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길 따라 홀로 거닐면
초원과, 꽃과, 눈과, 구름과, 바람과
그리움의 대상은 언제나 부재와 희소다. 이 땅에서 그런 ‘장소’는 초원과 목장이 대표적이어서 한국인은 초원과 목장에 대한 동경심이 남다르다. 현실에서는 듣도 보도 못하지만 ‘목가적(牧歌的)’은 서정성을 대표하는 형용사다.
선조 일부는 북방에서 내려온 기마유목민이지만 생산성 높은 농경으로 완전 전업했고, 광대한 땅에서만 가능한 유목은 사라졌다. 그나마 이 땅의 대표적인 초원과 목장은 제주도와 대관령에서 겨우 명목을 잇고 있다.
제주도 목장이 저지대에 있다면 대관령 목장은 해발 800m 이상 고지대에 분포한다. 제주도는 자연 그대로의 초지가 많아 옛날부터 말을 키우는 목장으로 활용되었다면 대관령의 초지는 산지를 개간해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 특별하다. 1972년 삼양목장을 시작으로 지금은 여러 개의 목장이 들어서 있다.
목장 정상 동해전망대(1140m)에서 내려다본 동해 방면. 구름 아래로 강릉 사천면 일대가 펼쳐진다
내 방에서는 삼양목장의 동쪽 경계를 이루는 백두대간이 정면으로 마주 보인다. 해안에서 능선까지는 완만한 구릉에서 시작해 중산간을 거쳐 마지막에는 우뚝 급사면으로 치솟았다. 고도에 따라 식생과 색감이 다른 것은 한라산을 닮았다. 능선 위에는 거대한 백색 바람개비가 도열해 있다.
마주보기... 내가 보고 있는 저곳에서 반대로 이곳을 바라보면 어떨까. 호기심과 초원에 대한 그리움이 갑자기 치솟아 대관령으로 향한다.
삼양목장 이름이 삼양라운드힐(Samyang Roundhill)로 바뀌어 있다. 하지만 탐방 시스템은 변화가 없다. 2010년 이전만 해도 자전거로 진입해 목장 최고지점인 소황병산(1329m)까지 갈 수 있었으나 지금은 셔틀버스를 이용해 동해전망대(1140m) 왕복만 가능하다.
풍력발전기가 줄 지은 동해전망대 일원. 산줄기는 곧 백두대간이며 뒤쪽 둔중한 봉우리는 매봉(1173m)동해전망대에서 황병산 방면으로 보았다. 군기지가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가 황병산(1408m)이고, 그 오른쪽에 잔설을 인 둔중한 봉우리가 목장에서 가장 높은 소황병산(1329m)
청명한 날씨에 주말이라 관광객이 많다. 셔틀버스는 목장 입구 광장(해발 840m)에서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고도차 300m 거리는 4.7km이며 15분 정도 걸린다. 목장의 총부지는 600만평에 달하지만 초지는 40% 정도이고 나머지는 개간하지 않은 숲이다. 험준한 산지를 초지로 개간했으니 초기에는 고생이 대단했을 것이다.
원래는 동해전망대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남하해 곤신봉(1135m)을 다녀오려 했으나 진입을 금하고 있어 도보하산으로 여정을 바꾸었다. 이 목장을 많이도 찾았지만 걸어서 오르내린 적이 없다. 오늘은 목장길 따라 여유롭게 목가풍을 즐겨보자. 동해전망대에서 목장 입구까지 5가지 테마의 걷기 코스가 있으며 총거리는 4.5km이다. 구경을 겸해 여유롭게 걷자면 2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동해전망대 바로 옆 백두대간에는 5월 초임에도 잔설과 나목이 여전히 겨울 풍광이다. 뒤편 구름 아래는 강릉시내
저편으로 용평리조트 슬로프가 길게 흘러내리는 발왕산(1458m)이 보인다. 곳곳에 잔설이 희끗희끗하다
이땅에서 특별히 희귀한 초원 풍경... 비었어도 충만하게 느껴진다
동해전망대에서는 웬만큼 맑은 날이면 이름 그대로 동해가 잘 보인다. 나동쪽으로 강릉 시내가 훤하고, 저기 어디쯤 바닷가에는 내 방도 어림된다. 뒤쪽으로 군 기지가 자리한 황병산(1408m)이 최고봉을 이루고 그 옆으로 초원을 이룬 소황병산이 둔중하다. 소황병산 정상부에는 잔설이 꽤 남아 있는데 동해전망대 근처에도 잔설이 다수 있다. 5월초에 눈이라니... 초원은 새파랗고 봄꽃이 피어났건만 지난겨울의 눈이 공존하는 기경이다.
