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향기로'는 설악동을 살려낼 수 있을까
길이 765m의 스카이워크와 98m 출렁다리가 포함된 '설악향기로' 산책로. 뒤쪽으로 토왕골 주변의 선녀봉, 노적봉, 권금성이 보이지만 설악산 초입에 있는 이 봉우리들도 여기서 꽤 거리가 있다
‘설악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의 이름이자 장소다. 내 기억에도 고교 수학여행 때 묵은 설악동의 대규모 여관촌은 전국에서 몰려든 수학여행단과 단체손님들로 북적였다. 전국최고의 절경으로 알려진 설악산 여행은 설악동이 당연한 기점이었다.
최근에 설악동을 몇 번 지나다니면서 반쯤 폐허로 변한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설악산의 명성은 그대로인데 설악동은 왜 이렇게 된 걸까. 수학여행 이후 벌써 40년을 지나긴 했지만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폐허로 변하고 있는 C지구 앞의 '관광일번지 설악동' 안내도가 무색하기 짝이 없다
한때 설악동 최고의 숙소였던 설악파크 호텔. 트랙터가 주차를 한 건지 길을 막은건지 알 수 없지만 처연한 모습이다. 빈 건물로 방치된 모습을 숨기기 위해 그나마 가림벽을 세워놓은 B지구 비교적 최근에 개장한 C지구의 대형 호텔도 버티지 못하고 휴업에 들어갔다. 방치된 건물이 많아 을씨년스럽다
‘관광일번지’를 내걸고 정부 주도로 개발된 설악동은 설악산 최대의 천불동 계곡 초입이자 외설악 입구인 쌍천 변에 1976~8년에 조성되었다. 상류부터 A, B, C, D, E, F 6개 지구 64만평이 개발될 예정이었으나 A, B, C지구를 끝으로 조성이 중단되었다. A지구는 신흥사 앞 케이블카 탑승장 일원으로 설악산국립공원 내부여서 공원과 매점, 커피숍 정도만 남았고 흔히 말하는, 숙박업소가 밀집한 설악동은 약간 하류의 B, C지구를 칭한다.
얼마 전 설악산에 들렀다가 C지구 쌍천 변에 고가산책로가 마무리 공사 중인 것을 보았다. ‘설악향기로’라는 이름으로 7월 19일 개통되었는데 알고 보니 속초시가 설악동 부활을 위해 25년까지 264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설악동 재건사업의 신호탄이었다. 속초시는 내년까지 B지구의 옛 홍삼체험관을 복합문화시설로 바꿔 온천수를 이용한 족욕시설과 워케이션을 위한 공유사무실, 디지털 미디어아트 콘텐츠 시설로 만들어 설악동을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원래 설악동에는 A부터 F까지 6개 관광지구가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A, B, C지구만 들어서고 나머지는 무산되었다
설악동 몰락의 원인
설악동이 몰락한 원인을 두고 문화, 스포츠 시설을 만들기로 한 D, E, F지구의 중단, 인근 동해안과 울산바위 외곽에 들어선 대형 콘도, 금강산 관광과 수학여행 축소 등을 들고 있다. 하지만 다시 가보고 느낀 내 생각은, 이런 이유들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설악산 핵심 관광거점에서 어중간하게 떨어진 거리 때문 같다. 수학여행 당시 울산바위와 비룡폭포를 다녀왔는데 그때도 절경을 본 것은 잠깐이고 지루할 정도로 많이 걸은 기억이 남아 있다.
B지구에서 소공원의 케이블카까지는 2.3km, C지구에서는 3km나 된다. 이 정도 거리를, 그것도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변을 따라 단순히 이동을 위해 걷는다는 것은 이제는 대단한 시간적, 체력적 낭비로 느껴진다. 거리 때문에 설악산 절경도 아주 일부만 보여서 숙소에서 설악의 진면목을 만날 수도 없다. 이 두 가지 조건은 지금의 관점에서 관광지 숙소로서 치명적이다. 최소한 거리가 가깝거나, 아니면 조망이라도 좋아야 하는데 설악동 지구는 이 둘이 빠져 있다. 사람들은 조금 거리가 멀어도 전망 좋은 바닷가에 머물며 자동차로 이동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다.
