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영남알프스가 한눈에, 환상의 다도해 조망까지
구절산 정상 북쪽 조망. 아래쪽 당항만 건너 함안과 창원 일원의 산들이 펼쳐진다. 빨간 모자 쓴 이는 산불지기 어르신
‘고성’은 이 땅에 두 군데 있다. 금강산을 품은 최북단의 고성(高城)과 남해안의 고성(固城)이다. 서울이나 중부지역 사람들에게 고성은 대개 강원도 고성이고, 영남 사람들만 남해안 고성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진주와 통영 사이, 남해안을 끼고 있는 고성은 딱히 존재감이 없는 편이지만 아름답고 멋진 500m급 산이 많이 모여 있다. 산세와 아름다움, 특별함에서 500m급 산 중 최고가 다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이한 것은 이상하게도 모두 높이가 500m대다.
‘한국의 마터호른’이라는 거류산(572m),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연화산(524m), 발군의 남해 조망을 자랑하는 무이산(545m)과 수태산(575m), 구절폭포가 있는 구절산(565m) 등이다. 고성읍 남쪽에 벽방산(651m)이 가장 높지만 정상부는 통영에 속한다.
그 중에서도 구절산이 특별한 것은, 무려 50m에 달하는 폭포가 걸려 있고, 바다와 내륙을 아우르는 정상 조망이 일품이다. 구절산(九節山)이라는 이름도 9번 꺾어지며 쏟아지는 구절폭포에서 유래한 듯하다. 고성군청이 소개하는 이름 유래는 좀 허황하다. 옛날에 구절도사라는 신선이 살고 있었는데 1년에 두 번씩 산삼만 캐어먹고 살았다고 한다. 구절도사를 만나려면 아홉구비 폭포에서 아홉번 목욕을 하고 아홉 번 절을 한 후 도사를 아홉번 불러야 나타난다고 해서 구절도사라 불렀다고 하며, 산과 폭포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77번 국도에서 뒤돌아본 거류산(572m)과 거류면소재지 일대. 바로 앞은 야적장으로 사용중인 봉암산업단지
구절산 남쪽을 지나는 해안로(77번 국도) 주변에는 조선 관련 업체가 많아 도로명이 '조선특구로'이다. 해안을 우회하는 직선로가 공사중이다
구절산 일주는 거류산 동쪽 거류면소재지의 거류체육공원을 기점으로 삼는다. 구절산은 동해면에 속하지만 마을이 너무 작아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 거류면소재지가 편하다.
77번 국도를 따라 마을을 벗어나 구절산 남쪽 해안선을 따라간다. 거류면소재지에서 조선소가 있는 장좌산업단지까지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우회하는 4차로 직선로는 거의 마무리단계다. 당분간은 차량과 함께 달릴 수밖에 없으나 다행히 통행량은 많지 않다. 봉암산업단지를 지나면 길은 해안선과 지형 따라 상하좌우로 출렁인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바다는 가조도와 거제도가 막아서 지중해 같다.
거대한 조선소의 작업 소음이 웅웅, 쿵쿵 대는 장좌산업단지 정문에서 비로소 산골짜기로 들어선다. 구절산 깊숙이 파고드는 장좌리 협곡이다. 조금 들어가면 가파른 산비탈에 돌담을 두른 호암사(虎巖祠)가 기이하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원군으로 온 사암 천만리(思庵 千萬里) 장군을 모신 사당이다. 아들과 함께 참전해 많은 공을 세웠고 전쟁 후에는 조선에 귀화한 인물이다. 이곳 남쪽 땅에 터 잡은 것은 왜군의 재침을 경계하는 뜻이 아니었을까.
거선을 건조하는 조선소는 바로 옆에서 보면 시설과 장비 규모가 거대해서 놀라게 된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에서 원군으로 왔다가 귀화한 사암 천만리(思庵 千萬里) 장군을 모신 호암사. 길가 산비탈에 돌담을 두르고 있는 특이한 구조다
호암사를 조금 지나 왼쪽 골짜기로 진입하면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주민들은 ‘태그네골’이라는데 계곡 깊숙한 곳까지 민가가 하나둘 분포한다. 마지막 민가를 지나면 산줄기와 숲에 에워싸인 완벽한 첩첩산중이다. 업힐이 좀 잦아들면 길은 사면을 따라 약하게 오르내리며 북상한다. 발아래 골짜기를 지나 응암산(432m) 줄기가 맞장구를 치며 내내 함께 흐른다.