동해전망대에서 1구간 ‘바람의 언덕’으로 진입한다. 바람의 언덕은 해발 1150m로 동해전망대보다 살짝 더 높다. 초지 옆으로 난 길은 정말이지 ‘목장길’이다. 코스는 백두대간 대간길이기도 하며 산줄기는 곤신봉을 거쳐 선자령(1157m)으로 줄달음치고, 지주 60m 날개 40m 총높이 100m의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윙윙~ 하는 기계음을 내며 라만차의 풍차를 흉내 낸다. 현대판 돈키호테는 자전거도 없이 맨발 맨손으로 왔으니 대결은 다음으로 미루자.
동해전망대에서 도보하산로는 '바람의 언덕' 등 5가지 테마 구간으로 구성된다. 셔틀버스가 막 내려가고 있다어디든 셔터를 누르면 그냥 그림엽서가 된다
뒤쪽으로 곤신봉(1135m)을 거쳐 선자령(1157m)으로 백두대간이 줄달음치고 하얀 풍력발전기는 대간을 알려주는 표지기가 된다
저 멀리 횡계고원 건너편으로 일대에서 가장 높은 발왕산(1458m)이 용평리조트 슬로프를 매달고 우뚝하다. 발왕산 왼쪽으로 희미한 고봉은 정선 아우라지 뒤편의 상원산(1422m)이다.
2구간 ‘숲속의 여유’는 조망이 트이지 않는 숲길로 계단과 등산로를 통해 고도를 급격히 낮춘다. 작은 계곡이 흘러내리고 조붓한 숲길을 지나가 본격적인 등산을 하는 것만 같다. 이 구간 끝에는 양 방목지가 나오면서 영화 ‘연애소설’의 무대가 된 ‘연애소설나무’가 초원 위에 우뚝하다. 한참을 내려온 것 같은데 아직 해발 1050m다. 실제 양이 방목 중이라 목장 분위기가 물씬하다. 가만히 보면 양들은 단 한 마리도 예외 없이 모두 머리를 숙이고 풀을 뜯고 있다. 초식동물의 가혹한 운명이다. 먹는 데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으니 두뇌와 기술은 발달 할 수 없어 육식동물의 먹이로 전락한다. 인간이 하루 두세 끼로 충분해진 것은 대단한 축복이어서 문명 발전의 출발점이 되었다. 여가 시간과 에너지가 없다면 과학, 철학, 종교 등 문명의 고점으로 올라갈 수 없다.
목장길을 걷는 연인은 가장 아름답고 정겹다. 이런 길을 함께 걸으면 평생의 행로도 같이하게 되지 않을까
'연애소설 나무'와 양 방목장. 왼쪽 뒤로 선자령 능선이 웅장하다
3구간 ‘사랑의 기억’을 나오면 양몰이 공연장이다. 알프스와 미국 서부 카우보이 분위기를 뒤섞은 독특한 공연인데 개 중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보더콜리(목양견) 종의 코니(Cony)가 목동의 지시에 따라 양을 모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작은 체구의 암컷인데도 수십 마리 양을 요리조리 마음대로 몰아대는 솜씨가 기가 막힌다. 양뿐 아니라 큰 소도 몰 수 있다는데 양과 소가 개를 무서워하는 것은 늑대의 변종으로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양몰이공연은 5~10월 사이 주중 3회, 주말 4회 열리며 삼양목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4구간 ‘초원의 산책’부터는 걷는 사람이 거의 없다. 양몰이공연을 보고 대부분 셔틀버스로 하산하기 때문인데 그만큼 호젓하고 분위기 있는 목장길 산책을 조용히 즐기기 좋다. 하지만 방목된 소가 없어 초원에는 방향 모를 바람만이 스친다.
