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MTB 산행 / 밀양 만어산(670m)~금오산(761m)

자생투어
202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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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만어산(670m)~금오산(761m)  

▶ 영남알프스와 낙동강, 진영평야 조망
▶ 신비의 고찰, 만어사 경유
▶ 금오산(761m) 턱밑에서 8.8km 다운힐

(2022년 5월)

만어산(670m) 정상. 공간이 널찍하지만 나무에 가려 조망은 잘 트이지 않는다. 정상 동쪽에 있는 통신탑 건물 옥상(산불 감시초소 있음)에 오르면 낙동강과 평야, 영남알프스의 놀라운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동해의 물고기가 바위 더미로 변했다는 전설을 간직한 만어산(萬魚山, 670m)은 밀양강이 낙동강에 합류하는 삼랑진 뒤편에 있다. 저지대 강변에 솟아 한층 우뚝하고, 그 옆으로 구천산(640m)~금오산(761m)~천태산(631m)이 연봉을 이뤄 그렇지 않아도 세 물길이 모여 극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삼랑진에 각별한 산악미까지 더해준다.

이제 만어산을 올랐다가 구천산 뒤를 돌아 금오산 정상 턱밑까지 오른 후 내려올 것이다.




낙동강변 절벽에 자리한 작원관지. 바로 옆으로 낙동강 자전거길이 지나며, 이번 코스의 기점이기도 하다  


작원관지에서 출발

삼랑진 동쪽, 낙동강자전거길이 절벽을 만나 데크로로 바뀌는 지점에 작원관지(鵲院關址)가 있다. 고려시대 이후 왜적을 방어하는 관문으로, 관원들의 숙소 겸 통행인과 화물을 검문하던 곳이다. 임진왜란 때는 밀양부사 박진이 왜군에 항전했고, 1995년 복원되었다. 원래의 작원관은 조금 더 하류 쪽에 있었다. 부산·양산 방면에서 낙동강을 따라 영남 중북부와 연결하는 교통로의 요지다.

복원된 관문 아래쪽에 넓은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어 코스 기점으로 좋다. 고도는 20m나 될까. 여기서 출발해 안태천~우곡천을 따라 만어산으로 접근한다. 읍내를 거쳐 도로를 따라가도 되지만 한적한 농로는 경관을 즐기기 편하고 안전하기도 하다.


해발 350~400m 고지에 자리한 만어동 마을. 뒤편으로 낮은 산줄기 너머 낙동강과 진영평야가 아득히 보인다 


산중 마을

만어산은 암릉 하나 보이지 않는 무던한 육산이다. 사면은 급하지 않고 골짜기는 깊지 않으며 봉우리는 둔중하다. 정상 방면으로 트여 조망이 웅장하지만 경사는 다소 있는 길을 오른다. 넉넉한 2차로 아스팔트길이어서 위압감은 거의 없지만 갈수록 경사는 심해진다. 이윽고 작은 고개를 넘으면 갑자기 산간마을이 나타난다. 아예 전원주택 단지가 들어서는 중이다. 해발 300m 정도지만 상당한 높이와 격리감이 드는 것은 저지대에서 솟은 산체 덕분이다.

고도 350~400m 지점에는 옛날부터 있는 만어동 마을이 기약 없이 낡아가고 있다. 일부는 식당으로, 일부는 펜션으로, 일부는 빈집으로 남았으나 저 아래 세상과 작은 담을 쌓고 있는 것만은 여전하다.


만어사 바로 옆에 펼쳐져 있는 신비의 종석. 일부 바위는 두드리면 쇳소리가 난다   


만어산과 금오산 일대에 간간이 보이는 MTB코스 이정표는 밀양시에서 조성한 별도의 장거리 코스로, 이번 코스와는 무관하다   


신비의 종석(鐘石)

만어동에서 급경사길을 조금 더 올라가면 고찰 만어사가 나온다. 만어산과 만어사는 가야를 세운 김수로왕이 관련된 설화로 <삼국유사>에도 등장한다. 절 밑에 있는 거대한 너덜지대는 부처님의 원력으로 동해의 고기와 용이 변한 것으로 쇠북과 경쇠 소리가 난다고 한다. 지금도 일부 돌은 두드리면 쇳소리가 난다. <삼국유사> 기록에 따른다면 만어사는 서기 46년에 창건되었다가 1180년(고려 명종 10년)에 중창되었으니 2천년을 헤아리는 국내 최고의 고찰인 셈이다. 원래는 그랬는지 모르지만 지금의 절집은 근세에 세워져 오래된 맛은 없다.

절 바로 옆에 펼쳐진 너덜지대는 최대폭 120m, 길이 500m의 대규모다. 큼지막한 잿빛 바위가 평탄한 산기슭을 따라 펼쳐진 모습은 기이한 장관이다. 사람들이 시험 삼아 두드려본 자국에 맞춰 작은 돌로 쳐보니 과연, 속이 빈 듯 쇳소리가 난다. 과학적으로도 해명이 안 된다니 더욱 신기하다.