협곡을 북쪽으로 넘어가는 철마령(280m)이 멀지 않은 갈림길에서 정상을 향해 마지막 업힐이 시작된다. 급사면을 오르느라 크게 지그재그를 그려 경사도는 10%를 갓 넘는 정도. 암릉으로 돌출한 정상부가 저편으로 보인다. 길은 정상 바로 아래의 안부까지 올라간다. 고도는 510m 정도이니 정상까지는 지척이다. 자동차 한 대가 서 있는 걸 보면 산불지기가 지키고 있을 것이다.
마지막 민가를 지나면 첩첩산중 고요의 산길이 이어진다
생태터널이 조성된 철마령이 저 앞으로 보이면 이제 정상으로 마지막 업힐을 시작할 때다. 철마령 너머로 함안 봉화산(676m)과 창원 광려산(752m)이 보인다
업힐 도중 올려다보이는 정상부. 왼쪽 나무에 살짝 가린 부분이 정상이고, 오른쪽 암봉은 대한바위
“안녕하세요!”
안부에서 7~8분 암릉을 올라 정상 직전에서 헉헉거리고 있는데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혼자서 온종일 산을 지키는 산불지기는 등산객이 반가운 듯 먼저 인사를 건넸다. 60대 후반 정도일까, 한참 연배인데도 깍듯하고 매너가 있어 더 반갑고, 나 역시 예의를 갖추게 된다. 하지만 눈 아래 펼쳐지는 일대 장관에 대화는 잠시 미루고, 풍경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미세먼지마저 걷혀 말끔한 대기 덕분에 멀리 지리산에서 영남알프스까지 동서 120km의 내륙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쪽 발밑에는 당항만이 호수처럼 잔잔하고, 서쪽에는 실루엣을 이룬 거류산 첨봉이 하늘을 찌른다. 동으로는 진해만을 거쳐 부산 다대포와 해운대 장산(634m)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남으로는 거제도와 한려수도의 숱한 섬들이 청정수면 위에 일만이천봉처럼 머리만 내놓고 있다.
호수처럼 갇혀 있는 당항만. 맞은편 골프장 아래는 당항포관광지, 오른쪽 멀리 보이는 시가지는 창원 진동면소재지
거대한 피라미드로 하늘을 찌르는 거류산(572m). 햇살을 등지고 실루엣이 되어 더욱 뾰족해 보인다. '한국의 마터호른'이란 별칭이 그럴 듯하다
장좌리 협곡 저편으로 보이는 거제도 방면. 가운데 오똑한 산은 가조도 옥녀봉(333m). 조금전 지나온 삼강에스앤씨 조선소와 거제도의 삼성조선소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야~ 정말 최고의 조망입니다! 내륙과 바다가 이렇게 멀리 보이다니, 놀랍습니다.”
나의 감탄에 산불지기는 사방으로 보이는 산과 섬들을 하나하나 설명해 준다. 지리산 옆에 극히 희미한 황매산(1113m)까지 알아보다니 대단한 식견이다. 아무리 지역 출신 산불지기라도 이렇게 자세히, 많이 알 수는 없다.
“지리산을 천 번 오른 분이 와서 설명해주더군요. 저도 그때 알았습니다.”
구절산 아래가 고향이라는 그는 마치 신선처럼 천하를 내려다보며 자족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풍경을 매일 보면 식상할 수도 있을 텐데 그는 내내 초소 밖에 나와 산불 감시를 겸하며 원경을 즐기고 있었다.
동쪽 멀리 부산 신항과 사하구 시가지가 아득하다. 자세히 보면 해운대 뒤편 장산(634m)도 68km 거리를 두고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당항만 해안의 야자수 가로수
구절폭포와 폭포암
위에서 내려다본 폭포암과 멀리 거류면소재지
정상까지는 라이딩과 도보로 모두 힘든 여정이었지만 당항만까지 다운힐은 채 몇 분만에 끝났다. 특히 철마령에서 당항만 장기리 방면 다운힐은 아스팔트 도로인데도 경사도가 20%에 육박하고 커브도 심하지 않아 폭포수처럼 비류직하 하듯 몸이 앞으로 쏟아진다.
