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보다 빼어난, ‘바다 지리산’ 한 바퀴
상하 사량도를 연결하는 사량대교 아래로 여객선이 막 입항하고 있다. 대교 저편으로 지리산의 암릉이 우뚝하다
등산객이 찾는 섬 중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통영 사량도일 것이다. 상하 두 섬으로 구성되어 있고 합쳐봐야 길이 10km, 면적 25㎢에 인구도 1500명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연간 수십만 명이 찾는다. 관광객 대부분은 등산객으로 내륙 제1봉인 ‘지리산’과 같은 이름의 지리산(池里山, 398m)이 여기 또 있기 때문이다. 높지는 않아도 금강산 능선이 물에 빠져 머리만 드러낸 듯, 빼어난 암릉이 5km나 이어지는 바다 속 산수경이다.
필자 역시 예전에 암릉을 종주하며 놀라운 경관과 아찔한 등산로의 스릴을 만끽하며 왜 이렇게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지 공감했다. 해안에서 곧장 솟아오른 데다 칼날 같은 암릉이 허공에 노출되어 고도감이 엄청났다. 날씨가 좋으면 지리산이 보인다고 해서 ‘지리망산’이라고도 하는데 거대한 육산인 지리산에는 없는 암릉의 결기가 대단히 매력적이어서 굳이 내륙 지리산이 보고 싶은 마음도, 틈도 없었다.
사량도 관광객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통영 가오치항
양식장 부표로 가득한 고성만 뒤로 통영 최고봉인 벽방산(651m)이 우뚝하다. 왼쪽 멀리 고성의 명산 거류산(572m)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두바퀴로 섬을 일주한다. 등산으로 찾은 당시는 사량대교가 완공되기 전이라 지리산이 있는 상도(上島)만 보았는데 이번에는 하도까지 돌아본다. 상도(10.8㎢)보다 하도(14.7㎢)가 40% 더 크지만 지리산과 여객선터미널이 상도에 있어 인구는 상도가 2배다. 사량대교 연결 후 하도에도 암릉이 드러난 칠현산(349m)을 찾는 등산객이 꽤 있다.
예전에는 고성 용암포항에서 배를 탔지만 이번에는 통영 가오치항에서 여객선에 오른다. 고성만 초입에 자리한 가오치항은 사량도 관광객이 가장 많이 이용해서 평일에도 주차장에 빈 곳이 없다.
고성만 지협(地峽)을 벗어나면 사방으로 육지와 섬들이 멀리 물러나 얼핏 대해 분위기다. 사량도까지는 직선거리로 10km여서 처음부터 잘 보인다. 사량도에 다가설수록 암릉이 곧추 선 상도는 가파른 삼각형을 이루고, 상하도 사이의 사량대교도 선명하다. 찬바람에도 내내 갑판에서서 주변 섬과 먼 산들을 알아보노라니, 한 스님이 새우깡을 들고 나온다. 눈치 빠른 갈매기들이 배와 나란히 상하로 춤을 추고, 스님은 힘껏 새우깡을 던져대고.
일견 우아해 보이는 갈매기의 비상. 그러나 노승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기다리며 경쟁과 조바심에 들뜬 상태다
여객선 마스트 오른쪽으로 삼각뿔 모양의 지리산이 뾰족하고, 왼쪽에는 사량대교가 보인다
산뜻한 새 건물에 입주한 사량도 여객선터미널
배는 40분 정도 걸려 사량대교 아래를 통과해 사량여객터미널에 접안했다. 관광객이 많이 찾으니 역시 포구는 번화하고 깔끔하다. 펜션, 모텔, 식당, 편의점, 마트 등등 편의시설이 다 있다.
먼저 상도를 돌고 하도로 넘어갈 계획이다. 번잡한 터미널을 벗어나 사량면사무소 옆으로 대항고개를 넘어가면 이내 낙도처럼 한적해진다. 등산객들은 포구에서 곧장 옥녀봉으로 올라붙기 때문에 해안도로는 차량이 거의 없다.
10가구 내외의 작은 마을이 구비마다 있고 남쪽으로는 섬 최고봉인 달바위(불모산, 400m)가 고공의 출렁다리를 걸친 채 아찔하다. 북사면에서 그나마 큰 포구인 내지항은 삼천포와 고성 방면에서 오는 여객선이 닿는 곳이다.