양몰이 공연장. 초원에서 펼쳐지는 목동과 개, 양의 조화경이 평화롭고 아름답다
목장 건물들이 보이면 거의 다 내려왔다
양몰이 공연장 이후에는 걷는 사람이 드물어 적막한 운치가 좋다
윈도우 화면이 여기에?
수령 2천년을 헤아리는 고사주목. 저 상태로 다시 천년을 간단다
저 아래로 목장 축사와 관리동 건물이 모여 있는 걸 보면 거의 다 내려왔다. 마지막 5구간 ‘마음의 휴식’은 구비치는 초원 언덕이 ‘윈도우 화면’을 빼닮았다.
목장길이 끝나는 곳에는 청연원(靑淵園) 정원이 잘 가꿔져 있고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주목이 많다. 직경 2m 수령이 2천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주목도 남아 있다. 2천년이라면 기원전후 삼국이 성립할 당시인데 고대사의 시원을 공생한 생명이 형태로 남아 있으니 놀랄 일이다.
이 거대한 목장이 한 사람의 야망과 추진력으로 이뤄졌다는 것도 경이롭다. 설립자 전중윤(1919~2014) 회장은 삼양식품의 창업주로 삼양목장을 개발하고 국내 최초로 라면을 생산해 굶주린 국민에게 희망을 준 시대의 영웅이었다. 삼양목장은 특히 ‘소고기라면’의 산실이기도 했으니 한국인에게는 잊을 수 없는 고마운 동산이기도 하다. 삼양목장은 곧 한국 라면의 고향인 셈이다.
글/사진 김병훈 대표
tip
이용시간 : 5~10월 09:00~17:00, 11~4월 09:00~16:30
이용요금 : 대인 1만2천원(셔틀버스 비용 포함)
목장길 따라 홀로 거닐면
초원과, 꽃과, 눈과, 구름과, 바람과
그리움의 대상은 언제나 부재와 희소다. 이 땅에서 그런 ‘장소’는 초원과 목장이 대표적이어서 한국인은 초원과 목장에 대한 동경심이 남다르다. 현실에서는 듣도 보도 못하지만 ‘목가적(牧歌的)’은 서정성을 대표하는 형용사다.
선조 일부는 북방에서 내려온 기마유목민이지만 생산성 높은 농경으로 완전 전업했고, 광대한 땅에서만 가능한 유목은 사라졌다. 그나마 이 땅의 대표적인 초원과 목장은 제주도와 대관령에서 겨우 명목을 잇고 있다.
제주도 목장이 저지대에 있다면 대관령 목장은 해발 800m 이상 고지대에 분포한다. 제주도는 자연 그대로의 초지가 많아 옛날부터 말을 키우는 목장으로 활용되었다면 대관령의 초지는 산지를 개간해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 특별하다. 1972년 삼양목장을 시작으로 지금은 여러 개의 목장이 들어서 있다.
목장 정상 동해전망대(1140m)에서 내려다본 동해 방면. 구름 아래로 강릉 사천면 일대가 펼쳐진다
내 방에서는 삼양목장의 동쪽 경계를 이루는 백두대간이 정면으로 마주 보인다. 해안에서 능선까지는 완만한 구릉에서 시작해 중산간을 거쳐 마지막에는 우뚝 급사면으로 치솟았다. 고도에 따라 식생과 색감이 다른 것은 한라산을 닮았다. 능선 위에는 거대한 백색 바람개비가 도열해 있다.
마주보기... 내가 보고 있는 저곳에서 반대로 이곳을 바라보면 어떨까. 호기심과 초원에 대한 그리움이 갑자기 치솟아 대관령으로 향한다.