당항만 해안을 도는 1010번 지방도는 차량통행이 다소 있어서 내곡리에서 다시 구절산 옆으로 붙는다. 마을길 따라 외곡리를 거쳐 폭포암으로 가는 길이다. 다시 지독한 업힐이다. 용문저수지를 지나 마지막 25% 급사면을 오르면 바로 폭포암 아래다.
수직의 절벽 사이에 드리운 폭포수는 하얀 얼음기둥으로 정지해 있다. 폭포수 바로 옆에 암자가 자리 잡았는데 건축양식이 제각각이고 주변이 정리되지 않아 다소 어수선하다. 폭포 위에는 길이 35m의 출렁다리가 걸려 있다. 폭포는 이름처럼 여러 단을 이루며 떨어지는데 총높이 50m에 달하는 거폭이다. 다만 수량이 적어 큰비가 온 뒤에야 진면목을 볼 수 있겠다.
폭포암에서 출발지인 거류체육공원까지는 5km 정도로, 동광초등학교까지 다운힐 하면 도로 따라 얼마 되지 않는다. 차들이 빨리 달리는 4차선 도로지만 갓길에 농기계 도로가 있어 안전하다. 어느새 햇살은 거류산 줄기 너머로 사라졌고 구절산 저편에서는 어둠이 밀려들고 있다.
글/사진 김병훈 발행인
tip
거류면소재지에 식당, 편의점, 모텔 등이 있다. 당항만에 면하고 있는 동해면소재지에도 식당이 있으나 코스 나머지 구간에는 식당이나 편의점이 없다. 코스 중 남쪽 77번 국도와 북쪽 1010번 지방도까지 도로구간이 다소 있어서 차량통행에 주의한다.
고성 구절산 40km
지리산~영남알프스가 한눈에, 환상의 다도해 조망까지
구절산 정상 북쪽 조망. 아래쪽 당항만 건너 함안과 창원 일원의 산들이 펼쳐진다. 빨간 모자 쓴 이는 산불지기 어르신
‘고성’은 이 땅에 두 군데 있다. 금강산을 품은 최북단의 고성(高城)과 남해안의 고성(固城)이다. 서울이나 중부지역 사람들에게 고성은 대개 강원도 고성이고, 영남 사람들만 남해안 고성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진주와 통영 사이, 남해안을 끼고 있는 고성은 딱히 존재감이 없는 편이지만 아름답고 멋진 500m급 산이 많이 모여 있다. 산세와 아름다움, 특별함에서 500m급 산 중 최고가 다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이한 것은 이상하게도 모두 높이가 500m대다.
‘한국의 마터호른’이라는 거류산(572m),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연화산(524m), 발군의 남해 조망을 자랑하는 무이산(545m)과 수태산(575m), 구절폭포가 있는 구절산(565m) 등이다. 고성읍 남쪽에 벽방산(651m)이 가장 높지만 정상부는 통영에 속한다.
그 중에서도 구절산이 특별한 것은, 무려 50m에 달하는 폭포가 걸려 있고, 바다와 내륙을 아우르는 정상 조망이 일품이다. 구절산(九節山)이라는 이름도 9번 꺾어지며 쏟아지는 구절폭포에서 유래한 듯하다. 고성군청이 소개하는 이름 유래는 좀 허황하다. 옛날에 구절도사라는 신선이 살고 있었는데 1년에 두 번씩 산삼만 캐어먹고 살았다고 한다. 구절도사를 만나려면 아홉구비 폭포에서 아홉번 목욕을 하고 아홉 번 절을 한 후 도사를 아홉번 불러야 나타난다고 해서 구절도사라 불렀다고 하며, 산과 폭포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77번 국도에서 뒤돌아본 거류산(572m)과 거류면소재지 일대. 바로 앞은 야적장으로 사용중인 봉암산업단지
구절산 남쪽을 지나는 해안로(77번 국도) 주변에는 조선 관련 업체가 많아 도로명이 '조선특구로'이다. 해안을 우회하는 직선로가 공사중이다
구절산 일주는 거류산 동쪽 거류면소재지의 거류체육공원을 기점으로 삼는다. 구절산은 동해면에 속하지만 마을이 너무 작아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 거류면소재지가 편하다.
