯길과 그 아래를 직통하는 미시령터널 입구가 함께 보인다

성인대에서 바라본 속초와 동해. 산지와 시가지 사이 낮은 구릉지대는 한라산 중산간지대처럼 광활하고 인상적이다


글/사진 김병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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