삼양목장 이름이 삼양라운드힐(Samyang Roundhill)로 바뀌어 있다. 하지만 탐방 시스템은 변화가 없다. 2010년 이전만 해도 자전거로 진입해 목장 최고지점인 소황병산(1329m)까지 갈 수 있었으나 지금은 셔틀버스를 이용해 동해전망대(1140m) 왕복만 가능하다.
풍력발전기가 줄 지은 동해전망대 일원. 산줄기는 곧 백두대간이며 뒤쪽 둔중한 봉우리는 매봉(1173m)동해전망대에서 황병산 방면으로 보았다. 군기지가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가 황병산(1408m)이고, 그 오른쪽에 잔설을 인 둔중한 봉우리가 목장에서 가장 높은 소황병산(1329m)
청명한 날씨에 주말이라 관광객이 많다. 셔틀버스는 목장 입구 광장(해발 840m)에서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고도차 300m 거리는 4.7km이며 15분 정도 걸린다. 목장의 총부지는 600만평에 달하지만 초지는 40% 정도이고 나머지는 개간하지 않은 숲이다. 험준한 산지를 초지로 개간했으니 초기에는 고생이 대단했을 것이다.
원래는 동해전망대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남하해 곤신봉(1135m)을 다녀오려 했으나 진입을 금하고 있어 도보하산으로 여정을 바꾸었다. 이 목장을 많이도 찾았지만 걸어서 오르내린 적이 없다. 오늘은 목장길 따라 여유롭게 목가풍을 즐겨보자. 동해전망대에서 목장 입구까지 5가지 테마의 걷기 코스가 있으며 총거리는 4.5km이다. 구경을 겸해 여유롭게 걷자면 2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동해전망대 바로 옆 백두대간에는 5월 초임에도 잔설과 나목이 여전히 겨울 풍광이다. 뒤편 구름 아래는 강릉시내
저편으로 용평리조트 슬로프가 길게 흘러내리는 발왕산(1458m)이 보인다. 곳곳에 잔설이 희끗희끗하다
이땅에서 특별히 희귀한 초원 풍경... 비었어도 충만하게 느껴진다
동해전망대에서는 웬만큼 맑은 날이면 이름 그대로 동해가 잘 보인다. 나동쪽으로 강릉 시내가 훤하고, 저기 어디쯤 바닷가에는 내 방도 어림된다. 뒤쪽으로 군 기지가 자리한 황병산(1408m)이 최고봉을 이루고 그 옆으로 초원을 이룬 소황병산이 둔중하다. 소황병산 정상부에는 잔설이 꽤 남아 있는데 동해전망대 근처에도 잔설이 다수 있다. 5월초에 눈이라니... 초원은 새파랗고 봄꽃이 피어났건만 지난겨울의 눈이 공존하는 기경이다.
동해전망대에서 1구간 ‘바람의 언덕’으로 진입한다. 바람의 언덕은 해발 1150m로 동해전망대보다 살짝 더 높다. 초지 옆으로 난 길은 정말이지 ‘목장길’이다. 코스는 백두대간 대간길이기도 하며 산줄기는 곤신봉을 거쳐 선자령(1157m)으로 줄달음치고, 지주 60m 날개 40m 총높이 100m의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윙윙~ 하는 기계음을 내며 라만차의 풍차를 흉내 낸다. 현대판 돈키호테는 자전거도 없이 맨발 맨손으로 왔으니 대결은 다음으로 미루자.
동해전망대에서 도보하산로는 '바람의 언덕' 등 5가지 테마 구간으로 구성된다. 셔틀버스가 막 내려가고 있다어디든 셔터를 누르면 그냥 그림엽서가 된다
뒤쪽으로 곤신봉(1135m)을 거쳐 선자령(1157m)으로 백두대간이 줄달음치고 하얀 풍력발전기는 대간을 알려주는 표지기가 된다
저 멀리 횡계고원 건너편으로 일대에서 가장 높은 발왕산(1458m)이 용평리조트 슬로프를 매달고 우뚝하다. 발왕산 왼쪽으로 희미한 고봉은 정선 아우라지 뒤편의 상원산(1422m)이다.