77번 국도를 따라 마을을 벗어나 구절산 남쪽 해안선을 따라간다. 거류면소재지에서 조선소가 있는 장좌산업단지까지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우회하는 4차로 직선로는 거의 마무리단계다. 당분간은 차량과 함께 달릴 수밖에 없으나 다행히 통행량은 많지 않다. 봉암산업단지를 지나면 길은 해안선과 지형 따라 상하좌우로 출렁인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바다는 가조도와 거제도가 막아서 지중해 같다.
거대한 조선소의 작업 소음이 웅웅, 쿵쿵 대는 장좌산업단지 정문에서 비로소 산골짜기로 들어선다. 구절산 깊숙이 파고드는 장좌리 협곡이다. 조금 들어가면 가파른 산비탈에 돌담을 두른 호암사(虎巖祠)가 기이하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원군으로 온 사암 천만리(思庵 千萬里) 장군을 모신 사당이다. 아들과 함께 참전해 많은 공을 세웠고 전쟁 후에는 조선에 귀화한 인물이다. 이곳 남쪽 땅에 터 잡은 것은 왜군의 재침을 경계하는 뜻이 아니었을까.
거선을 건조하는 조선소는 바로 옆에서 보면 시설과 장비 규모가 거대해서 놀라게 된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에서 원군으로 왔다가 귀화한 사암 천만리(思庵 千萬里) 장군을 모신 호암사. 길가 산비탈에 돌담을 두르고 있는 특이한 구조다
호암사를 조금 지나 왼쪽 골짜기로 진입하면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주민들은 ‘태그네골’이라는데 계곡 깊숙한 곳까지 민가가 하나둘 분포한다. 마지막 민가를 지나면 산줄기와 숲에 에워싸인 완벽한 첩첩산중이다. 업힐이 좀 잦아들면 길은 사면을 따라 약하게 오르내리며 북상한다. 발아래 골짜기를 지나 응암산(432m) 줄기가 맞장구를 치며 내내 함께 흐른다.
협곡을 북쪽으로 넘어가는 철마령(280m)이 멀지 않은 갈림길에서 정상을 향해 마지막 업힐이 시작된다. 급사면을 오르느라 크게 지그재그를 그려 경사도는 10%를 갓 넘는 정도. 암릉으로 돌출한 정상부가 저편으로 보인다. 길은 정상 바로 아래의 안부까지 올라간다. 고도는 510m 정도이니 정상까지는 지척이다. 자동차 한 대가 서 있는 걸 보면 산불지기가 지키고 있을 것이다.
마지막 민가를 지나면 첩첩산중 고요의 산길이 이어진다
생태터널이 조성된 철마령이 저 앞으로 보이면 이제 정상으로 마지막 업힐을 시작할 때다. 철마령 너머로 함안 봉화산(676m)과 창원 광려산(752m)이 보인다
업힐 도중 올려다보이는 정상부. 왼쪽 나무에 살짝 가린 부분이 정상이고, 오른쪽 암봉은 대한바위
“안녕하세요!”
안부에서 7~8분 암릉을 올라 정상 직전에서 헉헉거리고 있는데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혼자서 온종일 산을 지키는 산불지기는 등산객이 반가운 듯 먼저 인사를 건넸다. 60대 후반 정도일까, 한참 연배인데도 깍듯하고 매너가 있어 더 반갑고, 나 역시 예의를 갖추게 된다. 하지만 눈 아래 펼쳐지는 일대 장관에 대화는 잠시 미루고, 풍경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미세먼지마저 걷혀 말끔한 대기 덕분에 멀리 지리산에서 영남알프스까지 동서 120km의 내륙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쪽 발밑에는 당항만이 호수처럼 잔잔하고, 서쪽에는 실루엣을 이룬 거류산 첨봉이 하늘을 찌른다. 동으로는 진해만을 거쳐 부산 다대포와 해운대 장산(634m)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남으로는 거제도와 한려수도의 숱한 섬들이 청정수면 위에 일만이천봉처럼 머리만 내놓고 있다.