C지구 길가에 있는 이정표. 소공원 케이블카까지 2.8km에 걸어서 42분이 걸린다고 되어 있다. 이 애매한 거리가 설악동 몰락의 근원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숨겨진 산
설악산은 태생적으로 ‘숨겨진’ 산이다. 암봉과 암벽, 기암괴석이 모여 있는 절경을 보려면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이는 옛날에도 그랬고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보호되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해방 전까지만 해도 금강산의 명성에 가려 설악산의 존재감이 없던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이 접근성이었다. 금강산과 마찬가지로 해안 가까이 있지만 외부에서 보면 설악산은 거의 육산으로 느껴지고 골산의 절경은 잘 부각되지 않는다. 울산바위만 확연하게 드러나 있으나 이마저 ‘원래 울산에 있던 바위가 금강산 가는 길에 멈춰 섰다’는 전설이 붙을 정도로 금강산 선망을 보여준다.
설악산이 명성을 얻고 재조명을 받게 된 것은 조금씩 길이 뚫리면서 접근성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전국민이 쉽게 찾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관광자원 개념보다는 환경보호 측면이 강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설악산은 여전히 먼 산으로 남아 있다. 설악동과 오색온천 등 산 초입에 자리한 관광단지 주민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산악관광의 게임 체인저라고 할 수 있는 케이블카를 추가로 조성하지 못하는 것도 주민의 생계뿐 아니라 일반 국민의 접근성을 제한하는 이유다. 그나마 오색온천~끝청봉(1604m) 간 케이블카가 추진 41년만에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해 물꼬가 트이긴 했다.
C지구의 빛 바랜 대형 주차장. 바닥 구획선이 거의 지워져 희미하다
C지구 숙박업소들은 대부분이 무기한 휴업중이건만 버스정류장은 산뜻하다. 설악동을 되살리려는 속초시의 노력은 가상하다
7월 19일 개장한 설악향기로(초록색 실선) 안내도. B지구와 C지구 사이에서 설악교까지 쌍천을 도는 2.7km 산책로이다
설악향기로
설악동 재건을 기치로 갓 완공된 설악향기로를 걸어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시설로 관광객을 끌어들여 설악동의 부흥을 이루는 것은 난망해 보인다.
설악향기로는 B, C지구 쌍천을 따라 조성된 길이 2.7km의 산책로로, C지구 쪽에는 천변을 따라 높이 10m의 고가산책로(스카이워크)가 765m 조성되었고 쌍천 위에는 길이 98m의 출렁다리도 놓였다. 나머지 구간은 기존 산책로와 인도 등을 활용했다.
