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화왕산(757m)
▶ 광활한 억새밭 품은 창녕의 진산
▶ 화왕산성 동문까지 업힐
▶ 시원한 옥천계곡길
(2022년 5월)
5만평의 억새밭이 펼쳐진 화왕산성 내부. 동문에서 바라본 모습으로 오른쪽 봉우리가 정상이다
창녕읍 뒤로 웅장하게 솟은 화왕산(火旺山, 757m)은 숱한 암봉이 밀집해 있어 서울 관악산처럼 화기(火氣)가 성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창녕의 옛 이름인 비화(非火), 비사벌(比斯伐) 모두 ‘불뫼’ 화왕산에서 유래했을 것이다. 정상부에는 분화구 같은 용지(龍池)라는 못이 있어 화산을 뜻한다는 설도 있으나 상징적인 의미다.
정상부는 5만평 정도의 고위평탄면을 이뤄 가야 때 처음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화왕산성이 있고 내부는 온통 억새밭이다. 1995년부터 격년으로 정월대보름이 되면 억새밭 태우기 행사가 열렸으나 2009년 사고로 인해 중단되었다. 불뫼에 인공의 불까지 더했으니 화기가 충천한 것일까.
화왕산과 이웃한 관룡산(754m) 일원은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동남쪽 옥천계곡을 통해 화왕산성 동문까지 임도가 나 있다. 관룡산 북쪽의 화왕산자연휴양림 쪽에서도 길이 있다. 여기서는 옥천계곡길을 택한다.
거대한 암반이 펼쳐진 옥천계곡. 임도는 계곡을 따라 고도를 높여간다
옥천계곡을 거슬러
화왕산과 관룡산 사이를 흘러내리는 옥천계곡은 700m급 산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물이 많고 경관도 빼어나다. 출발지는 옥천계곡 초입의 주차장(고도 220m). 주차장을 나서면 바로 갈림길인데, 오른쪽은 관룡사로 가고 왼쪽으로 산성교를 통해 계곡을 넘는 길이 화왕산성 방면이다.
길은 널찍하고 곳곳에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어 라이딩 하기 좋다. 계곡이 바로 옆에 있고 숲도 짙어서 햇볕이 잘 들지 않고 시원하다.
두 번째 다리를 건너면 인가가 사라지고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이 길은 서편의 창녕읍내 코스와 함께 대표적인 등산코스여서 휴일에는 등산객이 많이 몰리므로 라이딩을 삼가는 것이 좋겠다.
해발 670m 지점에 자리한 드라마 '허준' 세트장. 고산지대 화전민촌 같은 분위기다. 왼쪽 뒤로 화왕산 제2봉인 배바위(756m)와 산성내 억새밭이 보인다
허준 세트장에서 동문으로 이어지는 길. 더블트랙으로 좁지만 노면은 좋은 편이다. 맞은편 안부 아래 세트장이 살짝 보인다
기막힌 세트장
일야봉산장(570m)을 지나면 곧 화왕산~관룡산 주능선 상에 있는 청간재(615m)에 도착한다. 삼거리를 이룬 고개에는 팔각정 쉼터가 있으며, 고개를 넘어가면 휴양림으로 내려가게 된다. 왼쪽 산록길로 접어들어 작은 고개를 넘으면 초가집이 도열한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드라마 허준 세트장으로, 사방은 첩첩산중인데 화왕산성의 억새밭이 얼핏 드러나는 절묘한 입지다(670m). 세트장 맞은편 산비탈은 온통 진달래밭으로 봄이면 핑크빛 향연이 펼쳐진다.
세트장에서 화왕산성까지 600m는 더블트랙 정도로 좁아지고 노면도 거칠지만 라이딩에 어려움은 없다.
길은 화왕산성 동문에서 끝나고, 산성 내부는 자전거 출입이 금지되어 자전거를 두고 들어가야 한다. 동문의 고도는 675m.