호수처럼 갇혀 있는 당항만. 맞은편 골프장 아래는 당항포관광지, 오른쪽 멀리 보이는 시가지는 창원 진동면소재지
거대한 피라미드로 하늘을 찌르는 거류산(572m). 햇살을 등지고 실루엣이 되어 더욱 뾰족해 보인다. '한국의 마터호른'이란 별칭이 그럴 듯하다
장좌리 협곡 저편으로 보이는 거제도 방면. 가운데 오똑한 산은 가조도 옥녀봉(333m). 조금전 지나온 삼강에스앤씨 조선소와 거제도의 삼성조선소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야~ 정말 최고의 조망입니다! 내륙과 바다가 이렇게 멀리 보이다니, 놀랍습니다.”
나의 감탄에 산불지기는 사방으로 보이는 산과 섬들을 하나하나 설명해 준다. 지리산 옆에 극히 희미한 황매산(1113m)까지 알아보다니 대단한 식견이다. 아무리 지역 출신 산불지기라도 이렇게 자세히, 많이 알 수는 없다.
“지리산을 천 번 오른 분이 와서 설명해주더군요. 저도 그때 알았습니다.”
구절산 아래가 고향이라는 그는 마치 신선처럼 천하를 내려다보며 자족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풍경을 매일 보면 식상할 수도 있을 텐데 그는 내내 초소 밖에 나와 산불 감시를 겸하며 원경을 즐기고 있었다.
동쪽 멀리 부산 신항과 사하구 시가지가 아득하다. 자세히 보면 해운대 뒤편 장산(634m)도 68km 거리를 두고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당항만 해안의 야자수 가로수
구절폭포와 폭포암
위에서 내려다본 폭포암과 멀리 거류면소재지
정상까지는 라이딩과 도보로 모두 힘든 여정이었지만 당항만까지 다운힐은 채 몇 분만에 끝났다. 특히 철마령에서 당항만 장기리 방면 다운힐은 아스팔트 도로인데도 경사도가 20%에 육박하고 커브도 심하지 않아 폭포수처럼 비류직하 하듯 몸이 앞으로 쏟아진다.
당항만 해안을 도는 1010번 지방도는 차량통행이 다소 있어서 내곡리에서 다시 구절산 옆으로 붙는다. 마을길 따라 외곡리를 거쳐 폭포암으로 가는 길이다. 다시 지독한 업힐이다. 용문저수지를 지나 마지막 25% 급사면을 오르면 바로 폭포암 아래다.
수직의 절벽 사이에 드리운 폭포수는 하얀 얼음기둥으로 정지해 있다. 폭포수 바로 옆에 암자가 자리 잡았는데 건축양식이 제각각이고 주변이 정리되지 않아 다소 어수선하다. 폭포 위에는 길이 35m의 출렁다리가 걸려 있다. 폭포는 이름처럼 여러 단을 이루며 떨어지는데 총높이 50m에 달하는 거폭이다. 다만 수량이 적어 큰비가 온 뒤에야 진면목을 볼 수 있겠다.
폭포암에서 출발지인 거류체육공원까지는 5km 정도로, 동광초등학교까지 다운힐 하면 도로 따라 얼마 되지 않는다. 차들이 빨리 달리는 4차선 도로지만 갓길에 농기계 도로가 있어 안전하다. 어느새 햇살은 거류산 줄기 너머로 사라졌고 구절산 저편에서는 어둠이 밀려들고 있다.
글/사진 김병훈 발행인
tip
거류면소재지에 식당, 편의점, 모텔 등이 있다. 당항만에 면하고 있는 동해면소재지에도 식당이 있으나 코스 나머지 구간에는 식당이나 편의점이 없다. 코스 중 남쪽 77번 국도와 북쪽 1010번 지방도까지 도로구간이 다소 있어서 차량통행에 주의한다.
고성 구절산 40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