스카이워크를 걸으면서 두 가지 안타까움이 교차했다. 첫째는 길가 바로 옆으로 보이는, 기약 없이 방치된 숙박시설과 건물들이고, 또 하나는 이 산책로가 3km 정도 상류인 소공원 일원에 있었다면 훨씬 좋은 반응을 얻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었다. 설악산국립공원의 입구에 해당하는 소공원만 해도 한반도제일 토왕성폭포를 품은 토왕골과 케이블카가 운행하는 권금성, 북쪽의 달마봉(632m), 웅장한 울산바위 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스카이워크는 지상 10m 높이지만 설악의 준봉은 겨우 몇 개가 멀리 보일 뿐이다
개통한 지 몇 주가 지났으나 이용객이 많지 않아 사용감이 거의 없는 바닥면. 구멍이 쑹쑹 뚫린 철판이라 고도감은 아찔하다
설악산 최대의 천불동계곡을 비롯해 외설악의 모든 계곡수를 모아 흐르는 쌍천. 출렁다리 위에서 본 모습으로 전체 폭은 70m를 넘지만 수량이 줄어 광대한 자갈밭으로 변했다갓 오픈해 완전한 새것 느낌의 산책로와 회벽이 벗겨진 낡은 건물의 대비가 설악동의 현실을 말해준다
설악향기로의 쌍천 북쪽 구간은 '설악산로' 보도를 그대로 이용해 신선함이 반감된다
설악향기로 동단인 설악교 중간에 마련된 사진 포인트. 그런데 설악산까지 너무 멀고 봉우리도 겨우 몇 개만 보인다
설악향기로는 개통한 지 몇 주가 지났지만 바닥은 사용감이 거의 없고 평일이긴 해도 찾은 사람은 가족으로 온 4명뿐이었다. 그나마 가장 상류를 지나는 출렁다리가 볼 만 한데, 폭이 70m에 달하는 거대 계곡수 쌍천과 토왕골의 수문장격인 노적봉과 선녀봉, 권금성이 비스듬히 올려다 보인다. 출렁다리 자체는 훨씬 더 길고 높으며 조망 좋은 곳이 전국적으로 흔해서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고가구간은 ‘스카이워크’라고는 하지만 높이만 지면에서 10m 정도 될 뿐 바닥은 구멍이 얼기설기 나 있는 철판이고 투명유리 구간도 없다.
설악향기로는 없는 것보다야 낫겠으나 시대 변천에 따라 입지 자체가 매력을 잃은 상태에서 이런 시설로 부흥을 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보다는 국립공원 경계를 A지구 안쪽으로 옮기고 소공원 일대를 개발한다면 설악산 절경이 조망되고 거리도 가까워 승산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소공원에서 마등봉 혹은 세존봉에 이르는 케이블카를 가설해 누구나 편하게 설악산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면 설악동의 위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글/사진 김병훈 대표
'설악향기로'는 설악동을 살려낼 수 있을까
길이 765m의 스카이워크와 98m 출렁다리가 포함된 '설악향기로' 산책로. 뒤쪽으로 토왕골 주변의 선녀봉, 노적봉, 권금성이 보이지만 설악산 초입에 있는 이 봉우리들도 여기서 꽤 거리가 있다
‘설악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의 이름이자 장소다. 내 기억에도 고교 수학여행 때 묵은 설악동의 대규모 여관촌은 전국에서 몰려든 수학여행단과 단체손님들로 북적였다. 전국최고의 절경으로 알려진 설악산 여행은 설악동이 당연한 기점이었다.
최근에 설악동을 몇 번 지나다니면서 반쯤 폐허로 변한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설악산의 명성은 그대로인데 설악동은 왜 이렇게 된 걸까. 수학여행 이후 벌써 40년을 지나긴 했지만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폐허로 변하고 있는 C지구 앞의 '관광일번지 설악동' 안내도가 무색하기 짝이 없다
한때 설악동 최고의 숙소였던 설악파크 호텔. 트랙터가 주차를 한 건지 길을 막은건지 알 수 없지만 처연한 모습이다. 빈 건물로 방치된 모습을 숨기기 위해 그나마 가림벽을 세워놓은 B지구 비교적 최근에 개장한 C지구의 대형 호텔도 버티지 못하고 휴업에 들어갔다. 방치된 건물이 많아 을씨년스럽다
‘관광일번지’를 내걸고 정부 주도로 개발된 설악동은 설악산 최대의 천불동 계곡 초입이자 외설악 입구인 쌍천 변에 1976~8년에 조성되었다. 상류부터 A, B, C, D, E, F 6개 지구 64만평이 개발될 예정이었으나 A, B, C지구를 끝으로 조성이 중단되었다. A지구는 신흥사 앞 케이블카 탑승장 일원으로 설악산국립공원 내부여서 공원과 매점, 커피숍 정도만 남았고 흔히 말하는, 숙박업소가 밀집한 설악동은 약간 하류의 B, C지구를 칭한다.