이제 북사면을 돌아 서사면으로 접어들면 길은 훌쩍 고도를 높이면서 산악지대를 방불케 하고 북으로는 삼천포 화력발전소 굴뚝이 하늘을 찌른다. 서쪽으로는 기이한 바위섬인 농가도, 해안절벽으로 둘러싸인 수우도가 중첩되며 맨 뒤로는 남해 금산(705m)이 아련하다. 이제 바다는 다도해가 아니라 대양의 면모가 확연하다.
대항마을 뒤로 지리산 암릉이 선경을 이룬다. 가운데 출렁다리가 걸린 향봉에서 왼쪽 옥녀봉까지는 지리산 암릉의 백미다
북서쪽으로 삼천리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솟구친 수증기가 구름을 만들고 있다. 오른쪽 뒤 높은 산은 사천 최고봉인 와룡산(801m)
한적하고 단아한 북사면 해안도로
서사면에는 마을이 아예 없고 산간지방 같은 고갯길이 구불거린다
생쥐꼴 농가도 뒤로 거북모양 수우도가 거대한 암벽을 끼고 누웠다. 수우도 뒤로 남해 금산(705m)이 아득하다
여느 섬 일주처럼 산줄기를 넘나드니 고갯길의 연속이다. 돈지리에서 해안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고갯길로 올라붙는다. 고갯마루에는 소공원이 꾸며져 있고 지리산 아래 아늑한 돈지리가 그림 같다. 고갯마루를 돌아나가면 남쪽 멀리 섬 크기에 비해 매우 높은 천황산(471m)이 뾰족한 두미도가 바다 가운데 우뚝하고, 그 뒤로는 남해 먼 바다의 경계선인 욕지도가 희미하다.
이제 상하도 사이의 해협으로 들어서며 길은 점점 해수면을 향해 내려간다. 지리산과 칠현산 줄기가 마주선 해협은 공룡시대 무대처럼 위압적이고 어딘가 원시적이다.
지리산 동단은 가마봉에서 옥녀봉까지 출렁다리와 육교, 사다리가 연이은 암릉의 클라이막스다. 워낙 급준하게 솟아서 해안도로에서도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케이크 같은 대섬 뒤로 통영 섬 산 중 가장 높은 두미도 천왕산(471m)이 하늘을 찌른다. 왼쪽 희미한 섬은 욕지도
지리산 정상 아래 포근히 안긴 돈지리
옥동항을 지나면 가마봉~옥녀봉 암릉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진다
지리산 산행 시 촬영한 암릉과 완공 직전의 사량대교(2015년)
출발했던 사량면소재지(금평리)로 다시 들어선다. 부둣가에 뜻밖에도 엔젤호가 전시되어 발길을 멈추었다. 한때 ‘날아다니는 여객선’으로 불리며 한려수도를 바람처럼 질주하던 그 쾌속선이 이곳에 있었다니. 하부에 날개가 달려 있어 고속에서는 선체가 공중에 부양해 달리는 수중익선으로 1971년부터 98년까지 여수~남해~통영~부산 사이를 누볐다. 당시 최고속도가 35노트(약 65km)에 달했으니 지금 기준에도 대단한 쾌속이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이 멋진 배는 이제 박제되어 여기 사량도 부둣가에 추억의 기념물로 남았다. 동경만 하다가 끝내 타보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
길이 530m의 아름다운 사장교인 사량대교를 건너 하도로 넘어간다. 인구 1000명 섬과 500명 섬을 연결하는데 이런 거대한 교량까지 건설하는 국력에 매번 감탄한다. 사량대교 건설로 하도의 관문이던 덕동여객선터미널이 무의미해졌고 포구는 인적 없이 스산하다.
금평리 부둣가에 추억의 기념비로 남은 엔젤호. 1971년에 취항해 98년까지 국내 최고의 쾌속선이었다
사량대교에서 바라본 금평리와 지리산 암릉
아름답고 웅장한 사장교인 사량대교를 건너 하도 일주를 시작한다
하도 최대의 능양항을 지나는 말끔한 해안도로. 하도는 인구가 500여명에 관광객도 드물어 매우 조용하고 한적하다
하도는 마을과 포구가 적고 규모다 작아 한층 조용하고 한산하다. 몇 개의 구비를 넘어가도 자동차 한 대 사람 한 명 보기 어렵다. 깊숙한 내만에 크게 조성된 능양항도 배는 멈춰 있고 오가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무인지경이다.