화왕산성 동문. 아쉽게도 산성 내부는 자전거 출입금지다. 이곳이 이미 해발 670m나 되어 자전거를 두고 도보로 돌아봐도 부담이 없다
산성 안쪽에서 본 동문 터
동문 외부에 방어 시설물을 설치했던 바위 구멍이 남아 있다
산상 억새밭
창공을 배경으로 매끄러운 스카이라인을 그리는 산상 억새밭은 언제나 매혹적이다. 그것이 1500년 이상 된 산성 터라면 더더욱 그렇다. 자연절벽을 최대한 활용하고 석축성벽을 두른 화왕산성은 대체로 잘 남아 있다. 둘레 2.7km로 상당히 큰 편이며 5~6세기 가야 때 처음 축성되었고 임진왜란 때 홍의장군 곽재우가 수축해서 거점으로 활용했다.
성곽 내 저지대를 이룬 중심부에 사각형의 용지가 복원되어 있고 완만한 사면을 따라 일렁이는 억새밭은 이국적 목가풍을 자아낸다. 생사가 오가던 전투시설이 이렇게 아름답고 평화롭다니… 삶의 역설이다.
동문에서 바라본 화왕산성 내부. 왼쪽이 배바위 오른쪽이 정상 방면이다. 맞은편의 오목한 안부는 서문 터이고, 오른쪽 가운데 저지대에 용지가 있다
동문에서 성벽을 따라 정상 가는 길. 정상까지는 800m다
동문에서 정상까지는 700m 정도로 10분이면 갈 수 있고, 성벽을 따라 걸어보는 것도 흥미롭겠다.
정상은 다음을 기약하고, 이제부터 길이 4.7km, 고도차 455m의 긴 다운힐이다. 평일에도 등산객이 간혹 있으므로 주의한다. 왕복 9.4km, 누적고도 500m의 단순 명료한 코스지만 화왕산성을 제대로 보려면 1시간 이상 여유를 갖는 것이 좋다. 하산길에는 관룡사 용선대를 찾아 보면 좋다. 우뚝한 암봉 위에 자리한 불상은 종교를 떠나서 인문학적 장관이다.
글/사진 김병훈 발행인
창녕 화왕산(757m) 9.4km
창녕 화왕산(757m)
▶ 광활한 억새밭 품은 창녕의 진산
▶ 화왕산성 동문까지 업힐
▶ 시원한 옥천계곡길
(2022년 5월)
5만평의 억새밭이 펼쳐진 화왕산성 내부. 동문에서 바라본 모습으로 오른쪽 봉우리가 정상이다
창녕읍 뒤로 웅장하게 솟은 화왕산(火旺山, 757m)은 숱한 암봉이 밀집해 있어 서울 관악산처럼 화기(火氣)가 성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창녕의 옛 이름인 비화(非火), 비사벌(比斯伐) 모두 ‘불뫼’ 화왕산에서 유래했을 것이다. 정상부에는 분화구 같은 용지(龍池)라는 못이 있어 화산을 뜻한다는 설도 있으나 상징적인 의미다.
정상부는 5만평 정도의 고위평탄면을 이뤄 가야 때 처음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화왕산성이 있고 내부는 온통 억새밭이다. 1995년부터 격년으로 정월대보름이 되면 억새밭 태우기 행사가 열렸으나 2009년 사고로 인해 중단되었다. 불뫼에 인공의 불까지 더했으니 화기가 충천한 것일까.
화왕산과 이웃한 관룡산(754m) 일원은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동남쪽 옥천계곡을 통해 화왕산성 동문까지 임도가 나 있다. 관룡산 북쪽의 화왕산자연휴양림 쪽에서도 길이 있다. 여기서는 옥천계곡길을 택한다.
거대한 암반이 펼쳐진 옥천계곡. 임도는 계곡을 따라 고도를 높여간다
옥천계곡을 거슬러
화왕산과 관룡산 사이를 흘러내리는 옥천계곡은 700m급 산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물이 많고 경관도 빼어나다. 출발지는 옥천계곡 초입의 주차장(고도 220m). 주차장을 나서면 바로 갈림길인데, 오른쪽은 관룡사로 가고 왼쪽으로 산성교를 통해 계곡을 넘는 길이 화왕산성 방면이다.