2구간 ‘숲속의 여유’는 조망이 트이지 않는 숲길로 계단과 등산로를 통해 고도를 급격히 낮춘다. 작은 계곡이 흘러내리고 조붓한 숲길을 지나가 본격적인 등산을 하는 것만 같다. 이 구간 끝에는 양 방목지가 나오면서 영화 ‘연애소설’의 무대가 된 ‘연애소설나무’가 초원 위에 우뚝하다. 한참을 내려온 것 같은데 아직 해발 1050m다. 실제 양이 방목 중이라 목장 분위기가 물씬하다. 가만히 보면 양들은 단 한 마리도 예외 없이 모두 머리를 숙이고 풀을 뜯고 있다. 초식동물의 가혹한 운명이다. 먹는 데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으니 두뇌와 기술은 발달 할 수 없어 육식동물의 먹이로 전락한다. 인간이 하루 두세 끼로 충분해진 것은 대단한 축복이어서 문명 발전의 출발점이 되었다. 여가 시간과 에너지가 없다면 과학, 철학, 종교 등 문명의 고점으로 올라갈 수 없다.
목장길을 걷는 연인은 가장 아름답고 정겹다. 이런 길을 함께 걸으면 평생의 행로도 같이하게 되지 않을까
'연애소설 나무'와 양 방목장. 왼쪽 뒤로 선자령 능선이 웅장하다
3구간 ‘사랑의 기억’을 나오면 양몰이 공연장이다. 알프스와 미국 서부 카우보이 분위기를 뒤섞은 독특한 공연인데 개 중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보더콜리(목양견) 종의 코니(Cony)가 목동의 지시에 따라 양을 모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작은 체구의 암컷인데도 수십 마리 양을 요리조리 마음대로 몰아대는 솜씨가 기가 막힌다. 양뿐 아니라 큰 소도 몰 수 있다는데 양과 소가 개를 무서워하는 것은 늑대의 변종으로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양몰이공연은 5~10월 사이 주중 3회, 주말 4회 열리며 삼양목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4구간 ‘초원의 산책’부터는 걷는 사람이 거의 없다. 양몰이공연을 보고 대부분 셔틀버스로 하산하기 때문인데 그만큼 호젓하고 분위기 있는 목장길 산책을 조용히 즐기기 좋다. 하지만 방목된 소가 없어 초원에는 방향 모를 바람만이 스친다.
양몰이 공연장. 초원에서 펼쳐지는 목동과 개, 양의 조화경이 평화롭고 아름답다
목장 건물들이 보이면 거의 다 내려왔다
양몰이 공연장 이후에는 걷는 사람이 드물어 적막한 운치가 좋다
윈도우 화면이 여기에?
수령 2천년을 헤아리는 고사주목. 저 상태로 다시 천년을 간단다
저 아래로 목장 축사와 관리동 건물이 모여 있는 걸 보면 거의 다 내려왔다. 마지막 5구간 ‘마음의 휴식’은 구비치는 초원 언덕이 ‘윈도우 화면’을 빼닮았다.
목장길이 끝나는 곳에는 청연원(靑淵園) 정원이 잘 가꿔져 있고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주목이 많다. 직경 2m 수령이 2천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주목도 남아 있다. 2천년이라면 기원전후 삼국이 성립할 당시인데 고대사의 시원을 공생한 생명이 형태로 남아 있으니 놀랄 일이다.
이 거대한 목장이 한 사람의 야망과 추진력으로 이뤄졌다는 것도 경이롭다. 설립자 전중윤(1919~2014) 회장은 삼양식품의 창업주로 삼양목장을 개발하고 국내 최초로 라면을 생산해 굶주린 국민에게 희망을 준 시대의 영웅이었다. 삼양목장은 특히 ‘소고기라면’의 산실이기도 했으니 한국인에게는 잊을 수 없는 고마운 동산이기도 하다. 삼양목장은 곧 한국 라면의 고향인 셈이다.
글/사진 김병훈 대표
tip
이용시간 : 5~10월 09:00~17:00, 11~4월 09:00~16:30
이용요금 : 대인 1만2천원(셔틀버스 비용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