백학항을 지나면 길은 꽤 길고 높은 고개를 오른다. 해수면에서 올라가는 155m 고개는 가히 장벽이다. 이름이 따로 없으니 그냥 아랫마을 이름을 따서 ‘백학고개’라고 하자. 고개를 넘어서면 해안 절벽을 따라 한동안 내리막이다. 하지만 섬 일주에서 너무 많이 내려가는 다운힐은 ‘잠깐 반가움 걱정 반’인 것이, 필시 다음에 더 힘들게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먹방마을에서 해수면까지 접근한 길은 다시 산비탈을 타고 오른다. 사량대교를 앞둔 마지막 업힐이다. 업힐 도중 뒤를 돌아보니 길도 마을도 끊어진 해안 절벽이 멀리 뻗어나, 짧은 만남 긴 이별을 예감하듯 서글픈 그리움을 부른다.
글/사진 김병훈 발행인
능양항에서 백학고개(155m)를 오르는 길. 깊은 산중 느낌이다
백학고개를 넘으면 급한 내리막이 바다를 향해 치닫는다. 맞은편 바다는 고성 자란만 일대
뒤돌아보니 길도 마을도 끝나고 긴 산줄기와 절벽이 돌아서 가듯 먼 바다를 향해 뻗어난다. 짧은 만남 긴 이별에 토라지듯
tip
사량도행 배는 삼천포항, 고성 용암포, 통영 여객선터미널, 통영 가오치항에서 있다. 가오치항에서는 07:00부터 2시간 간격으로 하루 6회 운항한다. 35분 소요. 편도요금 6000원, 자전거 2000원. 식당과 편의점, 숙박업소는 여객터미널이 있는 금평리에 집중되어 있다.
통영 사량도 일주 34km
지리산보다 빼어난, ‘바다 지리산’ 한 바퀴
상하 사량도를 연결하는 사량대교 아래로 여객선이 막 입항하고 있다. 대교 저편으로 지리산의 암릉이 우뚝하다
등산객이 찾는 섬 중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통영 사량도일 것이다. 상하 두 섬으로 구성되어 있고 합쳐봐야 길이 10km, 면적 25㎢에 인구도 1500명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연간 수십만 명이 찾는다. 관광객 대부분은 등산객으로 내륙 제1봉인 ‘지리산’과 같은 이름의 지리산(池里山, 398m)이 여기 또 있기 때문이다. 높지는 않아도 금강산 능선이 물에 빠져 머리만 드러낸 듯, 빼어난 암릉이 5km나 이어지는 바다 속 산수경이다.
필자 역시 예전에 암릉을 종주하며 놀라운 경관과 아찔한 등산로의 스릴을 만끽하며 왜 이렇게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지 공감했다. 해안에서 곧장 솟아오른 데다 칼날 같은 암릉이 허공에 노출되어 고도감이 엄청났다. 날씨가 좋으면 지리산이 보인다고 해서 ‘지리망산’이라고도 하는데 거대한 육산인 지리산에는 없는 암릉의 결기가 대단히 매력적이어서 굳이 내륙 지리산이 보고 싶은 마음도, 틈도 없었다.
사량도 관광객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통영 가오치항
양식장 부표로 가득한 고성만 뒤로 통영 최고봉인 벽방산(651m)이 우뚝하다. 왼쪽 멀리 고성의 명산 거류산(572m)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두바퀴로 섬을 일주한다. 등산으로 찾은 당시는 사량대교가 완공되기 전이라 지리산이 있는 상도(上島)만 보았는데 이번에는 하도까지 돌아본다. 상도(10.8㎢)보다 하도(14.7㎢)가 40% 더 크지만 지리산과 여객선터미널이 상도에 있어 인구는 상도가 2배다. 사량대교 연결 후 하도에도 암릉이 드러난 칠현산(349m)을 찾는 등산객이 꽤 있다.