길은 널찍하고 곳곳에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어 라이딩 하기 좋다. 계곡이 바로 옆에 있고 숲도 짙어서 햇볕이 잘 들지 않고 시원하다.
두 번째 다리를 건너면 인가가 사라지고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이 길은 서편의 창녕읍내 코스와 함께 대표적인 등산코스여서 휴일에는 등산객이 많이 몰리므로 라이딩을 삼가는 것이 좋겠다.
해발 670m 지점에 자리한 드라마 '허준' 세트장. 고산지대 화전민촌 같은 분위기다. 왼쪽 뒤로 화왕산 제2봉인 배바위(756m)와 산성내 억새밭이 보인다
허준 세트장에서 동문으로 이어지는 길. 더블트랙으로 좁지만 노면은 좋은 편이다. 맞은편 안부 아래 세트장이 살짝 보인다
기막힌 세트장
일야봉산장(570m)을 지나면 곧 화왕산~관룡산 주능선 상에 있는 청간재(615m)에 도착한다. 삼거리를 이룬 고개에는 팔각정 쉼터가 있으며, 고개를 넘어가면 휴양림으로 내려가게 된다. 왼쪽 산록길로 접어들어 작은 고개를 넘으면 초가집이 도열한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드라마 허준 세트장으로, 사방은 첩첩산중인데 화왕산성의 억새밭이 얼핏 드러나는 절묘한 입지다(670m). 세트장 맞은편 산비탈은 온통 진달래밭으로 봄이면 핑크빛 향연이 펼쳐진다.
세트장에서 화왕산성까지 600m는 더블트랙 정도로 좁아지고 노면도 거칠지만 라이딩에 어려움은 없다.
길은 화왕산성 동문에서 끝나고, 산성 내부는 자전거 출입이 금지되어 자전거를 두고 들어가야 한다. 동문의 고도는 675m.
화왕산성 동문. 아쉽게도 산성 내부는 자전거 출입금지다. 이곳이 이미 해발 670m나 되어 자전거를 두고 도보로 돌아봐도 부담이 없다
산성 안쪽에서 본 동문 터
동문 외부에 방어 시설물을 설치했던 바위 구멍이 남아 있다
산상 억새밭
창공을 배경으로 매끄러운 스카이라인을 그리는 산상 억새밭은 언제나 매혹적이다. 그것이 1500년 이상 된 산성 터라면 더더욱 그렇다. 자연절벽을 최대한 활용하고 석축성벽을 두른 화왕산성은 대체로 잘 남아 있다. 둘레 2.7km로 상당히 큰 편이며 5~6세기 가야 때 처음 축성되었고 임진왜란 때 홍의장군 곽재우가 수축해서 거점으로 활용했다.
성곽 내 저지대를 이룬 중심부에 사각형의 용지가 복원되어 있고 완만한 사면을 따라 일렁이는 억새밭은 이국적 목가풍을 자아낸다. 생사가 오가던 전투시설이 이렇게 아름답고 평화롭다니… 삶의 역설이다.
동문에서 바라본 화왕산성 내부. 왼쪽이 배바위 오른쪽이 정상 방면이다. 맞은편의 오목한 안부는 서문 터이고, 오른쪽 가운데 저지대에 용지가 있다
동문에서 성벽을 따라 정상 가는 길. 정상까지는 800m다
동문에서 정상까지는 700m 정도로 10분이면 갈 수 있고, 성벽을 따라 걸어보는 것도 흥미롭겠다.
정상은 다음을 기약하고, 이제부터 길이 4.7km, 고도차 455m의 긴 다운힐이다. 평일에도 등산객이 간혹 있으므로 주의한다. 왕복 9.4km, 누적고도 500m의 단순 명료한 코스지만 화왕산성을 제대로 보려면 1시간 이상 여유를 갖는 것이 좋다. 하산길에는 관룡사 용선대를 찾아 보면 좋다. 우뚝한 암봉 위에 자리한 불상은 종교를 떠나서 인문학적 장관이다.
글/사진 김병훈 발행인
창녕 화왕산(757m) 9.4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