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200m 산비탈 위 이국풍 몽환경
안반데기 남단 풍경. 길은 가능한 한 등고선을 따라 나 있으나 밭은 경사면을 따라 펼쳐진다. 정면 뒤로 노추산(1322m)이 보인다
대관령 남쪽 백두대간상에 솟은 고루포기산(1238m) 주능선 턱밑에는 기이한 개간지가 있다. ‘안반데기’라고 불리는 이 개간지는 국내에서도 고도가 매우 높은 고랭지채소밭으로 그 면적이 약 200ha, 60만평에 달한다. 지형이 떡을 칠 때 쓰는 넓은 나무판인 ‘안반’을 닮아 붙은 이름으로 ‘안반덕’이라고도 한다.
화전민이 경작하던 이 땅은 6·25 이후 개간이 시작되어 1965년 즈음 마을이 개척되었고 1995년 개간된 농지를 주민들이 불하받으면서 정착 개간지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28가구가 살고 있으며 일부 주민은 강릉 등지에 살며 ‘출퇴근’으로 농사를 짓는다.
겨울이면 눈이 쌓여 교통이 두절되기도 하는 이 까마득한 고지대는 매끈한 경작지로 인해 고원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사면의 경사가 급해 농기계도 없던 그 시절, 인력으로만 개간을 해낸 기적의 땅이기도 하다. 그만큼 농민들은 엄청난 고역을 견뎌내며 내 땅에 대한 열망을 실현해 냈다. 지금은 고랭지 배추와 감자를 재배해 고소득을 올리고 있으나 비탈면 위의 작업은 여전히 위험하고 고되다.
안반데기 위치도. 고루포기산 정상 남쪽에서 주능선을 따라 남북 5km, 동서 500m 내외로 펼쳐져 있다
안반데기의 여름은 새파란 배추밭이 마치 초원처럼 산등성이를 뒤덮어 특히 이국적이다. 비탈진 초원 사이로 구불거리는 실낱같은 길은 현실과 동떨어진 몽환경이자 동화 속이다. 새하얀 풍력발전기는 거대 기계가 아니라 서정풍을 더해주는 바람개비다.
고랭지채소밭 중에서도 저지대에 속하는 대관령 일대(해발 700~800m)는 7월 말부터 배추 수확에 들어갔으나(고도가 낮을수록 기온도 높아짐) 해발 1000~1200m에 달하는 안반데기는 7월말 현재 배추 포기가 이제 막 성장단계에 들어서서 8~9월초 수확 예정이다. 아직은 멀리서 보면 작물보다 흙바닥이 더 많이 보일 정도다. 어쨌든 이 시기에 찾으면 새파란 배추밭이 가득 들어찬 절정의 안반데기 경관을 볼 수 있다.
7월말의 안반데기 풍경을 사진으로 모아 본다.
안반데기 중심을 가로지르는 피덕령(1010m, 왼쪽 끝 고개)) 주위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으며 가장 먼저 개간된 지역이기도 하다
여전히 잔돌이 뒹구는 비탈면에 고랭지배추가 자라고 있다. 아직 작물이 어려 8~9월에 수확한다. 포기가 다 자라 땅을 완전히 뒤덮는 8월이 절정의 경관을 보여준다 능선 위에서 동쪽으로 바라본 모습. 한단계 아래에 자리한 왕산면 대기리 일원의 고랭지밭이 보인다. 왼쪽의 고봉은 화란봉(1070m)이고 그 아래 백두대간 닭목령이 있다
가까이 있는 풍력발전기 옆에 조성된 일출전망대(1140m). 풍력발전기들은 편서풍을 감안해 동해쪽이 아니라 서쪽을 바라보고 있다
고랭지밭은 마치 초원 같고 풍만한 능선이 부드럽게 만곡해 자연의 고혹미를 발산한다. 뒤편으로 서득봉(1053m)과 화란봉(1070m)이 닭목령(700m)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다. 백두대간은 서득봉 앞 낮은 능선을 거쳐 닭목령~화란봉으로 이어진다 희한하게도 풍력발전기는 목가적이거나 서정적인 풍경과 잘 어울린다. 풍차의 현대적 해석이 멋지다
아련한 초록빛 곡선미 뒤로 두타산~청옥산 연봉의 실루엣이 하늘을 가른다
일출전망대에서 바라본 경포대와 동해. 오른쪽 서득봉 너머로 경포대의 랜드마크인 스카이베이 호텔이 모습을 드러냈다. 직선으로 26km 거리다
안반데기의 최북단. 맨뒤 봉긋한 봉우리가 고루포기산(1238m) 정상이다. 정상 바로 턱밑까지 개간이 되어 있다 스페인풍의 예쁜 농가와 주변 풍광이 잘 어울린다. 역시 집이 예쁘면 풍경이 더욱 살아난다얼핏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이지만 비탈면에서 하는 작업이라 매우 불편하고 힘이 더 든다
피덕령 북쪽에서 남으로 바라본 모습. 안반데기의 상징적인 경관이다
글/사진 김병훈 대표
해발 1200m 산비탈 위 이국풍 몽환경
안반데기 남단 풍경. 길은 가능한 한 등고선을 따라 나 있으나 밭은 경사면을 따라 펼쳐진다. 정면 뒤로 노추산(1322m)이 보인다
대관령 남쪽 백두대간상에 솟은 고루포기산(1238m) 주능선 턱밑에는 기이한 개간지가 있다. ‘안반데기’라고 불리는 이 개간지는 국내에서도 고도가 매우 높은 고랭지채소밭으로 그 면적이 약 200ha, 60만평에 달한다. 지형이 떡을 칠 때 쓰는 넓은 나무판인 ‘안반’을 닮아 붙은 이름으로 ‘안반덕’이라고도 한다.