얼마 전 설악산에 들렀다가 C지구 쌍천 변에 고가산책로가 마무리 공사 중인 것을 보았다. ‘설악향기로’라는 이름으로 7월 19일 개통되었는데 알고 보니 속초시가 설악동 부활을 위해 25년까지 264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설악동 재건사업의 신호탄이었다. 속초시는 내년까지 B지구의 옛 홍삼체험관을 복합문화시설로 바꿔 온천수를 이용한 족욕시설과 워케이션을 위한 공유사무실, 디지털 미디어아트 콘텐츠 시설로 만들어 설악동을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원래 설악동에는 A부터 F까지 6개 관광지구가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A, B, C지구만 들어서고 나머지는 무산되었다
설악동 몰락의 원인
설악동이 몰락한 원인을 두고 문화, 스포츠 시설을 만들기로 한 D, E, F지구의 중단, 인근 동해안과 울산바위 외곽에 들어선 대형 콘도, 금강산 관광과 수학여행 축소 등을 들고 있다. 하지만 다시 가보고 느낀 내 생각은, 이런 이유들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설악산 핵심 관광거점에서 어중간하게 떨어진 거리 때문 같다. 수학여행 당시 울산바위와 비룡폭포를 다녀왔는데 그때도 절경을 본 것은 잠깐이고 지루할 정도로 많이 걸은 기억이 남아 있다.
B지구에서 소공원의 케이블카까지는 2.3km, C지구에서는 3km나 된다. 이 정도 거리를, 그것도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변을 따라 단순히 이동을 위해 걷는다는 것은 이제는 대단한 시간적, 체력적 낭비로 느껴진다. 거리 때문에 설악산 절경도 아주 일부만 보여서 숙소에서 설악의 진면목을 만날 수도 없다. 이 두 가지 조건은 지금의 관점에서 관광지 숙소로서 치명적이다. 최소한 거리가 가깝거나, 아니면 조망이라도 좋아야 하는데 설악동 지구는 이 둘이 빠져 있다. 사람들은 조금 거리가 멀어도 전망 좋은 바닷가에 머물며 자동차로 이동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다.
C지구 길가에 있는 이정표. 소공원 케이블카까지 2.8km에 걸어서 42분이 걸린다고 되어 있다. 이 애매한 거리가 설악동 몰락의 근원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숨겨진 산
설악산은 태생적으로 ‘숨겨진’ 산이다. 암봉과 암벽, 기암괴석이 모여 있는 절경을 보려면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이는 옛날에도 그랬고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보호되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해방 전까지만 해도 금강산의 명성에 가려 설악산의 존재감이 없던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이 접근성이었다. 금강산과 마찬가지로 해안 가까이 있지만 외부에서 보면 설악산은 거의 육산으로 느껴지고 골산의 절경은 잘 부각되지 않는다. 울산바위만 확연하게 드러나 있으나 이마저 ‘원래 울산에 있던 바위가 금강산 가는 길에 멈춰 섰다’는 전설이 붙을 정도로 금강산 선망을 보여준다.
설악산이 명성을 얻고 재조명을 받게 된 것은 조금씩 길이 뚫리면서 접근성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전국민이 쉽게 찾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관광자원 개념보다는 환경보호 측면이 강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설악산은 여전히 먼 산으로 남아 있다. 설악동과 오색온천 등 산 초입에 자리한 관광단지 주민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산악관광의 게임 체인저라고 할 수 있는 케이블카를 추가로 조성하지 못하는 것도 주민의 생계뿐 아니라 일반 국민의 접근성을 제한하는 이유다. 그나마 오색온천~끝청봉(1604m) 간 케이블카가 추진 41년만에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해 물꼬가 트이긴 했다.