예전에는 고성 용암포항에서 배를 탔지만 이번에는 통영 가오치항에서 여객선에 오른다. 고성만 초입에 자리한 가오치항은 사량도 관광객이 가장 많이 이용해서 평일에도 주차장에 빈 곳이 없다.
고성만 지협(地峽)을 벗어나면 사방으로 육지와 섬들이 멀리 물러나 얼핏 대해 분위기다. 사량도까지는 직선거리로 10km여서 처음부터 잘 보인다. 사량도에 다가설수록 암릉이 곧추 선 상도는 가파른 삼각형을 이루고, 상하도 사이의 사량대교도 선명하다. 찬바람에도 내내 갑판에서서 주변 섬과 먼 산들을 알아보노라니, 한 스님이 새우깡을 들고 나온다. 눈치 빠른 갈매기들이 배와 나란히 상하로 춤을 추고, 스님은 힘껏 새우깡을 던져대고.
일견 우아해 보이는 갈매기의 비상. 그러나 노승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기다리며 경쟁과 조바심에 들뜬 상태다
여객선 마스트 오른쪽으로 삼각뿔 모양의 지리산이 뾰족하고, 왼쪽에는 사량대교가 보인다
산뜻한 새 건물에 입주한 사량도 여객선터미널
배는 40분 정도 걸려 사량대교 아래를 통과해 사량여객터미널에 접안했다. 관광객이 많이 찾으니 역시 포구는 번화하고 깔끔하다. 펜션, 모텔, 식당, 편의점, 마트 등등 편의시설이 다 있다.
먼저 상도를 돌고 하도로 넘어갈 계획이다. 번잡한 터미널을 벗어나 사량면사무소 옆으로 대항고개를 넘어가면 이내 낙도처럼 한적해진다. 등산객들은 포구에서 곧장 옥녀봉으로 올라붙기 때문에 해안도로는 차량이 거의 없다.
10가구 내외의 작은 마을이 구비마다 있고 남쪽으로는 섬 최고봉인 달바위(불모산, 400m)가 고공의 출렁다리를 걸친 채 아찔하다. 북사면에서 그나마 큰 포구인 내지항은 삼천포와 고성 방면에서 오는 여객선이 닿는 곳이다.
이제 북사면을 돌아 서사면으로 접어들면 길은 훌쩍 고도를 높이면서 산악지대를 방불케 하고 북으로는 삼천포 화력발전소 굴뚝이 하늘을 찌른다. 서쪽으로는 기이한 바위섬인 농가도, 해안절벽으로 둘러싸인 수우도가 중첩되며 맨 뒤로는 남해 금산(705m)이 아련하다. 이제 바다는 다도해가 아니라 대양의 면모가 확연하다.
대항마을 뒤로 지리산 암릉이 선경을 이룬다. 가운데 출렁다리가 걸린 향봉에서 왼쪽 옥녀봉까지는 지리산 암릉의 백미다
북서쪽으로 삼천리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솟구친 수증기가 구름을 만들고 있다. 오른쪽 뒤 높은 산은 사천 최고봉인 와룡산(801m)
한적하고 단아한 북사면 해안도로
서사면에는 마을이 아예 없고 산간지방 같은 고갯길이 구불거린다
생쥐꼴 농가도 뒤로 거북모양 수우도가 거대한 암벽을 끼고 누웠다. 수우도 뒤로 남해 금산(705m)이 아득하다
여느 섬 일주처럼 산줄기를 넘나드니 고갯길의 연속이다. 돈지리에서 해안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고갯길로 올라붙는다. 고갯마루에는 소공원이 꾸며져 있고 지리산 아래 아늑한 돈지리가 그림 같다. 고갯마루를 돌아나가면 남쪽 멀리 섬 크기에 비해 매우 높은 천황산(471m)이 뾰족한 두미도가 바다 가운데 우뚝하고, 그 뒤로는 남해 먼 바다의 경계선인 욕지도가 희미하다.
이제 상하도 사이의 해협으로 들어서며 길은 점점 해수면을 향해 내려간다. 지리산과 칠현산 줄기가 마주선 해협은 공룡시대 무대처럼 위압적이고 어딘가 원시적이다.