화전민이 경작하던 이 땅은 6·25 이후 개간이 시작되어 1965년 즈음 마을이 개척되었고 1995년 개간된 농지를 주민들이 불하받으면서 정착 개간지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28가구가 살고 있으며 일부 주민은 강릉 등지에 살며 ‘출퇴근’으로 농사를 짓는다.
겨울이면 눈이 쌓여 교통이 두절되기도 하는 이 까마득한 고지대는 매끈한 경작지로 인해 고원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사면의 경사가 급해 농기계도 없던 그 시절, 인력으로만 개간을 해낸 기적의 땅이기도 하다. 그만큼 농민들은 엄청난 고역을 견뎌내며 내 땅에 대한 열망을 실현해 냈다. 지금은 고랭지 배추와 감자를 재배해 고소득을 올리고 있으나 비탈면 위의 작업은 여전히 위험하고 고되다.
안반데기 위치도. 고루포기산 정상 남쪽에서 주능선을 따라 남북 5km, 동서 500m 내외로 펼쳐져 있다
안반데기의 여름은 새파란 배추밭이 마치 초원처럼 산등성이를 뒤덮어 특히 이국적이다. 비탈진 초원 사이로 구불거리는 실낱같은 길은 현실과 동떨어진 몽환경이자 동화 속이다. 새하얀 풍력발전기는 거대 기계가 아니라 서정풍을 더해주는 바람개비다.
고랭지채소밭 중에서도 저지대에 속하는 대관령 일대(해발 700~800m)는 7월 말부터 배추 수확에 들어갔으나(고도가 낮을수록 기온도 높아짐) 해발 1000~1200m에 달하는 안반데기는 7월말 현재 배추 포기가 이제 막 성장단계에 들어서서 8~9월초 수확 예정이다. 아직은 멀리서 보면 작물보다 흙바닥이 더 많이 보일 정도다. 어쨌든 이 시기에 찾으면 새파란 배추밭이 가득 들어찬 절정의 안반데기 경관을 볼 수 있다.
7월말의 안반데기 풍경을 사진으로 모아 본다.
안반데기 중심을 가로지르는 피덕령(1010m, 왼쪽 끝 고개)) 주위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으며 가장 먼저 개간된 지역이기도 하다
여전히 잔돌이 뒹구는 비탈면에 고랭지배추가 자라고 있다. 아직 작물이 어려 8~9월에 수확한다. 포기가 다 자라 땅을 완전히 뒤덮는 8월이 절정의 경관을 보여준다 능선 위에서 동쪽으로 바라본 모습. 한단계 아래에 자리한 왕산면 대기리 일원의 고랭지밭이 보인다. 왼쪽의 고봉은 화란봉(1070m)이고 그 아래 백두대간 닭목령이 있다
가까이 있는 풍력발전기 옆에 조성된 일출전망대(1140m). 풍력발전기들은 편서풍을 감안해 동해쪽이 아니라 서쪽을 바라보고 있다
고랭지밭은 마치 초원 같고 풍만한 능선이 부드럽게 만곡해 자연의 고혹미를 발산한다. 뒤편으로 서득봉(1053m)과 화란봉(1070m)이 닭목령(700m)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다. 백두대간은 서득봉 앞 낮은 능선을 거쳐 닭목령~화란봉으로 이어진다 희한하게도 풍력발전기는 목가적이거나 서정적인 풍경과 잘 어울린다. 풍차의 현대적 해석이 멋지다
아련한 초록빛 곡선미 뒤로 두타산~청옥산 연봉의 실루엣이 하늘을 가른다
일출전망대에서 바라본 경포대와 동해. 오른쪽 서득봉 너머로 경포대의 랜드마크인 스카이베이 호텔이 모습을 드러냈다. 직선으로 26km 거리다
안반데기의 최북단. 맨뒤 봉긋한 봉우리가 고루포기산(1238m) 정상이다. 정상 바로 턱밑까지 개간이 되어 있다 스페인풍의 예쁜 농가와 주변 풍광이 잘 어울린다. 역시 집이 예쁘면 풍경이 더욱 살아난다얼핏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이지만 비탈면에서 하는 작업이라 매우 불편하고 힘이 더 든다
피덕령 북쪽에서 남으로 바라본 모습. 안반데기의 상징적인 경관이다
글/사진 김병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