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주길 '경관' 베스트 10 (상)

자생투어
2022-08-10
조회수 221

국토종주길 '경관 베스트 10' 1~5위 


유채꽃이 만발한 창녕 남지읍 둔치. 단일 규모로는 전국 최대의 유채밭으로 국토종주길은 둔치 한켠으로 지난다  


본지 취재팀은 국토종주길 개통 10주년을 기념해 최근 5대강 구간의 현장점검을 마쳤다(동해안길과 제주환상자전거길은 추후 예정). 본지는 국토종주길의 초기 공사 과정부터 취재를 시작해 지도를 제작하고 답사기를 소개해 왔고, 이후에도 여러 번의 답사를 거듭했다. 가장 최근인 이번 현장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경치가 좋은 곳 10곳과 인적이 없으면서도 아름다운 ‘적막강산 베스트 10’을 차례로 소개한다.

물론 경관이 아름답거나 절경의 적막강산은 전국에 수없이 산재한다. 다만 취재팀이 독자 여러분의 여행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다소 ‘주관적’으로 선정한 것이니 재미로 봐주면 좋겠다. 게재 순서와 번호는 순위가 아니며, 낙동강이 가장 많은 것은 코스 길이가 389km로 다른 강의 3배 정도 되기 때문이다. (2022년 4월)

 

1. 남한강 강천섬

‘아무것도 없다’ 부재의 미학

늦가을의 강천섬은 경탄과 탄식이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절대적 색감의 대비는 감탄을 부르고, 실바람에도 흩날리는 낙엽은 이 모습이 오래 유지되지 않음을 알려주니 탄식이 뒤따른다  


겨울의 강천섬은 정적이고 비움이다. 넓은 잔디밭은 햇살만이 가득 하고, 샛노랗던 은행나무는 앙상한 가지로만 남아 강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남한강과 섬강의 합수점 인근에 있는 강천섬은 외진 입지와 크기, 적당히 가미된 인공의 손길이 조합되어 서정적이면서도 쾌적하다. ‘아무것도 없는 곳’이 드문 이 땅에서 강천섬은 그 총체적 ‘부재(不在)’가 최고의 매혹이다. 광활한 잔디밭에는 몇 개의 벤치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섬 중앙을 가르는 길목에는 은행나무 가로수가 길게 도열해 있다. 은행잎이 노랗게 익는 늦가을, 강바람이라도 부는 날이면 샛노란 은행잎이 눈발처럼, 그리움처럼 흩날리는 몽환경이 벌어진다. 지금은 방문객을 위해 작은 건물을 짓고 있는데 결국 이 땅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곳’은 그냥 놔둘 수 없는 것일까. 사물이든 걱정거리든 정보든, 너무 많은 것을 안고 사느라 주저앉을 지경이라면 공허 속에 심신을 내맡겨 짐을 나눠지는 것도 잠깐은 도움이 될 것이다.

 

 

2. 북한강 의암호

산중호수, 호반도시

삼악산호수케이블카에서 본 의암호와 북한강자전거길(왼쪽 아래 도로 옆). 강물은 이 도시에서 잔잔한 호수가 되어 산을 비추고 하늘을 반사해 풍경의 입체감에 수심(水深)을 더한다


낡고 패인 길도 호반에서는 풍경의 일부로 녹아들 뿐. 다만, 이 안온한 수면과 부드러운 만곡에서는 호수가 된 강물도, 여유로운 길도 저 앞에 도사린 협곡의 단애를 상상할 수 없다. 그런 의외성, 극단적 변화는 이 분지도시의 공간적 특별함을 과장해준다    


북한강 상류에서 갑자기 배불뚝이처럼 팽창한 물줄기는 아름다운 분지도시 춘천에 호반도시 칭호를 더해준다. 의암댐으로 생겨난 인공호수지만 산간협곡이 아니라 분지에 자리해 형태가 일목요연하고 탁 트인 개방감이 원래 있었던 자연호수처럼 느껴진다. 산간협곡에 억지로 물을 가둬 호안선이 극히 복잡하고 산과 물이 거칠게 만나는 충주호나 대청호를 생각하면 비교가 쉬울 것이다. 춘천분지는 도시는 있으되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자연을 위압하지 못하고, 산은 한발 물러나 도시와 호수를 배려하니 이런 조화경이 없다. 호수 가운데는 여러 개의 하중도가 떠 있고 상공에는 국내최장의 삼악산호수케이블카가 지나간다. 정녕 이보다 입체적이고 극적인 호반길이 또 있을까.