C지구의 빛 바랜 대형 주차장. 바닥 구획선이 거의 지워져 희미하다
C지구 숙박업소들은 대부분이 무기한 휴업중이건만 버스정류장은 산뜻하다. 설악동을 되살리려는 속초시의 노력은 가상하다
7월 19일 개장한 설악향기로(초록색 실선) 안내도. B지구와 C지구 사이에서 설악교까지 쌍천을 도는 2.7km 산책로이다
설악향기로
설악동 재건을 기치로 갓 완공된 설악향기로를 걸어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시설로 관광객을 끌어들여 설악동의 부흥을 이루는 것은 난망해 보인다.
설악향기로는 B, C지구 쌍천을 따라 조성된 길이 2.7km의 산책로로, C지구 쪽에는 천변을 따라 높이 10m의 고가산책로(스카이워크)가 765m 조성되었고 쌍천 위에는 길이 98m의 출렁다리도 놓였다. 나머지 구간은 기존 산책로와 인도 등을 활용했다.
스카이워크를 걸으면서 두 가지 안타까움이 교차했다. 첫째는 길가 바로 옆으로 보이는, 기약 없이 방치된 숙박시설과 건물들이고, 또 하나는 이 산책로가 3km 정도 상류인 소공원 일원에 있었다면 훨씬 좋은 반응을 얻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었다. 설악산국립공원의 입구에 해당하는 소공원만 해도 한반도제일 토왕성폭포를 품은 토왕골과 케이블카가 운행하는 권금성, 북쪽의 달마봉(632m), 웅장한 울산바위 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스카이워크는 지상 10m 높이지만 설악의 준봉은 겨우 몇 개가 멀리 보일 뿐이다
개통한 지 몇 주가 지났으나 이용객이 많지 않아 사용감이 거의 없는 바닥면. 구멍이 쑹쑹 뚫린 철판이라 고도감은 아찔하다
설악산 최대의 천불동계곡을 비롯해 외설악의 모든 계곡수를 모아 흐르는 쌍천. 출렁다리 위에서 본 모습으로 전체 폭은 70m를 넘지만 수량이 줄어 광대한 자갈밭으로 변했다갓 오픈해 완전한 새것 느낌의 산책로와 회벽이 벗겨진 낡은 건물의 대비가 설악동의 현실을 말해준다
설악향기로의 쌍천 북쪽 구간은 '설악산로' 보도를 그대로 이용해 신선함이 반감된다
설악향기로 동단인 설악교 중간에 마련된 사진 포인트. 그런데 설악산까지 너무 멀고 봉우리도 겨우 몇 개만 보인다
설악향기로는 개통한 지 몇 주가 지났지만 바닥은 사용감이 거의 없고 평일이긴 해도 찾은 사람은 가족으로 온 4명뿐이었다. 그나마 가장 상류를 지나는 출렁다리가 볼 만 한데, 폭이 70m에 달하는 거대 계곡수 쌍천과 토왕골의 수문장격인 노적봉과 선녀봉, 권금성이 비스듬히 올려다 보인다. 출렁다리 자체는 훨씬 더 길고 높으며 조망 좋은 곳이 전국적으로 흔해서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고가구간은 ‘스카이워크’라고는 하지만 높이만 지면에서 10m 정도 될 뿐 바닥은 구멍이 얼기설기 나 있는 철판이고 투명유리 구간도 없다.
설악향기로는 없는 것보다야 낫겠으나 시대 변천에 따라 입지 자체가 매력을 잃은 상태에서 이런 시설로 부흥을 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보다는 국립공원 경계를 A지구 안쪽으로 옮기고 소공원 일대를 개발한다면 설악산 절경이 조망되고 거리도 가까워 승산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소공원에서 마등봉 혹은 세존봉에 이르는 케이블카를 가설해 누구나 편하게 설악산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면 설악동의 위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글/사진 김병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