만어사는 고도 470m 지점에 있다. 이제 200m만 더 오르면 정상이다.


정상에서 바라본 영남알프스의 준봉. 왼쪽부터 운문산~가지산, 천황산~재약산, 향로산, 신불산이 차례로 보인다 


정상 동쪽 조망. 조금 뒤에 지나갈 금오산이 우뚝하다. 풍력발전기가 줄지은 뒤쪽 산은 국토 최남단 스키장인 에덴밸리 일원이다   


정상 남쪽 조망. 낙동강 건너 김해 신어산(630m, 왼쪽)과 무척산(703m, 우측)이 원근으로 겹쳐 보인다


정상 남서쪽 조망. 낮은 산줄기 저편으로 낙동강이 흐르고 낙동강 유역에서 김해평야 다음으로 넓은 진영평야가 광활하다 


산, 강, 야, 촌의 파노라마

정상부 한켠에는 통신탑과 관리동이 있고 표지석이 선 정상은 100m 더 가야 한다. 통신탑에서 정상까지는 좁고 거친 싱글이지만 컨트롤만 잘 하면 라이딩이 가능하다.

펑퍼짐한 정상은 아쉽게도 사방으로 나무가 가려 조망이 잘 트이지 않는다. 그래도 북쪽으로는 영남알프스의 중심인 천황산~재약산이 보이고, 동으로는 잠시 후 지나갈 금오산(761m)이 첨봉으로 솟아 있다. 정상보다는 통신탑 관리동 옥상이 조망을 즐기기에 더 좋다. 산불감시초소도 여기에 있다. 남으로는 낙동강과 삼랑진 읍내가, 남서쪽으로는 진영평야가 광활하다. 산과 강, 들판과 마을이 어우러지는 한국적 사실화가 절정의 모습으로 구현된다.


정상 바로 서쪽의 통신탑 관리동 옥상에서는 조망이 더욱 잘 트인다. 영남알프스 방면 북쪽 조망 


만어산을 내려가 구천산~금오산 안부인 감물고개(390m)에 도착했다. 정면의 보경사 방면으로 해서 금오산을 오른다


금오산 턱밑을 돌아

이제부터 한동안 다운힐이다. 만어동에서 왼쪽으로 너덜지대를 지나면 등고선을 따라 만어산 남록을 돌아간다. 만어산 동부능선을 지나면 다시 다운힐이 시작되어 감물리고개(430m)로 내려선다. 여기서 북으로 용소마을로 내려갔다가 구천산~금오산 사이의 감물고개(용소고개, 390m)로 올라간다. ‘감물리고개’ ‘감물고개’에서 보듯 고개와 분지, 고원, 반도, 만(灣), 곶(串) 등 특별한 지형에 대한 명칭이 사라지거나 혼동되고 있다. 국토에 대한 이해와 애정은 물론 교육적으로도 대단히 좋지 않은 징후다. 이름이 사라지면 관심도 사라진다.

감물고개에서 해인사 옆 산길로 접어들어 한참을 오르면 당고개(575m)에 올라선다. 왼쪽은 감물리로 내려가고 우측이 금오산 방향이다. 길은 금오산 정상 바로 아래 해발 625m까지 올라간다. 정상까지는 길이 험해 라이딩은 불가하고 근처에 자전거를 두고 다녀오면 된다. 거리 500m, 10분 소요. 금오산 정상 북사면 해발 630m에 자리한 약수암도 볼만하다. 두 곳 모두 영남알프스 조망이 일품이다.


금오산 정상 바로 아래 주능선 삼거리. 약수암과 정상 방면 길이 나뉜다. 이후는 라이딩이 어려워 자전거를 두고 도보로 다녀오면 된다(정상까지 10분 소요)


금오산 정상. 돌출바위가 있어 사방으로 조망이 탁 트인다  


금오산 정상 북쪽 해발 630m 고지에 자리한 약수암. 절마당 앞으로 펼쳐진 영남알프스 조망이 장쾌하다. 오른쪽 위 매봉산 아래를 지나는 임도는 영남알프스의 비경 중 하나인 배내골 입구 배태고개로 이어진다   


다운힐 8.8km

금오산 주릉에서는 이제 길이 8.8km, 고도차 580m의 다운힐이 시작된다. 숭촌고개(410m)까지는 임도, 그 이후는 도로다. 1986년 완공된 삼랑진양수발전소 관리도로이면서 금오산 자락에 흩어진 산간마을들을 잇는 마실길이기도 하다.

기나긴 다운힐은 양수발전소 하부저수지(안태호)가 나오면 잠시 평탄해지다가 1022번 지방도에서 끝난다. 여기서 출발지인 작원관지까지는 들길 따라 2km만 가면 된다. 주행거리 33.4km, 누적고도 1085m.

글/사진 김병훈 발행인


밀양 만어산(670m)~금오산(761m)  33.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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