 

 

3. 낙동강 경천섬

두바퀴 여행자를 위한 호화 특별구

비봉산에서 내려다본 경천섬 일원. 상류쪽 다리는 상주자전거박물관 앞의 경천교, 그 왼쪽의 산지가 경천대다. 바로 아래는 절벽 위에 위태로운 청룡사. 실로 낙동강 천삼백리 최고 경관이라 할 만하다  


국내최고의 자전거도시 답게 자전거 도안을 수문에 넣은 상주보. 외딴 오지에 들어선 대형 구조물은 치수와 수력발전은 물론 일대의 풍경을 세련되게 바꾸어놓았다  


‘낙동강 천삼백리 최고절경은 경천대’라는 말은 상주사람들의 과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자전거 여행자에게 경천대 일원은 낙동강은 물론 전국을 통틀어 최고의 경관 중 하나다. 경천대는 강변의 작은 언덕을 말하지만 ‘자전거 여행 특구’로서의 경천대는 경천대에서 상주보에 이르는 십리 강줄기의 총칭이다. 거대한 S자로 구비치는 물줄기에 맞서 산은 절벽으로 응전하고 들판은 섬 하나를 뚝 떼어주며 타협한다. 한때 큼직한 모래톱이던 경천섬은 양쪽으로 다리가 연결되고 숲과 잔디밭이 있는 특별한 공원으로 거듭 났다. 일대에는 국내최초·최대의 자전거박물관을 위시해 경천대랜드,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오토캠핑장 등 휴양시설이 즐비하다. BMX 레이싱장을 겸한 낙동강자전거이야기촌도 올해 개장 예정이다. 워낙 방대하고 다양한 시설이 있어 이를 제대로 보려면 경천섬 바로 옆에 깎아지른 절벽으로 솟은 비봉산(231m)을 올라야 한다. 경사가 심하지만 임도가 나 있어 정상 전망대까지 라이딩이 가능하다. 낙동강에서 이 경관을 놓친다면, 다시 가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4. 낙동강 무심사

‘풍경 멍’에 저절로 되는 무심(無心)

풍경의 제곱현상. 처마에 달린 풍경(風磬), 그 뒤로 펼쳐진 강산의 풍경(風景) 모두 '풍경'이니 자연스레 이 관점의 가치는 폭등한다. 처마 아래로 낙동강이 구비치고 맨 뒤에는 비슬산(1084m)이 아득한 하늘금을 그린다    


무량사는 전망 좋은 강언덕에 자리한 것도 특별한데 고령에서 흘러온 회천(맞은편)이 합류하는 합수점이라 경관이 한층 다채롭고 박력 있다   


달성군과 창녕군 경계 즈음에서 낙동강이 갑자기 직각으로 꺾어지는 모퉁이에 넉넉한 품의 작은 야산이 있고 그 중턱이자 강변 절벽 위에 무심사가 있다. 언덕 위는 어디나 조망이 트이기 마련이지만 수평이 아니라 수직으로 다가서는 물줄기를 마주하고, 고령에서 흘러온 회천이 합류하는 곳이라 물의 기운이 넘쳐난다. 갓 지은 절집은 고졸한 맛은 없지만 나한전 처마선과 실바람에 허공을 헤엄치는 풍경(風磬)의 배경으로 흐르는 강산은 가히 일품이다. 저지대에서 솟은 비슬산(1084m)의 위용은 경관의 입체감을 더해쥰다. 세 갈래 물이 모여드는 회천 합수점과 강변의 작은 마을 율지리에는 나른한 애상이 감돈다. 그 옛날 합수머리는 만남과 이별, 난장과 흥정이 난무하는 드라마의 현장이었을 것이다. 그 실체는 사라졌지만 그 여파는 아무런 감흥 없이 만나는 두 물줄기, 또한 그 현장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는 무심사에 은근하다.


 

5. 낙동강 삼랑진~물금

강산의 불협화음, 그 지극한 흥미진진

낙동강 최후의 협곡지대에서 길은 육상에 발 붙일 틈이 없다. 산은 거칠게 위협하며 강을 막아서고 강물은 폭을 좁혀 산수(山水) 간  마지막 갈등에 대응한다. 역시 싸움 구경은 재미있다     


밀양강이 합류하는 삼랑진은 들판의 종점이자 협곡의 시작점이다. 자연스레 교통의 요지가 되어 이 작은 소읍에 5개의 장대교량이 나 있다. 오른쪽 구삼랑진교는 2차대전 배경의 영화 <콰이강의 다리> 무대와 닮아 '콰이강의 다리'로 불린다     


밀양강이 합류하는 삼랑진에서 삼각주 평야가 시작되는 물금까지 20km 남짓은 낙동강 최후의 산협이면서 봉화 이남에서 산세가 가장 높고 험한 구간이다. 이런 곳에서 강과 산은 거칠게 다투고 서로를 갉아먹거나 막아서며 영원의 반목을 반복한다. 어떤 형태의 투쟁과 갈등이든 한발 물러난 제3자에게는 최고의 구경거리다. 그래서 안전한 곳에서 바라보는 불구경, 싸움구경이 특히 흥미롭다. 여기 강산의 불협화음 구간에서도 마찬가지. 낙동강 유역에서는 흔치 않은 700~800m급 산들이 바로 강변에서 치솟아 있고, 가장 치열한 강·산의 분쟁지역인 절벽에서는 인간의 길이 아예 끊어져 산 위로 에두르거나 무지막지한 힘으로 터널을 뚫고 직진의 도발을 서슴지 않는다. 낙동강의 수신(水神)에게 제사를 지내던 가야진사가 이 불협화음의 중심에 있는 것도 납득이 간다. 여기서 자전거길은 강 위로 떠가는 데크로의 연속이다. 한 시야로 다 담을 수 없는 거대한 배경지에 연속으로 그려지는 구경거리에 20km를 삽시간으로 느낄 것이다.

글/사진 김병훈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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