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여수(旅愁)

자생투어
202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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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밤바다  



여수에서는 나그네 시름이 더한다. 고향이 아닌 다음에야 어딘들 타향이고, 생경한 풍경과 아는 이 없는 거리에서 외로움과 느꺼움이 교차하는 여수(旅愁)를 마주한다. 하지만 남단의 작은 항구, 여수는 익명의 낯설음이 과장되어 이름 모를 거리에서, 바닷가에서 나그네는 깊은 시름에 잠긴다. 혼자라면 더욱 그럴 것이고, 여럿이라면 시름을 외면하려 더 한층 설레고 즐거워 질 것이다. 빼어난 바다 麗水와 旅愁의 발음이 같은 것도 감상을 증폭시킨다.

 

객지의 밤은 여수가 절정이 되는 순간이다. 그렇지 않아도 생소한 곳인데 아롱거리는 불빛은 방향도, 위치도, 내용도 가늠할 수가 없는 미지의 엄습이다. 그런 면에서 ‘여수 밤바다’는 낭만으로 포장하기는 하지만, 미지의 불안과 몽롱한 정황이 이성을 마비시켜 이윽고는 눈물이든, 탄식이든, 감탄이든 감성의 폭발로 이끈다.

 

밤바다 위를 지나는 케이블카는 얼핏 UFO처럼, 불꽃놀이처럼 여수의 밤을 몽환경으로 장식한다. 캐빈 속에서는 거리에서 느끼던, 짙은 사투리와 비릿한 내음, 습기를 머금은 바람, 여행자들의 웅성거림이 단절되고 오직 빛과 어둠의 시각정보만이 드러난다. 


항구의 빛은 하나하나가 사연들이다. 빛을 잃은 바다는 칠흑의 공허이자 무한평면으로 주저앉아 밤의 안식을 준비한다. 항구의 야경이 특별한 것은, 이처럼 빛과 어둠의 대비가 극명해서 빛은 더욱 영롱해지고 어둠은 심연으로 한층 가라앉기 때문이다. 인간의 정신은 흑백논리가 편하듯, 시각 역시 흑백 구분이 가장 쉽다.  


때마침 ‘여수 밤바다’ 선율이 어디선가 흘러나온다. 노랫말처럼 이 밤바다에서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그리움은 더욱 사무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리움과 환멸이 명멸하는 불빛 아래 작은 그림자로 흔들릴 뿐이다.

글/사진 김병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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