지리산 동단은 가마봉에서 옥녀봉까지 출렁다리와 육교, 사다리가 연이은 암릉의 클라이막스다. 워낙 급준하게 솟아서 해안도로에서도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케이크 같은 대섬 뒤로 통영 섬 산 중 가장 높은 두미도 천왕산(471m)이 하늘을 찌른다. 왼쪽 희미한 섬은 욕지도
지리산 정상 아래 포근히 안긴 돈지리
옥동항을 지나면 가마봉~옥녀봉 암릉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진다
지리산 산행 시 촬영한 암릉과 완공 직전의 사량대교(2015년)
출발했던 사량면소재지(금평리)로 다시 들어선다. 부둣가에 뜻밖에도 엔젤호가 전시되어 발길을 멈추었다. 한때 ‘날아다니는 여객선’으로 불리며 한려수도를 바람처럼 질주하던 그 쾌속선이 이곳에 있었다니. 하부에 날개가 달려 있어 고속에서는 선체가 공중에 부양해 달리는 수중익선으로 1971년부터 98년까지 여수~남해~통영~부산 사이를 누볐다. 당시 최고속도가 35노트(약 65km)에 달했으니 지금 기준에도 대단한 쾌속이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이 멋진 배는 이제 박제되어 여기 사량도 부둣가에 추억의 기념물로 남았다. 동경만 하다가 끝내 타보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
길이 530m의 아름다운 사장교인 사량대교를 건너 하도로 넘어간다. 인구 1000명 섬과 500명 섬을 연결하는데 이런 거대한 교량까지 건설하는 국력에 매번 감탄한다. 사량대교 건설로 하도의 관문이던 덕동여객선터미널이 무의미해졌고 포구는 인적 없이 스산하다.
금평리 부둣가에 추억의 기념비로 남은 엔젤호. 1971년에 취항해 98년까지 국내 최고의 쾌속선이었다
사량대교에서 바라본 금평리와 지리산 암릉
아름답고 웅장한 사장교인 사량대교를 건너 하도 일주를 시작한다
하도 최대의 능양항을 지나는 말끔한 해안도로. 하도는 인구가 500여명에 관광객도 드물어 매우 조용하고 한적하다
하도는 마을과 포구가 적고 규모다 작아 한층 조용하고 한산하다. 몇 개의 구비를 넘어가도 자동차 한 대 사람 한 명 보기 어렵다. 깊숙한 내만에 크게 조성된 능양항도 배는 멈춰 있고 오가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무인지경이다.
백학항을 지나면 길은 꽤 길고 높은 고개를 오른다. 해수면에서 올라가는 155m 고개는 가히 장벽이다. 이름이 따로 없으니 그냥 아랫마을 이름을 따서 ‘백학고개’라고 하자. 고개를 넘어서면 해안 절벽을 따라 한동안 내리막이다. 하지만 섬 일주에서 너무 많이 내려가는 다운힐은 ‘잠깐 반가움 걱정 반’인 것이, 필시 다음에 더 힘들게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먹방마을에서 해수면까지 접근한 길은 다시 산비탈을 타고 오른다. 사량대교를 앞둔 마지막 업힐이다. 업힐 도중 뒤를 돌아보니 길도 마을도 끊어진 해안 절벽이 멀리 뻗어나, 짧은 만남 긴 이별을 예감하듯 서글픈 그리움을 부른다.
글/사진 김병훈 발행인
능양항에서 백학고개(155m)를 오르는 길. 깊은 산중 느낌이다
백학고개를 넘으면 급한 내리막이 바다를 향해 치닫는다. 맞은편 바다는 고성 자란만 일대
뒤돌아보니 길도 마을도 끝나고 긴 산줄기와 절벽이 돌아서 가듯 먼 바다를 향해 뻗어난다. 짧은 만남 긴 이별에 토라지듯
tip
사량도행 배는 삼천포항, 고성 용암포, 통영 여객선터미널, 통영 가오치항에서 있다. 가오치항에서는 07:00부터 2시간 간격으로 하루 6회 운항한다. 35분 소요. 편도요금 6000원, 자전거 2000원. 식당과 편의점, 숙박업소는 여객터미널이 있는 금평리에 집중되어 있다.
통영 사량도 일주 34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